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사랑이야기-(2)

NEOKIDS 작성일 07.02.25 04: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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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는?”

 

“직격을 맞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자신들의 근처에 대공방어망이 있었다고는 생각 못했겠지요.”

 

 

비서의 말에 피어스 박사는 잠시 손가락을 맞대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고 있었다. 그렇게 쉽게 끝날 일 같지는 않았

 

다. 요근래 꽤 보안을 철저히 해온 상황인데, 헬기가 그 거리까지 근접해왔다는 건, 그것도 단 한 대가 거의 똑바로

 

이 쪽을 향해 날아왔다는 건 이미 이 쪽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뭔가 마무리가 확실히 지어지지

 

않은 듯한 그 찜찜함이 계속 피어스 박사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살아남은 놈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근처의 동작감지기 감시는 철저히 하도록.”

 

“알겠습니다, 피어스 박사님. 그것보다....”

 

“뭔가?”

 

“그 헬기가 다가오고 있었을 때, 실험체 1번에 강렬한 반응이 있었습니다.”

 

“뭐라고! 그 일을 왜 이제 보고하는 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힐책을 하듯 내쏘았지만, 비서는 피어스 박사의 그런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갑자기 비상이 걸린 관계여서 바로 보고를 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저 역시도 방금 보고 받은 대로 말씀드리

 

는 거구요. 아시잖습니까. 비상상황이 걸리면 연구원들의 행동에도 제약이 온다는 것을.”

 

피어스 박사는 머쓱한 얼굴로 다시 앉았다.

 

“그렇군. 반응기록은 남겨놓았겠지.”

 

“지금 문서화되고 있습니다. 10분 내에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부탁하네.”

 

 

비서가 방을 나가고 나서, 그는 긴장되었던 기분을 마저 떨쳐버리려 조그만 바에 설치된 술병의 마개를 열었다. 꿀렁

 

이는 소리와 함께 갈색 빛의 위스키가 얼음이 담긴 언더락 잔으로 흘러들었다. 박사는 그 잔을 손으로 한 번 흔들어

 

얼음들이 액체와 뒤섞이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예언은, 어떻게든 실현될 수밖에 없다는 건가.....”

 

 

피어스는 잔을 들고 멍하니 있다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다시 자리에 앉아 수화기를 들었다. 대강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는 알만 했다. 자신들의 일에 위협을 느끼는 모종의 정보국 같은. 정부의 소속. 그렇다면 일은 쉬워진다. 그 놈들의 윗

 

대가리에서부터 손을 쓰면 되는 일이니까.

 

이번에 헬기를 날린 상대가 누군지, 그리고 모종의 조치를 통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두려는 피어스

 

의 심산이 수화기의 수신음을 들으며 굳어져가고 있었다. 이쪽에는 뭐니뭐니해도, 그럴 수 있을 만한 명분이 그들보

 

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어스 박사도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그의 그런 조치가, 실험체에 정신을 빼앗겨 조치했어야 할 시

 

점을 훨씬 지나버린 후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은 늦어있었다. 론울프가 여기에 도착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때부터.

 

 

론울프는 눈을 서서히 떴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다수의 외치는 소리. 몇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위치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다. 개미가 기어갈만한 시간으로, 그는 누운 자세에서 손을 뻗어 판초우의 위를 살짝 제쳤다.

 

당장 보이는 것만으로도 얼굴에 론울프와 마찬가지의 전체 위장을 한 10명. 분대 급이다. 그 외에도 헬기 안에 한 두

 

명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놈들은 전소되어 아직도 살짝 연기를 뿜고 있는 헬기의 잔해들을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광경을

 

살펴보고 있는데 한 놈이 이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 그리고 바지의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론울프의 목이 조심

 

스럽게 움츠러들었다.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 소변의 지린내. 적의 병사 하나가 내뿜은 소변이 론울프의 얼굴 바로 옆에서 흘러내려와 론울

 

프의 뒷머리를 적시고 있었다. 다행히도 판초우의 쪽으로는 소변을 보지 않았다. 그랬다면 소변이 떨어지는 소리가

 

이상한 걸 느끼고 이쪽이 발각되었을 것이다. 론울프는 다시 느리게 손을 움직여 나이프의 손잡이를 잡았다.

 

 

론울프의 뒷머리를 소변으로 적셔주던 놈은 고통으로 생을 마감할 때도 소리 한 번 내지 못했다. 론울프가 뒷목 경추

 

근처에 나이프 손잡이를 대고 목을 뒤로 한 번 힘차게 비틀어 꺾은 결과였다. 론울프는 재빠르게 그 놈들의 사각에서

 

목이 부러진 놈의 옷을 벗겼다. 놈들의 주의가 헬기의 잔해에만 쏠려 있어서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군복을 다 입고

 

모자를 깊이 눌러쓰면서, 론울프는 자신이 죽인 인간에서 뺏은 것들을 살폈다.

