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나와 그녀가 사랑하는법 -9화-

니코리짱 작성일 11.02.09 19: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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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일이다..

뭐.. 생일이라고 해봐야..

친구녀석들만나서 지겹게 술이나 먹다가 필름 끊겨주고..

어머니가 끓여주던 미역국 한그릇 먹어주는게 다였다.

그래서.. 별 관심도 없었고.. 귀찮게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았다..

작년까진 그랬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내 생일을 축하해줬음 하는 단 한사람이 있기에..

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려오고 있었다.

친구들의 마음이 담긴 선물들과 술자리..

어머니의 정성가득한 미역국..

물론 고맙다..

그 고마움 모르는거 아니다..

하지만.. 이제 너무 많이 받아왔으니 고만해도 된다.

올해부터는.. 난 한 여자에게만 축하받고 싶을 뿐이다.

죄송합니다.. 친구여러분.. 그리고 어머니..

근데 안타깝게도 그녀가 집에를 내려가 버렸다.

보통은 어제 내려가서 오늘 저녁에 올라와야 정상인건데...

하필 내일이 개천절이라... 학교가 또 쉰다.. 썅...

얼핏.. 월요일날 밤에나 올라온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아... 그녀는 내 생일 모르는거 같다..

그냥 생일이라고 말할걸 그랬나?

내심 지난번에 내 생일 언제냐고 물었을때..

알아서 뭐하게.. 라며 팅겼던게 후회스럽게 느껴졌다.

문자라도 보내볼까..?

근데 그녀는 집에만 내려가면 연락 두절이 되버린다..

가족과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폰까지 꺼버리는건지..

그녀의 미스테리중 하나이다..

* 문자가 도착했습니다.빨리 확인해 주세요 *

오잉?

문자다.. 혹시 그녀?

* 야.. 봉구! 생일 축하한다.. 오늘 한잔 해야지? *

............

동기인 경철이 녀석이다.

아... 이 허탈함은 뭔가..

* 고맙다.. 근데.. 나 좀 바쁠거 같은데... *

웬지 기분이 가라앉아서 술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녀가 없어서 허전한 마음..

내 생일도 몰라주는 야속한 그녀에 대한 아쉬움..

왜..

나혼자 이렇게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어야 되는건지..

생각해보면 참 한심스럽고 우울하기만 하다.

아.. 기분전환을 해야되는데..

멍한 기분으로 핸드폰을 깔짝이며..

그녀에게서 온 문자들을 확인해본다..

언젠가부터 내 문자함에는 그녀의 문자로만 가득차 버렸다.

훗..

그래도.. 나만큼 그녀에게 문자 많이 받은놈은 없겠지?

무심코 통화버튼을 눌러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뭐.. 어짜피 꺼져있을걸 알고 있기에.. 별 신경도 안쓴다..

* 뚜루루루루루루..'

켁..

그녀의 폰이 켜져있었다..

그리곤 나도모르게 폰을 닫아버렸다..

당황했다...

..............


* 띵띠딩띵띵~♬ *

헉..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 어.. 오빠? 전화했어? 근데 왜끊어?'

* ............ *

* 오빠? *

* 아... 아냐 잘못눌러서 너한테 걸렸네.. 친구놈한테 건다는게 그만.. *

* 아.. 그래? 안그래도 오빠한테 전화할려구 했었는데... *

잉? 나한테?

아.... 좀만 참을걸...

* 왜? *

* 아니.. 나 급하게 집에 오느라고 챙겨와야될 서류를 집에 놓고 왔거든..'

* 서류? 뭔 서류? *

* 있어.. 재적증명 하고.. 교육비 납입 고지서하고.. 두개.. 그거 오늘 필요한데..'

* 그래? *

* 응.. 그래서 말인데.. 오빠가 내 방가서 좀 가져다가 팩스로 보내줄래? *

엥? 나보고 지금 니방엘 가라고?

* 내가? 니방 문 안닫혀 있어? *

* 문은 닫혀있는데 보조키는 문앞 화분아래에 있거든.. 그걸로 열고 들어가면돼! *

................

그랬었냐? 보조키도 있었구나... 흐..

