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라리가의 여러 감독들이 대홍수 재난에도 일부 경기 일정을 강행한 스페인축구연맹(RFEF)의 결정을 비판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3일(한국시간) "몇몇 라리가 감독들은 발렌시아에서 발생한 홍수로 최소 2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이번 주말 스페인 1부 리그의 모든 경기가 취소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 내린 기습 폭우로 인한 전례 없는 재해가 발생했다. 폭우는 며칠 간 지속됐고 광범위한 재산 피해와 함께 사망자가 속출했다. 계속된 폭우로 인해 남동부 지역, 특히 발렌시아 지방 곳곳에는 도심 한가운데까지 물이 차오르며 홍수로 이어졌다.
사망자가 속출했다. 스페인 구조 당국에 따르면 집중 피해가 발생한 발렌시아 지역의 사망자가 약 211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라리가의 여러 구단들은 피해자들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발렌시아 구단은 단체들과 협력해 홈구장인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식량과 물, 생필품을 공급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대홍수 피해자들의 구호 기금을 모금했고, 100만 유로(약 15억 원)을 기부했다.
RFEF는 피해가 집중된 지역 인근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 경기들의 연기를 결정했다. 이로써 토요일로 예정됐던 레알과 발렌시아의 경기가 연기됐고, 비야레알과 라요 바예카노의 경기 또한 취소됐다. 그러나 피해 지역에 연고지를 두지 않은 구단의 경기는 진행됐다. 한국시간 3일을 기준으로 라리가에서는 이미 총 세 경기가 진행됐다.
일부 감독들은 RFEF의 결정을 비판했다. 라스 팔마스와의 경기를 앞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도구를 들고 거리로 나가 도움을 주려 하고, 이 나라는 그런 국민들 덕에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도 할 수 있는 한 돕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우리는 그간 그들의 격려 덕에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FC 바르셀로나의 한지 플릭 감독 또한 의견에 공감했다. 플릭 감독은 에스파뇰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내게 결정권이 있다면 경기를 중단할 것이다. 발렌시아와 스페인 전역에 큰 비극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페란 토레스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지역 출신이라 경기를 해야 하는지 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플릭 감독은 "내게도 이 일이 엄청난 비극이다. 조국인 독일에서도 3년 전 비슷한 일이 있었고, 정말 끔찍했다. 우리도 도울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나머지는 라리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덧붙이며 예정된 경기 일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미 레가네스와 경기를 치른 지로나의 미첼 감독은 4-3 승리를 거둔 후에도 결과에 기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첼 감독은 "기분이 안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경기는 치러지지 않았어야 했기에 아무것도 축하할 수 없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