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은 흐린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은 굳어 있었고 창밖을 바라보는 눈빛은 고뇌에 차 있었다. 며칠전 상황을 떠올려 보았지만 생각은 정리되지 않았다. 하나의 작전처럼 말하고들 있었지만 그렇게 녹녹하게 상황이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기도 했다. 수 많은 작전을 수행해 왔지만 그리고 장병들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 자일에 있었던 아무도 실제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기껏 해외 파병을 통해 전쟁의 겉모습만 본 장군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전투가 아니었다. 하나의 정치적인 행위였다.
국군 통수권자가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을 위해 군을 사용하고자 했을 때 그것에 반기를 드는 것은 어쩌면 정의가 자신들에게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수도 있겠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결국엔 국민들을 향해 다시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는 아직 그 날의 상황과 작전에 대해 부하들과 공유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확시랗ㄴ 것이 없어다. 그리고 그가 해야 할 일도 별로 없었다. 정보를 감추는 것, 그리고 그것을 국정원과 공유하는 것. 이건 하나의 연극이었다. 국정원도 이미 작전에 들어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교차 확인에 관한 정보들이 너무 평이해서 더 이상한 생각이 들 정도 였다.
'나는 누구에게 충성하고자 하는가.'
어쩌면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원론적인 질문 이었다. 군인에게 충성은 절대적 진리였다.그런데 돌이켜 보니 충성이 어느샌가 하나의 거래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 자리에 까지 올라 왔지.'
이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겠다는 야망은 더 이상 꿈꿀수 없는 상상이 되고 말았다. 한번 구른 '수레바퀴는 결국 부서지고 나서야 멈출것이다.'
그는 아직 결심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경례를 하려는 부관을 손을 내저어 그만두게 했다. 경례를 받는게 불편한 것이었다.
"무슨 일이야?"
"이상한 움직임이 있어서요."
"그래도 대행이네, 일은 제대로 하는 것 같아서." 진웅이 중얼거렸다.
"네?"
"응, 아니야. 그래, 어떤 움직임."
"단위 부대 훈련 일자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규모로 네 곳에서 동시에 잡혔습니다. 내용도 동일하구요."
이미 그들은 결심을 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 되었다. 이제 자신이 결심을 할 때 였다.
"기중령.자네 나랑 안지 얼마나 됐지?"
"네. 15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래. 내가 연대장 할 때 였으니까, 그때는 자네도 이십대였구만."
기동수중령 육사 출신의 촉망 받는 정보통이다. 처음에는 야전 부대 지휘관이 되는 것을 꿈꾸었었다. 그런데 그의 인생이 자신을 만나면서 확 바뀌고 말았다.
원래 심복이라는 것이 주인을 따라 운명이 바뀌는 것이다. 어쩔수 없다.
"그대로 나둬. 이미 통지 받은거야. 계엄령이 떨어질거야. 이번 주말 자정에."
놀라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었던지 아니면 예상을 하고 있었던지.
"그렇게 되는군요. 사령관께서는 어찌 하실 작정이십니까?"
"어쩌긴 군 통수권자가 우리를 부르는데."
"그것만 입니까?"
역시나 그것까지 유추해버린다.
"하여간 상상력들은 좋아서는... 그래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령관께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 입니다."
진웅은 그 질문에 그저 고개만 주억거렸다. 아무 말도 상황이 어색해질 무렵 기중령이 말을 건네 왔다.
"저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개인적인 부탁 입니다."
"내가 들어 줄 수 있는 거라면 좋겠는데..."
"저도 아직 정리가 안되어서 정리가 되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 자네는 부탁 한가지를 해도 너무 꼼꼼하고 신중한게 탈이야. 좀 대범해 보라구."
"알겠습니다."
"상황 보고는 모레부터는 30분 단위로 변경 하도록 하고 나가봐."
"그럼."
경례를 하지 않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좋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