* 일단 니 방에 들어가면 다시 전화할께.. '

* 어.. 좀 빨리 가줘.. 한시 까지 해결해야되는거라 지금 빨리 받아야돼!! *

* 알았어.. 걱정말고.. *

전화를 끊고.. 그녀의 집을 향했다..

흐흐..

그녀의 방이라..

나혼자 그녀의 방엘...

가고 있는 중이다..

이 주최못할 설레임...

갑자기.. 온몸에 힘이 솟아버렸다..

생전 뛰는걸 귀찮아하던 내가..

전속력으로 그녀의 집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화분 아래를 보니.. 보조키가 떡~하니 놓여있었다.

흠.. 얘는 겁도없이.. 이런걸 이렇게 표나는곳에 놔두다니..

나중에 변태같은놈이라도 오면 어쩌려구..

으이그..

....................

뭐.. 설레고있는 내 모습도.. 별반 다를건 없나?

생각해보니.. 변태놈들 욕할 처지는 아닌거 같다.

미안하다..

난.. 변태는 아닌데.. 그렇다고.. 성인군자도 아니다.

그냥.. 뭐.. 보통 남자인거다!

흐흐..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나 상큼한 그녀의 향기들이 코끝을 자극한다..

아..

그냥 여기서 살고 싶다...

여기에 이대로 누워... 몇날 몇일을 잠만자도 여한이 없을거 같았다.

...........

근데 왜 내방은 그렇게 방향제 뿌리고 청소를 해대도..

그눔의 쾌쾌한 냄새가 지질 않는거야?

............

* 야.. 방에 들어왔어.. 그거 어딨어? *

* 어.. 화장대 두번째 서랍 보이지? 거기 찾아봐.. *

서랍을 여니.. 종이뭉치들 몇장이 보였고.. 그녀가말한 서류들도 다 있었다

* 찾았다.. 재적증명하고 교육비 납입증명서 맞지? *

* 맞어! 그거 가지고 근처 팩스 보낼수 있는데 찾아서 좀 보내줘.. *

* 알았다.. 일단 끊자.. *

..............

우선.. 급한일부터 해결해주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그녀는 어짜피 내일 올테고..

시간은 많은거다.

오늘....

나..

그녀 방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수 있는것이다..

상쾌한 발걸음을 재촉하며... 서류를 들고.. 근처 문방구로 향했다.

* 야..팩스번호 불러봐 *

* 05X-XXXX-XXXX . *

* 알았다.. 지금 넣고 있어.. 그런데 그건뭐에 쓰는거야? *

* 몰라.. 나도.. 아버지 회사에서 필요한거래.. *

* 아.. 그래? 참 너 근데 언제 오냐? *

궁금했다..

평소같으면 오늘이라도 당장 왔음 좋을테지만..

이번엔 그냥 푹~ 쉬다 왔으면 하는 바램만 든다..

* 나? 뭐 어짜피 낼도 쉬는날인데.. 내일 저녁에나 올라가지뭐! *

* 그래? *

* 왜? 나 보고 싶을란가? 그냥 오늘 올라갈까? *

...............

* 아냐.. 나 오늘 좀 바뻐! 친구들도 만나야돼고.. *

* 흐흐.. 그래? 알았어.. 팩스 들어왔다.. 암튼 고마워! *

* 오냐... 푹 쉬다와! *

* 아참.. 오빠! *

* 어 왜? *

* 오빠 집에 내려간거 아녔어? *

켁...

잊고 있었다..

그녀에겐 집에 같이 내려갔던 거였는데..

* 아.. 그게.. *

* 새벽차 타고 올라온거야? 무지 빨리도 갔다오네.. *

* 어.. 일이 있어서 아침일찍 올라왔지.. *

.................

이거 믿는건가?

순진한거야?

* 암튼 끊자! 수고 *

후..

순간 당황도 했지만.. 뭐..

이제.. 시작인건가?

내일 올라온다는 확답도 받아놨으니..

오늘밤 그녀의 방은 나의 차지?

아... 생각만해도 뿌듯하다..

나의 생일날 이런 멋진 선물을 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녀의 방문을 다시 열고 들어왔다.

내일 온다는 확답도 받았는데..

