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오브 더 태권V-1권(2)

NEOKIDS 작성일 07.02.08 05:02:22
댓글 0조회 732추천 1

117087873639738.jpg

 

 

 

“김 소장님. 말씀하셨던 HAL의 청소는 다 끝났습니다.”

 

“그래, 메모리들은 메모리 보관소에 챙겨놓게.”

 

“그런데, 소장님....”

 

연구원, 장석철이 나가려다가 김훈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이 중에는 태권브이가 만들어질 당시 있던 메모리도 있습니다. 어쩌면 여기에 태권브이의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요?”

 

“아니, 그럴 염려는 없다고 보네.”

 

김훈은 마지막으로 세미나 보고서를 눈으로 검토하면서 말했다.

 

“HAL은 단지 보안과 통제시스템일 뿐이야. 아버지가 거기에 뭘 어떻게 했을 리는 없어.”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HAL은 너무 덩치가 크지 않습니까.”

 

“그건 과거의 기술 때문에 메모리를 수시증설해서 그렇게 된 이유도 있고, 폐기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쓰게 된 이유들도 있어서 일거야. HAL도 사실은 새롭게 교체를 해야 하는데....그놈의 예산이란 게 쉽게 나와야지 말이지. 투자자도 구해야 하고 연구과제도 따내야 하고.....”

 

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모든 것은 돈과 힘이 없으면 돌아가질 않았다.

그걸 끌어오려면 그만큼 연구와는 상관도 없는 짓거리들을 해야 한다. 예전, 아버지의 상황이 어땠었는지 훈은 이제야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 없이 태권도만 연마하고 있을 때의 좋은 시절 따윈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일단은 메모리 보관소에 적재해놓게. 아마도 과거 태권브이의 동영상 정도는 나올 수도 있겠지. 그것도 그다지 화질이 좋진 않겠지만, 아마도 실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게 해줄 거야. 나중에 내가 챙겨보도록 하지. 가장 앞에 놓도록 하게.”

 

김 훈의 말에 장석철은 고개를 꾸벅이고는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김 훈은 장석철이 나가는 걸 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내가 오늘 뭔가를 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그러니까, 내가 과학상을 탔다니까?”

 

“에이, 거짓말.”

 

“거짓말 아니래도, 자, 봐.”

 

“못 믿겠는데? 어머니나 아버지가 도와주신 거 아냐?”

 

“아냐!”

 

민이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어머니랑 아버지는 자기들 일만으로도 바빠서 내 졸업식 같은 건.....”

 

민이가 지르는 소리의 파장과 맥동 상태 등으로 ‘그 애’는 민이가 기분이 급격히 우울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기분 좋지 않은 이야기까지 유도했다는 생각에 ‘그 애’ 역시 풀죽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미안, 사실 기분나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괜찮아. 하루 이틀도 아닌데 뭐. 내 생일 잊는 건 그렇다치고, 나도 이젠 진절머리가 나. 그것보다도, 너, 정말 하늘을 날 수 있어?”

 

“그럼. 깡통과 그의 조수들이 늘 신경써준 덕분이지. 하지만, 지금은 날 수 없어. 내가 날면, 지금 당장은 큰일이 나거든. 그래서 아직은 안 돼.”

 

“아쉬운 걸. 하지만 꼭 네가 날게 되면, 날 태워줘야 해.”

 

“그래.”

 

“약속했다!”

 

민이는 좋아서 깡충깡충 제자리 뛰기를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해도, 아직 아이의 티는 벗을 수가 없었다. 그런 민이를 보면서, ‘그 애’도 흐뭇했다.

하지만 ‘그 애’ 자신도 당장은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언제쯤 하늘을 날아보게 될지. 언제쯤 사람들의 앞에 나설 수 있을지. 아마도, 자신이 나서면, 엄청난 일들과 수많은 상황의 소용돌이들이 벌어질 것이란 예측까지는 ‘그 애’도 할 수 있었다. 

 

또한, 자신과 함께 있던 김 훈조차도,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 할 때가 온다면, 그건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에 있어 최고의 파트너로 삼고 싶은 건 민이였으니까.

 

“민아, 졸업한 기념으로, 내가 상을 하나 줄게.”

 

“응?”

 

“내 머릿속을 보여줄게.”

 

“뭐? 하지만 그건 늘 안 된다고 했던 거잖아. 괜찮겠어?”

 

“까짓거. 기분이다.”

 

“정말이지?”

 

“그래. 깡통. 민이를 좀 데리고 올라와줘.”

 

옆에 마련된 크레인처럼 생긴 승강기가 민이의 앞으로 내려왔다. 깡통이 조종하고 있는 것이었다. 민이는 그 승강기를 타고 올라갔다. 거의 건물의 몇십층 높이를 가는 것 같더니 승강기는 ‘그 애’의 머리께에서 멈추었다. ‘그 애’의 머리가 천천히 열리고, 민이는 천천히 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이 닫히고 어둡기만한 실내에서 인체공학적이면서도 날렵하게 생긴 의자의 주위에 불이 켜져 있었다.

민이는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민이 앞으로 디스플레이와 다양한 계기의 불빛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민이는 ‘그 애’의 배려에 기쁜 표정으로 그 불빛의 향연들을 바라보았다.

 


 

NEOKIDS의 최근 게시물

짱공일기장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