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 안먹고? 맛 없어?"
"..................."
지금 밥이 넘어가냐?
"빨리 먹어.. 갈데 있으니까..."
"어디?"
"일단 먹기나해..."
그녀의 말투엔 그래도 다행히 화가 나거나.. 실망했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뭐 원래 그런놈이었으니까..라고 생각하는건가?
....................
"야.."
"왜?"
"미안하다"
힘겨운 한마디를 하고만다..
이 한마디로 모든걸 용서받기가 쉽지 않을거란거 알지만..
웬지 모르게 이말을 꼭 하고 넘어가야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뭐가?"
"................"
꼭 내가 말을 해야되는거냐?
"아.. 흐흐 괜찮아.."
?
"뭐 어짜피 오빠한테 부탁할때부터 이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어.."
............
"원래는 수진이나 민주한테 부탁하려고 했는데.. 걔들도 집엘 내려갔다고 해서.."
....................
"딱히 오빠말고는 부탁할만한 사람이 없드라구.."
.............................
"전화 딱 끊고 나니까.. 오빠 표정 떠오르더라..히힛.."
.....
"그러냐?"
즐기는건가?
보통 이런 상황이면..
"오빠 실망했어.. 변태같어.." "오빠 무서운 사람이네.. 앞으로 아는척 하지말자.."
라거나 "신고할꺼야.."
라는 반응이어야 하는거 아닌가?
뭐야 이 당황스런 반응은?
"그래도.. 잠까지 잘줄은 몰랐어..."
.................
"미안하다.. 하도 피곤해서 그만..."
핑계대기도 부담스런 상황이다..
그녀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것 같아.. 큰 고비는 넘긴거 같은데..
그래도 알수없는 그녀이다보니.. 나를 어떤식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제법 신경이 쓰이는건 사실이다..
"팍팍좀 퍼먹어.. 뭐 그리 깔짝깔짝 대냐?"
.............
"알았어.."
그나마 깔짝대는것도 노력중인거다. 밥이 넘어간다는거 자체가 나로서도 신기한거야..
9시 30분..
시계를 보니.. 벌써 한밤중이다.
휴.. 많이도 잤구나..
"오빠.. 근데 오늘 그냥 이렇게 넘기는거야?"
"어?"
"생일 아냐?"
아............
맞다 생일이었구나..
얘도 내 생일을 알고 있었구나...
"어찌 알았냐?"
"어.. 환수선배가 얘기해주드라.."
..............
뭐야.. 환수형이 알려줘서 안거야?
"그래서 오늘 막 올라온거야.. 내일 올려고 했었는데.."
............
생일 안챙겨줘도 좋으니 그냥 내일 오지 그랬니..
꼭 이렇게 일찍와서 내 생애 최악의 생일을 만들어 줄 필요는 없었을텐데.. 에휴,..
"뭐 생일따위 관심없어.. 내가 애냐.. 생일이나 챙기게.."
...........
맘에도 없는말..
은근히 그녀가 내 생일을 챙겨주길 기대하지만..
그래도 말은 이렇게 해버리고 마는.. 내모습..
늘 싫다..
하지만.. 그녀는.. 챙겨 줄꺼라고 난.. 믿고 있다..
"근데 어딜가는건데?"
은근히 궁금하다..
생일이니.. 뭔가 나를 위한 이벤트라도 준비한건가?
내심 그럴거라는 기대가 드니.. 살짝 설레임이 몰려든다..
"어.. 가보면 알어.."
후후후.. 이벤트 준비가 맞나보군..
도대체 뭘 준비했길래.. 이렇게 말을 안해주는거니..
밥을 다 먹고 슬슬 그녀와의 꿈같은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나섰다..
"오빠.. 섭섭하겠다.."
"뭐가?"
"그래도 생일인데.. 아무도 안챙겨주잖아.."
.................
"안챙겨주는게 아니라.. 내가 귀찮아서 안만나는거야.."
뭐 사실아닌가..
친구들도 내 생일이니 술한잔 하자고들 연락하는데..
웬지 귀찮았던거.. 사실인거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네가 챙겨주는데..
