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곳에...]-3

삐리리리리리 작성일 06.12.20 17: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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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늘 맑고 화창한 날씨가 펼쳐지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선생님은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은 열심히 떠들거나 다른 일에 열중 하였다.

과제가 많은 날이면, 더더욱 밀린 숙제를 하려는 학생들로 정신없는 하루의 반복이었다.

늘 있는 일이지만,

역시 미리 해 놓은 모범 답안(준비가 철저한 학생들이 미리 준비 해 놓은 숙제들)은 우리에게 더 없는 해답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분명 그날따라 숙제도 많고 할 일도 많았던 것 같다.

미리 해온 숙제들은 차례로 하나둘 책상위에 올려놓았고, 베껴 쓰느라 팔이 지칠 대로 지친 손목을 붙잡고 잠시 쉼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날따라 어깨가 굳은 것처럼 뻐근한 것은 사실 이었다.

잠시 어깨도 풀 겸, 기지개를 펴려는 순간 반에서 말썽을 자주 피우는 친구 하나가 나를 향해 눈을 주시 했다.

이미 선생님은 학생들의 난장판을 못 이기셨는지 자리를 떠난 상태였다.

물론 자리에 앉아 있는 나는 그들의 행동에 뭔가가 이상하다는 낌새는 차렸지만,

다른 것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용서가 안 되었는지, 그중에 가장 악덕하기로 소문난(그래봤자, 초등생이지만) 철봉이가 다가와서 시비를 거는 듯하였다.

이미 알겠지만, 초등학생이라 해서 욕을 자유롭게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더욱 발전하는 곳이 초등학교였다.

“ 야! 너 가 하고 있는 숙제 줘봐!”

“ 응? 나 아직 다 못 했는데.”

“ 이, x발, 어서 줘봐, 누가 몰라?”

용기가 나질 않았다.

무서움이 앞을 가렸지만, 더 이상 말을 내 뱉었다가는 더 큰일을 치러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 알았어. 하지만 보고 돌려줘~”

“야, 이거 내가 검사 받을 테니깐, 너는 다시 해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부터 하더라도 밀린 숙제는 끝날 때까지 체우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내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저 수그리고 조용히 그들의 요구에 따를 뿐이었다.

“ 그.. 그래.. 나, 그냥 다시 하면 되지 뭐.”

“ 짜식, 그럴 줄 알았어. 열심히 해~!

야! 그리고 글씨가 이게 뭐냐, 에고 그래 놓고 이게 무슨 숙제라고.”

“ 미.. 미안해! 글씨가 보이면 됐지 뭐.”

“ 미친놈, 니가 봐도 이게 글씨냐?

아버지도 없는 새끼가 학교는 무슨... 크크크 ”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숙제와 아버지가 무슨 관계란 말인가!

잘못되어도 너무나도 잘못된 사고방식이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그 자세는 언제라도 맞 부딪칠 자세였던 것이다.

“ 어쭈, 이 새끼가 노려보네. 어쩔 건데, 이 xx야!”

참을 수 없었던 나로서는 먼저 손이 날아가고야 말았다.

이미 이성을 잃었던 것처럼 그 뒤에 생각은 이어지질 않았다.

교실은 이미 난장판이 되었고, 떠나갈듯 한 함성은 나로 하여금 주인공을 연상케 하였다.

하지만 제정신을 차리고서야 내 얼굴에는 피 범벅이 되어 누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것은 모르지만, 아마 그 녀석도 누워있을 것으로 생각 했다.

반면에 친구들은 나를 더 걱정해 주는 눈치였지만, 내게 지금 필요 한 것은 한시라도,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놓아야했다.

담임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는 물론이고 우리 어머니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었다.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리를 정돈하려 했을 때 이미 선생님은 문밖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냉엄한 목소리를 문을 박차고 소리 지르셨다.

“ 이게 모하는 짓거리야~!!”

“ 누구야! 누가 이렇게 만들어놨어!

어! 빨리 안 나와?”

그제 서야 모든 것의 결말이라도 난 듯 순식간에 책상과 의자는 정돈 되었고 모두들 응원하던 분위기에서 수업의 분위기로 자리정돈 하고 있었다.

“ 싸 운 놈들이 너희 둘이야?”

그저 아무 말 없이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하였다.

역시 죄 지은 사람들의 양심은 그렇게 작동하는 것 같다.

“ 너희 둘, 지금 당장 교무실로 따라와! 알겠어!

이것들이 아주 미쳤구먼, 미쳤어!”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선생님의 뒤를 졸졸 따라갈 뿐이었다.

나와 다투었던 그 녀석은 뭔가 앙심이 있는 듯 아직도, 화를 식히지 못하였다.

아마도 자기보다 서열이 낮은 놈한테 맞은 것이 억울했나 보다.

‘그러게 왜 아버지를 들먹여 가지고’

속으로 생각하였지만, 그 생각이 전달되리라는 것은 만무하였다.

오히려 그의 생각은 억울함뿐인 것으로 가득 차 보였다.

선생님은 둘이 무엇을 잘 못하였는지, 또 학생들끼리 싸울 수도 있지만, 교실에서 어떠한 폭력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하고도 호소력 있는 말들이었다.

비교적 선생님은 용서 하려는 태도를 보이셔서 무사히 넘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게 되었다.

그 녀석도 이해가 간 것처럼, 서로 한번 씩 쳐다보았지만, 악수를 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그 녀석은 여러 번 고개를 갸웃 거리곤 하였다.

선생님의 여러 번의 권유로 어색한 악수로 결말을 맺게 되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악 순환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날로 그 녀석과 원수가 되었고, 매번 마주칠 때마다 시비를 붙이곤 하였다.

