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물집이 또 올라온다.
연고를 삼천원주고 샀다.
이 놈은 한번 올라오면 삼일간 수시로 두툼하게 약을 발라야만 물집까지 가지 않게 된다.
앗~!
수영장과 체육관엘 들고 다니다가 연고를 잃어 버렸다.
한번사면 보관하며 보통 몇 차례 쓰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사러간 약국.
"아시클로버 하나 주세요"
다시 사는 돈 아까운 마음에 약사 아줌마한테 궁시렁 거렸다.
"며칠 전 샀는데 잃어 버려서 또 사고 있네요."
"연고는요. 다 쓰면요. 빼지 말고 요 상자에 넣어서 보관하면 안 잃어요"
증상이 비교적 자주 왔고 그래서 다쓴 뒤 잘 보관하는 습관은 있기에 이 말은 별 귀담아 듣지 않았지.
열심히 약 바른 효과로 오늘부터 장기 보관에 들어가는데
갑자기 아침부터 '상자에 넣어 보관하세요' 라는 말이 계속 생각이 나더만.
별 얘기도 아닌데 하루종일 걸레 빨때, 빗자루질 할 때 머릿속에 맴맴돈다.
하루종일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인터넷 기사를 읽고 또, 미디어 환경에 노출되며 산다.
알게모르게 들려온 내용들이 잔상처럼 저장/ 잠재되고 있는거 같고.
잘못 걸려온, 또는 잘못 걸었던 전화..
카드 포인트 사용을 하라거나 보험가입 권유의 스팸 전화.
아침에 인사한 경비 아저씨와의 짧은 대화나
음료수 사며 만나는 편의점 알바의 의례적인 인사.
그리고,
식당에서 주문과 카드긁고 서명하라는 또, 안녕히 계시라는..
표정없이 이뤄지는 그렇고 그런 대화가 오늘 대화의 몇 퍼센트가 될런지 난 모른다.
중요한건
고작 이런 말들 속에서
어떤 건 내 귀에 붙어 작은 습관이나 원칙으로 남는다는 게다
앞으로 연고는 상자에 넣어서 보관 할것 같은 뭐 그러 시시껄렁한 것들
일년 늦게간 대학.
동기이며 후배인 '강'이라는 녀석과 어느날 술자리 대화 중
"넌 어쩌다 고압가스 설비하는 직업으로 들어섰냐?"
강은 눈을 크게 뜨고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형이 학교 다닐 때 고압가스 유망 하다고 자격증 따라고 했었잖아 기억안나?~"
뭐 그랬던거 같기도 한데..
"말도 안돼! 정말 그래서 너가 지금하는 일이 결정 됐다구?"
내 한 마디가 누군가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걸 알았던 이때
큰 충격을 받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루에도 몇번씩 찾아오는 결정의 순간.
보통 영점 몇초 만에 결정을 하고 하고 그에 맞게끔 내가 살고 있다.
그런 결정을 내릴때
누적된 어떠한 말들이 잔상처럼 나를 움직이는 것다.
분석이나 논리적 방법이 아닌 대부분 어딘가로부터 옮겨온 소문과 풍문 그리고,
근원을 알수 없는 편협으로 가득한 배경을 가지고 결정들이 이뤄진다.
사실 이것도 내 자율에 의한 움직임이라 의심치는 않다만
내가 뱉는 말을 듣고 누군가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 생각해보면
그냥 아무 말이나 할순 없는거다.
대화를 해보면 농담도 꼭 비하하는걸 즐기는 부류가 있는것 같다.
매일매일 만나는 인간관계에서 상처주는 말 습관이 있는
사람과는 멀리해야 됨을 느낀다.
왜?
내가 순간적으로 하는 결정에 부정적 잔상이 끼어들지 않아야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