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11개월 선임이었는데 사람은 참 착합니다.
군종병이고, 누구한테나 예의바르게 굴고, 시키는 일은 잘은 못해도 열심히는 하려고 합니다.
근데 사람이 머리가 나쁜지 가끔 큰 실수를 해요.
그 선임과 같은 훈련소 소대 나온 다른 선임의
증언을 들어보면 훈련소시절 사격도중 탄이 걸려 안 나간다고 장전돼있는 상태에서 사격자세 그대로
뒤돌아 조교를 겨냥하고(위의 만화처럼..)
자대배치된 후에도 사격중 실탄 탄피를 개천에 빠뜨렸나, 배수구에 빠뜨렸나 하여튼
그거땜에 공병대대에서 금속탐지기 빌려오게 만들고, 행보관이 배수관에 포복으로 직접 기어들어가고..
좀 사소한 사례는 분명 행정보급관이 빨래건조장 정비하니 빨래 널어둔거 다 걷어가라고 했는데
유일하게 누군가 빨래 안 걷어가서 보니 그 선임... 그 일로 한 달 후임인 애한테 한 소리 듣는데 보는 제가 다 민망하더군요.
제가 나온 중대가 유격소대가 있는 중대였는데, 그 선임이 말년때 유격을 뛰었습니다.
5~6
달씩 군번 느린 같은 중대 조교한테 PT, 얼차려받고, 장애물마다 지적받고 털리고... 같은군번인 다른 말년들은 죄다 뺑끼치고
유격 편하게 받고 심지어 당시 일병이었던 저조차 같은 중대라고 좀 대우 받았는데 그 사람만 그 고생을 하더군요.
사람은 착하고 악의는 없는데 왜 그리 일을 못해 까이고... 어찌나 측은하던지. 제 군번이나 더 아래 애들한테도 가끔 무시당하는데
뭐라 저항도 못하더군요. 그 측은한 맘이 들어서일까 저는 그 사람 선임이라고 대우해주고, PX도 같이가고, 외박나가서 게임도
같이하고, 일요일에 교회같이가서 일 좀 도와주기도 했네요. 그래서인지 그 사람 주말마다 교회다녀오면 PX에서는 안 파는 먹을거리들 몰래 들여와서 저 주고.. 제가 고마워하는 티 내면 그거 보며 빙구처럼 웃고 ㅋ
시간이 흘러 그 사람도 어찌저찌 전역모쓰고 전역은 하더군요. 2006년도 였는데 그 당시엔 휴대폰을 안 쓰는 사람도 꽤 있었고 그 선임도 휴대폰을 안 썼기에 연락처도 교환 못했는데 '전역하면 꼭 연락해라!'라는 앞뒤가 안맞는 이상한 말을 마지막으로 지금껏 못 만나네요. 그 사람은 뭐하고 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