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가본드 30권은 이전까지 나왔던 1권에서 29권과는 달리 싸움 장면이 전혀 없다.
그동안 틈틈히 나왔던 철학, 예를 들어
검의 존재에 대한 고찰
생과 사의 고찰
들을 더욱 깊게 파고든다.
어떤 분들은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이 대사들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읽어보면,
이 만화가 펼치려는 원리가 결국 둥근 원이라는것을 알 수 있다.
무슨 뜻이냐면,
검 또는 생과사에 대한 이러쿵 저러쿵 철학을 부여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망상일뿐
결국 남는 진정한 진실, 하늘의 진실은 검은 흉기 검술은 살인술 이라는 것이다.
더도 없고, 덜도 없는 깨끗한 진실.
결국 "천하무적" 이라는 말도 결국은 그저 한낱 말뿐이라는 것.
마치 멀리서 보기엔 너무나도 아름다워보이는 구름도 가까이 가면 만질수 없는, 그저 여기 저기 퍼져있는 수증기일뿐.
"천하무적"의 실체를 알기 위해선 죽고 죽이는 나선의 정점에 도달해야 알 수 있는것이고,
무사시는 마치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등산한 사람처럼 그 정점에 홀로, 인류최초로 도달하였다.
자신의 평생과 혼을 바쳐 올라왔건만, 그저 수증기일뿐이니,
여기서 무사시는 두가지 선택권이 주어졌다고 봐야한다.
1. 산을 내려온다 (오츠와 결혼하고 높은 직위의 검술선생이 되어서 편한 생활을 한다)
2. 산의 정상이지만, 더욱 높은곳을 올라갈만한 봉우리를 찾는다. (강한자를 찾아 벤다)
우리들은 무사시가 어떤 선택을 할 지 모두 안다.
하지만, 그렇다면 질문은, 또 다른 봉우리의 꼭대기에는 (더욱 높은 봉우리가 있다면) 누가 서서 기다리고 있을까
마치 새하얀 A4용지 처럼
마치 새파란 여름 오후의 하늘처럼
마치 산속의 어둠처럼
순수하게 하나의 철학만을 고수하며 평생을 산, 그런 사람은 우리가 사는 시대에 존재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