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대화하는 친구, "만나도 만난 게 아냐"

가자서 작성일 12.07.18 20: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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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대화하는 친구, "만나도 만난 게 아냐"

 

주말 오후, 집으로 친구들이 놀러 왔습니다.

맛있게 밥을 먹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가 친구들을 야단칩니다.

 

 

자꾸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놀 거면 너희 집에 가라

 

 

이 이야기는 어느 여고생의 집안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요즘 지하철을 타고 주변을 돌아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친구를 만날 때도

친구와 대화를 하는 건지 스마트폰과 대화를 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분명 나는 친구와 만났는데

친구의 이야기는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며 가십성의 이야기들만 늘어놓게 되고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점점 지쳐만 갑니다.

 

 

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았지만

친구는 나와 스마트폰을 번갈아 보면서 대화를 하기 때문에

계속 어긋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가만히 멍만 때리다가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괜히 메시지 함을 뒤적거리거나

실시간 키워드로 뉴스를 확인하는 척만 합니다.

 

 

왜 사람들은 친구들과 대화할 때

'스마트폰'이라는 친구를 데려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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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flickr.com/photos/inthegan/2414676/

 

'스마트폰'이라는 친구와 함께 대화하는 것이

한 개인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계실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할 때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일에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꺼내 듭니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상대방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인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예의라고 생각하기보다

스마트폰을 대화에 참여시키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하루 24시간 내내 '스마트폰'이라는 친구와

대화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생활 깊숙한 곳까지 찾아 들어온 스마트폰은

인간적인 만남에도 스마트를 주장하며

빠르고 최신식의 정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과 같은 MIM 서비스를 비롯하여

뉴스, 음악, 스포츠, 지도, 만화 등

스마트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무한합니다.

 

물론 이런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것은

생활의 질을 높여 주지만

관계와 생각의 질은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사람을 생각한 기술과 서비스의 출현이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의 생활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기술적인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습니다.

사람을 통해 문화라는 것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쏟아지는 정보 덕분에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고 하지만

지혜는 쌓을 수 없습니다.

지혜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수집하는 능력으로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를 때

지혜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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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cafe.naver.com/readbook/1591338

 

요즘에는 만남과 헤어짐을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인스턴트식 대화를 즐기기보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으로 좀 더 진보적인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매일매일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지만

때와 목적에 따라 사용에 차이점을 두는 것이

스마트 생활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진정으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책 <보통의 존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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