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망상의 둥지 0010- 그 곳의 안쪽(1)

NEOKIDS 작성일 06.09.12 04: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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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괴한 망상의 둥지 0010-그 곳의 안쪽





그 녀석이 그 물건을 주워온 것은 그 녀석이 사라지기 한 보름 전쯤이었다. 그 계속 바라보고 있기도 민망한 물건을 그 녀석은 재밌다고 내가 보는 앞에서 가지고 놀고 있던 것이었다. 찔러보기도 하고, 마치 여자와 그것을 할 때처럼 세게 만지면서 지 혼자서 신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그래, 끓어넘치는 고등학생 때의 그런 혈기와 장난기. 그런걸 아무리 고려해 준다고 하더라도 이놈은 못말리는 놈이다 싶었다. 이런 자식이 내 친구라니. 킥킥.

그 녀석은 주워온 처음부터 나에게만 그것을 보여주었다. 하긴, 그런 취미는 많이 나누기도 참 좋지 않다는 거, 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녀석은 나를 진정한 친구 정도로 착각했겠지만, 난 그 녀석의 그런 생각과는 틀렸다. 어차피 내 목적은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그 수많은 비디오들에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쳐다보기 민망하다고 좀 전에 말했을 것이다. 왜 쳐다보기도 민망하느냐. 그건 우리가 서로 돌려보던 비디오 속의 여자의 아랫도리, 그 중에서도 우리가 오매불망 바라는 그 뜨뜻미지근할 것 같은 그 성기의 겉모습과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 녀석이 처음엔 그걸 세로가 아닌 가로로 놓고 보여줘서 나는 전혀 다른, 무슨 입술 같이 생긴 검은 고무덩어리가 여기 놓여있는가 했다. 나중에 그걸 제대로 보여줬을 때 나는 경악 반 즐거움 반으로 그 물건을 대했다. 그리고 나도 며칠은 재밌어 했다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왜 그런 음란비디오들도 그렇잖은가.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인간으로서 할 짓 못할 짓 다 하는 걸 보는 지경까지 가도 지루해지기까지 하는 그런 지경. 그런 식으로 그 물건에 대한 내 관심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나는 무슨 성인용 자위기구나 뭐 그런 것 쯤이겠거니 하고 관심을 끊었고, 녀석도 그걸 내게 그 이후론 더 이상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그 물건을 주워 가지고 논 지 정확히 보름 만에, 녀석은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것도 학교에서. 처음에는 땡땡이를 친 줄 알고 방과후에 담임이 집에 전화를 했지만, 집에서는 그 녀석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흘 정도가 지났다. 가출이라고 생각도 했겠지만 그래도 학교에 멀쩡히 갔던 녀석이 느닷없이 가출이라는 모양새도 이상해서 그 녀석의 가족들도 경찰서에 연락한 상태.

선생님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은 솔직히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녀석의 행방불명을 슬퍼해서가 아니다.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는 아직 못 본 것이 많았다. 그게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정말 해괴한 것에 대한 취미가 제대로 박힌 놈이라서 아직 이용가치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다니. 그리고 그렇게 또 이틀이 지나가 기말고사가 시작되었다. 그 때까지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 녀석이 내게 전해주려고 뭔가 끄적여 책상 속에 놨다는 걸.

시험 1일 째.
기말고사를 보게 될 때였다. 책상 속에서도 물건이 아무것도 없게 하라는 선생님의 지시가 있기 전에 그런 부산스러움은 떨쳐버리고 조용히 시험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책상을 뒤집어엎고 있었다. 그런데 책의 갈피에 고이 접은 쪽지가 비죽이 튀어나왔다. 책상의 어딘가 틈새에 끼어 있다가 책장 사이에 집혀 나온 것 같았다. 책상 속을 주의 깊게 보지 않는 편이라 그 때까지 그게 있는지도 몰랐다. 펼쳐보니 무슨 그림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그건 일종의 약도 같기도 했다. 가만 보니 그 곳은 우리 교실이 있는 층의 남자화장실 평면도였다. 그리고 그 녀석은 밑에 이렇게 휘갈겨 놓았다.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날 거야.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있다는 걸 알았어. 여긴 정말 매일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던 그런 재미있는 사건들이나 풍경들보다 더 좋은 게 있는 세계인 것 같아. 진짜 친구인 너한테만 알려준다. 여기 가면 내가 숨겨둔 물건이 있어. 이걸 잘 살펴봐. 그럼 알게 될 거야.
석진이로부터, 진정한 친구인 유준이에게.‘

그 쪽지를 시험시작을 하기까지 한참 펼쳐보고 있으면서, 이걸 선생님께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 없어지기 전까지의 표정이 매일 이상했다. 눈 밑에 검은 기운이 끼어서는 늘 졸린 듯 했고, 사교성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아이들이랑 농담도 하고 그런 녀석이었는데 늘 조용하고 말이 없었다. 게다가 그 눈의 느낌이란 게, 마치 뭔가를 하고 싶은데 못해서 안달이 나서 이 지겨운 시간을 참고 또 참는다는 식의 그런 느낌이었다. 특히 수업시간에만. 그리고 그 녀석이 가장 자주 갔던 곳은.....그래. 남자화장실이었지.

