고요하고 강하다. NC 카일 하트(32)가 이번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이제 그는 명실상부 KBO의 최강 투수다.
하트는 지난 31일 키움전에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9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볼넷은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피안타는 3개에 불과하다. 이날 NC가 9-0으로 승리하며 하트는 시즌 10승을 신고했다.
하트는 전날 7회까지 흔들림 없는 피칭을 선보인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총 투구 수는 81개였다. 한 이닝 당 11~12개의 투구만으로 상대 타선을 정리하며 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이 완봉투에 대한 욕심이 없었냐고 묻자 “앞으로 살인적인 원정 스케줄에서 강한 상대를 많이 만나기 때문에 7회까지 던지고 내려오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라며 “9회까지 던지고 싶긴 하지만 항상 다음 상황을 살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KBO리그에 처음 온 하트는 빠르게 적응했다. 지난달 25일 KIA전에서 2실점한 것을 제외하면 7월에 치른 4경기가 모두 무실점 피칭이었다. 이번 시즌 21경기에 등판하며 한 번도 조기 강판당하지 않았다. 4월 평균자책이 3.10이었는데 7월에는 0.55를 찍었다.
빠른 적응과 꾸준한 발전의 비결은 바로 성실함이다. 하트는 이닝이 끝날 때마다 더그아웃에서 자신이 상대한 타자들의 특징을 수첩에 꼼꼼히 메모한다. 이러한 ‘나노 분석’ 결과 하트가 꼽은 가장 까다로운 타자는 삼성 구자욱이었다.
하트는 “KIA 김도영 선수도 굉장히 잘하지만 구자욱 선수와 붙었을 때 항상 위기를 맞았다”라며 “구자욱 선수가 나를 상대로 잘 치기도 하고, 타석에 들어올 때마다 레벨업을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트는 이번 시즌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중인 김도영에 대해서는 “스트라이크 존에 콜드 존(안타를 치기 어려운 영역)이 많이 없다. 제구를 정확하게 잡아낸다”라며 “김도영 선수를 상대할 땐 누상에 주자가 없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시즌 10승째를 달리는 중인 하트는 두산 곽빈, 키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와 함께 리그 승수 1위다. 시즌 평균자책은 2.34로 리그에서 가장 낮다. 삼진 개수도 143개로 리그 1위인데 공동 2위인 KT 엄상백·롯데 애런 윌커슨·삼성 코너 시볼드(123개)보다 20개나 많다.
리그 7위 NC는 전날 승리로 6위 KT와 승률이 같아졌다. 이제 5강 진출이 코앞이다.
하트는 “개인 10승을 해서 영광스럽지만 지금 팀 상황에서는 5위가 될 때까지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나는 아직 최고의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것과 공부하고 있는 걸 합쳐서 최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