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가디언 - 1화 황당무계 그 자체였어 (3)

NEOKIDS 작성일 10.06.09 22: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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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축축한 흙냄새가 진동을 했었지. 뭐 어딘가 토굴 같은 곳에 끌려온 것 같았어. 정신을 차리고 느낌을 잘 느껴보니 이건 뭐, 팔다리가 완전히 묶여 있었고.

그 왜 스플래터 호러영화 같은 곳에서 보면 꼭 탁자에 묶어서 눕혀놓고 죽이는 괴상한 취미들 있잖아. 완전 그 꼴이었지. 그런데 아닌 게 아니라 뭔가 비릿한 냄새도 풍겼어.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잠시 탁자의 냄새를 맡아봤지.

어, 그거 진짜 피냄새더라고......

그것도 몇 번이고 피를 발라서 오래오래 눅이다 보니 아주 찐득하게 들러붙어있는 그런 끔찍한 느낌의 냄새.......

잠시 예쁜 처녀귀신에게 동정마법 헌정식을 치룰 수 있을 거라는 즐겁고도 오묘한 상황에서 이젠 기괴함만 증폭되어 호러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있는 상황.

뭐가 현실이고 뭐가 아닌 건지 모를 지경이 되어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그 토굴방의 문이 쾅 하면서 열렸어. 내 정신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 공포를 머금었지.


하아.....이렇게 말하면 너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보니 그게 장인어른을 처음 뵙는 상황이 되어 버렸네 그랴......


푸른 눈과 짧게 깎은 금발머리가 참 인상적인 외국인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야. 이런 분이 여기서 뭐하는 거임? 이러고 있다가 진짜 스플래터 호러 같은 상상이 떠올라서 몸을 움직여 빠져나가보려 했지만 소용없었지. 다급한 난 짧은 영어실력으로 말을 붙여봤어.


"who are you? where I am? please help me!!!! please!!!!!! Let me go!!!!!"


눈물을 머금고 최대한 애절한 표정으로 드린 나의 짧은 영어드립을 들은 그 분의 첫마디는 이러셨지.


"한국말로 해, 이 섀꺄."

너무 유창해서 새끼야, 라는 부분의 본토발음까지 제대로 내시는 걸 듣던 난 안도감을 가졌어. 그리고는 급하게 말했지.


"저, 여기가 어디죠? 전 집에 가야 돼요. 이거 풀어주세요."

"까고 있네."


헉. 옷차림마저 나비넥타이에 단정한 양복조끼차림의 중후한 미중년 외국인이 툭패기 한 구릇 하쉴래요 같은 친근한 말은 못할망정 그런 비속어를 남발하고 있는 현실이 몹시 안타까웠지만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어.

갑자기 그 분은 황토벽에 걸려있는 고문기구들 중 무시무시한 걸 하나 쳐들었거든.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도 정육점에서 고기를 걸법한 엄청 큰 갈고리 같은 거였을 거야.


"대답이 시원찮으면 한 번에 죽일 거 열 번 스무 번 죽여주마. 이런 걸로 양 어깨를 천장에 걸어놓고."


히이이이이익!!!! 나 진짜 호러영화의 희생자 꼴이 된 것인가!!! 라는 전율에 숨이 가빠오고 진땀이 다 났어. 도저히 내 일반상식으로는 이해할 수도 없고 벌어지지도 말아야 할 일들의 연속이었던 거야. 난 누구지? 여긴 어디? 대혼란이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그 분이 콧김을 뿜으면서 물었어.

"우리 딸을 어떻게 쫒아왔는지 그것부터 말해."


아, 내 목을 쳤던 그녀가 이 분의 따님이셨구나. 참 부전여전일세.....같은 여유로운 생각을 하고 있을 수가 없었지.

나는 다급하게, 지하철에서부터 여기까지 따라온 내 변태행각을 낱낱이 고해바쳤어. 고해바치고 있다 보니 참 이제까지 그래도 착하고 성실하고 올바르게 살아오려고 노력했던 내 깨끗한 인생이 파렴치한 같은 밑바닥 수준까지 추락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눈물도 쪼끔 내비쳤고.....

(그래 솔직히 말할게. 펑펑 울었다. 됐냐?)


그러자 내 얘기를 듣던 그 미중년 외국인 분은 한동안 뭔가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옆으로 갔어. 거기엔 내 가방이 놓여 있더라고. 그 분은 잠시 가방을 뒤져서 서류가지들을 놓고 잠시 살펴보더니 묻는 거야.


"너 근무하는 회사 이름."

넙죽 대답 스킬 발동.

"**이벤트입니다. 훌쩍...."

"이게 네 회사에서 하는 일들 내용이냐?"

"네. 후후후훕 (코 들이키는 소리)"

"이 서류의 내용 읊어봐."

"넵."


나는 그 서류의 내용을 읊었어. 사실 그 내용들은 이제 곧 있을 주관행사 관련 문서들이었고,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의뢰한 회사랑 하는 중요한 회의에서 발표할 기획내용이라서 대외비였지만 내가 그걸 따지고 있을 경황이 어디 있냐고.

나는 서류의 내용들 세세한 부분들까지 다 말씀드렸어. 그 분은 곧이어 내 다이어리를 꺼내 들고는 내용들을 확인해보더니 이름 몇 가지를 묻더라고. 그래서 또 친절히 설명 드렸어.

무슨 취조당하는 듯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난 그 분의 어조가 사뭇 달라진 것을 눈치 채고 조금씩 긴장을 풀었어. 점점 뭔가 오해를 한 것에 당황해 하는 눈치도 보이고.


"미안하게 됐군."


그러면서 주섬주섬 날 묶은 끈을 풀어주시는데, 참 어이가 은하철도 타기도 전에 그 한 마디 해주시는 순간 공포와 긴장이 한꺼번에 풀어지니까 좀 어질어질 하더라고. 그런데 참 팔뚝이 억세시더라. 나를 턱 부축해주신 미중년 외국인이 뭔가 나 보기가 상당히 미안한지 눈도 안 맞추면서 그러더라고.


"실례가 많았군. 내 와이프가 식사거리를 준비하고 있을 테니 식탁으로 가지. 그 전에 좀 씻기도 하고."


이러고 나서 내가 밥이 넘어갈 것 같아요?!?!?! 라고 따질 기운도 없었거니와, 벌써 뱃속은 야 이게 미쳤나 밥 줘, 밥! 이러면서 시위를 하고 있길래, 난 그냥 군말 없이 순순히 따라갔어.

여차하면 다시 고문 모드로 들어갈지도 모르니 무서워서 입 꾹 다물었을 거라고? 엄 찍는데 그거 아님. 진짜.


(믿는 눈치가 아니군. 제길.....)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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