이보다 더 행복한게 뭐가 있겠니..
"그래? 으이그.. 좀 귀찮아도.. 사람들한테 축하도 받고 그러징.. 너무 불쌍해보여"
..................
뭐야..
어짜피 나 챙겨줄거면서...
뭔 이상한 말들을 그렇게 하고 그러니..
"나라도 축하는 해줄께.."
??
"오빠 생일 축하해!!"
라며 어깨를 툭툭 두들긴다..
????
뭐 이리 일찍 말하니?
어짜피 이벤트때 해도 돼는거 아냐?
"하하.. 고맙네.. "
라곤 하지만..
뭐지?
"다왔다.. 들어가 오빠.."
엥?
여긴 그녀가 얼마전까지 잠깐 아르바이트를 했던 커피샵..
여기서인거야?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언니.. 저 왔어요.."
"어머... 일찍 왔네.. 아.. 봉구도 왔구나.."
............
뭐 그녀때문에 하도 많이 와서.. 사장 누님과는 이미 잘 알고 있던 터였다.
"네.. 안녕하세요.."
"언니.. 오빠 오늘 생일이래요.."
.................
"어머? 그래? 그럼 축하해줘야겠네.. 아.. 그럼 아까 그게.. "
...........................
뭐야 이분위기는?
그나저나.. 사람도 없고.. 불도 안켜놓고..
오늘 장사 안하나?
"아녜요.. 축하는 무슨.."
거참.. 미리 준비해놓고들 왜 이러는거야?
"언니.. 빨리 시작해요.."
???
뭐야.. 내 축하 파티 이제 하는거야?
................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건 축하분위기가 아닌데?
"그래.. 빨리 하고 쉬자.. "
............................
"자.. 오빠 이거..."
엥? 그녀는 내게 목장갑 하나를 건덴다..
"어이~ 지금 뭐하는건데?"
"아.. 여기.. 내부 공사좀 한데.. 그래서.. 테이블들좀 치워야되니까.. 빨리 껴!!"
......................................
뭐야...
지금.....
일해야 되는거야?
..............................
생일 축하 파티 해주는거 아니었던거야?
나혼자..
삽질한거야?
...................................
"봉구야.. 이거좀 들어!!"
"아.. 네!"
................................
이런 젠장...
뭐야.. 흑..
2시간동안.. 이것저것 나르고 배치하고 쓸고 닦고 하니..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
"언니.. 이 액자는 어디에 걸어요?"
"응.. 저쪽에다가 걸어봐.."
"여기?"
"응.. 그래..."
따르르르르릉...
사장누님에게 온 전화.. 전화를 받으러.. 잠깐 자리를 피한다.
"오빠 수고했어.."
.......................
"수고는 무슨.. 그런데.. 진작 말이라도 해주지.."
"히힛.. 말하면 오빠 안올까봐.."
....................
설마.. 니가 부탁하는걸 안하겠니..
"하긴.. 이런거였으면 안왔지.."
"얘들아.. 나.. 먼저 들어가봐야될거 같은데.. 마무리들 좀 짓고 갈래?"
"네.. 먼저 가보세요.. 아참.. 언니 잠깐만.."
그녀는 사장누님을 데리고 잠깐 부엌으로 들어갔다..
뭔 꿍꿍이들이야?
............................
암튼..
이건 정말..
최악의 생일 아닌가... 흑
그녀에게 망신당하고..
남은 시간도 노동으로 보내버리고..
술한잔 못하고..
선물 하나 못받고..
아.. 이런 우울한 생일을 맞이하다니..
"그럼 알아서 정리 잘하고.. 봉구야.. 생일 축하한다.. 누나가 나중에 한턱 쏠께.."
...............
"넹...."
에휴.. 그래도 축하는 받긴 하는구나..
"가세요 언니.."
사장누님이 갔다..
"거의 다 했잖아.. 아직 할꺼 남은거야?"
"다 했어.. "
"그럼 빨리 문닫고 가자.."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뭐랄까.. 그녀와 차라리 바람이라도 쐬면서 혼자만의 데이트라도 즐기고픈 심정이었다..