상당히 긴장된다..

하긴..

이건 엄연히 범죄다.

난 지금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것이다.

옆집 사람이 날 보고 신고하면...

바로 빨간줄 그이는거 아닌가..

그것도 엄청 망신스러운.. 죄목으로..

근데 이건 죄목이 뭐지?

주거침입? 절도? 성희롱? 성희롱은 아닌것 같고..

암튼.. 그런 생각이 드니..

괜한짓 하는건 아닌가 심란해 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냥 잠깐만 있다가 가자..

딱 볼일만 보고 가는거다..

근데 뭘해야되나..

역시나..

그녀의 서랍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 버린다..

나도 역시 남자긴 남자구나....

불현듯 지난번에 서랍장 열고 그녀에게 농락당했던 가슴아픈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

뭐.. 그땐 그때고..

중요한건 지금 이순간 아닌가..

그 누구도 방해할수 없는.. 나 혼자만의 순간..

서랍들을 열었다..

지난번엔 쪽지들만 놓여있던 그 서랍속..

이번엔 내가 그토록 그리던 그녀의 속옷들이.. 잘 정리되어 놓여있었다.

감동..

이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정리하며 지내는 그녀의 깔끔함에 다시 감동해버렸다..

감격과 환희를 뒤로한채.. 슬그머니 손을 갖다댔다..

이미 범죄에 대한 두려움따윈 없어진지 오래였고..

오로지.. 향락과 관음에 대한 설레임만으로 본성을 드러내고 있는 나였다.


한참을 즐겼다(?)

이젠 뭐 더 볼것(?)없나.. 고민을 해야했다.

그녀의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흐...

갑자기 그녀의 어릴적 모습이 궁금해졌고..

허겁지겁 앨범을 꺼내.. 펼쳤다.

어릴적 그녀의 모습들...

너무 귀엽다..

보통 어릴때 못생긴 애들이 크면서 예뻐진다는데..

그녀는 어릴때부터 인형이었다..

............

역시 신은 불공평하군..

사람들이 죄다 귀엽다고 머리 쓰다듬었을텐데..

웃기게 생겼다고.. 왜이리 못생겼냐고 어릴적부터 구박받고 자란

내 신세를 생각하니.. 웬지모를 질투감이 생겨버린다..

교복입은 그녀의 중고딩 시절의 모습..

지난번 얼핏 본 사진에서도 대충 짐작은 했지만.. 꽤나 날나리였던 모양이다.

머리스타일 하며.. 치마모양새하며.. 사진찍은 폼하며..

정상적인건 하나도 없다.

친구를 잘못사겼었구나... 불쌍한것....

그녀는 분명 착했을텐데.. 친구들때문에 잠깐 삐뚤어졌던걸꺼야..

보기 편하게 어릴적부터 잘도 정렬해놨다.

그리곤 한장을 또 넘겼다..

잉?

내 사진이 있다..

엥?

내 사진이 있긴한데..

내가 첫 사랑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게 왜?

아니 그건 그렇고.. 이 사진을 어디서 구한거지?

갑자기 혼란스럽다..

이 사진을 왜 갖고 있는거지?

아니.. 이 사진을 어디서?

내 앨범에서 뺀건가?

하긴.. 그렇게 생각하니 사진의 출처는 이상할게 없었다..

그럼.. 왜?

정말 왜 내 사진을 갖고 있는거지?

설마 그녀도 날 좋아하고 있었던건가?

정말로?

이런 생각까지 이르니.. 설레이는 감정을 주최하기 힘들었다..

바닥에 누워.. 생각을 정리해봤다.

남자의 사진을 앨범에 넣고 보관을 한다는건?

분명.. 보통일은 아닐것이다.

웬만한 관심 아니면.. 사진같은거 보관하고 그러나?

아... 이거 여자심리를 당췌 알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아니다..

내 앨범에서 몰래 빼가지고 자기 앨범에 보관할 정도면..

분명한거다..

그래.. 이건 분명..

그녀도 날 좋아하는거다..

밤마다 내 사진 보면서.. 설레여 하고 있었던거다..

아... 정말.. 그런거였니?

