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기 직전 1년 휴학하던 시기니까 2006년인가 2007년인가
그당시에 공과대 지하실에 투과전자현미경이 입고됐는데
휴학기간동안 분석업무를 전담하던 직원 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도 마침 그자리에 있었지.
10평은 넘는 방하나를 다 차지하는 거대한 장비의 설치가 끝나고 시범운영을 하는데 수억원을 하던 고가 장비라 오퍼레이팅을 위한 컴퓨터도 당시 기준으로 고급사양이었던 모양이야.
부팅속도가 아주 빨랐던게 기억나.
여차저차 작동확인까지 마무리하고 시건을 하려는데 평생 처음보는 장비가 신기하기도 했고 시범운영때 봤던 결정구조의 회절 형상을 다시 보고 싶어서 담당직원한테 허락을 받고 시건을 위한 열쇠를 건내받았어.
그때 이거저거 조금 만저 보다가 마무리하고 나왔는데 그 후로 그방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었어, 아무도 분석의뢰나 장비사용의뢰를 신청하는 사람이 없었거든.
그렇게 나는 복학을 하고 졸업을 하고 직장을 구하고 10년 하고 몇년 더 시간이 흘렀지.
우연히 회사업무상 투과전자 현미경이 필요했고 나는 오랫만에 그 방에 다시 방문 할 일이 생겼어.
이미 전에 담당했던 직원은 그만둔 후였고 현 담당자의 안내를 따라 지하실로 향했지, 직원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였던 그 사람은 장비의 사용법을 아는지 등을 물으면서 열쇠로 문을열고는 끝나면 알려달라고 하고 돌아갔어.
한동안 자리에 앉아 분석을 진행하고 필요한 자료를 복사하기 위해 USB 포트를 찾는데 모두 4개가 있는 포트중 한곳, 이미 USB가 꽂혀있는게 보였어. 검정과 빨강으로 되어있는 흔해빠진 대용량 USB. 예전에 장비를 설치하던날 내가 꽂아두고 잊어버렸던 USB.
‘이게 여기에 아직 남아있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어떻게 이 USB가 아직 남아있었는지 상상했지. 공용장비가 늘 그렇듯 다들 자기랑 상관없는 이 USB는 건들지 않고 내비뒀던 거겠지. 무려 10년이 넘게.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USB 저장장치를 탐색해서 열어봤어. 혹시 추억어린 자료같은거라도 있을까. 그리고 내가 발견한 것은 USB에 채굴 프로그램이 들어 있었다는 것과 지금까지 채굴이 계속 진행중이라는 것, 그리고 7개의 비트코인이 하드에 저장되어 있는 상태라는 거였지.
찰나, 정말 번개가 치는 속도와도 같은 찰나의 순간에 모든 정황이 머리를 스쳤어. 내가 USB에 채굴 프로그램을 깔아둔 것. 그걸로 학교 컴퓨터 하나를 채굴기로 쓰려했던 것. 하지만 결국 실행하지는 않았던 것. 그리고 문제의 그날 장비의 컴퓨터 성능이 좋은 걸 알고 시험삼아 채굴기를 켜놓았던 것. 그대로 잊어버린 것 까지.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어. 흥분으로 머리에 피가 쏠리고, 아니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맞겠다. 500m를 전력 질주하했을 때 처럼 이빨들이 둔중한 열기를 느끼며 달달 떨리고 있었어.
어떻게 그 코인을 가저갈 수 있을까, 뇌가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는 상황에서도 오직 그 생각만 또렷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