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가 (수필식 소설입니다. 디게 짧음)

짜증나는세상 작성일 12.02.14 16: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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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가

 

졸업식 날.

나는 드디어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사회인으로써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한 것만큼 쉬운 것이 아니었다.

꿈만을 쫓아 벌써 10년을 달려왔다. 중학교 때 꾸던 꿈은 그야말로 이루기 힘든 꿈이었다.

내 나이 이제 곧 스물다섯, 20대 중반에 들어선다.

 

철없던 어린 시절, 그때는 나도 역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남부럽지 않게 어느 정도 살던 아이었다. 그때는 되고 싶었던 직업이 딱 하나있었다. 그것은 바로 과학자였다.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던 나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백과사전을 뒤져서라도 알아내고야 마는 아이었다. 그러면서 과학의 신기함과 즐거움을 알게 되고 곧 진로는 과학자라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나름대로 머리를 쓰면서 발명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주위 사람들이 비웃고 놀리기 일쑤였다. 그냥 내가 생각한 대로 발명한 발명품인데, 사람들은 왜 이런 반응을 보일까 하며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심 마음속엔 화가 부풀어 올랐다. 이때부터 욱하는 성질을 가진 것 같다. 결국, 내 마음속에 있던 과학자라는 큰 꿈은 지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놀림 받은 것으로 꿈을 포기했다기보다는, 중학교에 들어서 내가 공부도 어중간하게 하는 학생수준일 뿐만 아니라, 주위 어른들이 말도 안 된다며 다그친 것도 나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학생이 되어서 이번엔 컴퓨터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단순히 컴퓨터를 만지는 것 외에 프로그램 운용이나, 하드웨어에 대한 기술들을 알고 싶어서 전문서적도 도서관에서 읽어보기도 했다.

어렸을 때 사촌형의 집에서 해봤던 게임이나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배웠던 컴퓨터들로 인해 그 꿈은 다시 무럭무럭 자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컴퓨터 학원과 모자란 성적을 보충하기위해 공부학원을 다녔다. 학원을 다니면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 가진 지식이라고 생각했다. 성격이나 그 사람이 얼마나 성실한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학원의 친구들은 그런 생각이었는지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이미 치열한 경쟁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안 듯 해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친구들을 사귀어도 부족한 사교성 때문에 멀어지게 된다. 그러면서 컴퓨터에 관련된 꿈도 조금씩 멀어져 갔다. 오직 공부만이 살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숙하게 배운 공부로는 따라가기 힘든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점점 의욕을 잃어 갔다.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경쟁이 없는 곳은 없다. 작게는 시험점수, 넓게는 미국과 이란의 대립까지도 모두 경쟁으로 인해 생기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했던 나는 그렇게 큰 의욕을 가지지 못했다. 설령, 누군가가 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도 그러려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지금 이 사회에서는 독이 될 수밖에 없더라. 결국엔 누구든 할 수 있는 평범한 내신과 평범한 수능 점수로 나는 2년제 대학으로 발을 옮기게 된다.

 

대학에서의 생활은 즐거웠다.

공부보다는 술, 성적보다는 사람의 마인드로 1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군대를 가야할 시기가 왔다. 별것 아니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사람이 막상 그 상황이 되니 긴장이 되고 약간은 두렵기 까지 했다.

그 후, 23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온 나는 새로운 마인드로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 라는 생각과 작은 꿈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작가, 시나리오든 소설이던 무엇이든 글을 쓰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혀 버렸다.

학교를 가기 8개월 전부터 소설책과 영화를 보면서

나도 저런 글을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나의 꿈은 다시 재조립이 되고 있었다. 물론 글 외에도 음악, 요리등 관심이 있었고 그 외에도 즐거운 일은 넘쳐났다.

그렇게 다시 대학을 가서 공부를 하면서 작게는 수업 과제, 크게는 공모전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대학에도 나보다 더 글을 잘 쓰고 재미있게 만드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나름대로의 노선으로 나도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다 결국, 졸업의 날이 다가왔다.

드디어 졸업.

4년 전부터 생각한 졸업의 날.

하지만 그전까지 생각한 목표와 계획은 그저 아이들의 공상에 가까울 뿐이었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기에는 난 아직 어렸던 것이다.

그런 사회와 세월의 풍파 속에 커다랗던 꿈은 깎이고 부서져 그 조각들은 현실에 먹혀버릴 뿐이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만을 쫒는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에는 그저 인생을 실패한 패배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학교까지 겪었던 성적이라는 조건은 돈이라는 조건으로 바뀌어 버렸다.

 

물론, 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그 돈이라는 것이 어떠한 지위를 부여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만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누가 봐도 돈이 안 되는 일이다. 게다가 당선, 등단이 되지 않는 이상 돈은 십원 한 푼 벌기 힘든 직업이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이와 같은 생각에 반대하며 나를 나무랐다.

하지만 하고 싶다.

그것이 설령 가난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도 꿈을 쫒고 싶다.

지금 이 생각이 공상이고 이룰 수 없는 꿈이라도 달려들고 싶다.

내가 실력이 없어도 이러한 생각이 있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힘이 되거나 공감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아직 사회초년생이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모하고 생각이 어린것일까?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나는 사람들에게 이런 소리를 듣는다.

한번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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