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오브 더 태권V-1권(4)

NEOKIDS 작성일 07.02.14 04: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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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지는 확인 되었나?”

 

“예! 태평양 중심부 쪽입니다. 정확한 위치는 하와이 남서쪽 부근입니다.”

 

“다른 연구소와의 연락은!”

 

“카부토 코우지 박사님에게 일차로 연락이 왔고, 그 외 일본의 다수 연구소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 내에서도 몇 군데 연락이 오기는 했습니다만,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바보 같은 놈들.”

 

김훈은 자신의 앞에 놓인 책상을 내리쳤다. 그 바람에 많은 서류가 떨어져 나가 흩어졌다. 전지구적인 사태가 벌어졌는데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정보를 내놓지 않겠다니.

분명 지질학적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장, 수많은 펄스들의 영향으로도 다양한 문제들이 벌어졌을 텐데 그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공유해주는 것만 받아들이다가 자신들의 특이한 보고서를 자랑스럽게 내놓을 그런 속셈이 읽혀지는 게 김 훈으로서는 끔찍이도 혐오스러웠던 것이다.

 

“어쨌든, 우리도 나사와 정보회선을 열어놓고, 계속 위성통신을 유지하도록! 그리고 로봇들의 준비는 어찌되었나?”

 

“슈퍼태권브이와 84태권브이가 준비 중입니다.”

 

“그래, 어쩔 수 없이 그것만이라도 기동해야 겠군.....그 곳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많이 늦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연구용으로 해체해 놓았던 부품들이 아직 다 조립되지 않아서.....”

 

“여차하면 자븡글 팀과 다이아트론 팀에 연락해서라도 빨리 조립을 해놓도록 해!”

 

김훈은 또 한 번 책상을 치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 두 팀은 태권브이가 소실되고 김박사가 죽은 이후 남은 껍데기 박사들이 김박사의 이름만 걸고 기본 설계는 거의 일본의 기술팀에 의뢰해서 만들어낸 이름뿐인 태권브이였던 것이다.

 

그 지독한 예가 슈퍼태권브이였다. 그것은 머리만 태권브이의 모양으로 교체했을 뿐, 내부의 수많은 기술은 지금엔 이미 일본에서도 낙후된 기술인 로봇 자븡글의 설계와 외형을 그대로 따랐던 것이다.

 

그런 껍데기들만 남겨놓고 그 시대의 로봇과학자들은 모두 권력의 단물만 먹다가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의 연구는 그런 거라도 뜯어보는 것이나마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대가 바뀐 지금에 지구평화 따위는 물론이고 돈도 되지 않는 슈퍼로봇을 만들 시기는 아니라는 한국정부 관료들의 멍청한 사고방식도 김훈의 속을 타게 만들었다. 

카프 박사와 헬 박사를 위시해서 그 수많은 변란이 있었던 시기를 이제는 깡그리 잊었다는 듯한 그 사고방식들.

 

“이런 식이 되어서는 안되는데.....이런 식이 되어서는....”

 

김 훈의 탄식이 나직이 쏟아졌다.

 

 

 

“철수준비는 다 된 건가?”

 

백발이 바람에 멋들어지게 휘날리고 있는 양복차림의 한 사람이 검은 머리와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에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대답했다.

 

“30여분 정도만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드레드님.”

 

“로봇공학자들이나 지구방위를 한답시고 설치는 사람들이 오기 전에 여길 떠나야만 해. 시간이 촉박한 걸 알기는 아는 건지.”

 

말로는 굉장히 급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그 사람의 태도에는 여유가 넘쳤다. 그는 자신이 서 있는 배가 인양하고 있는 거대한 로봇의 기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거대하고 날카로운 면모가 돋보이는 로봇이었다. 흡사 일본에서 레이버 사고를 일으킨 그리폰을 연상케 했지만, 그리폰과는 구동방식도 스펙도 모두 현저하게 다른 것이었다. 오히려 그리폰보다 훨씬 악마적인 페이스와 몸체. 그것들이 햇빛을 받아 바닷물의 반사광을 번쩍이고 있었다. 드레드는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그것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드레드에게 옆에서 대답한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그런데....드레드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뭐가 말인가?”

