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가디언 - 8화 살기 위해서, 걸었어 (1)

NEOKIDS 작성일 10.07.05 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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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살기 위해서, 걸었어.

 

 

 


그 다음날 아침부터 내 능력에 대한 테스트가 이뤄졌어. 한 번도 안 다뤄본 총 다루기, 멀리 있는 표적 맞추기 등등. 일단은 총의 사거리가 허락하는 만큼은 맞출 수 있고, 탄의 위력에 따라서도 달라졌지만 명중률은 변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탄과 몸땡이만 잘 버텨준다면 더 강한 탄도 쏠 수 있다는 거지.

 

이론적으로는 더 큰 구경의 대전차총도 명중률은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지만, 그걸 연발사격시에는 몸땡이가 버텨주질 못한다는 이야기였어. 기껏 능력을 찾아냈는데 정말 수영이나 이모님 말마따나 비리비리한 몸뚱이가 태클을 걸고 있을 줄이야.

 

하지만 이대로 훈련만 계속한다면, 아무리 바닥체력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고 정욱씨가 희망을 주었고, 나도 그 희망을 맛보면서 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지.

 

하지만, 그 날의 오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알지 못했어. 

내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걸.


처음의 징조는 뭔가 이상한 기시감에서부터 시작했어. 자꾸 뭔가가 벌어질 것 같고 기분이 좋지 않은 거야.

 

그래도 그 기분을 꾹 눌러 두었어.

왜냐하면, 수영이랑 같이 밥상 보고 마주앉았거든.

그것도 수영이가 차린 밥상을!!!!

이것도 정욱씨의 계략이긴 했지만. 흠.

 

같이 마주앉아서 먹는 건 아마도 첫 만남 때 수영이네 집 이후로 처음이지 않나 싶은데, 손수 차린 밥상이라니까 살짝 흥분되는 기분? 그래서 어깨에 들어간 힘도 풀 겸 농담 삼아서 말을 건넸어.

 

“용이 이런 거 먹고 힘쓰겠냐? 막 돼지 통째로 잡아먹고 그래야 하는 거 아냐?”

 

참 어찌 보면 한심스럽고 뭔가 콤플렉스 따위를 건드리는  민감한 이야기일 수도 있었겠다 싶어 말 꺼내놓고도 미안했는데, 오히려 그 이야기를 들은 수영이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어.

 

“인간들이 먹는 건 용들도 먹고 살아. 양도 비슷하고. 의외로 인간들은 좋은 걸 많이 먹고 산다고. 서로 잘 먹고 살면 좋은데, 그걸 모르고 비싼 가격을 붙이거나 못 먹게 하니까 인간들이 자꾸 좋지 않은 음식들을 만들어서 먹게 되는 거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말이었지. 그렇게 몇 숟가락 떴을까. 다시 그 기분이 도져왔어. 이번엔 완전히 신체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확 드는 거야.

 

뭐랄까, 놀이동산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의 그 극도로 긴장하는 느낌 있지? 심장이 두근거리고 신경들이 날카로워지고 몸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내가 막 미칠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 그게 온몸에 퍼져오는데, 밥이고 뭐고가 넘어갈 상황이 아니어서 나는 그냥 숟가락을 놓아버렸어.

 

“몸이 안좋은 거야?”

“응. 아니, 뭐랄까.....설명하기가 좀 복잡한 걸지도....”

 

그렇게 얼버무리면서 나는 이 느낌이 대체 뭘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수영이도 밥숟가락을 놓으면서 말했어.

 

“나도 이상해. 밥이 넘어갈 상황이 아니야. 뭔가 막 긴장되는 듯한 느낌이야.”

“나도 그 느낌이야.”

 

우리는 서로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어. 그리고 혹시 하면서 생각했던 것을 입 밖으로 내려다 말았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징조일 수도 있다는. 그 혹시나 하는 생각을.


오후 훈련이 시작되어서도 그 느낌은 여전히 강렬했어. 정욱씨도 그런 내 상태를 깨닫고는 물었지.

 

“지후씨 좀 이상하네예? 어디 안 좋십니꺼?”

 

난 정욱씨에게 내 몸상태를 이야기해봤어. 그리고 신기하게도 수영이까지 그런 상태가 되어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정욱씨는, 완전히 경직되었어.

 

“뭐라꼬예! 그 이야기를 왜 이제사 합니꺼?”

 

그리고는 가지고 있던 핸드폰으로 서둘러 전화를 했어.

 

“동욱아. 내다. 아마도 오늘 놈들이 올 것 같다. 아아들 준비 좀 단디 시키고, 경계 좀 강화해라. 무기고 알재? 바로 장비 보급하그래이. 으이. 으이. 오냐.”

 

핸드폰 폴더를 닫는 정욱씨에게 난 물었어.

 

“이 느낌이 뭔데 그래요?”

 

정욱씨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말했어.

 

“간단히 말하자면, 일종의 경계감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지는 그런 거 잘 설명 몬하지만, 그런 걸낍니더.”

“경계감.....이요?”

“야. 마 지도 뭐라고 하시는 거 듣기만 했지만, 소화마님이랑 어르신이 그런 느낌을 느낀다고 들었십니더. 이모님이 신신당부를 하셨지예. 만약 소화마님 지킬 때 그런 증상 보이면 반드시 단디 준비하라꼬 말이지예. 그런데 그걸 아기씨랑 지후씨가 느낄 거라고는 생각도 몬했는데......”

 

 정욱씨는 막 빠르게 말을 하는 도중에도 중요한 장비들만 화급히 챙기면서 차를 불렀어.

 

“오늘은 마 각오 단디 하이소. 반드시 놈들이 옵니더.”


이 증상은 나중에서야 안 이야기지만, 그건 일종의 공진(共震)이었어.

 

용족 중에서 서로의 인연이나 파장이 강하게 맺어져 있을 경우, 자신들을 해꼬지할 의지가 내는 파장에 영향을 받는대. 어떻게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까지도 될 수 있지만, 그저 파장에 영향을 받고 흉재에 대비하는 정도의 능력일 뿐 뭐가 어떻게 다가올지는 모른다는 거야.

 

간단하게 예를 들면, 여기서 드라켄 야거를 놓고 보자. 그들이 우리에 대한 흉재를 마련하고 있는 의지의 파장이 강하게 전파되어서 그것을 민감하게 우리가 신체적 증상으로 느낀다는 거지. 하지만 자세하게 어떤 일이 벌어질는지는 알 수 없고. 신체증상이 알려주는 민방위 싸이렌 소리 같은 거랄까?

 

정욱씨도 이런 자세한 이야기를 다 기억하고 있진 못했지만, 중요한 부분만은 기억해 뒀던 거야.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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