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영웅문 주인공은 소년 곽정.
좋은 사부 7명에게 훌륭한 무공을 교육 받는다.
하지만 실력이 늘지 않는 우둔한 아이.
그가 자라던 곳은 몽골.
마침 이곳을 지나던 전진파 마옥 도사 눈에 들어왔다.
곽정 일곱 사부는 외공(싸움기술) 을 가르쳤지만
전진파 마옥은 내공(숨쉬기)를 몰래 가르쳤다.
그 뒤 사부들이 놀랄 만큼 급격히 외공 기량이 늘어난다.
아침 러닝에서 나는 앞 착지를 하고 있었다. (뒤꿈치가 되도록 닿지 않는 방법)
친구가 달리던 모습도 생각나고 코치가 지도하던 트랙 훈련에서 앞서 달리던 어느 여자 러너 가벼운 착지도 생각 났다.
그보다 내가 이렇게 얼마나 더 오래 달릴 수 있을까 계속 의심이 들지만
무거웠던 발걸음이 톡. 톡. 톡. 톡. 가볍게 떨어진다.
이거 앞 착지 좋네~!!
(그런데 조금 뒤부터 종아리 근육통이 밀려온다. 끙)
대략 3~4킬로 달린 거 같다. 원래로 바뀐 걸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미 그때는 다른 쪽 생각으로 넘어간 뒤였거든.
혼자 장거리 러닝은 호흡이 안정되는 만큼
생각은 더 넓은 공간으로 문 열고 나간다.
그 아득한 곳 너머 무의식 세계에서 놀다가 문득,
달리는 몸이 힘든 걸 알게 된다.
아니지.
몸이 못견딘 힘듬에 공상도 깨졌던 거.
깨지기 전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은
육체 이탈한 영혼처럼 나를 마치 제 3자 보듯 했다.
그런 상태에서 뻗어나간 생각들 중 어떤 주제나 단어가 남아 맴맴 돈다.
시인이 시를 그리듯 가다듬어 나가보자고
난 그걸 영감의 향연이라 말하고 싶다.
새로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것.
러닝이 끝나면 금세 지워질 걸 안다.
그래도
글로 남기고 싶어 잊지 않게 달리면서 되뇐다.
숨쉬는 느낌을 잠시 잊었고, 달리고 있음도 떠나는 순간이 생겼어.
명상 해본 적 없지만 이게 명상 아니겠나!
어쩌면 달리기는 호흡수련을 하기위한 동작인가!
내공 도사 마옥에 알수 없는 가르침인가!
숨은 깊어졌다.
러닝은 호흡 호흡은 내공.
영웅문 3부작 18권.
평생 열 번 이상 읽었다. 줄거리 줄줄 외울 정도.
달필을 넘어서 신필로 추앙받는 김용 선생님에 깊이는 운동으로 다시 새롭다.
작가님은 무공에 깊게 들어가셨 던것… 아니
운동에 철학적 깊음까지 아셨나 보다.
무공은 운동인데
무협 주인공들은 평생 운동만 매진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달리기를 몰랐다면 안보였을 러닝의 깊은 철학을 느낀다. 영화는 다시금 새영화로 줄거리가 달라진다.
여기 감독은 분명 울트라 러너이며 높은 경지에 고수일 것이다.
검프는 떠난 제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며 미대륙을 달렸다.
아름다운 대지를 달리는 검프.
고민과 괴로움은 러닝으로 치유받았고,
치유받은 바보는 성자로 거듭나게 된다.
영웅문 주인공 곽정도 매우 높아진 무공을 가진 대협 인간으로 완성되었다.
달리기는 호흡력과 몸 근력을 같이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이로서 기쁨이 생기고, 활력과 긍정은 다시 나를 만드는 에너지원이 되는
선순환이 된다.
나야말로 몸 쓰는 데 우둔하다. 운동을 잘한 적 없다.
운동을 떠나 제기차기도 잘해본 적 없다.
그런 내가 러닝을 한다고?
그것도 평생운동을 만난 것.
그것은 단순히 운동인이 된게 아니라
인생에 큰 축복 같은 선물을 받은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