"뭐 그리 급해? 무슨 일있어?"
.............
"아니.. 여기도 다 끝났는데 뭐하러 계속 있어.. 빨리 가야지.."
"아직 안끝났어.. 오빠 생일인데.. 축하해야지..."
엥?
"잠깐만.."
라며.. 부엌으로 들어가는 그녀...
??
뭐야?
지금 둘만의 파티를 하자는거야?
방금 분명.. 내 생일 축하하자고 했던거 맞는거지?
"쨔잔..."
케익과 웬 양주를 들고 나오는 그녀..
아...
진짜 둘만의 파티다..
아.. 그렇게 갈망하던 둘만의 생일파티..
지금 그녀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 맞다.."
라며.. 다시금 부엌으로 들어가는 그녀..
근데 웬 양주? 이름도 첨들어보는건데.. 뭐지?
설레인다..
지금 그녀는 나를 위한 파티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이게 있어야 제대로지.."
어디선가 촛불뭉태기들을 들고나오는 그녀..
뭐하는거니?
그윽한 분위기 연출?
촛불에 불을 붙이고.. 형광등의 불을 끄는 그녀..
"와.. 분위기 제법 사네.. 오빠 어때?"
.................
눈물난다..
이런 감격스런 순간들을 준비해준 너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하는거니..
"근데 이건 뭐냐?"
감격스러운 마음을 헹여나 들킬까.. 애써 냉정하게 묻는다..
"아.. 이거 아빠가 즐겨 드시는거 같은데.. 몰래 슬쩍 했어.. 흐흐"
.................
어쩐지 3분의 2정도밖에 없는것 같더니..
"감동먹었지 오빠?"
.....................
"뭐.. 고맙긴 하네.."
이 벅차오르는 감동의 순간들.. 너에게 전해주고 싶다..
"한잔 받아.. 오빠.."
.......................
잔이..
웬 포도주 잔이냐..
"여기에 따르려구?"
"어.. 이상한가? 그래도 이 잔들이 웬지 좀 있어보이잖아.."
.....................
마시고 죽을일 있냐..
양주를 이렇게 무식하게 마시면..
"뭐.. 아무데나 먹으면 어때.. 그래 한잔 따라봐.."
"자... 받으세요.."
..........................
가득 채워버리는 그녀..
그리곤 자기 잔에도 가득 채우는 그녀..
뭐하자는거냐..
"자.. 봉구 오빠의 생일을 축하하며...원샷~"
힉..
설마했는데.. 역시나..
"..................."
"농담이야..흐흐"
...........................
뭐 아무래도 좋다..
니가 진정 원샷을 원하면.. 이정도쯤이야.. 마셔줄수 있는거다.
니가 원한다면..
뭔들 못하겠니..
"아.. 오빠 이거.."
아...
선물이다..
"뭘 해야될지 잘 몰라서.. 그냥 오빠가 좋아할만한걸로 준비했어.."
아... 이런 조촐한 파티준비도 감격인데..
선물까지 준비하다니..
어디까지 날 감동시킬 생각인거니..
"뭐 선물까지 준비하고 그랴.. 뭔데?"
"내 팬티.."
..........................
"뭐?"
포장을 뜯어낸다..
"내가 젤 아끼는 망사로 준비했어.. 맘에 들겠지? 히히"
상자안에는..
팬티가 들어있긴 했다..
다행히(?) 남자것으로..
"뭐야.. 깜짝놀랐잖아.."
"실망했어?"
....................
"나도 요즘 속옷이 부족해서.. 마땅히 줄게 없어.. 나중에 여유생기면 꼭 줄께..흐흐"
..............................
"아냐.. 그러지 않아도 돼! 암튼 고마워~"
"괜찮지? 근데 남자 팬티도 꽤 비싸더라.. 그거 만원넘어~"
......................
만원이 넘어? 팬티 한장이?
만원에 5장짜리 팬티만 입고다니는 나로선 다소 놀랐다..
"뭐 그리 비싸데?"
"몰라.. 메이컨가봐.."
....................
