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 Rain Story - 그와 그녀의 이야기 (64) : 일상생활 (2)

후랑셩 작성일 05.05.14 1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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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ion - 118 : 낮.에!는, 애.보!고, 밤.만!되면 가서 술팔고~ (2)




적당히 설거지를 끝낸 일리오스는 우선 아이들의 헝클어진 방을 치우기위해 다시 청소준비를 하고,
2층으로 향했다. 1층도 약간 어질러져 있는 것이 그사이 아이들이 뛰놀다간 모양이었다.

“혹시 화났나요?”

아무말않고, 묵묵히 구겨진 이불이며, 제멋대로 뒹구는 베게등을 치우고, 방안 구석구석을 청소하
는 일리오스의 모습을 보며 조슈아가 물어본다.

푸른머리칼, 푸른눈동자. 그에게있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색이었다. 밝은 미소라고는 할 수 없
으나 일리오스는 부드럽게 대꾸해주었다.

“아니, 나도 결국 다 못먹어서 버리게 되었는걸. 내가 생각해도 좀 형편없던 것 같아.”

조슈아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못했다. 이 장난꾸러기에게도 말못할 사연이 있는걸까?

“어? 그래도 먹을만 했는데. 아.... 어쨌든 나 배고픈데....”

결국 오를란느의 말은 사실이었다. 슬쩍 떠보려던 심산으로 아침을 굶어버린 조슈아가 아쉬운 배를
움켜쥐자 일리오스가 씨익 웃는다.

“걱정마라. 네녀석 굶길만큼 나쁜사람은 아니니까.”

그래도 표정은 영 풀릴줄 몰랐다. 그러자 일리오스가 한마디 덧붙인다.

“이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있다고 들었거든. 아무래도 첫 아침이고하니 좀 특별한걸 준비해 주고 싶
구나.”

“정말요?”

그때서야 조슈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밖에 나간다는 말에 웃는건지, 주린배를 채운다는 말에 웃는
건지는 분간이 가지 않지만 어쨌든 어린아이답게 해맑은 웃음이었다.

“저.... 아빠라고 불러도 되요?”

만나는 아이마다 모두 이렇게 물어본다. 아직 열여섯밖에 되지않은 아이린은 ‘엄마’이니.... 일리오
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빠라는 말은 아저씨라는 말을 듣고 충격받아 오열까지 했던 일리오스에게 두드러기가 날정도
로 소름돋는 이야기였지만 아이들과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눈물을 머금고서라도 감수해야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쁜어감만은 아니었다.

“고마워요 아빠.”

여덣살, 아직은 여리기만한 꼬마가 그를 한번 끌어안고, 신이나는지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일리오스 역시 환하게 미소지어주었고, 그 옆방을 청소하기 위해 방을 옮겼다.

“안녕? 아빠?”

“아까 많이 화났어?”

“우리가 잘못했어.”

방안에 들어온 일리오스 앞에 쪼르르 서있는 세쌍둥이. 전혀 분간할 수 없을정도로 똑 닮은 그네들
의 이름은 순서대로, 파야, 마야, 미야였다.

“아니.... 화같은거 안났어. 그냥 조금 섭섭했을 뿐이야.”

“결국 화난거네.”

“우리가 잘못했어.”

“화풀어. 응?”

한마디를 던지면 셋이 꼭 한마디씩을 하는바람에 세마디로 돌아나온다. 이 세쌍둥이는 앞으로 그가
헤쳐나가야할 어떤 난관처럼 보이기도하고, 어쩌면 가장 귀여운 행복같기도 했다.

똑같은 갈색 고수머리, 빛나는 연한 갈색 눈동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까지 셋은 같았다. 목소리는
약간 톤의 차이가 있을뿐 역시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그들이 한사람의 분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건 옷차림이었다.

일리오스를 기준으로 맞은편 가장 왼쪽에 서있는 아이는 빨간색에 흰색이 섞여들어간 드레스를 입
고있었다. 그리고 그옆에 서있는 아이은 연두빛과 노란빛이 섞인 드레스를 입고있었다. 가장 왼쪽의
아이는 파란빛과 보랏빛이 섞인 드레스를 입고있었는데 하나같이 여름용으로 만들어져 시원시원하
게 트임이 있었고, 여기저기 여백이 많았다.

