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며 시간을 확인한다.
'8: 36 AM' 6분 늦었나?
난 예전에 수업 시간이면 10분 정도 여유있게 도착하곤 했다. 학교까지 오느라 몸에 열기를 수업전에 미리 식히는 것도 이유지만 미리와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수업 시간에 도착하거나 몇 십분 늦어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건 이 망할 학교선생들이 교실 문을 미리 열어놓지 않는 다는 것이다.
처음 학기 시작할때 20분 정도 빨리왔다가 낭패를 보았다. 낭패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20분이면 소중한 시간이다. 특히 오늘처럼 수업이 8시 30분 시작이면 아침에 일어나 밥먹고 세수 양치 머리감기를 조금이라도 여유있게 할 수 있다. 아침을 먹어도 꼭꼭 씹어먹어서 소화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양치를 정성스레 하여 충치를 예방 할 수도 있고 머리를 잘 다듬어 이성에게 잘 보일 수도 있다. 내가 한다고 이성이 본다는 말은 아니지만... 뭐 말이 그렇단 거다. 그렇다고 선생님들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교실에는 값나가 보이는 물건들이 여럿 있다. 프로젝터, 비싸 보이는 테이블, 학생들에게 편하게 공부하라고 신경써서 구입한 것 같은 의자들... 어느 날 교실 문을 열었는데 프로젝터가 없으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이해한다. 요즘 세상도 흉흉한데.
에스컬레이터 문이 열리고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향한다. 지나가다가 벽에 걸린 Information Board에 써 있는 시간표를 빠르게 훑고 지나가 이 교실이 맞나 확인후 들어간다.
"죄송합니다." 하고 머쩍은 표정으로 선생님께 인사 후 교실에 들어간다. 안면이 있는 친구들에게 손 흔들며 인사하고 자리에 들어간다. 대충 비어있는 자리로 찾아가 다시 교실을 훑어본다.
아. 있다. 요즘 내가 유독 신경쓰고 있는 여자애.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지만 눈에 띈다. 키가 크지는 않지만 너무 작지도 않다.
머리카락은 어깨를 넘어 내려오지만 좋은 머리결은 아니다. 머리카락 끝이 부시시하다. 얼굴은 또 엄청 작다.
이쁜건 아니지만 이쁘장하다. 이쁜거와 이쁘장한거의 차이가 뭐냐고 물어보면
다르다고 확신은 할 수 있지만 설명을 못하겠다. 그냥 이쁘장하다.
눈은 눈동자가 꽉 채운 것 처럼 검다. 코는 높지 않고 귀엽다. 귀는 본 적이 없네. 망할. 입술은 원래 저렇게 오므리고 있는건지 원래 작은건지 모르겠다. 오늘은 회색 카디건을 걸치고 왔군. 내가 괜히 흐뭇하다.
그녀의 옷입는 감각은 뛰어난 편이다. 노란색을 좋아하는지 가끔 노란색 반팔 티셔츠에 검은계열 스키니 면바지를 입고
노란 파일 꾸러미를 들고 있는 그녀를 보면 귀여워서 깨물어 주고싶다. 내 평생 그런 충동적인 마음이 든 건 그 때가 처음 이였다.
아아. 어쨋거나 오늘 하루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