"한번 입어봐.. 어울리나 보게.."
............................................
뭐라는거야 얘가 지금..
"흐흐.. 농담은.."
"농담 아닌데.."
.......................................
"아무리 그래도.."
"뭐 어때? 사각팬틴데.. 그리고 내가 사줬으니까.. 어울리나 봐야돼는거 아냐?"
..................................
아니..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말 해버리면..
뭐야?
진짜 보고싶다는거야?
"흐... 됐어.. 나중에 입어볼께.. 암튼 고마워.."
흐.. 잘못하면 이상한 분위기 조성될거 같았다..
"지금 봐야겠는데요 오라버니.."
엥?
얘 왜이러지?
이거 정말 농담이 아닌분위기다..
술취했나?
헛..
그녀의 양주잔이 비었다..
.......................
취했구나..
.................................
"이씨.. 안갈아입으면.. 사람들한테 확~다 말해버릴꺼야!!"
엥? 뭘?
"뭘?"
"오빠 내집에서 변태짓한거..."
..........................
재대로 취한거 같다..
아... 이거 미치겠다..
아무리 그래도..
어찌..
"빨리..."
................
할수없이.. 팬티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나 지금 뭐하는거냐..
이게 지금..
도대체 뭐하는것이냐..
다행히..
사각팬티구나..
갈아입고..
어색하게.. 홀로 나갔다..
"흠.. 삼각으로 살껄 그랬나? 꽤 안어울리네.."
.......................
"그럼 됐지?"
"오빠 잠깐 돌아봐...."
...................................
슬쩍 돌아줬다..
그래..
어짜피 그녀는 취했고..
내일되면 뭐 기억 못할수도 있고..
잠깐만 참아주자...
"흐흐... 엉덩이 이쁘네.."
.........................
덜컥~~
"야... 이거 왜이리 어두워? 봉구야 형님들 왔다..."
켁....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어온다..
헉..
뭐야?
왜 형들이 여길?
"어라? 지금 뭐햐나 니들?"
..................
허겁지겁.. 부엌으로 도망쳤다..
"아... 선배님들 오셨네요.. "
"형들.. 어떻게 여기에.."
부랴부랴 바지를 입고 나오며 물었다..
"아까 내가 연락했었는데.. 깜빡했당.."
...........................
"근데 봉구 너 옷벗고 뭐하는 짓이었냐? 스트립쇼 하고 있었냐?"
...............................
"아니.. 저.."
"그러게요.. 자꾸 쇼를 보여준다고 해서.. 할수없이 봐주고 있었어요..."
...................
이런 썅..
뭐야..
혀가 슬슬 꼬부라지면서도..
농담의 페이스만큼은 놓치질 않는 그녀..
갑자기 얄미워졌다..
"아.. 아닌거 알면서들 왜그래요.. "
"하하.. 짜슥.. 암튼 니들 둘 보고 있으면 왜이리 웃기냐.."
"흐흐.. 저희가 한코메디 하죵.."
갑자기 늘어난 사람들에.. 정신이 제법 들어가는 그녀였다..
환수형.. 장철이형.. 성민형.. 이 와주었다..
"다른 사람들도 와요?"
"어.. 간만에 비상연락망 발동시켰다."
......................
이거 기뻐해야되는건가?
그래도 모처럼 둘만의 파티인줄 알았는데.. 흑..
"우리 와서 싫으냐 봉구야?"
"네? 아.. 아뇨.."
"둘만 있고 싶은거냐 봉구야?"
"네? 설마요.."
"사람들 오면 다 딴데로 가줄께.. 걱정 마라 봉구야.."
한명씩 돌아가며 나를 약올리기 시작한다..
......................
"그러게요.. 이렇게 실망하는 모습일줄 알았으면 연락하지 말걸 그랬어요.."
그녀까지 가세해버린다..
.........................................
"자.. 봉구 생일 축하한다.. 모두 한잔들 하자.."
꽤 많이 모였다.
집에도 안가고 남아있는 인간들이 이렇게 많았단 말인가..
..................
암튼 그래도 이런 늦은 시간에 나와준게 고맙긴 했다..
