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이벤트] 별거 아니지만 캥거루에게 앞 발로 맞은 썰

쏠라비 작성일 20.09.01 11:52:49
댓글 13조회 3,870추천 24

안녕하세요 형님들. 호주 시드니에 있을때 일입니다.

 

때는 7-8년전입니다. 당시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된 마음이 맞는 동생들이 있어서 그 동생들과 캥거루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캥거루들이 먹을만한 야채를 조그만한 캥거루 입 크기에 맞게 잘라 전 날에 냉장보관하면서 내 마음이 설레이면서 심장이 뫅 봐운스 하악하악 사진으로만 보던 캥거루들을 직접 볼 수 있다니 하악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abf5b26377e668e7ce8d4ef081b4ce8d_352846.png
뀨우?  이런모습 기대중

하지만 문득 초등학교 2학년때 경복궁 소풍가기 전 날 너무 기대하고 긴장한 나머지 잠을 못잔 나머지 경복궁가서 힘 없이 돌아다니다가 집에서 하나도 기억 못했을때가 있어서 얼른 자려고 노력합니다.

 

2020년 현재 시드니는 여름에 습해지고 있습니다만 7, 8년전에는 굉장히 건조했습니다. 그 날 따라 유독 더웠습니다. 아침 일찍 Central 역에서 다같이 만나서 Country link를 타고 갑니다. 

c18a2b7054e6450bb7e20e8518f17ac2_603491.png
짧아 보이지만 호주 전체 맵으로 보면 손톱만큼도 안 온거더라고요...

오랜만에 멀리가는 기차를 탔더니 상당히 신났습니다. Morisset 역까지 대충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만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밖에 경치들을 보면서 가니 그 시간도 상당히 짧게 느껴졌습니다. 역에 내려 맵을 보니 햇볕은 쬐지만 아직 더 걸어가야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호주는 차량이 없으면 이동이 상당히 불편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젊음이 있어서 열정으로 걸어갑니다. 더위조차도 열정을 이기지 못합니다. 그것이 젊음이니까...(끄덕)

3b695eed7b6370420a514de03213aff4_826770.png
저기 X표시 된곳이 그 캥거루들이 있다는 파크에요

짱공형들은 대머리라느니 모솔들이 많다느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40분정도 걸었더니 금방 도착했습니다.

828f3ba7053a63e86dd6c3c47ba294cb_220798.png
대충 이런느낌입니다.

위에 이미지같이 캥거루가 많은곳인데 제가 갔을때는 해가 쨍쨍하고 너무 건조하고 더워서 애들이 다 나무 밑 그늘에서 누워서 우릴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 여기 온걸 약간 후회하게 만든게 있는데 우리가 먹을걸 들고 갔잖아요? 갑자기 애들이 하나둘씩 몰려듭니다. 하나가 둘이되고 넷이되고 여덟이 되고 둘러쌓입니다... 무섭습니다... 어렸을때 동네 형 누나들한테도 삥뜯긴적이 없는데 둘러 쌓여서 신나게 야채를 뜯깁니다.

e0d026408ac6776636fe6c1403bbe014_830956.png
구글링해서 찾은 사진인데 이렇게 귀엽지만은 않습니다

그와중에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 그룹이 있으니

ba16f8b1da64ff7648d199a899ca9dae_884590.jpg
실제로 보면 저것보다 더 위압감이 있습니다.  나중에 일어나서 (뛰어서) 다가오는걸 정면으로 보니 무섭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느낌의 장로처럼 보이는 캥거루들

 

236b31f7a14eb65189e03e19d96630dd_894738.jpg
빼꼼 뀨우~

어미 캥거루들입니다.

 

장로 캥거루들은 그냥 그늘에 누워서 우리를 쳐다만 볼 뿐 관심도 없어보였고 우리도 그러길 바랬습니다. 제 키가 178인데 이 분들이 일어나면 저보다 크더군요...

어미 캥거루들은 우리를 경계한다는 눈빛을 대놓고 쏘기 때문에 관심은 있지만 무심한척 해보았습니다.

 

그런 행동이 통했는데 한 어미 캥거루가 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옵니다. 뱃속에 아이는 머리부터 박혀있어서 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무심하게 당근을 하나 눈앞에서 흔드니 발굽같은 앞 발로 집어서 입에 어떻게 넣습니다. 확실히 앞발을 보면 뭘 집는거에 특화된 생물은 아닌것같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근을 입에 물고 앞 발 두개로 제 팔과 가슴을 확 밀고 반대편으로 달려갑니다. 누가보면 내가 해코지를 해서 도망가는것처럼 보입니다.

 

28f37d4a1cbd358e961ce82a764de11a_616666.jpeg

나: ???

친구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은건가? 뭘 잘못했나? 하나만 줘서 그런가? 온갖 생각이 다 들지만 그 와중에도 자꾸 몰려들기때문에 생각은 나중에 합니다. 세상 억울합니다. 그리고 나서 간혹 먹이를 주다가 저렇게 앞 발로 맞았습니다. 애정표현이려나? 하면서 자기만족을 합니다. 끝나고 집에 오면서 맞은 곳을 살펴보니 아무렇지도 않아보입니다. 아니면 내가 강한게 아니였을까? 생각합니다. 

 

집에 와서 캥거루에게 맞은 사람들이 있나 찾아보니 어떤사람은 뒷 발로도 맞고 나가떨어지고 어떤 뉴스는 사냥하려다가 폭행당하고 별 일이 많았습니다. 앞 발로만 맞은 저는 다행이라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캥거루는 귀엽습니다. 왈라비도 귀엽습니다. 저도 귀엽습니다.

 

 

 

P.S - 갔다온지 얼마 안되고 나중에 뉴스에서 우리가 갔던 Morisset 지역에 캥거루들이 폐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뉴스에서는 대략 100마리가 넘는 캥거루가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주는 과일이나 야채가 원인이라고 합니다. 혹시 나중에 캥거루를 보러 가시더라도 먹을거 주지 마세요.

 

P.S 2 - 저래보여도 캥거루들이 나름 야생에서 사는 아이들이라 손톱이나 발톱에 독이 있고 맞으면 위험 할수도 있다고 합니다. 혹시 손톱에 긁혀 상처나면 얼른 소독하고 병원 가보세요. 그리고 서로에게 면역력이 다르기때문에 접촉 안하는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P.S 3 - 고라니좌처럼 1초에 5천 번은 맞아야지 썰이 될텐데 전 툭 툭 맞은 정도라 싱겁군요.

 

 

 

쏠라비의 최근 게시물

짱공일기장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