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회생활 2년차 나이 서른의 직딩입니다.
저는 드라마를 잘 안보는 편입니다. 어쩌다가 한 편 지나가다가 제대로 얻어걸리면 그때만 보는 편이고 꾸준히 본 드라마가 몇편 없습니다.
그러다가 주변 친구가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강추해줘서 첫회를 받아 보게 되었습니다.
첫 회를 보고 난 후 나도 모르게 속울음이 나더군요.... 그 후로 25일 방영된 4회분까지 챙겨봤습니다.
원작 소설도 웹툰도 보지 않았지만 이 드라마가 주는 공감과 울림은 상당히 큽니다.
이 드라마는 강소라라는 매력적인 여사원이 등장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멜로라는 주제를 과감히 메인에서 빼버리고 능력도 가진 것도 없는 그래서 매정하게 무시당하며 성장해가는 장그래라는 캐릭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방영되는 이 드라마는 지상파 관계자들은 원작자를 찾아봐서 러브라인은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고 우겼지만 원작자가 이걸 원치 않아서 러브라인을 빼고 원작대로 가기로 한 TVN과 계약을 했다죠....지상파였다면 낙하산 인턴 사원이 회사에서 연애하는 스토리가 되었겠군요 뻔하디 뻔한....)
프로바둑기사가 되는 것에 어려운 형편때문에 실패했지만 장그래는 자신의 환경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잘못을 돌립니다. (그래서 이름이 그래인가 봅니다.) 그러다 바둑기사 시절 지인의 도움으로 '원인터네셔널'이라는 대형무역회사에 낙하산 인턴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당연히 인턴 동기들이나 배정받은 부서에서는 장그래가 못마땅합니다. 본인들은 이 스펙중심의 한국취업계에서 한 줄이라도 남들보다 많고자 죽어라 노력해서 겨우 들어온 인턴을 고졸검정고시에 외국어 능력 전무 자격증이라곤 컴활2급 뿐인 별 볼일 없는 사람이 같은 레벨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기가 차죠.....
그래서 장그래는 그런 자신에 대한 시선을 벗어버리고자 자신이 가진 것(열정, 노력)을 치열하게 쏟아냅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아픔은 모든 직장인들이 수도 없이 겪어왔던 경험과 오버랩 되어 깊은 공감을 줍니다.
이 드라마의 연출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습니다. 억지 설정도 없고 억지 눈물을 짜내지도 않습니다. 그냥 현실적으로 (임시완의 외모는 좀 비현실적으로 잘생겼지만) 신입인턴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사소한 실수가 큰 계약상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하고 본인때문에 상사가 욕을 먹기도 하며 처음느껴보는 과장님의 인정에 밤잠 못이루고 눈물흘리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담담함의 울림이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크게 와닿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 같습니다. 아직 4회분 방영만 마쳤고 이 이후의 전개는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정말 오랜만에 좋은 드라마를 만난 것 같습니다. 원작과 미묘하게 다르지만 원작을 전혀 해치지 않고 독창적으로 해석해서 내놓았다고 하니 원작도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