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년] 옆집 사는 그놈.. 6#

후랑셩 작성일 05.05.14 10:01:35
댓글 0조회 1,326추천 0
버스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벌써 그놈의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왔을 땐.. 왠지.. 버스비가 아까워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학교 정문 앞에 다다랐습니다.. 아직 야자시간이라.. 아주 조용하더군요..



그놈이 남고를 다니는지라.. 이번 남고 견학은 처음입니다..



학교 건물이 있고.. 앞에.. 조그마한.. 벤치들이 다닥다닥 놓여있는 휴식처가 보이고..



저혼자 쓸쓸하게.. 벤치에 앉아.. 학교 건물을 우러러 봅니다..



『 야.. 누님 왔다.. 』



그놈에게 문자를 보냈죠..



5분쯤.. 지났을려나요..??



저쪽 2층 건물에서.. 한 남자애가 고개를 빼꼼히 내미는 것이었죠..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벤치에 앉아있는 절 봤나봅니다..



『 어라.. 진짜 왔네..?? 』



이렇게 문자를 받고.. 다시 창문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절 쳐다보는 그 놈..



이윽고.. 갑자기 창문에 머릿수가 많아지더군요..



성민의 친구놈들인가 봅니다..



몇몇 남자애들과 성민이가 같이.. 절 창밖으로 내다 보고 있더군요..




" 짜식들.. 보는 눈은 있네.. "



그들의 환영에 보답이라도 해야 했을까요? 무심코 저도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몇몇 놈들은 그리도 좋은지.. 킥킥거리며.. 괜히 옆에 있는 애들을 때리곤 하더군요..



『 야.. 내 짝꿍이랑 몇몇놈들.. 좋아죽으려고 한다.. 』



뭐.. 남학교에는 여학생이 없으니.. 남학생들의 심정도 이해는 갑니다..



『 한 10분.. 아니.. 8분만 더 하면 야자 끝날거다.. 조금만 기다려라.. 』



『 짜식.. 너 이렇게 여자 기다리게 해놓고.. 맛있는 거 안사면.. 너 죽어.. 』



유난히 그날 밤은.. 바람이 세차게 부는지라..



재채기를 연발하는 행동까지 보이고 말았죠..




벌써 8분이란 시간이 지난 것일까요..??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일제히.. 교실에서 함성 소리가 들리더군요.. 야자가 끝났다니까.. 저처럼 좋은가봅니다..



우루루 쏟아져나오는 남학생들.. 나 혼자만 여자라니.. 괜시리 우쭐하더군요..



성민이는 자기 친구 2명과 같이 나왔습니다..




" 이야.. 너 진짜 왔구나..?? 상상도 못했는데.. "



" 지나가다 들린거야.. 심심해서 학교나 구경할 겸 왔다.. 오해하지마..!! "



성민이 친구놈들은.. 괜히 성민이를 툭툭 치면서 웃더군요..



" 이야... 저 여자분.. 누구시냐..?? "



친구놈의 물음이었습니다..




난감해하는 성민.. 뭐라고해야 좋을지 골똘히 생각중인지.. 말이 없습니다..




쟤가 이상한 말 하기전에.. 내가 먼저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 그냥.. 이웃 친구예.. "



" 내 여자친구다..!! 부럽냐?? "




여.. 여자친구..??



갑작스러운 그 놈의 대답이였습니다..



" 오올..이 부러운 시키.. "




" 아.. 아니.. 저 얘 여자친구 아니거든요..?? 오해하지 마세요..!! 진짜예요.. "



" 야..야.. 우린 빠져주자.. 연애하는 데 방해되겠다.. 저.. 그럼 좋은 시간되세요.. 큭큭.. "




그렇게 성민이 친구 두 놈은.. 자리를 비켜줬습니다..




" 야.. 너 미쳤냐..?? 왜 거기서 여자친구가 나와..!! "



" 맞잖아.. 여자친구.. 넌 여자고.. 그리고.. 친구.. 그러니까.. 여자친구.. 뭐 잘못됐어..?? "



" 다른 사람들이 듣기엔 오해하잖아..!! 난 남자친구도 있단 말야..!! "



" 아.. 신경쓰지마.. 쟤들.. 별로 관심없어 해.. "



" 그 많고 많은 단어들 중에 왜 하필 여자친구인지.. 너 이상한 소문 같은 거 나기만 해봐..!! "



" 쟤들.. 진짜.. 내 연애사에 관심없대두.. 그저 단순한 친구로 생각해준다니깐..!! "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그놈의 당부..