이역시 아이린의 작품이었고, 그 아이들의 색은 아이린이 부여해준것이다. 워낙 똑같아서 그게 아
니면 구분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 화난거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셋다 자기 이름좀 말해줄래? 너희 이름이 무언지는 알지만
누가누군지는 하나도 모르겠어서 말이야.”

“난 파야! 반가워요.”

“난 마야! 장난치거 전부 미안해요.”

“난 미야! 근데 배고파요.”

순서대로 붉은 드레스를 입은 아이가 파야였고, 연두빛 드레스를 입은 아이는 마야였다. 그리고 푸
른드레스를 입은 아이는 미야. 그아이들역시 아침에 식탁에서 일로 배가고프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리오스가 그 귀여운 세쌍둥이를 바라본다. 자기키의 반정도 밖에 안될것같은 조그만 아이들은 이
제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다. 그가 미소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예쁜이름 이구나. 셋다. 정말 예쁘구나. 음.... 너희들 배고플거 같아서 청소끝나고 외식하러 나갈
생각이야. 가능하면 예쁘게 하고 나가는게 좋겠지? 내가 꾸며주고 싶긴하지만 난 이런일에 영 자신
이 없어서 말이야.... 잘할 수 있겠니?”

“네!”

대답소리만큼은 하나였다. 외식한다는 사실에 저희들끼리 알아들을 수 없을 빠른속도로 재잘거린
다. 벌써부터 무슨옷을 입고나갈것인지 걱정인 것 같았다.

“음.... 우선 청소해야하니까 잠시 나가주겠니? 솔직히 이방은 좀 먼지가 많아보이는구나.”

부드럽게 타일러 내보낸후 방안에 참사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뿐이다. 베게는 책상위에도 있었고,
침대밑에서 반쯤 깔린채로도 있었다. 그의 바로 발치에서 뒹구는 베게도 있었다. 이불은 제멋대로
헝클어지고, 낙서는 언제또 해놓았는지 여기저기 지저분하다.

바닥에 놓여진 스케치북부터 시작된 길은 그대로 바닥으로 이어져 벽면으로 타고간다. 이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화가가 되면 딱 어울릴것같았다. 그림그리는 실력은 솔직히 형편없었지만 상상력만큼은
풍부해 보였으니까.

창문을 활짝열고, 여기저기 어질러진 것을 치운후에 방안 가득한 먼지를 털어낸다. 생각보다 순조
로웠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순진하고 착한데다가 남한테 상처주기에는 너무 여렸다. 아침에 조금 쌀
쌀맞은 태도에 혼자 상처받고 짜증낸걸 생각하니 어른으로써 부끄러워진다.

여기저기 그려진 낙서를 지우느라 한바탕 해서 팔이 조금 아픈 것 같았다. 그래도 기분좋은 발걸음
으로 리크네의 방에 들어갔다.

“조슈아! 뭐하는 짓이니?”

“헤헤.... 놀고있었어요.”

“아빠! 살려줘요!”

리크네의 방 침대위에서는 여덣살 조슈아가 일곱 살 리크네의 등위에서 한바탕 레슬링 중이었다.
팔이 비틀린채로 고통스런 표정을 짓는 리크네와 연신 재밌다는둥 ‘항복하라’를 연발하는 조슈아.

처음에는 장난인 것 같았는데 조금 정도가 지나친 것 같았다.

“조슈아 그만해! 리크네가 아파하잖아.”

조슈아가 입을 삐죽이며 손을 턴다. 리크네는 아픈어께를 감싸쥐며 침대에 바로앉았다. 일리오스는
아빠로써 사명감을 느끼고 이 학대의 장면을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칫, 그냥 노는거라구요.”

조슈아가 지지 않고 말한다.

“하지만 동생이잖아. 동생을 괴롭히면 못써!”

“솔직히 친동생은 아니잖아요. 안그래요?”

그순간 일리오스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완전경직된 그표정을 보며 조슈아는 자기가 실수했다는 것
을 느낄 수 있었다. 리크네는 훌쩍거리며 비틀어진 왼팔을 주무르고 있었다.