눈물이 날정도로 행복에 겨웠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그녀가 나에게 좀 친근하게 대했었나..

남들도 다 오해 할정도로 커플처럼 지내왔지 않은가..

바보..

진작 말을 하지..

.............

아니지.. 내가 고백하는게 남자의 도리지...

기다렸구나...

불쌍해라..

얼마나 기다렸을까..

..........................


근데 왜 하필 이사진이니..

나혼자 멋지게 나온 사진도 많은데...

너가 봐봐야 한없이 마음 아파해야 할 이 오빠의 첫사랑도 함께한 사진을 ..

급하게 빼느라 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훗..

갑자기 그런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니..

앙큼하게 그리고 귀엽게 느껴졌다..

나보곤 딱부러지게 누나나 엄마처럼 어른스럽게 굴더니..

결국 너도.. 여자긴 여자구나...

사진을 들고 멍하니 바라보자니.. 울컥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이 떠오르려 했다.

아... 안된다..

이제 겨우 잊어가는데..

다시 떠오르면 안되지..

얼마나.. 힘들게 그 시간을 보내왔는데..

안된다.. 절대로..

사진을 얌전히 꽂아놓고.. 앨범을 접어 제자리에 놔둔다..

그리곤 뭐 볼거 없나 다시금 둘러보았다.

그녀의 일기장..

책꽃이 한쪽구석에 꽃혀있는 그녀의 일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가장 중요한걸 이제서야 찾게됬다..

그녀의 마음을 알게될 가장 중요한 단서..

드뎌 찾은건가..

...........

슬쩍 꺼냈다..

...............

웬 자물쇠?

뭐야..

유치하게 애들도 아니고 웬 자물쇠 달린 일기장인지..

아...

이게 정말 중요한건데..

열쇠를 찾아야된다는 마음에 허겁지겁 서랍들을 뒤졌다..

하지만.. 아무리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갑자기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뭔가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할때의 그 답답함..

담배를 피고 싶어졌는데.. 라이타가 없어 찾아헤멜때의 그 답답한 심정보다도..

더 심했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이거..

꼭 봐야되는데..

아..

왜 하필 자물쇠 일기장인거야..

눈물난다..

그냥 자물쇠 부술까?

.................

그럼 안되는건 당연한거고..

포기하려니.. 아쉬움이 하늘을 찌른다..

몇장만 봐도..

그녀의 마음을 확신할수 있을거고..

그럼 내일이라도 당장 프로포즈 할수 있는것인데..

아...

이런 생각드니 또 답답함에 미쳐버릴거 같았다.

진정하자.. 진정..

심호흡을 한번 하고.. 마음을 추스렸다..

그래.. 까짓꺼..

참자..

그리곤 그녀의 베게를 집어 누워 버렸다.

그녀가 베고 자는 베게..

그녀의 체취가 흥건히 베인 베게..

야릇한 기분..

설레임이 제법 끝날듯도 한데 멈추질 않는다..

편안해지고.. 나른해진다..

일기장에 대한 아쉬움을 진정하려다 보니..

몸에 긴장도 조금씩 풀려버린다..

눈꺼풀도 무거워진다..

조금만 잘까?

그녀의 베게를 자고 자는 영광을 잠시 가져보는것도 괜찮겠지?

내일 저녁에나 오게될 그녀가 다시한번 고맙게 느껴졌다.



..................

얼마나 잔거야..

창밖을 보니.. 어느덧 밤이다..

흐.. 꽤나 잤나보다..

시계를 보니.. 저녁 9시가 다되간다..

휴.. 이제 슬슬 챙기고 집에 가야될 시간인듯하다.

뭐 더 있어도 딱히 할건 없고..

너무 오래있다보니 슬쩍 걱정도 되기 시작했다.

옆집에서라도 알게되면 낭패아닌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갠다..

잉?

이불?

내가 이불을 덮고 잤던가?

그러고보니 방불도 켜져있다..

헉...

순간 몸이 경직되버렸다..

뭐야?

문틈으로 보이는 거실도..

역시 불이 켜져있었다..

으아~~

이거 설마..

"어.. 오빠 일어났어? 안그래도 밥먹으려구 깨울라고 했더니..."


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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