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녀와,,
럴커의 촉수를 피해 벙커 안에 들어갔다.
밖에선 그렇게도 날 위해서 밝게 비춰주며 내게 힘이 되어주던, 강해보이던 그녀도
어두운 벙커 안에만 들어오면 부끄러운지, 쑥스러운지 불빛 한 번 내지 못하고
내게 손 하나 대지도 말 한 번 걸지도 못한다.
오늘은 고백을 해야지,
밖에 저글링이 개때처럼 바글바글 뛰어다니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담배는 밖에서 피워야 하는 거 아니냐며 소리쳐서
파이어뱃을 내쫓고 단 둘이 남았다.
도저히 맨정신으론 고백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스팀팩 두 방을 맞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난 아직 사업도 안됐고, 공1업 뿐이지만, 널 위해서라면 다크스웜에라도 뛰어들어 갈 수 있어!"
갑작스러웠던걸까.
방1업까지 기다릴 걸 그랬나.
그녀는 당황해 하며 벙커를 나가버렸다.
그렇게 난 빈 벙커에 홀로 남았고,
그녀는 다른 마린 부대들과 파이선 고지로 향했다.
홀로 남아있던 내가 안쓰러워 보였던지
불나던 벙커를 고치던 SCV 선배가
미네랄 두 덩이를 건넸다.
선배는 왜 먹지도 못하는 돌댕이를 줬을까.
미네랄 만능주의.
너도 나도 멀티할 생각만 해대는 세상이 싫어지는 만큼
알 수 없는 푸른빛을 띠는 미네랄에 비춰지는 내 얼굴도 초라해 보였다.
팔 배럭 마린으로 태어나
SCV 선배들과 변태중인 해처리 옆에서 조마조마 삽질만 해대다가
총이란 걸 처음으로 잡아보고
드론의 피에 범벅이 되어 돌아온 첫날밤은 잠에 들 수 없었다.
모두들 잘 했다며
넌 이제 벙커안에만 들어가 있으면 된다고 했었지만
그 때 그 드론의 마지막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드론이 마지막까지 쥐고 놓지 않고 있었던 것도 미네랄 두 덩이였다.
이 빌어먹을 전쟁의 근원,, 미네랄.
그렇게 잠들 수 없었던 첫날 밤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녀가 내게 조심스레 다가와 반딧불 같은 신비한 불을 내뿜으며 이렇게 말을 건냇다.
"Need medical attention?"
영어에 약했던 난 가볍게 " 크으~ "하며 아픈 신음 소리를 냈고
그녀는 알겠다는 듯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날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치료해 주었다.
그녀는 마치 갓태어난 병아리를 감싸쥐듯이 내 팔을 잡고
날렵하면서도 꼼꼼하게 치료해주었다.
"손에 든 그건 뭐죠?"
"아, 오늘 벙커러쉬 전리품입니다. 미네랄.."
"네에.."
"어! 한국말 할 줄 아시네요?"
"아, 네. 1.12 패치 전 한스타 프로젝트를 잠깐 담당했었거든요."
한국말을 할 줄 안다것보다 놀랐던 건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어 실력을 칭찬하자
머쓱하게 웃으며 내게 지어보인 미소는
그 날 있었던 잔혹한 일들을 지워내기에 충분했다.
"이거 받으세요.."
손에 쥐고 있었던 미네랄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고마워요'라고 작은 문구를 새겨서.
그녀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 실없는 농담마저 나왔다.
"다음엔 울트라리스크의 뿔을 잘라다 드리죠, 헤헤"
어느 꽃에 물을 주면 저리도 싱싱한 향기를 내뿜을 수 있을까.
그녀의 미소는 가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렇게 잠깐 미네랄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지난날을 돌이켜 보던 그 때였다.
두 부대가 넘는 저글링들이 빈집털이작전을 감행한 것은..
= 다음 편에 계속=
(예전에, 스타겟에서 발꼬락 실력으로 깝죽거리던 시절, 장난 삼아 써본 글입니다.
'나도작가'게시판의 활성을 갈망하며 저질문학의 활로를 개척해 보고자 올렸습니다.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