이제야 조금 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녀석은 거기 있는 어떤 물건 때문에 사라진 것이 분명했다. 그게 도대체 무엇이길래. 내 호기심은 순식간에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위험 같은 따위의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나는 그런 야동에 찌든 찌질이랑 체질 자체가 다르다고 늘 자부해 오던 터. 녀석이 위험한 수준까지 이르렀다면 나는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을 테고, 녀석이 어디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자극은 마다하지 않는 성격. 네 놈이 무얼 보고 어디로 간 건지는 내가 확인해주마. 뭐 여차하면 널 끌고 와서 영웅이 되는 것도 괜찮을 테고.

이런 심산으로 나는 조심스레 그 쪽지를 고이 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들끓는 호기심은 지금 당장 해결하기 보다는 시험을 치고 나서 푸는 편이 나을 듯 했다. 그리고 시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거의 내신 때문에 선생들이 여기서 나온다 저기서 나온다 힌트를 많이 준 시험 따위는 우습게 볼 수 있잖은가. 내가 좀 잘난 놈이긴 하다. 그렇게 시험 1교시를 끝내고 나는 남자화장실로 직행했다. 큰 볼일을 보는 척 하다가, 애들이 다 나간 것을 확인하고 나는 조심스레 쪽지의 그 위치를 살펴보기 위해 움직였다.

녀석은 꽤나 꼼꼼했다. 녀석은 천장을 뜯고 그 위의 공간에 그것을 숨겨두었던 것이었다. 천장에 대는 아이솔은 이미 눈 여겨 본다고 해도 쉽게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나사가 잘 뜯겨져 있었다. 그걸 뜯고 변기를 밟고 올라서서 그 어둑한 공간에 눈을 익숙하게 만든 다음에야, 나는 그 공간이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꽤 큰 공간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다. 이렇게 넓은 공간까지는 만들 필요가 없었을 테지만, 하여간 우리 학교는 돈에 관한 한 모자란 것이 없는 사립학교였으니까. 오죽하면 학생회장과 간부들 몇몇 부모들만 기부 제대로 해도 학교 하나는 더 지을 수 있겠다는 곳일까.

하여간, 그 녀석이 가르쳐준 위치는 내가 천장을 뜯은 곳에서 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녀석이 거기에 무얼 남겨놓았는지 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좀 전부터 다시 시험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있었다. 맘이 급해져서 이리 저리 내두른 손에 무언가가 걸려서 저만치 밀려나는 듯 했다. 잘 보이지 않으니 더 짜증이 나서 한 번에 점프를 해서 되는대로 그 물건을 잡아끌었다. 시험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끊어졌다. 이제 급하게 교실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손에 잡은 물건을 끌어내려서 교복 팔 언저리에 딸려온 시멘트의 먼지를 툭툭 털고 나서야 내 손에 잡은 물건을 자세히 보았을 때, 나는 그 녀석의 쪽지가 안겨준 호기심이 딱 그 양만큼 순식간에 짜증과 분노로 변하는 것을 느껴야 했다. 그건 녀석이 보름 전에 가지고 놀던 바로 그 성인용 자위기구, 검은 색의 성기모양 물건이었다. 그걸 되는대로 주머니에 그냥 쑤셔 박고서 화장실문을 박차고 나가 교실까지 달리면서,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 화를 참으면서 시험을 보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시험까지 망칠 지경이었다.

잠시 진정을 하고 나서, 그렇게 하루 시험을 마무리하고 나서야, 나는 도대체 왜, 이 녀석은 이딴 물건을 이런 쪽지까지 써가면서 나한테 남겨놓아야 했는지 궁금해졌다. 교복의 양복 주머니 안에서 그 거무튀튀한 물건을 다시 꺼내면서, 나는 그것을 다시 바라보았다. 전에 보았을 때랑 별 다른 것도 없었다. 그냥 검고 여자의 그것처럼 생긴 물건. 그것뿐이었다. 그것도 그 입구가 막혀서 자위행위 할 때도 쓸 수 없는 그런 물건. 대체 이걸 왜 나에게 남긴 것일까.

