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공포증...

개뽀록. 작성일 13.06.04 07: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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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이마에 뭔가가 퍽하고 떨어지길래 놀라서 식겁하면서 잠에서 깼습니다.

첨엔 잠깐 새벽에 빗소리 나길래 혹시 천장에 물이새서 물이 떨어졌나..? 싶었죠..

그리고 형광등을 켬과 동시에 제 이부자리위에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있는걸

보고 식겁... 주변에 잡을 도구는 없고 도구가 있어도 왠지 못 때려잡을 거 같고... 그래서 작년 여름이후 봉인해놨던 에프킬라를 찾으러 거실로 쏜살같이 달려가 에프킬라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이놈이 어디론가 사라진겁니다. 멘붕...

그 시각이 세시반쯤이었는데 그때부터 시바 별의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나이 29살 먹고 부모님 방에 가서 같이 자자고 할까... 여동생깨워서 좀 잡아달라고 할까. 근데 이건 또 자존심이 허락을 안 해요.ㅠㅠ

결국 바퀴벌레 놈이 나올때까지 대기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30분전 놈이 나타났고 에프킬라로 제 방을 화생방훈련장으로 만든 후에야 놈을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에프킬라로 아무리 공격해도 안죽고 꿈틀대길래 또 여러번 식겁했네요. 휴지로 싸서 버릴 용기조차 안 나서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이용해 겨우 쓸어담아 변기에 버렸습니다. 

출근시간 이제 한시간 남았는데 잠도 못자고 아 가끔 벌레 출몰할때마다 이러니 미치겠습니다.


어릴때 바퀴벌레가 많이 사는 집에서 살았는데 물을 마시다 물컵안을 보니 바퀴벌레 사체의 절반만 남아있고, 입벌리고 자다가 바퀴벌레가 목안으로 들어가 질식사할뻔 한적도 있는 등 바퀴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채로 성인이 됐습니다. 군대가서 벌레를 마주했을땐 벌레보다 선임들이 더 무서워선지 벌레를 별로 안 무서워했습니다. 쥐도 빗자루로 때려잡고, 곱등이도 걸레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아 벌레 공포증이 극복됐나보다~ 하고 전역을 했는데 전역하고 나니 그런 경험은 모두 리셋되고 다시 벌레만 보면 식은땀이 나고, 온 몸이 경직됩니다.

 저는 극도의 벌레 혐오증으로 벌레가 절때 출입 못하도록 현관문틈 문풍지로 밀폐하고, 집안의 모든 하수구들에 하수구트랩(원래는 물이나 하수구냄새 역류 못하도록 하는 기구) 쓰고, 여름이면 매일마다 방충망에 구멍있나 점검하고 다닙니다. 벌레랑 친해지는 방법은 엄두도 안 나네요. 덩치는 산만한게 손가락만치도 안 되는 벌레 하나에 온 근육이 경직되고, 패닉에 빠지니 저도 참 답답합니다...
부모님 말씀대로 이래서 장가나 갈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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