그때마다 순발력으로 피해 다니긴 하였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듯 했다.

그 날 이후로 소문이 그 녀석이 어떤 싸움도 못하는 녀석한테 얻어맞았다느니, 그 녀석이 원래 싸움을 못하는데 괜히 폼만 잡고 다닌 다느니, 이상한 헛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그것이 그 녀석을 계속해서 괴롭히는 듯하였다.

나 또한 그러한 소문이 불쾌 했지만, 어떻게 막아 볼 수도 헛소문을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한 녀석으로 인해 나로 인한 학교생활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하수도에서 흘러나오는 구정물과도 같았다.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조정하겠냐마는, 어떻게든 이 난관을 극복하지 않으면 난 이대로 구정물 같은 학교생활에 충실해야 했던 것이다.

‘분명,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혼자서 중얼 거리듯 생각 하고 있을 때 쯤, 갑자기 형이 생각이 났다.

‘맞아, 그래도 우리 형은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거야,

이에는 이, 힘에는 힘! 그게 정답일 수지도 모르겠다.’

순간 무엇이라도 해답을 찾은 양,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향하였다.

교문 밖을 향하였을 때는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고, 학생들은 이미 집을 향해 들어 가 있는 상태였다.
학교의 수업은 아까 전부터 종료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왠 낯선 친구들이 교문 앞에 뚝 하니 서 있었던 것이었다. 아 뿔 사! 나와 다투었던 사악한 녀석이었다.

‘ 왜 저렇게 교문 앞에 서 있는 거지?

그냥 뛰쳐나갈까?

아니면 다시 학교로 돌아갈까?’

수만 가지의 생각이 교차 하면서, 어떻게든 상황을 역전 시켜 보려 하였다.

하지만 내 발걸음은 오늘따라 빨라 보였다.

아무리 천천히 걷는다 하여도 교문이 너무나도 빠르게 눈앞에 다가 오기 때문이었다.

가슴이 조마조마 하였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고, 바로 앞에 있을 일들이 너무나도 두려웠던 것이었다.

마치 하늘에서 검은 눈동자가 나를 째려보는 듯 무서운 압박감을 더해 주고 있었다.

마침 녀석 중에 한명이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저 녀석이야?

저 녀석이랑 너랑 싸워서 얻어 터 진거야?

참 나 어의가 없어서.”

아무리 보아도 초등학생처럼 보이진 않았다.

얼핏 보아도 중학생이거나 고등학생임에 틀림 없었다.

“ x신!, 야 저xx 하나 때문에 우리를 부른 거야?”

“ 형, 그게 아니라, 저 녀석이, 형들을 얼마나 무시 했는데!

내가 아는 형이 있다고 했더니 한번 대려와 보라는 거야!”

“ 참나 어의가 없어서, 야 x신아! 앞으로 이런 일로 부르면 넌 죽어. 알았어?”

아마도 그 녀석은 자신의 입에 바른 말로 형들을 부려먹을 노릇이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 하니 참으로 야비하기 그지없는 놈이었다.

왜 하필 일대일로 싸워 놓고 다른 놈들을 끌어 오냐.

참으로 그 녀석은 야비하고, 더러운 놈에 틀림없었다.

“야, 꼬마! 이리로 와봐!”

“ 네? 저요?”

“ 여기 너밖에 더 있냐? 이리 안와? 이 xxxx야 ”

“ 왜.. 왜요.. ”

“ 왜요? 왜요? 너 죽고 싶냐? ”

“ 이 새끼가, 안되겠다. 끌고 와.”

순간 주먹으로 배를 얻어맞은 나로서는 도저히 반항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멱살을 쥐어 잡힌 채로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 보였지만, 그 끝이 우리 집 골목길이었다는 것을 도착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

“ 다시 한 번 말해봐! 왜요?

너 가 지금 반항 하냐?”

“ 아.. 아니요. 그냥, 저기 죄송해요. ”

“ 뭐? 죄송? 죄송할 것 같았으면, 싸움도 일어나질 않아!”

완전히 앞뒤 맞지 않는 조폭과도 같았다.

말을 이으려는 것은 그저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이 자리를 모면 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하지만 그 옆에서 히쭉 거리며 쳐다보고 있는 야비한 그 녀석은 용서할 수가 없었다.

정말 내 손에 칼이 쥐어져 있다면 그 녀석을 갈기 갈기 찌져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손은 이미 피로 범벅이 되었고, 또 한 번에 이뤄진 사고는 앞으로의 일을 도저히 예측 할 수 없었다.

한참을 주먹에 힘에 못 이겨 가며 맞고 있을 때쯤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 겨.. 겨.. 경진아! ”

우리 형이었다.

바보들, 여기가 우리 집 골목길이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우리 형이 얼마나 싸움을 잘 하는지 정말 모를 노릇이었다.

예상외로 나는 그때 웃음을 보였고, 형이 와서 모든 것이 해결 된 듯 승리의 주먹을 꼬옥 쥐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형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빗나갔다.

오히려 형은 그 자리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되질 않았고, 형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달려들고 있었다.

그 녀석들은 귀찮은 상대를 만났다는 눈치였고, 하는 수 없이 뒤 따른 무리마저 형과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쉴 새 없이 퍼부은 주먹질에 당해 내지 못한 형은 가슴 아프게도 그 자리를 눕게 되고 뒤 늦게 깨닫게 된 이 사실을 인정하며 무릎을 꿇게 되었다.

“ 하! 참, 형이구먼, 다음부터 우리 마주치면 이런 꼴 당하게 될 줄 알아! 알았어?”

할 말을 다 한 듯, 삭막한 분위기는 벗어나고, 그들은 승리를 확신하며 뒤를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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