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도 일정이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로그로뇨Logrono라는 대도시를 지나.... 총 23km정도의 가벼운 여정이었습니다.
(...라고 쉽게 생각했었죠ㅠㅠ)
알베르게에서 아침까지 주셔서 먹고 천천히 출발하다보니 해가 거의 뜰 즈음 마을을 벗어나게 됐습니다.
마을 외곽으로 향하는 길 목에 본 문인데... 정체는 잘 모르겠네요^^;;
오늘도 어김없이 마른 땅을 지나갑니다.
돌에 박힌 문양은 가리비입니다.
순례길의 중간에 있는 마을마다 저마다 고유의 문양(문장?)을 갖고 있습니다.
(꼭 가리비 모양이 아니래도 십자가 등이 있죠~)
대도시를 싫어하는지라 빨리빨리 지나쳤네요^^;;;
평소 슈퍼마켓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중간중간 대형 슈퍼마켓을 보니 살 물건도.. 돈도 없으면서 무작정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불끈불끈 솓더라구요ㅠㅠ
배낭에 여유 공간만 조금 있었어도 식재료를 조금 구입해 갔을 텐데.. 70리터 배낭이 꽉꽉 차 있었죠;;;
도시를 벗어나면 꽤 큰 공원이 나옵니다.
공원을 벗어나 조깅도로가 엄청 길게 뻗어있는데;;; 운동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포장길을 계속 걸으려니 고통이;;;ㅠㅠ
여담이지만... 사진으로 구별이 잘 안 되는데 전투화 오른쪽 엄지발가락 부분의 주름이 잘 못 생겨서 걸을 때마다 발가락을 찍어 눌렀답니다...
상처에 약 바르고 반창고 붙이고 다음날 걸으면 그 상처가 조금씩 조금씩 파였;;;;;;;
점심 식사를 위해 숲속 공원에 앉아 대충 끼니를 해결하던 중에 남은 일행들이 도착해서 같이 걸었습니다.
지나가던 백인 총각에게 부탁해서 제 폰으로 찰칵!!!
제 얼굴크기 어떡하죠ㅠㅠ
오늘의 목적지 나바레떼Navarrete에 도착해서 빨래도 창밖에 널고~
저희 외에 다른 외국인들도 있었는데 처음 방에 들어가서 엄청 깜놀!!!
백인 할머니(많아봐야 60대 초반?) 한 분이 샤워장에서 벌거벗고 나오는데;;;;;ㅎㄷㄷ;;;;;
젊은 아가씨가 아니라 아쉽더군요ㅋㅋㅋㅋ
근처에 다행히 슈퍼마켓이 있어서 소시지, 버섯 등을 사와서 알베르게에 남아있던 밀가루로 수제비를 만들고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조금씩 털어 라면수프, 고추장으로 부대찌게>_<
위에 저 새까맣고 투박한 손이 저입니다... 어쩌다보니 이날부터 요리사가 되었네요;;;;;
저녁엔 남은 빵 등으로 간단히 안주를 만들어 맥주로 피로를 풀었답니다^^
사진을 올리려다보니 저 당시 같이 걸었던 친구에게 받은 사진이 조금 있어서 같이 올립니다.
그래서 몇몇 사진은 평소 제가 올리던 허접 사진과 달리 화질이 좋을 거에요^^;;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포장길을 계속 걷는 건 확실히 힘드네요.
군필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물론 군대와 무관하게 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쿠션 없는 포장길이란.....ㅉ
아무튼 내일을 위해 이른 잠자리에 듭니다.
부엔 카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