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의 연습장 12 - 유리인형

너구리오총사 작성일 10.05.27 0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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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작은 유리인형이다.
티 하나 없이 맑고 투명할 뿐인,
조그맣고, 섬세한 유리인형이다.
그렇기에, 너를 동경할 뿐이다.
결코 네게 손을 댈 수조차 없다.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볼 뿐이다.
자칫 나의 서툰 손길으로 인해,
네가 깨어질까 두려운 탓이다.
그럼에도 너를 곁에 두는 이유는
내가 너를 볼 수 조차 없는 것이
더욱 더 두렵기만 한 까닭이다.
너를 깨어버릴까 두려워하면서도,
너를 자유로이 놓아줄 수가 없는
나의 부질없는 이기심 때문이다.
다른 이의 손에 너를 맡기느니,
차라리 나의 벽장 안에 두겠다는
너무나도 한심한 생각 때문이다.
투명하고 자그마한 너의 입술에
입맞추어 줄 수조차 없으면서도,
너를 나의 곁에 두고자 하는,
너무도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다.
너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너의 길을 손 모아 기도할 수 없는,
하릴없는 나의 이 집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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