어쩜 그렇게.. 중학교때와 바뀐 게 없는지.. 신경쓰지 말라는 말이.. 더 신경 쓰이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 남학교에서.. 너 혼자만 달랑 여학생이니까... 기분 이상하지..?? "



" 말이라고 하냐..?? 그건 그렇고.. 나 뭐 사줄거야..!! 배고파..!! "



" 흐음..글쎄다.. 쫀드기나 먹을래..?? "



" 그거 먹일려고.. 날 이까지 끌고왔냐..?? 더 비싼 거 사줘..!! "



" 알았으니까.. 우선은 좀 가면서 생각하자.. "




1학년과 2학년이 뒤섞여 나가는 교문은 발 디딜 틈 조차 없을 만큼 빽빽해 보였습니다..




나는 앞장서서 가고.. 성민이는 뒤따라오고..




남학교에서.. 여학생이 걸어나오니.. 신기하긴 신기하나 봅니다.. 모두 절 쳐다보더군요..



" 아..x팔려.. 왜 다 나만 봐.. "




성민이는 허겁지겁 뛰어오더니..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립니다..




" 이거 뭐야..?? 손 안 치워..?? "



" 뭐 어때.. 내가 지금 너 x팔리는 거 막아줄려고 지금 이런 짓 하고 있는거.. 너는 아냐..?? "




주위를 살폈습니다..




남학생들의 시선은.. 저에게 꽂힌 게 아니라..



제 어깨의 손을 올리고 있는 성민이에게로 다 꽂혀있었습니다..



질투와 시기의 눈빛으로....




어느정도 학교를 벗어나.. 큰 도로가 나왔습니다..



" 남학교는 왜이리 살벌하냐.. 어휴.. 눈초리들 하고는.. "



" 남자들이 다 그렇잖냐.. 그나저나.. 그렇게 배가 죽을듯이 고프냐..?? "



" 뭐 죽을듯이 고프진 않은데.. 어느정도 고프긴 하다.. "



" 그냥 간단한 걸로 떼우자.. 밤에 너무 먹으면 속 안 좋으니까.. "




그놈이 자신있게 저를 끌고 간 곳은.. 24시간 편의점..



당당하게 컵라면을 사들고 오는 모습이.. 얼마나 구타충동을 일으키게 하던지...




" 라면이 최고야.. "



" 너 내가 비싼 거 사돌랬지.. "



" 그래서 그나마 비싼 거.. 왕뚜껑을 사왔잖냐.. 아.. 사양하지말고 마음껏 먹어.. "



" 아 짜증나.. 이거 도대체가.. 온 보람이 없잖아.. "




오긴 왔으니.. 본전은 뽑아야할 것 같고.. 먹을려니.. 기분이 이상하고..



오늘은 좀처럼 되는 일이 없습니다..




후루룩.. 거리며 라면을 먹는데.. 자꾸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집니다..




" 먹고 싶냐..?? "



" 아.. 아니.. 너 혼자 실컷 먹어.. "




후루룩.. 거리며 라면을 먹고 있는데..




" 거. 있잖아.. 다 먹고 나면.. 나 국물 좀.. "



" 정말.. 가지가지하는구나.. "




마음에선 은근히 짜증이 나지만..



왜 한편으론 자꾸 재밌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약속대로.. 면은 다 먹고.. 국물은 줬습니다..



" 쩝.. 면은 좀 남겨놨어도 되는데.. "



" 불만이야..?? 그럼 먹지마..!! "



" 아.. 아냐.. 먹을께... 먹어.. "




그다지 별로.. 식사다운 식사를 하지 않은터라.. 영 기분이 찝찝했죠..




" 자.. 이제 집에 가자.. "



" 에게.. 요게 끝이냐..?? "



" 그럼 어떻해.. 밤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대두.. "



" 흐음.. 그래.. 어느정도 배는 찼으니까.. 이 정도로 봐 줄게.. "




우리 둘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고..




" 너 지금 천원 어치도 안 썼다.. 버스비 좀 내.. "



" 나 아까 라면 사는데.. 버스비까지 다 낸거야.. 나 돈 없어.. "



" 뭐..?? 그럼 버스정류장까지 왜 걸었어..!! "



" 아니.. 그냥.. 니가 자꾸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길래.. 나도.. "



" 으이그.. 이 화상아..!! 나도 돈없단 말야..!! "



" 너도 나랑 마찬가지네 뭐.. 너도 그렇게 나한테 화만 낼 처지는 아냐.. "



" 이게 자꾸 뭘 잘했다고.. "



" 야.. 할 수 없네.. 걷자..!! 둘 다 돈도 없는데.. 어쩌겠어.. 걸어가야지.. "




그렇게 저와.. 성민이.. 이 둘의 힘든 집까지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 후우.. 여긴 변한 게 없네..?? 그치..?? "




"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




" 아니야.. 저 쪽 귀퉁이에 있는 금은방.. 중2때도 있었는데.. 아직도 문 안 닫았잖어.. "




" 어.. 그러냐..?? 난 몰랐는데.. "




둘이 길을 잘 가다가.. 성민이가 제안을 하나 합니다..




