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우가 유럽 데뷔전을 예상보다 일찍 치르며 수술 후 빠른 회복세와 더불어 전술이해 능력까지 보여줬다.
4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바치카팔란카에 위치한 스타디온슬라브코 말레틴 바바에서 2024-2025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3라운드를 치른 츠르베나즈베즈다가 텍스틸락오드자치에 4-0 완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우승 주역 황인범에 새로 합류한 설영우까지, 한국인 듀오가 처음으로 동반 출장해 호흡을 맞춘 경기였다.
설영우는 고질적인 어깨 탈구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수술을 받았다. 즈베즈다도 올여름 울산HD에서 설영우를 영입해 가면서 재활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인지했다. 그런데 최근 팀내 풀백들의 경기력과 컨디션이 바닥을 치면서, 3라운드에 설영우를 긴급 투입했다.
생각보다 빨리 투입된 경기였지만 설영우는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영리하게 피해가면서 어깨를 보호했다. 풀타임 소화로 경기 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시켰다.
전술적으로도 특이한 역할이었다. 여러 매체는 이날 즈베즈다의 포메이션이 3-2-4-1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빌드업할 때는 이 모양으로 공을 전개하다가, 수비할 때 포백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설영우는 스리백의 왼쪽 스토퍼, 보통 풀백, 안으로 들어가 미드필더처럼 자리를 잡고 빌드업에 관여하는 '인버티드 풀백'까지 다양한 역할을 시시각각 상황에 맞게 소화해야만 했다. 여기에 보통 풀백처럼 상대 진영으로 오버래핑하는 장면도 가끔 나왔다.
리그 최강팀 즈베즈다가 약체 오드자치(이날까지 전패)를 상대한 경기였기 때문에 전력차는 분명했다. 설영우에겐 비교적 쉬운 데뷔전이었다. 이 경기를 통해 팀 전술에 대한 이해도를 증명하고 몸 상태도 확인했다. 첫단추를 잘 꿴 만큼 앞으로 이어질 더 어려운 경기들을 자신감 갖고 준비할 수 있다. 즈베즈다는 아직 상대가 확정되지 않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예선 플레이오프를 8월 중 치른다. 이를 통과해야 본선에서 경쟁할 수 있다.
대표팀에도 설영우의 다양한 역할 소화 능력은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표팀 풀백 중 유럽파가 없었다. 그래서 전술적으로도 특이한 역할을 맡는 선수를 보기 힘들었다. K리그에서 인버티드 풀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은 광주FC 정도 있지만 광주에는 국가대표 풀백이 없다.
설영우가 유럽 생활을 통해 풀백의 다양한 전술적 임무를 습득하는 건 대표팀의 전술 다양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설영우는 최근 대표팀에 새로 부임한 홍명보 감독이 신뢰하는 선수 중 하나다. 울산에서도 핵심으로 활용했고, 대표팀에 부임한 뒤 유럽 '순방'으로 주요 선수들을 면담할 때도 세르비아까지 찾아가 대화를 나눈 바 있다. 홍 감독의 9월 첫 국가대표 소집에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