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 말테의 푸른공기 (2)

말테이 작성일 18.04.17 18: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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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말테의 푸른 공기(2)>

 

화단에는 난초들과 함께 공기 정화에 좋은 여러 식물들이 있다. 식물에 좋은 쌀뜨물을 뿌려준 뒤 시원하게 호스로 물을 쫙 뿌려준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가 된 후로 화단을 가꾸는 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일이었다. 공기정화기가 미세먼지 타입 X그리고 Y 를 제대로 처리 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 난 뒤로 난 종류와 관음죽 만이 어느 정도 이 타입을 걸러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이었다.

말테는 물주기를 끝낸 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푸르고 맑은 하늘은 보이지 않고 그저 불투명한 황색의 하늘만이 보일 뿐이었다. 어느 때부터였을까? 별은 보이지 않고 하늘은 푸르지 않고 공기는 탁하다. 미세먼지에 특별히 제작된 마스크와 고글을 끼지 않고는 더 이상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 할 수도 주변 경치도 즐길 수 없다. 이런 사회에서 예전 동 식물과 인간이   평화롭게 숨쉬고 살았던 예전 영상들은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나게 해주는 탈출구였다.

2025
, 대한민국의 대기 질은 가끔가다 중국 발 미세먼지가 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2020년 이후로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도시 안에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졌고 몇 시간 만에 대기 질을 개선 시킬 수 있는 대형 공기 정화기가 도심지 주변 곳곳에 설치 되었다. 또한 연안 주변 대형 컨테이너선도 벙커시유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차량도 2부제는 권고가 아니라 의무적으로 시행 되었다. 이런 노력과 함께 중국에서도 대기 질을 개선 시키려는 노력이 겹쳐 맑은 하늘을 점점 되찾아 가던 때였다. 발단은 베트남의 어느 한 공장에서 시작 되었다.  

 

중국이 노동집약적 경제에서 첨단 경제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대부분의 공장은 베트남에 지어졌고 어떤 화학 약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어떤 물질이 세어 나오는 사건이 있었다. 그 물질은 어떤 공해나 해도 입히지 않았지만 미세먼지와 결합 되면 인간이 견딜 수 없는 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변종도 만들어 내었는데 크게 X, Y 그리고 Z 로 나누어 졌다. X는 눈에 크게 해를 입혀 실명 상태로 만들었고 Y 는 소화기관과 식도를 상하게 만들었으며 Z는 간과 신장에 해를 입혔다.

처음은 조용한 살인자처럼 그 화학 약품 공장 주위 마을의 사람들을 하나씩 삼켜 버렸다. 그 이후 다른 마을에도 영향이 퍼져 사람들은 숨을 들이키는 동시에 극심한 고통을 받으며 죽어갔다. 이 사실을 알아챈 세계 각국은 이 변종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전문가들을 파견하고 원인이 되는 화학 물질을 제거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일이 난 이후로 하늘은 황색으로 변하였고 마스크와 고글을 끼지 않고는 살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화단에 물주기를 끝내고 말테는 서재로 돌아와 재정 서류를 검토했다. 2년 전 말테는 포워딩 회사를 설립했다. 물류회사에서 5년간 영업을 하면서 많은 화주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았고 현재 와서는 개인 사업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정도 였다. 몇몇 서류를 점검 하던 중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
점심 먹으렴. 네가 좋아하는 국수 해놓았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 곧 갈게요."
 

하는 일을 마무리 한 후 늦은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
엄마가 시장에서 아는 친구 만났는데 그 쪽 딸이 너하고 비슷한 나이더구나"

 

"......"
 

무슨 말을 할건지 말테는 짐작 하고 있었다.

"...
어머니. 아직 사업도 자리를 못 잡았고 여러 가지로 바빠요."

"
알고는 있지 말테야. 하지만 몇 년 전 돌아가신 네 아비가 언제나 보고 싶어 했던 게 손자지 않니"

"....
.."

말테의 아버지는 몇 년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폐가 서서히 기능을 잃어 목숨을 잃었다. 당시에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으나 지금 와서는 미세먼지가 원인이 아니었나 라고 생각 되었다.

