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선수를 기억하시나요.

건데기만세 작성일 13.04.09 13: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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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아니 동물,

아니 남자라는 동물, 이른바 수컷들은

그 강함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자랑으로 여깁니다.

나이가 들어,

그 물리적 강함을 과시하려는 욕구는 이른바 "깽값"이라는

법적 테두리로 점점 사그러 들겠지만,

제가 어렸을 적,

조직폭력배들이 칼부림 자체를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던 그 시절,

대한민국 새마을 운동이라는 슬로건에,

전쟁의 폐허에서 가족을 위해

산업현장에 인생을 맡긴 현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변두리 공장, 회사 등에서 

굶지 않기 위해 일에만 수십시간씩 매달리다,

그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강함의 욕구를

대리만족으로 풀어내던 스포츠

그것이 복싱이였습니다.


며칠전,

복싱 한국챔피언 결정전이 수원의 종합경기장에서 있었던 것을 아는 사람이 계십니까?

저는 무에타이를 배운지 약 2년된 초짜이고,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중반의 동네  아저씨로서,

말 그대로 취미로

건강을 지키기위해 무에타이를 기본으로 복싱, 킥복싱을 병행하여 이것저것 배우고 있지만,

한국챔피언이라는 명예를 위해

전국적인 복싱시합이 열리는 수원의 경기장에서는 

이른바 "프로"라고 불리는 복싱 선수들의 지인들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프로시합이고,

세계챔피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챔피언 타이틀 매치라고 하며,

지인이 프로데뷔 3차전을 하는 날이라

내심 기대에 가득차서 경기장을 찾았습니다만,

경기장은...

수원종합운동장 한켠의 복싱 연습실 같은 지하 트레이닝 센터에서,

방송시설도 엉망,

나름 프로 시합이라는 구색만 갖춰놓은

말그대로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런 시합장이였습니다.

더군다나 일정으로 잡혀있는 다섯번째 시합도,

메인시합 일정에 따라 순서가 마구 뒤바뀐다고 합니다.


귀빈석이라고 마련해놓은 철제 의자 수십개 가져다 놓고,

그곳에는 과거 한국 복싱 팬을 열광시켰던

그 세계 챔피언들이 양복을 입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고,

경기를 치루는 선수들은,

여자화장실, 탈의실을 임시로 개조하여 만들어놓은 

좁디 좁은 선수대기실에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 칸막이 넘어로 보였습니다.


주최를 위해 동원된 스폰서는,

엠뷸런스 운영업체와 음식점, 그리고 

"남성음경확대"시술업체...

링 위에서 싸우는 선수들은 

프로라는 이름을 걸고 수개월동안 초주검이 되는 훈련으로 다부지게 운동하여

수십만명이 보는 이종격투기와 다를바 없는 그들과 같은 격투선수로서

상대선수를 제압하기 위해 열심히 싸우는 모습이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이 "프로"일 뿐이지,

대부분 투잡으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고,

시합일정이 잡혀도 현재 하고 있는 일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는,

아마추어 시합만도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듣고,

어린시절 유명우, 문성길, 장정구, 홍수완 등의 수많은 토종 파이터 들은

이제 추억으로만 남겠구나.

이제 다시는 그런 희망같은 선수는 볼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에

괜시리 섭섭해 졌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요즘 몸을 감고 꺾고 비트는 이종격투기는 왠지 피투성이 싸움질이라는 생각만 들고,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없으며,

거울보고 흉내도 낼 수 없는 굉장히 접근하기 어려운 운동 같아서 정이 안가더군요.


오히려,

올림픽공식경기의 범주안에 있는 복싱은

너도 할수 있고, 나도 할수 있는 스포츠라 여겨져

관심을 가지고 요즘 이슈가 되는 선수들을 찾아보고 있지만,

최요삼(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ㅜㅜ), 지인진, 최용수 이후,

동양 챔피언 타이틀을 가진 선수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초등학생시절,

17차 방어라는 진기한 기록을 세우던 유명우 선수의

무한 스테미너와 돌주먹을 잊을 수 없는 

동네 아저씨가 추억에 젖어 여러분께 물어봅니다.


"당신의 말초신경을 자극시켰던 추억의 복싱선수는 누구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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