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kanghiro 작성일 13.03.06 03: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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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달을 보고 있었지 -1

 

난 레즈야. 너희들이 관심없어하는 그런 여자이며 다른 여자이지.

난 중학교까지 필드 하키 선수였어.

머린 짧은게 좋았고 음악은 역시 드림시어터.

 

난 소심하단다. 기억력이 좋아서일까? 아닌데.

한 번은 나에게 고마웠던 사람들에 기억을 차곡히 적은 적이 있어.

그걸 까발렸던 내 동창때문에 난 한심하고 소심한 녀석이 됐지. 뭐 그렇게

 

고등학교때 소원은 작은 바이크였지.

이리저리 공부 뒷전하고 위장취업해서 3학년때 처음 클래식 스쿠터를 샀어.

화장 진한 년들 태우느라 고생한 녀석. 이름은 파에톤

 

도시락을 잃어버린 적이 있어. 어머니가 쌈장에 채소들을 가득 싸준

그날 점심 시간에 화장실에서 몰래 울었어.

울 어머니......하면서 그런데 돌아가니 빈 도시락통이 떡하니 있더군

 

넌 몇이냐? 너 ㅋ  난 스물 넷이야. 프랜차이즈 햄버거집 점장까지 하다가

뭣같아서 때려치우고 이제 여행이나 할려구

오늘 종로에서 친구들이 보자는데 가서 좀 마시구 떠나야지

 

대학에 왔어 딱 중간만 하던 내가 운 좋게 이름 좀 있는 대학에 앉게되었지

친구들은 나보고 쏘래. 내가 왜......

하지만 어머니 일터에 찾아가, 돈을 받았어. 애들과 회를 먹기로 했어, 오늘 저녁에

 

종로는 멀어, 타닥타닥 호흡하는 지금의 바이크는 그 전보단 탄탄하지만

비니만 쓰고 달리는 길거리는 차갑고 멀기만 해

어서 가야 내가 좋아하는 안주도 먹을 수 있는데. 먼저 다 시켜놓는 건 뭔 짓이야 대체

 

종로는 흔들려 이제 술 먹을 나이가 됐지만 적응이 안돼

친구들이 저 앞 펀칭머신에서 나에게 손을 흔들어 빨리 가야겠어

주머니에 오 만원뿐인데 이걸로 됐음 좋겠어

 

귀여운 놈 하나가 내 바이크를 건드리고 갔어 휘청댔지만, 뭐 그정도야

고갤 연신 숙이는 녀석이 곱상해서 한참을 봤네

난 이쁜건 보낼 수 없나봐 남자도 이쁘구나 했네 오늘 첨

 

친구들이 손을 흔들어 반가워 뛰어갔는데 동전있냐네.....

한 놈만이라도 왔어? 라고 물어주면 안되나?

주머니 보니 삼 백원 뿐이라 뒷통수 한 대 맞았어

 

전화를 걸어보니 바로 옆 2층이네. 걸어 올라가니 뺀질한 남자색이들 몇 있고

취한 년들도 몇있고 다행이 h는 날 반기네. 그래 너 때문에 내가 산다.

키스만 한 사이야 오해마. h는

 

벌써 좀 마신 모양이야. 동네 구석 술집에서 동동주를 많이 마셨다고 자랑하는 놈때문에 알았지

그럼 회 살게, 가자 하는 나를 끌고, 가까운 술집으로 가자며 어깰 잡아 끌더라

취한색이들 부축하며 옆 2층 술집으로 올라갔어

 

과관이더라 나이도 모르고 앞도 모르고 어찌 살지도 모르고

이 한심한 종자들은 걍 식도에서 나오는 말로 그대로 도배를 하고 있네

쪽쪽 쫩쫩 그리고 가끔 짙은 년들이 이래, 잰 레즈니깐 신경쓰지마

내가 쏘아보면 눈 피하고 ㅅㅂ년들 h 때문에 참는다. h 얜 좋은 애야. 내 옆에서 항상 웃어주니까

 

미친듯이 안주를 시키는 놈들을 말리느라 고생했어

나보고 얼마 있냐고 해서 5만원이라 했더니 좋은 대학 간 놈이 그게 뭐냐고 욕지랄이네

ㅅㅂ 니네가 뭘 보태줬다고 그런 말이냐. 여튼 한 놈은 좀 괜찮아서 난 적당히 시키고 멀리 앉아서 맥주만 꼴짝

 

소주 마시다, 화장실 가서 h한테 나가서 한 자 하자고 했더니, 그 중 한놈이 맘에 든다네

그럼 할 수 없지 하면서 나갈려니 누가 오네.

술 취해서 비틀거리는 어린 놈이 와서 옆 자리에 앉아. 우리 테이블에 여자가 없으니 좀 와달래.

우리 애들은 걍 키득거리더니 나보고 가라네. 그래 하고 웃었지만 뭣같네. 하지만 여기보단 나을테지

 

어머니한테 전화하고 있다가 친구 놈이 합석해서 한 여자를 데리고 왔어.

머리는 짧고 화난듯한 인상에 자기 술 잔을 들고 온거보면 고집도 있는 거 같아.

여기 저기 둘러보더니 날 보고 씩 웃는게 무서워

하지만 여기 있는 놈들보단 나을테지 하고 그녀를 봤어

 

아까 본 녀석이네 귀엽고 어깨를 꾹 하고 누르고 있던

반가웠지만 여기저기 쓰잘떼기 없는 질문들이 너무 많아서

그저 눈으로만 보고 웃었어

 

차갑게 대답하는게 그리 생각이 없어 보이진 않았지만

자꾸 날 바라보는게 이상했어

내가 만만해 보이는 건가?

 

내가 물었지 누가 이 술 사는 거예요?

그랬더니 갑자기 조용해 ㅋ 그래서 다시 물었어

다 같이 내는 거에요? 리더를 잡고 싶더라고

 

여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어. 가고 싶다는 말인가? 해서

계속 바라보고 있었는데 잘 들어보니 술값은 누가 내느냔 말이었어

 

날 데려온 녀석이 귀여운 녀석을 집더니 이 녀석이 명문대가서 내는 거라 하더라고

그런데 잘 보니 아니야. 순진해서 눈알만 동동 굴리는 바보더라고 그 녀석은

히히 속으로 생각하며 이 녀석 구해줘야겠네 생각했지 내가 ㅋ

 

명문대가 아니라고 말했어. 그리고 그녀는 웃었지.

그리고 말했어

" 난 고등학교밖에 안 나와서 명문대생이랑 자고 싶은데, 데려가도 괜찮아요?"

 

물어봤더니  뻘개 가득한 갯같이 거품만 뻐끔대는 녀석들이 너무 우습더라

웃음을 참고 그 녀석에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어

 

여자가 먼저 손을 잡은 건 처음이야. 너무 당황했지만 솔직히 좋았어

5만원도 굳었고말야.

 

오토바이탈래? 물었지

 

아뇨 다치면 곤란해요

 

 

돈이 별루 없거등요

 

하하하

 

미안해요

 

타 괜찮아.

 

술도 별로 마시지 않았는데

 

그럼 내가 살게

 

..... 이상해요

 

뭐가

 

내가 남자 아닌가요

 

나도 여자 아니야

 

네?

 

아니 웃으라고

 

 

그냥 웃어도 돼. 별거 아니야.

 

쿡쿡.....

 

그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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