“너 이정도 밖에 안되니?”

아까는 착한녀석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에 일리오스가 잔뜩 실망한 모습이었다. 리
크네는 여전히 훌쩍거렸고, 조슈아는 변명하기 바빴다.

“그러니까 제말은.... 엄마가 낳아준건 아니지만 친동생보다 더 예쁘고....”

매번 괴롭히기만 하면서 급할땐 예쁘다고한다. 리크네는 그 사악한 형을보며 소리쳤다.

“조금만 더 예뻐했다간 날 죽이겠네?”

“시끄러! 아, 아 그게 아니라요.... 워낙 녀석이 말도많고, 기분도 나쁘게하고....”

“내가 뭐가 기분나쁘다는건데!”

“솔직히 그렇잖아!”

“형은 아닌줄 알아? 매번 때리고 골탕먹이고!”

“이게.... 또 맞을래?”

“그만해라....”

일리오스가 점잖게 두아이를 말렸다. 단둘이 있으면 어떤상황이 되었을지는 안봐도 뻔했다. 우선
그는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하지 않니? 동생은 널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는걸 알아둬.”

조금 어려운 말이었지만 조슈아가 알아들은 것 같았다. 약간 동요하는 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보다 힘없는 아이는 네 장난감이 아니라 소중히 보살펴 주어야할 동생이야. 너처럼 괴롭히기만
하는 녀석은 형이라 할 자격이 없는거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의 조슈아. 리크네는 일리오스가 자신을 감싸들자 혀를 쏙내밀며 일리오스
의 뒤에 숨는다.

“리크네 너도!”

움찔하는 리크네. 그바람에 조슈아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너도 형이 혼나는데 놀리면 되겠어? 엉?”

“아,아니요....”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하는 리크네가 잔뜩 풀이죽자 조슈아가 한껏 기세등등하다. 자기가 혼나고 있
다는 사실을 모르는걸까?

“너, 조슈아! 다시한번 말하지만. 동생 괴롭히면 안된다. 알았지?”

“네....”

엄청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것이 영불만인 모양이었다. 마치 자신의 유일한 재미를 빼앗겼다는듯이.
일리오스가 그런 조슈아를 날카롭게 쏘아본다.

“만약 또 괴롭히면 그땐 정말.”

“정말?”

“떼버릴테다!”

일리오스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조슈아의 다리사이였다. 조슈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
고, 리크네는 간신히 웃음을 참는 것 같았다.

“그,그런게 어딨어요!”

귀까지 빨개져서 버럭 소리를 지르는게 적지않이 당황한 듯 싶었다. 후후후 녀석아 그러니까 조심
하라구....

“너 남자맞지?”

“당연하죠!”

“그럼 또 안괴롭힐꺼지?”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머리끝까지 빨개져 잘익은 토마토처럼 되어버린 조슈아가 겁먹은 표정으로 방을 뛰쳐나가고, 그때
까지 웃음을 참고있던 리크네가 드디어 폭발했다.

“푸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정말 자지러지듯 방바닥을 굴러다니며 웃는 리크네의 모습에 살짝 어이없기까지한 일리오스였다.
조슈아는 울거같은 표정이었는데 이녀석은 그게 정말로 통쾌한 모양이었다. 괴롭힘을 당하던 모습을
보니 그동안 이런식으로 많이 당해왔던 것 같다.

한참을 웃던 리크네가 숨넘어갈까 간신히 제지한후, 옷에뭍은 먼지를 털어주었다. 구석구석 먼지를
터는 그의 손길을 받으며 리크네가 활짝 웃는다.

“정말 고마워요. 아빠가 최고에요.”

아이린역시 조슈아를 혼내긴 했지만 워낙 천방지축인 조슈아가 말을 들을리 없었다. 쇠귀에 경읽기
요 말바람에 동쪽바람이듯 항상 이어져오던 괴롭힘. 그것은 리크네에게 마치 떼어넬 수 없는 저주같
은 것이었는데 일리오스가 나타나자 급반전된것이다. 처음으로 당황하는 조슈아의 모습을 볼 수 있
었다. 그것이 리크네에게 얼마나 통쾌하고 속시원한 장면이었는지 아무도 모를것이다.