"
좀 더 생각을 해볼게요"

빠르게 그릇을 비운 뒤 말테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그닥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가벼운 만남이야 주말이면 언제든 즐길 수 있었고 아이나 부인을 가짐으로써 생기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지만 현재로서는 그닥 하고 싶지가 않았다. 물론 어머니를 생각하면 결혼을 생각해야 했지만 사업에 집중하는 지금은 결혼과 연예라는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중국 상하이에 새로운 라우트를 개척 하면서 예상된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 4시가 되었다. 커피를 다시 타려고 바깥에 나가보니 원래 황색의 하늘이 갈색으로 보이고 있었다.

 

"어머니.. 하늘 색깔이 이상해요"

 

말테가 근심 어린 얼굴로 어머니를 쳐다보면서 말하는 순간 사이렌이 울렸다. 그리고 핸드폰 문자로 '변종 미세먼지 발생. 국민 여러분 안전 마스크 착용 하십시오' 라는 긴급 재난 대처 메시지가 들어왔다.

 

말테의 집에는 일반형 공기 정화 마스크와 최신형 여과 필터를 부착한 방독 마스크가 있었다. 말테는 황급히 방독 마스크를 집고는 어머니에게 씌었다.

 

" 어머니, 방안에 들어가세요!"

 

어머니가 들어간 방은 특수 제작된 공기 정화 방으로 오직 한 사람만이 들어 갈 수 있는 장소 였다. 그 장소는 원래 피난용이 아닌 신선한 공기를 들이키고 싶을 때 들어가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장소였다. 어머니를 황급히 방안에 밀어 넣은 후 말테는 황급히 자신의 마스크를 찾았다. 마스크를 낀 후 창문을 바라보니 거대한 갈색 구름이 점점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너도 들어와라 말테야!"

 

어머니가 절규하며 문을 열고 나왔다. 말테는 직감적으로 연로하신 어머니가 버텨 낼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어머니를 다시 방안으로 밀어 넣고 두 손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어머니. 전 젊어서 괜찮아요. 잠시만 그 방안에 있어요!"

 

말테는 고글을 끼고 다시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 갈색 구름은 거의 아파트를 삼킬 만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잠시 뒤 그 갈색 먼지 구름이 조금씩 들어왔디. 식물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그 구름은 식물을 말려 죽이고는 말테 앞으로 조금씩 다가왔다. 어머니는 고함을 지르며 나오려고 했고 말테는 악을 쓰며 그걸 막았다. 잠시 뒤 그 먼지구름은 말테를 뒤덮었다. 처음 10초간은 버틸 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허리 뒤쪽이 타는 듯 아팠고 그 극심한 고통에 말테는 정신을 잃어갔다. 눈 앞이 흐릿해질 무렵 어떤 손이 말테의 얼굴로 다가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말테는 조금씩 정신을 차려갔다. 눈이 따가웠지만 조금씩 눈을 뜨려고 노력했다. 아까 전 무섭고 두렵던 갈색의 구름은 지나갔는지 황색의 공기 만이 눈에 어른거렸다. 등쪽이 따갑긴 하지만 숨을 쉬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한 호흡, 두 호흡.. 조금씩 기운을 차려간다. 그런데 위화감을 느꼈다. 얼굴을 만져보니 자신의 얼굴에는 방독 마스크가 씌어져 있다. 순간 놀란 말테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말테의 옆에는 어머니가 조용히 잠을 자듯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는 말테가 정신을 잃는 순간 자신의 마스크를 벗어 말테에게 씌운 것이었다.

 

"어머니!! 엄마!!!"

 

말테는 절규하며 어머니를 잡고 흔들었다. 몇 년 전 말테는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어머니도 지키지 못하였다.

 

"엄마! 엄마!!"

 

말테는 소리를 치며 일어났다. 그렇다 여긴 불이 꺼진 임대 아파트 였다. 방안에는 난이 하나 놓여있다.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일어나 창문을 바라보니 황색의 공기가 흐른다. 여긴 구역 3-1이다.

 

말테의 블로그: http://malteku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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