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오질나게 비와서 마음도 센치하고 할일도 없으니 그냥 옛날 생각이 떠올라 끄적끄적~~
나는 찌질했다
대놓고 찐따짓 했던 건 아니였지만 서른 넘은 이 시점에서 내 학창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직도 눈물을 흘리는 채연 싸이월드급
이불킥 소재들이 하루에도 몇개씩 있었고, 별볼일 없는 초라한 내 자신을 보면서 사람들을 대할 때 방어적으로 대해서, 처음보는 사람들이 “이새끼 뭐지?”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키는 보통, 외모는 오덕훈,성적은 고만고만, 운동도 고만고만, 교우관계도 적절히 고만고만.
개똥에 쓰려고 찾아봐도 없을 것 같은 내 장점들은 그나마 모나지 않은 내 성격 덕분에 겉돌지 않고 그냥 이래저래
특이점 없이 학창생활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성 관계는 당연히 전무했고 취미인 독서도 모종의 이유로
제대로 못하게 되어서 고등학교 생활의 전반적인 기억은 미연시, 판타지, 인터넷 게임 이 세가지로 압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연시를 많이 해서인가, 이성을 몰라서 더욱 갈망해서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끝내고
재수와 대학생의 기로에서
누군가 밈처럼 말하는 “좋은대학가면 여자친구 생긴다” 라고 했던 말에 난 내 1년을 걸어보기로 하고 대기로 합격했던
지거국 합격 통지서를 찢어발기고 재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재수학원에 짐을 싸서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없는 살림에 부모님은 걱정 반 근심 반으로 날 떠나보내셨는데 내가 저 맘으로 재수를 생각했던걸 아시면 얼마나 기가 막혀 하셨을까…
결론만 말하면 뭐 어쨌든 지옥같던 1년을 무사히 끝내고 나는 쥐며느리 눈곱만큼의 성과를 가지고 겁도 없이 하늘의 문을 두드렸고, 그 결과는 내 손만 박살나는 결과와 함께 멘탈도 쿠쿠다스처럼 가루가 되었다.
애초부터 정확한 목표는 없었지만 나름 죽을만큼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집중력을 최대한 갈아 넣었다고 생각했는데(06:30-02:00를 열달간 거의 매일 했으니…)
결과가 처참하니(사실 점수는 많이올랐지만) 뭔가 인생의 맥이 탁 풀린 느낌이 들었다.
이 때 이후로 공부에 대한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서 나중에 다른 공부를 할 때 많이 힘들었다. 각설하고
때려죽여도 삼수는 못하겠다는 결심 때문에 보험으로 넣어두었던 소소한 대학에 발을 딛게 되었고, 내 목표도 소소하게
학교 다니면서 소소하게 졸업하고 소소하게 적당한 직장 얻어서 살자는 인생설계의 베이스를 마련하였다.
그렇게 다니게 되었던 대학교 1학기 생활, 그 생활은 공부를 떠나서 나와는 1도 맞지 않았던, 인생 맡바닥의 경험만 주구장창
쌓았던 경험이였다. 아무리 보험이지만 기독교 학교를 초이스한건 최악의 선택이였는데(나중에서야 신의 한수였다는 걸 알았다)
기독교 친구들이 많아서 큰 거부감이 없을 줄 알았던 교인 생활이 무교였던 나에겐 학업 이상의 스트레스가 될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일단 술없는 MT를 비롯하여 통성기도, 새벽기도, 중보기도(?), 릴레이 기도, 방성, CCM을 주입식으로 접하니 정신이 대략 멍해졌고
채플과 기독교 수업을 들으니 나름 이과마인드였던 내 세계관이 철저하게 부정되었다. x발 빅뱅은 가설이고 창조는
이론이였던 거였다??
기독교에 대한 편견은 없었지만 그렇게 학교를 다니면서 편견이 생겼고(워낙 다른 드러운걸 많이 봐서) 그에 따라 반발심리였던가
강의 자체도 안나가고 기숙사 박혀서 미드만 주구장창 보고, 가끔 보는 몇 안되는 친구들과 술 한잔 정도 하는 것이
인생의 낙이 되어 버렸다. 대학 동기들간의 관계도 크게 접점이 없었는데,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 대학교에서 처음 접해본
나로서는 혹시 실수할까, 찌질하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애초부터 접근 자체를 안했던 것 같다. 같이 교회가기 싫었던 것도 있고…물론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마인드가 더 찌질하게 보이지만,,,
이쯤되니 연애는 이번생엔 그른 것 같기도 하고 다른나라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 해졌고, 대놓고 마음을 터놓을 여자는 미연시 속의 유미쨩밖에 없었고, 유미쨩만이 머릿속에서 나를 위로해줄 뿐이였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니 결과는 뭐 안봐도 뻔했다
학사경고 1회, 교우관계 제로. 자격증은 컴활도 떨어질 정도의 텐션
아무리 못해도 중간은 하라고 말씀하셨던 부모님은 학사경고장을 보시고 생전 하지 않으시던 육두문자를 찰지게 날리셨고
안그래도 떨어진 자존감에 스크래치만 제대로 나게 되었다.
그냥 나는 루저가 된 것 같았고 머리속에는 게임이나 술 마시는 것 외에는 아무 계획없이 하루하루를 사는게
그저 일상이 되어버렸다. 군대가서 정신을 차려볼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잠시뿐이였다.
그렇게 지나가버린 3개월의 시간, 다시 개강의 시간이 다가왔고, 전원 기숙이던 학교 방침에 따라 아무 의지 없이
다시 학교 기숙사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제일 먼저 들어온 기숙사, 룸메이트가 오건말건 대충 짐을 던져놓고 게임이나 하면서 무료하게 마지막 방학을 보냈고
오후 늦게쯤 점심을 먹으려 기숙사 방문을 나섰다. 그 때가 8월의 마지막 날 오후 3시
그리고 나는 문 앞에서 그와 처음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