 

“왜 하필 거대로봇입니까? 지금은 일본의 패트레이버 시리즈를 비롯해서 기술적으로 호환이 가능한 로봇들만을 개발하는 시기입니다. 이걸 팔려고 한다면 이런 기술을 구입할 만한 나라는 그리 흔하지 않을 텐데요.”

 

“이건 파는 게 아니야.”

 

“네?”

 

“말 그대로야. 파는 게 아니라고.”

 

드레드라 불린 백발의 중년남자는 바람에 뒤엉킨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겼다.

 

“그 전에 이렇게 생각해보자고. 우리 드레드 코퍼레이션은 다국적 기업이야. 다국적 기업은 열심히 법을 지켜서 일하는 것 이외의 또 다른 이윤창출의 영역이 있지. 그게 뭔지는 자네도 알 텐데.”

 

“그렇다면.....”

 

“그래. 바로 그거야. 주식시장, 펀드, 국채 등등의 돈놀이 시장.”

 

드레드는 몸을 돌려 배 안의 선실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말을 이었다.

 

“내 아버님이 아주 예전에 헬박사에게 주문했던 건 그런 돈놀이 시장에서 치명적인 손실과 이득의 극대화를 조정할 수 있는 불안의 조장이었고, 우리는 그에게 충분한 자금과 힘을 대주었네. 하지만 마징가 시리즈를 비롯해서 오만가지 걸림돌들이 생긴데다가 미케네 제국 같은 변수들까지 나타났네. 조금 힘들긴 했어도, 우리 드레드 기업은 그 시절엔 언제나 최고의 호황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재미를 볼 상황이 많이 사라진 거지. 그러나 내 관점에서는 이 위기가 바로 최고의 기회지.”

 

드레드와 검은 양복의 남자는 선실로 들어가서 자신의 노트북에 스위치를 넣고는 선실 안에 마련된 작은 바의 문을 열었다. 비싼 양주들이 즐비한 가운데서 그는 브랜디를 하나 꺼내어 두 개의 잔에 따랐다. 갈색의 액체가 잔에 반쯤 차면서 백발의 모습을 일렁이게 비추고 있었다.

 

“가장 히트를 쳤던 건 BF단에 대한 지원이었지만, 그것도 자이언트 로보 때문에 얼마 못가 망해버리긴 했지. 그리고 정확히 그 자이언트 로보를 기점으로 거대로봇시대는 막을 내리기 시작했네. 그 때로부터 거의 10년이 흘렀어.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나?”

 

“그럼....”

 

“그래, 이제야 좀 머리가 돌기 시작하는가 보군. 아돌프.”

 

아돌프라 불린 남자의 손이 드레드가 건네주는 술잔을 받아들었다.

 

“이제 우리가 거대로봇을 만들어 휘젓고 다녀도 아무도 건드릴 사람이 없다는 거지. 거대로봇들은 자취를 감췄고, 레이버 시리즈 같은 것들만 남아있어. 물론 아직도 기동을 하고 있는 로봇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연구의 차원에서 남아있는 낡아빠진 것뿐이야. 아무것도 개선된 것이 없고, 그런 연구실적의 정보들은 우리 쪽으로도 공유되고 있지. 사실 그 연구를 뒤에서 조종한 건 우리들이니까. 그 놈들이 들이닥쳐도 이젠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지.”

 

드레드는 브랜디를 단번에 들이켰다. 강한 느낌이 드레드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우리는 아직도 강한 재력을 유지하고 있지. 마이크로소프트 따위나 미국의 방위산업체들 따위는 단번에 사버릴 수 있는. 하지만 향후 10년간 우리의 재정은 큰 적자를 볼 거라는 슈퍼컴퓨터의 예측이 있었어. 수많은 변수들을 모두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말일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회를 잡아야지.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야기해준 이것들은 모두 사업상 기밀 사항이라네. 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자네도 잘 알리라 믿네.”

 

“알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드레드님.”

 

아돌프가 대답했다.

 

“제 목숨은 드레드님 것이니까요.”

 

“그 정신 잊지 말게. 항상 고맙네. 인양이 되는 대로 즉시 출발하라고 선장에게 전해주게.”


 

드레드가 다시 하얀 백발을 한 손으로 정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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