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inence - 2

zion234 작성일 20.09.03 21: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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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흔한 전개이지만 난 그 뒤로 항상 그 시간에 버스를 탔다. 가끔씩 아버지가 차로 학교에 데려준다고 할 때마다 신경질을 내면서까지 항상 그 시간에 버스를 타려하였다.그녀 또한 꽤나 부지런한 모양이다. 버스 안에서 마주치는 횟수가 점점 늘어만 갔다. 조금의 공간을 두고 나는 항상 버스에 서서 갔고, 오른쪽 뺨에 난 여드름이 부끄러워 항상 그녀가 앉은 자리의 오른편에 공간을 두고 서 있으려 하였다. 무슨 수컷의 동물적인 본능인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손과 팔에 힘을 잔뜩 주었고 얼굴은 힘을 주지 않는 척하려 애를 쓰고 있었다. 버스에 내려서 학교로 걸어갈 때면 팔에 쥐가 날 정도였다.

그 날은 유난히도 그녀의 하얀 목에 난 솜털이 볕에 부대껴 더 노랗게 보일정도로 눈이 부신 아침이었다. 또 내가 태어나서 가장 뻔뻔해지리라 마음을 먹은 날이기도 하다. 난 내가 내려야하는 정거장을 두 정거장이나 지나쳐 그녀를 따라 내렸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바삐 걸어가는 그곳을 해집고 난 겨우 그녀를 따라잡았다. 그녀가 교문 정문을 들어가기 직전 온갖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무어라도 해야할 것 같아 나는 그녀의 어깨를 낚아 채었다. 

놀란 그녀가 그 큰 눈을 더욱 부릅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무언가 말을 해야하는데, 말문이 막혀버렸다. ‘뭐라고 하지….빨리 좀 아무말이나 생각해봐….!!!’ 내 마음속에는 또 다른 내가 절규하듯 소리치고 있었다.

“잘못했습니다.” 

젠장, 왜 하필 그 말이 나왔을까? 나 자신이 한 없이 미워졌다. 하지만 못난 나를 탓할 새도 없이 그녀의 웃음소리가 내 귀를 가득 매웠다.

“푸하하하하”. 

너무도 놀랐다. 일단은 그녀가 웃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녀의 목소리가 예상과 달리 너무 호탕해서 놀랐다.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나중에 여기로 연락해요.”

그녀는 내 손을 낚아채더니 여덟짜리 번호를 꾹꾹 눌러 썼다. 그리고는 고개를 획돌려 정문을 지나쳐 들어갔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나부낀 머리카락들이 내뿜는 샴푸향을 느끼며 나는 그대로 멍하게 한참이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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