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놈의 집구석

저는저랍니다 작성일 13.07.11 23: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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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화가 났어.

내가 받은 시험 성적이 엄마 마음에 들지 않았나봐.

나의 노력이 엄마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나봐.


엄마는 옆집 사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언급해가며

"넌 뭐가 문제니, 앞으로 어떻게 살래!?"

늘상 듣던 이야기 보따리가 끝도 없이 흘러나와.

그 이야기 이제 좀 그만 했으면,

혼나는 건 너무 싫은 순간이야.



오후에 엄마는 또 화가 났어.

이번엔 형이 받은 성적표가 엄마 마음에 들지 않았나봐.

형의 노력도 엄마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나봐.


엄마는 옆집 사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언급해가며

"너는 또 뭐가 문제니, 앞으로 어떻게 살래!?"

나에게 했던 이야기 보따리가 또 다시 흘러나와.

그 이야기 제발 좀 그만 했으면,

옆에서 듣는 것도 너무 싫어.



그런데 형도 화가 났어.

엄마의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봐.

엄마의 베품이 형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나봐.


형은 옆집 사는 친구들이 받는 방과 후 수업을 언급해가며

"다른 애들은 다 학원 다니고, 과외 다니잖아!"

반격을 시작했어.

하지만 형의 그런 말 장난은 엄마에게 통하지 않아.

"넌 걔들보다 더~!! 노력을 해야면 되는 거야!"라는

엄마의 말씀으로 언제나 대화는 마무리가 되지.



저녁에 엄마는 또 다시 화가 났어.

아빠가 받은 월급이 엄마 마음에 들지 않았나봐.

아빠의 노력이 엄마의 기대에 조금도 부흥하지 못했나봐.


신랑 잘 만난 엄마 친구들을 언급해가며

"겨우 이거 받아와서, 앞으로 어떻게 살래!?

늘상 듣던 이야기 보따리가 이번에도 흘러나와.

그 이야기 이제 좀 그만 했으면,

옆에서 듣는 것도 너무 괴로워.



듣고 있던 아빠도 화가 났어.

엄마가 불을 지피니까 아빠도 못 견디겠나봐.

아빠도 엄마의 역할이 기대에 부흥을 하지 못했나봐.


엄마 살림하는 이야기부터 친척들 이야기까지,

내가 아는 이야기부터 모르는 이야기까지, 밑도 끝도 없이 흘러나와.

아, 너무 싫다.

옆에서 하루 종일 비슷한 이야기 반복해서 듣고 있는 나의 입에서 

"아이고~ 못살겠네~" 소리가 튀어 나올 지경이야.



결국 방금 퇴근하신 아빠는 엄마가 차려 놓은 밥상을 뒤로 한 체,

"에이~ 망할 놈의 집구석"이라고 한마디를 외치시고는

다시 대문밖으로 사라지셨어.

그렇게 오늘 하루의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되었어.




그래, 나는 어려서 뭐가 문제인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빠 말에는 왠지 동감이 가.

우리 집구석은 망할 놈의 집구석이 맞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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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밥상 짤을 찾아 넣고 싶었는데, 마음에 드는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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