“훗, 하여간.... 넌 왜맨날 맞고만사냐?”

일리오스가 리크네를 무릎에 앉혀놓고 묻는다. 아직은 일곱 살, 작고 여리기만하다.

“힘이 없으니까요. 조슈아형은 나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거든요.”

조슈아는 보통또래정도의 체구를 지니고 있었지만. 자기또래보다도 왜소한 리크네가 그를 이기는것
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래도 힘만가지고 다되는건 아니잖아.”

“그게 말처럼 쉽나요. 제가 기사도 아니고 마법사도 아닌데....”

하기사 리크네의 말은 사실이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한살 많다는 것은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손
에넣은것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럼말이다. 앞으로 조슈아가 널 괴롭히거든. 여기를 이렇게....”

일리오스의 손가락이 안고있는 리크네의 겨드랑이 아래쪽을 쿡하고 눌렀다.

“악!”

갑자기 화끈하고 밀려오는 통증에 리크네가 비명을 지른다. 요동치는 리크네를 일리오스가 붙잡았
다.

“아프잖아요!”

리크네의 에메랄드빛 눈동자에는 눈물까지 고여있었다. 일리오스가 미안한지 뒤통수를 긁는다.

“아, 미안미안.... 앞으로 조슈아가 널 괴롭히면 방금 한것처럼 하면 된다는걸 알려주려고....”

“그래도 아파요!”

어쨌거나 당한이상 그 위치만큼은 잊어버리지 않을것이다. 어쨋거나 잔뜩 아파하는 것 같은 녀석의
귀에 대고 그가 속삭인다.

“너말이야. 조슈아하고 같이 외출준비좀 하지 않을래?”

솔깃하는 태도를 감추지 못하는 리크네의 모습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속삭인다.

“음.... 외식하러 나가야되는데 지금처럼 헝클어진 모습으로는 아무래도 안되겠지? 그리고 조슈아랑
화해도 할겸 같이 외출준비도하고 말이야?”

“정말요?”

“거짓말이겠니?”

“아빠최고!”

뒤돌아볼 것도 없이 뛰어나가는 리크네의 연두빛 머리칼이 찰랑거린다. 좋게좋게 아이를 내보낸후
장난으로 어질러진 방을 청소한다. 구겨진 시트며, 먼지들을 털어내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다.

그가 마지막으로 찾아간곳은 무척 어두운 방이었다.

“커튼좀 걷지 그러니?”

“걷어주세요.”

아프넨이라는 붉은머리 소년은 그렇게 커튼이 쳐진방에서 램프빛에 의지해 책을 읽고있었다. 나이
는 리크네와 같은 일곱 살이었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달랐다.

오히려 오를란느보다도 훨씬 진중한 모습이었다.

곱슬거리는 붉은 머리칼을 적당히 빗어넘기고, 눈에는 좀 커다란 안경을 쓰고 있었다. 다른아이들
이 활달해보이는 밝은 옷을 입은데비해 아프넨은 좀 칙칙한 고동색 계열의 옷을 입고있었다. 눈매도
서글서글하고, 턱도 동글동글해서 귀여운 인상이었는데 콧날이 조금 높고, 입술이 얇아서 냉정해 보
이기도했다.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여니 방안풍경이 좀 눈에 들어왔다. 그전날 일리오스가 청소할때와 달라진 것
이 하나도 없었다. 달라진것이라면 아프넨이 있다는거하고 지금 그아이가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었
다.

“청소해야하는데 잠시만 나가주겠니?”

독서삼매에 빠져있는지라 다른곳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는 붉은머리 소년을 바라보며 일리오스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에는 먼지가 좀 많은편이었는데 해묵은 책들이 많아서 그런모양이었다.

“그냥 하세요.”

여전히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무미건조하게 대꾸한다. 세상이 멸망해도 책장을 끌어안고 죽어
갈 그런사람 같았다.

“먼지가 좀 많이나는데....”

“상관없어요. 그냥하세요.”