"에휴.. 다들 고마워요.. 뭐 생일이 별거라고 쑥스럽게들.."
"오빠 우냐?"
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는걸 직감하지 못했다.
왜 이런일에 눈물이 나는지원..
한참을 마셨다...
모두들 술에 취해 자기집들로 향했고..
나와 그녀도.. 집을 향했다.
그렇게 마셨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취하질 않는다..
소주 몇병 더마셔도 될만큼.. 멀쩡한 나였다.
"오~빠야~"
.......................
그녀는 역시나 취해있었다.
술자리에서도 거의 반이상은 잠들어 있었다.
집에 데려다 준다는것도 마다한체.. 그냥 잠만 잤다.
그러더니.. 끝날무렵쯤에 정신을 조금씩 차리던 그녀였다.
"왜?"
"업어줘.."
...........................
언젠가부터 술만 마시면 업히려는 그녀...
훗..
"귀찮아..."
역시나 팅겨보지만..
계속 졸라 결국 업힐 그녀라는걸 알고 있다..
"아이.. 빨랑.. "
하는수 없이.. 업어주는척..
하지만.. 기쁜마음은 살짝 감춘채..
그녀를 업는다.
"에구구.. 편하당..."
"으이그.. 무거워 죽겠네..."
하지만..
너라면..
업고서 지구 끝까지도 걸어갈수 있겠다는거..
넌 모르지?
"오빠 그거 알어?"
"뭐?"
"오빠 등짝에 업히면.. 너무 포근해.. 할아버지 등짝 같은 포근함이랄까.."
......................
등짝은 뭐고.. 할아버진 뭐냐..
뭐 포근하다니.. 기분은 좋다..
"술은 좀 깼냐?"
"아니.. 아직도 어지러워.. 속도 울렁이고.."
"등에다 오바이트 하면 죽는다.."
"흐흐.. 알았엉.."
"오빠...."
"왜?"
"아깐 미안했어..."
"뭐가?"
"선배들 앞에서 망신 당했잖아.. 선배들 부른거 깜빡했었지 뭐야.."
.....................
"괜찮아.. 뭐.."
"근데 오빠도 너무해.."
?
"뭐가?"
"하란다고 하냐? 난 그냥 농담한건데..."
"농담? 너 아까 진지했었어.. 안하면 정말 다 꼬발러버릴것처럼 그래놓구선.."
"흐흣.. 사실.. 오빠가 내말 얼마나 잘듣나 시험 한번 해 본거야.."
.................
"설마 했는데.. 진짜로 하는거보면.. 오빠 내말 왜케 잘들어?"
................................
"나 진짜 좋아하는거야?"
........................................................
"시끄러..."
뭐야.. 내맘 다 아는거 아니었냐?
알면서도 그냥 모르는척.. 하던거 아니었냐?
"말해봐... 나 진짜 좋아하지?"
"몰라.. 생각해본적 없어.."
쪽~♡
헉......
그녀가 내 볼에 뽀뽀를 해버렸다..
"히힛.."
"야.. 뭐야?"
방금 그녀의 행동은 뭐지?
"뭐긴 뭐야 뽀뽀지.. 생일 기념이야!"
아...
그녀가 내 볼에 키스를..
꿈인거 아니지?
방금 정말 그녀가 내볼에 키스한거..
현실 맞는거지?
"이씨.. 누가 맘대로..."
나도 모르게.. 또 엉뚱한 말을 해버렸다..
"왜? 싫어? 그나저나 좀 재대로좀 업어봐.."
..............................
다시금 그녀를 번쩍 들어 재대로 업었다..
"거참.. 무거워 죽겠네.."
"치.. 그러면서도 맨날 잘만 업고 가드만.. 솔직히 가볍잖아.. "
........................
그래.. 니말대로 둘다다..
일단 넌 내 책이 빽빽히 들어찬 가방보다도 가볍고..
너만 업으면.. 어디에서 생겨나는지도 모를 힘이 마구마구 솟구쳐 오른단다..
"오빠..."
"응"
"...................."
"왜?"