" 우리도 손 잡으면서 걸으면 안되냐..?? "



" 왜 또 미친소리야..!! 그냥 걸어..!! "



" 내 왼쪽 손이 시려서.. 손 잡고 가면.. 안 시려울 것 같은데.. "



" 정 시려우면 주머니에 찔러넣든가.. "



" 에휴.. 넌 그렇게.. 눈치가 없니..?? 손 정도야.. 잡아줄수도 있는거지.. "



" 난 내 남자친구랑만 잡거든요..?? 그러니까.. 이상하게 생각할 거 없어.. "




겉으로는 웃고있지만.. 왠지 아쉬워하는 듯한 기색이 보입니다..




" 니 남자친구는 너한테 잘해주냐..?? "



" 응.. 너보단 잘해줘.. 아니다.. 너랑 아주 성격이 완전 반대구나.. "



" 니 남자친구는 어떤데..?? "



" 뭐.. 매너 좋고.. 공부 잘하고.. 거기다.. 좀 잘생겼고.. 완벽하잖아.. 근데.. 넌.. 큭큭..아 웃으면 안돼는데.. "



" 야.. 나도 이만하면 좋은 남자야.. 나도 매너 좋고.. 잘생기고.. 공부 잘하잖아.. "



" 퍽이나..!! 넌 내가 볼땐 영 아냐.. 큭큭.. "



" 아주 얘가.. 사람을 우습게 아네.. 쳇.. "




거의 집까지 중간 정도쯤 남았을려나요..??



" 야.. 이게 뭐냐.. 뚝 떨어져서 가고.. 좀 친근하게 하면서 갈 수 없냐..?? "



" 왜에..!! 지금 이야기 하면서 가고 있잖아..!! "



" 아니.. 이야기 하는 건 좋은데.. 뭔가가 하나 빠졌잖아.. "



" 뭐가 빠져.. 전혀 빠진 게 없는데.. "



" 친구끼리.. 손 정도는 잡고 갈 수 있는 거 아니냐..?? "



" 웃기시네.. 아까 말했지.. 난 남자친구랑만 잡는다고.. "



" 참.. 중학교 때는 서스럼없이 손 잡고 다녔었는데.. 넌 그런 거 기억 안 나지..?? "



" 칫.. 설마.. 내가 그럴리가.. "



" 아냐.. 너도 나랑 서스럼없이 손잡고 다녔었어.. "



"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뭐라도해도 소용없어.. "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무작정 멀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며 걸어오니.. 금새.. 거리가 짧아졌나 하고.. 감탄을 할 정도였습니다..




" 이야.. 금새 다 와가네.. 신기하지..?? "



" 그러게나 말이다... "



" 내일도 이렇게 마중오면 안되냐..?? "



" 내일은 우리도 야자 해..!!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서.. 야자를 안 한거지만.. "



" 그.. 그렇냐..?? 나.. 오빠가 요즘에 외로워서 말야.. "



" 놀구있네.. 너 자꾸 오빠..오빠..할래..?? "



" 그럼 너두 누나..누나 하든가..!! 그나저나.. 너 이번주 토요일에 우리집에 놀러나 와라.. "



" 내가 왜 너희집엘 가..?? "



" 야.. 남자가 초대를 하면.. 그냥 오는거지.. 그냥 집들이 삼아서 놀러오라고.. 너 우리집 구경 안해봤잖아..



바로 옆집에 사는데.. 뭐 그렇게 시간 오래 걸리는 것두 아니고.. 그러니까..!! 꼭 놀러와라.. 알았지..?? "




" 흐음.. 생각해볼께.. "



" 생각이 뭐가 필요해.. 그냥 편한 마음으로 놀러와.. "




이윽고.. 집에 도착해서..




" 뭐.. 우리 학교에 와준 건 고맙게 생각한다.. "



" 너희 학교 다신 안 갈거야.. "



" 왜에..!! 좋잖아..!! 아늑하고.. "



" 얼어죽을.. 아늑하긴.. 너한테 속은 게 있어서.. 더 가기가 싫어..!! "



" 아이.. 그러지 말고.. 시간 나면.. 언제든지 놀러와라.. 오빠 심심하니까.. 큭큭.. "



" 저게 또 오빠래.. 진짜... 죽을라구.. "



" 그리고.. 너 토요일에.. 우리집에 꼭 놀러오는거다.. 특별히 너한텐 집들이 겸 선물은 안 받을께.. "



" 누가 간대..?? 저게 김칫국부터 마시네.. "



" 그러지말고 좀 와라..!! 선물 안 가져와도 된다 했잖어.. 그럼 오는 걸로 약속 끝..!! "



" 에라 모르겠다.. 아.. 몰라..몰라.. 어쨌든.. 잘 들어가.. "




웃고있는 그의 얼굴을 외면한 채..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 뭐.. 집들이겸이라.. 한번 가줘.. 말어.. "




이런 게 행복한 고민이라는 것인가요..??









To be Continued..
후랑셩의 최근 게시물

엽기유머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