 

 

M24수류탄이 2개, 실탄은 총에 채워진 30발들이 탄창까지 합해서 140발. 탄종은 5.56mm NATO탄, 무기는 M4a1 소

 

총. 그것들을 챙기고 자신의 군장은 잘 숨겨두고 나서야 론울프는 놈들이 헬기를 수색하는 쪽으로 다가갔다. 얼굴이

 

야 론울프도 위장을 하고 있으니 단번에 알아채기는 힘들다는 계산으로.

 

 

놈들은 여전히 헬기잔해 수색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의 뒤쪽, 잘 관심을 끌지 않을만한 장소에 멈춰서서-거리상으로

 

는 2-3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서-놈들의 면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대장급 쯤 되어 보이는 놈이 뭔

 

가 액정화면이 달린 기계를 들고 있다. 그 놈에겐 작은 형태의 위성수신 무전기와 함께 들고 있는 그 GPS같기도 한

 

그 물건을 분대장놈은 꽤나 주의 깊게 체크하면서 수색을 지휘하고 있었다.

 

 

놈들이 숯덩이가 된 조종사의 시체조각들을 가지고 와서 검게 타버린 옷가지에 뭔가 덜 탔으면서도 정보가 될 만한

 

것이 있을까 뒤적거리는 사이, 그리고 전부 거기에 정신이 팔려있어 사주경계가 소홀한 틈. 그들의 긴장이 풀린 그 타

 

이밍에 론울프는 분대장 곁으로 다가갔다. 분대장이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에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미처 다 돌릴 수

 

는 없었다. 싸늘한 나이프가 목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조용히.”

 

 

싸늘하지만 작은 목소리로 론울프는 분대장에게 경고했다. 울대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베어버릴 것 같은 압력을

 

칼 끝에 유지하면서 론울프는 조용히 분대장의 손에서 무전기와 GPS를 챙겨 자신의 군복에 매달았다.

 

 

곧이어, 그 분대장은 자신의 목 칼라 안에 뭔가 싸늘하고 둥글둥글한 것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전에 작

 

은 막대기가 빠지는 듯한 금속성의 마찰음이 들리는 것도 분명히 들었다. 분대장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등의 느낌으

 

로 무엇이 자신의 옷 안으로 들어온 것인지 깨달았던 것이다.

 

 

급한 와중에도 손을 뻗어 그것을 꺼내려는 분대장의 노력은 론울프가 그의 등을 발로 차버려 그의 몸이 앞으로 굴러

 

버리면서 허사가 되었다. 분대장은 쓰러진 후에도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옷 안, 등에 든 물건을 꺼내려 뒤

 

척였다. 분대장이 발길에 채여 쓰러지고 나서도 사태가 파악되지 않은 몇 명이 그를 일으키려 가까이 다가갔다. 그 때

 

쯤이면 이미 론울프는 그들의 반대쪽으로 뛰고 있을 때였다.

 

 

짧은 시간이 흐른 후, 분대장의 옷 안에 들어간 수류탄이 폭발했다. 순간적으로 서너 명 정도가 걸레짝이 되었다. 폭

 

발음을 듣고 남아있던 여섯 명 정도가 갑작스런 사태에 우왕좌왕 하며 엄폐물을 찾고 있을 때, 엄폐물 뒤에서 론울프

 

의 M4는 장전손잡이가 당겨지고 난 뒤였다. 론울프가 가지고 있던 또 하나의 수류탄이 놈들의 머리 위 허공을 날고

 

있는 중이었고, 그와 동시에 론울프의 조준선이 정렬선을 그리려 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 분대의 시체들에서 가져온 탄창들을 벗은 윗도리에 담은 채로 론울프는 자신의 장비가 있는 곳으로 되돌

 

아왔다. 그는 먼저 GPS같은 조그만 액정이 달린 기계를 보았다. 액정에는 수많은 광점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 광점

 

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건 동작감지기일 것이었고, 그 동작감지기들을 피해 갈 수 있

 

는 유일한 루트도 그 액정에는 표시되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은 후 그것을 주머니에 챙겨 넣고, 다음으로는 무전기를 살폈다. 무전기 역시 GPS와 마찬가지로 멀쩡했

 

고, 아직 그 무전기를 통해서는 어떤 요청도 움직임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 분대원들의 생명반응도 저 쪽에서 감시를 하고 있다면, 더 대규모의 인원이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그 때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추측컨대 이 분대원들의 꼴을 본부가 알게 되는 시간은 운이 아무리 좋아도 고작해야 한 30여분 정도. 그 사이까지

 

주파할 수 있는 거리는 좀 어중간한 상태. 탄창이 가득 든 탄띠를 두르고, 론울프는 GPS를 손에 들고는 동작감지기

 

가 없는 루트를 쓰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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