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게 있다면 베풀어라" 호혜의 법칙

가자서 작성일 13.01.14 19: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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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게 있다면 베풀어라" 호혜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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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영주 씨는 남편과 함께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못마땅한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남편의 격한 시식 사랑인데요, 남편은 식사라고 해도 될 만큼 요리에서 디저트까지 각종 시식 코너를 섭렵합니다. 문제는 민망함이 아니라, 시식한 제품을 꼭 산다는 점입니다. “공짜로 먹었는데 사지도 않고 입 싹 닦으면 미안하잖아.”라는 게 딱히 맛있지도 않은 제품을 사는 남편의 이유죠.


비슷한 이야기로,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인들 사이에는 독특한 선물문화가 있습니다. 선물을 받으면 가까운 시일 안에 반드시 답례선물을 하는 ‘오카에시(お返し)’ 문화입니다. ‘오카에시’는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의미인데요, 이때 상대에게 신세 진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기 위해 받은 선물과 비슷한 금액의 선물을 돌려주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 사람에게 받은 호의가 잊히질 않아


마트의 공짜 시식이나 일본의 ‘오카에시’ 문화는 결국 제품 구매나 답례 선물 등으로 이어져 ‘베푼 이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남이 자신에게 해 준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은혜에 보답하는 이 행위에 숨어 있는 것이 바로 ‘호혜의 원칙’입니다.


174DEE3B50F35A6736D75E출처 : flickr.com/photos/uka0310/6867981664
코넬 대 심리학 교수인 데니스 레건(Dennis Regan)은 실험을 통해 호혜의 원칙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일단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두 명씩 짝을 이뤄 ‘심미적 판단’에 대한 실험을 하는 거라고만 말해 뒀습니다. 짝이 된 두 명 중 한 사람은 사실 실험을 돕는 가짜 참가자였는데, 그는 실험 도중 2분 정도 사라졌다가 돌아올 때는 음료수를 가지고 와 진짜 참가자에게 주며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심미적 판단’ 실험이 끝난 뒤 가짜 참가자, 즉 실험 조수는 진짜 참가자에게 추첨식 복권을 사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것이 진짜 실험이었던 거죠. 실험 결과 ‘음료수’라는 호의를 받은 실험 참가자들은 호의를 받지 않았던 이들보다 더 많은 복권을 사 줬습니다.


호혜의 원칙은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 경제학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으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술과 의학이 발달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장치(fMRI)로 우리의 뇌가 상대방이 베푼 호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됐죠. 

예컨대, 음료수를 받고 복권을 사 준 사람이 아무리 음료수와 복권 구매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우겨도 fMRI로 뇌를 스캐닝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호의를 받은 사람은 아무래도 호의와 무관하게 행동할 수는 없다는 게 과학으로 증명된 셈입니다. 

실제로 ‘호혜의 원칙’ 실험 뒤 사람들의 뇌를 스캐닝하자, 자기가 받은 호의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볼 때 쾌감과 관련된 뇌의 부분이 더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는 법


누군가의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
는 마음은 인류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가치 있는 규범입니다. 규범이라는 것은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마시오’, ‘새치기하지 마시오’와 같은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죠. 우리는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이러한 규범을 어기면 마음이 매우 불편합니다. 호혜의 원칙은 이런 불편함을 없애려는 데서 비롯된 거죠. 

2051803B50F35A672F3151출처 : flickr.com/photos/followtheseinstructions/5385084559
현대 사회에서 호혜의 원칙은 마케팅에 활용되어 제품의 판매량을 높이기도 합니다. 머리 좋은 일본인들이 이 좋은 걸 놓칠 리가 없죠. 화이트데이도 사실 일본의 한 제과회사가 ‘오카에시’ 문화를 이용해 만든 것입니다. 

발렌타인데이 한 달 뒤인 3월 14일은 기념일 아닌 기념일이 된 것이죠. 덕분에 발렌타인데이에 선물을 받은 남자들은 자신에게 초콜릿을 준 여성에게 마음이 있든 없든 화이트데이에 답례를 해야만 합니다.


호혜의 원칙은 상대방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뇌물로 둔갑해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의 착한 마음이 누군가의 이익에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게 불쾌하기도 하죠. 하지만 역기능이 아닌 순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호혜의 원칙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행복하게 잘 지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도 누군가 먼저 베풀어야 시작되는 일, 그 시작을 내가 먼저 해 보면 어떨까요? 거기에 보답을 기대하는 마음조차 내려놓으면 한결 행복하겠죠. 보답을 바라지 않고 베푼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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