뜸들이는 그녀..
뭔가를 말하려다 만다..
이럴때면.. 내 머리속.. 또 복잡해진다.
"오빠.."
"아.. 왜?"
사귀자는 말을 하려는건가?
웬지 느낌이 그럴 분위기다..
확신할순 없지만..
그녀가 이렇게 뜸들이는건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할때였으니..
"이제 다 잊은거야?"
"뭘?"
"첫사랑"
............................................
뭐야 뜬금없이..
"뭔 첫사랑?"
"오빠 첫사랑 말야.. 다 잊은거냐구.."
........................
내가 첫사랑 잊는게.. 지금 이순간에 뭐그리 중요하다고 그리 뜸을 들인거니..
"잊은지 오래야.. 기억도 안나.. 뭘 그런걸 묻고 그러냐.."
사실.. 그녀가 첫사랑 이야기를 종종 물어오긴 했지만..
그럴때마다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곤 했다..
그러면 그녀는 그 이상은 묻지 않았고..
그래서 늘.. 내가 첫사랑이 있었다는것 정도만 알고 있던 그녀였다.
그런데.. 오늘은 제법 진지하게 물어오는 그녀였던 것이다.
왜?
"오빤 첫사랑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
................
아무래도 오늘은 꽤 귀찮게 물어볼거 같은 그녀의 태도다.
"몰라.. 뭐 그냥 다 좋은거였지.. 딱히 뭐가 좋고 그런게 어딨냐?"
"긴 생머리? 뽀얀 피부? 아니면 안경쓴게 매력적이었나?"
...........................
뭐야.. 언제 봤다고?
아..
사진에서 봤었구나...
"다 좋았어.. 다.."
"치.. 완전 푹 빠졌었구만.. "
........................
"에구.. 오빠 무겁지? 이제 나 내려줘.."
괜찮은데..
더 업을수 있는데..
"아냐.. 아직 괜찮은데.. "
"그래? 그럼 계속 가..."
...............................
역시.. 그녀 답다..
"아... 시원하다..."
등뒤에서 그녀가.. 가을 밤 바람을 만끽하는가보다..
"그러게.. 이제 슬슬 겨울이 올 모양이네.."
"아.. 오빠 내일 쇼핑하러 안갈래? 월동준비 해야지?"
"월동준비?"
"응.. 나 겨울옷 거의 없어서.. 이번에 하나 사려구 했거든.. 내일 시간 되지?"
..................................
이거.. 웬 휑제냐..
또 데이트인거야?
"글쎄다.. 시간이 나려나?"
형식상 묻는 그녀와.. 괜히 팅기는 나..
"뭘로 사지? 오리털달린거로 사야돼나? 아니면 코트로 사야돼나?"
.....................
나의 시간 여부는 관심도 없는 그녀..
그런거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오빠가 보고 이쁜걸로 골라줘.. "
이거참..
너무 기쁘고도 황당한 순간들..
하지만.. 하늘을 찌를듯한 설레임만은 가득하다.
내일도..
역시 그녀와의 데이트구나..
행복한 순간들..
"고마워 오빠.."
그녀를 집에다 데려다주고 나도 집으로 향한다..
"그랴.. 잘자고 낼보자.."
"어.. 조심해서 가.. 안녕~"
손을 흔들며 들어가는 그녀..
아..
이건 사귀지는 않지만..
분명 연인사이의 헤어짐 아닌가..
그녀도 나같은 기분인걸까?
그녀도 정말 나의 고백을 기다리는것일까?
매일 이런 만남과 헤어짐속에서
나같은 설레임과 기쁨을 그녀 역시 느끼고 있는것일까...
그런 생각까지 들고 나니 더없이 행복해졌다.
분명 나의 적극적인 프로포즈만이 남은것이다.
이젠 그녀의 마음..
99프로는 확신할수 있었다..
나와 같을 마음을 가진 그녀...
다만..
1프로의 두려움이..
소심한 나를 언제나 주저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제..
그 1프로 마저도 떨쳐버릴수 있을거 같았다.
그래..
고백해보자..
빠른 시일안에..
고백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