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일상
며칠이 지났다.
그 이후로 그녀에게 연락은 없었다.
나도 연락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때때로 아쉬운 마음에 연락해볼까 했지만 뭐라 할 말을 떠올리다 포기하기 일쑤였다.
'오늘 퇴근하고 어때?'
오늘이요?
'진짜 화끈하게 노는 사람들은 일요일에 오는 법이지.'
전 그냥 그런데.
'그러지말고 술 한잔 하고 가자, 내가 쏠께. 곧 있으면 크리스마슨데 혼자 보낼꺼야?'
- 저도 한 번 가볼까요?
'주 선생은 가지마,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혹시라도 문제 생기면 나만 나쁜 놈 되잖아.'
- 그냥 심심해서 가는거죠, 누가 뭐 꼭 하러갑니까.
'이사람 은근히 은근해.'
그럼 둘이 가시죠, 저는 그다지 재미 없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가자, 둘보다는 셋이 경쟁력이 좋다고, 응?'
-그래요, 같이 가요. 그냥 우리끼리 논다 생각하고.
'주 선생, 요즘 좀 친구들과 놀고 다닌다더니 꽤 적극적이네.'
- 인생 뭐 별거 없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전에 친구들이랑 같는데 게임하고 놀았는데 대학 때 기분도 나고.
'자, 그럼 다 같이 가는걸로 하고, 수업 정리하고 10시에 1층 백X집에서 저녁 먹고 가자고.'
저 진짜 별룬데.
'아 정말, 알았어. 오늘 메인으로 밀어줄께, 그 대신 잘 되면 수요일에 밥 쏴.'
수업은 끝내고 저녁을 먹었다.
고기를 굽고 술을 마셨다.
몇 잔의 술이 돌면서 학원 얘기에서 부터 연애 얘기, 그리고 원나잇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좋다, 나쁘다의 얘기는 아니였다.
다만 가능하냐, 안하냐가 촛점이었고 그걸 할 수 있는 능력, 그 매력 발산이 통할 때의 스리를 경청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실전은 밤 12시가 되어 룸 안에서 펼쳐졌다.
'김선생이 가운데 앉고, 주 선생은 오른쪽, 내가 왼쪽에서 사회 겸 분위기 리드할께.'
- 각자도생 하면 되는거죠?
'그건 2차가서 얘기고 룸에서는 되도록 간단한 호구조사랑 위트있는 유머와 매너로 친구들 불러 오게 해서 놀자. 그 이후는 자기 능력이고.'
- 마음에 안들면요?
'양주 주지말고 맥주 줘. 그럼 내가 알아서 짜를께. 근데 마음에 든다 그러면 홍차 따줘, 그럼 내가 노래 부르면서 서로 가까이 말할 수 있게 시끄럽게 해줄테니'
- 우와 강선생님 진짜 대박인데요.
'수업 준비만큼 멘트 준비안하면 그냥 술만 먹고 가는게 이곳이야, 집에 혼자 터벅터벅 들어가면 얼마나 쓸쓸한데. 전화해서 말할 사람도 없고.'
여자친구 있잖아요?
'헤어졌어, 이상하게 정착이 안되네.'
- 쏠로가 좋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다하고.
'그렇긴한데.'
"형님들, 오늘 최고의 미녀분들 모셨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와우! 눈부셔. 자, 이쪽으로 앉으세요, 한 분은 저쪽에.'
그의 멘트는 교과서적으로 진도에 맞춰 이루어졌다.
타이밍 타이밍마다 웃겨야 하는 포인트에 대사를 던졌고, 가끔씩 주선생님과 합이 맞지 않았을 때는 술 한잔을 외치며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오빠는 기분 안좋아?'
아니, 기분 좋아. 노래 부를래?
'난 노래 별루, 술 마시자.'
그래.
술 한 잔, 몇 마디의 대화, 술 한 잔, 몇 마디의 대화.
진도가 나가지 않으면 한 번씩 여자들은 썰물처럼 나가고 밀물 처럼 들어왔다.
그 때 마다 강선생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내부 지령을 내렸고, 새벽 2시를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그렇게 시간을 흘렀고 새벽 2시 2명의 여자와 함께 나이트를 나섰다.
난 집으로 갔다.
기분이 내키지 않아 분위기를 맞추기도 그랬고 마음에 없는 말이 쉬이 나오지 않았다.
강선생도 주선생도 잡지 않았다.
우린 나이트에서의 파트너였지만 2차 술자리에선 경쟁자가 될 수 있기에 그건 당연했고 당연했다.
월요일, 화요일 어떻게 쉬었는지 모르게 휴일을 지나갔다.
그리고 수요일 강선생과 주선생은 그 뒤의 이야기에 대한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해서 진짜 데려다 주고 갈라했더니, 자취한다고 하더라고.'
- 그래서요?
'그럼 집구경 좀 해도 될까? 했더니, 집 청소 안해서 싫다는거야.'
- 그래서요?
'알았어, 집구경은 됐고 화장실만 쓸게 하고 들어가서 뭐... 알지?'
- 대박이네요. 전 그냥 그대로 헤어졌는데, 집에 와서 톡 했는데 톡 읽지도 않고. 나와서 보니까 이쁘지도 않더만.
'술자리에선 연예인 누구 닮았네 하면서 엄청 좋아하더니.'
- 여친이 훨씬 더 이쁘더라고요.
'이래서 여친있는 사람이랑 가면 나만 쓰레기 돼.'
-농담이에요, 농담. 이번 주에 한 번 더?
전 미리 얘기하지만 안가요. 지난 번에도 저 때문에 재미없었잖아요.
'누가 얘기하래, 얼굴 마담하라고 얼굴 마담.'
-맞아요, 김선생님은 말 별루 안해도 여자애들이 젤 늦게 까지 붙어있더만 연락처도 먼저 주고. 연락은 해요?
아니요, 그냥 재미없어요. 따로 연락하는 사람도 있고.
'아, 정말? 이 사람 고양이과네, 먼저 부뚜막에 올라가있고.'
- 몇살이예요, 이뻐요?
'이쁘겠지, 김선생 전 여친도 엄청 이뻤어. 얼굴 엄청 따져.'
그냥 연락만 하는거예요, 연락만.
- 처음이 재밌죠, 설레기도 하고 연애 3년 넘어가니까 그냥 만나는게 일상이라.
'없는 사람 앞에서 그러지 맙시다. 퇴근 할 때 전화할 사람 없어서 우울한 사람도 있는데.'
- 정말요? 안 그럴 것 같은데.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내 사람 같은 사람이 없어서 쉽게 연락 못하겠더라고, 술 먹자 할 때는 쉬운데 말이야.'
-와 그건 생각 못했는데.
'수업 신나게 하고 나서 혼자 교실 청소하는 기분도 같지.'
-이해가 한번에 되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꼬?'
-수요일도 사람 있어요?
'외로운 사람이 날 가리겠어?'
-아 맞네.
전 수업 들어갈께요.
이 가라앉는 기분이 일상이 된다.
정말 싫다.
띠링
- (제멋대로님) 오늘 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