궁금함에 나는 계속 길을 걸으면서 그 물건에 덮힌 먼지를 슬쩍 닦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분명히 겉에 있는 먼지를 살짝 닦아낸 것뿐인데, 그것도 외음부처럼 보이는 쪽을 살짝 닦아낸 것뿐인데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려 내 손에 묻은 것이다. 너무 놀라 하마터면 그 물건을 떨어뜨리기까지 할 뻔 했다.
“이 물건....대체 뭐야?”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았다. 액체는 잠깐 나왔을 뿐 더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지 못하도록 잠시 외진 골목 쪽으로 돌아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그 물건에서 나온 액체를 손에 묻혀 손가락을 벌려보았다. 실처럼 늘어지면서 끈적하고 색이 하얀 것이 진짜 비디오에서 자주 본, 여자의 거기에서 나오던 애액 같았다. 분명히 내가 자위행위를 할 때의 정액과는 틀렸다.
“도대체....이건 뭐에 쓰는 물건이야?”

분명히 이것을 내가 문질렀을 때는 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왜 그렇게 장난삼아서 문질렀을 때는 왜 아무런 반응도 없었던 것일까. 문득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지금, 이 골목에는 나 혼자인 것이고, 아까 전에 걷고 있을 때도 나는 혼자였다. 이 물건은 나 혼자서 대면하고 있을 때만 반응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용기를 내서 조금 더 문질러보았다. 이번엔 아까보다 더 조심스럽게, 그리고도 세게 문질러 보았다. 그러자 질구 같이 생긴 가운데의 어느 곳인가가 조금 열리기 시작했다. 액체도 물론 흘러나왔다. 나는 아주 조그맣게 열린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뭔가 빛도 보이는 것 같고 어슴푸레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나마도 마저 보이지 않았다. 그 물건의 평평한 뒤를 돌려보았을 때, 그 뒤는 열리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호기심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발견한 게 이거구나. 나는 그것을 고이고이 주머니 속에 챙겨 넣었다. 종이가 있었다면 싸서 넣고 싶을 정도였지만, 애석하게도 종이는 없었다. 요 재미있는 것을 혼자서 즐겼다는 거지. 나쁜 녀석.

그렇게 그 물건에 호기심이 일어서 가지고 와서 책상 서랍, 내가 놔두는 비밀의 공간에 놔두기는 했지만, 앞으로 남은 시험이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했다. 나는 책을 펼치고 공부를 했다. 나는 그 녀석과는 체질 자체가 틀리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런 호기심이 일어나는 것이 있어도 공부가 먼저다. 그렇게 굳은 마음을 먹으면서 책을 펼친 게 단 5분. 자꾸 그 물건의 반응이 머리에 떠올라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 여러모로 나쁜 녀석. 나는 그것을 조심스레 다시 꺼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다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까 전과는 달리 또다시 반응이 없는 거무튀튀한 고무재질의 상태였다. 이게 왜 이러나 싶어 마구 문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잠시 그걸 내려놓고 이유가 뭘까 고민하는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다. 놀란 나는 그 물건을 책 밑으로 집어넣고 공부를 하는 척 했다.
“아유, 우리 아들 또 이번에도 전교 일등 하겠네!! 쉬엄쉬엄 해!”
어머니가 과일을 깎아서 들어온 것이었다. 제멋대로 뛰는 심장이 차츰 잦아드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어머니께 화를 냈다.
“아, 노크도 몰라? 놀랬잖아!”
“어머어머, 얘가 하는 짓 좀 봐. 엄마가 생각해서 과일 깎아주면 고맙다는 척이라도 해야지. 그러고 보니 얼굴색도 이상하고. 너 몸이 안 좋니?”
여기서 포커페이스가 무너지면 이걸 들킨다. 나는 얼굴을 최대한 자연스런 표정으로 처리했다.
“그게 아니라, 집중하고 있는데 그러면 놀래잖아요.”
그리고 과일을 하나 집어서 먹어주는 연기까지. 이 정도면 완벽하지. 빨리 나가시길.
“웅, 쩝, 맛있네. 잘 먹을게요.”
“그래야지. 그럼 공부 계속하고, 힘들면 잠깐 쉬면서 해라?”
“네.”

어머니가 나가면서 문을 닫고 난 뒤, 난 한숨을 몰아쉬면서 다시 책을 들어 그 놈을 책 위에 올렸다.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다. 한동안 고민을 했다. 맨 처음 만졌을 때와 두 번째 만졌을 때, 그리고 지금 만졌을 때의 차이는 뭔지를 계속 떠올리려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머릿속에 스쳐가는 게 있었다. 그 때의 나는 집중도도 그것을 만지는 방법도 다 틀렸다.
“예컨대....진짜 여자처럼 대해줘야 한다는 거지......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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