“그래도....”

“괜찮아요. 지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해주세요.”

일리오스 자신도 책을 읽으면 무아지경에 빠진다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읽는경우는 처음보는 것
같았다. 너무 어이가 없어 청소해야겠다는 생각마져 지워진다. 결국 그는 침대에 앉아 아프넨이 책
을 다 읽을때까지 기다리기로했다.

그 방안에는 시계가 없었기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꾸만 더워져
가는 날씨가 꽤 많은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이들과의 약속도 있었고해서 이제그
만 아프넨을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넨....”

“네?”

시선조차 주지않고, 책장을 바라본다. 마치 고개를 돌리면 안된다는 사명감을 지닌 것 같았다.

“청소해야되거든.”

“그냥하세요.”

“그러면 네가 먼지를 마시잖아.”

“상관없다니까요.”

계속 책만읽는 꼬마. 일리오스가 벌떡일어나 그 녀석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약간 거칠게 책을 덮어
버렸다. 그러자 아프넨이 화들짝 놀라버렸다.

“아씨! 뭐하는 짓이에요!.... 가만있자.... 398....? 아니 388이었나. 아.... 어디 읽고 있었는지 잊어
버렸잖아요.”

그 광적인 독서욕 때문에 살이붙지 않아 빼빼마른 모습으로 신경질을 부리는 꼬마를보고 일리오스
가 환하게 웃는다.

“그래? 일단은 밖에 나가주지 않겠니? 청소해야되서 말이야.”

“그냥 해도 된다고 몇 번을 말했어요. 책좀 읽겠다는데 그게 무슨 죄에요?”

이걸 칠수도없고....

“하하하.... 그러니? 그럼 한 5분만 기다려줄래? 내가 빨리 치울테니까.”

“됐네요, 이미 끊겨서 흥미가 싹가셨잖아요. 안그래도 배고파 죽겠는데.”

‘아프넨은 책읽다보면 밥먹는걸 잊어버리니 꼭 챙겨야되요’라는 아이린의 말이 머릿속에 맴도는 듯
했다. 이녀석은 책읽는 무아지경 상태에서는 온몸의 생리현상을 모조리 억누르는 모양이었다. 어쨌
든 말하는거 하나하나가 얄밉고 좀 버릇없었지만 일단 청소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에 반강제로 내보
낸다.

“후.... 뭐 저런녀석이 다있지?”

혼자 툴툴거리며 방안을 정리한다. 정말 별거 할게 없어 5분도 안걸렸다. 그런데 녀석이 책읽는거
기다려주어서 다른방보다 훨씬 오랜시간이 걸렸다.

“다 끝났어요?”

고개를 빼꼼히 내비치는 녀석. 결국 애는 애였다. 그가 가만히 침대에 앉아 대답하지 않으니 그냥
방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아 책을본다.

“나랑 예기좀 할래?”

“다 읽고요.”

이쯤되면 화날법도하다. 하지만 일리오스는 좋은이미지를 위해 정말 애써 꾹 눌러참았다.

“그러지말고 잠깐이면 되는데?”

“휴.... 그럼 한 장만요.”

지금 일리오스가 무슨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기나 하는걸까? 어쨋거나 일리오스는 그 소년이 한 장
을 읽을때까지 정말 끈질기게 기다려주었다. 다른아이들도 기다릴테니 길게 시간을 쓸 수 없었다.

“할예기가 뭔데요?”

결국 손에는 책을 든 상태이다. 언제든 다시 읽으려는건지 검지손가락을 읽던부분에 끼워넣은 모습
이다. 일리오스가 드디어 폭발한 듯 신경질적으로 책을 빼앗았다.

“왜이래요!”

아프넨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일리오스의 표정이 사뭇진지해졌다. 어린아이인 아프넨은 그모습을보고 저도모르게 겁에질린다.

“이런다고 몇글자나 더 볼 수 있지? 백자? 천자? 한 일만자쯤은 더볼 수 있는거니?”

“그,그거야....”

아프넨의 말문이 확 막혀버렸다. 상대방의 주장에 반박할거리도 없는데다가 그 표정이 너무 무서웠
기 때문이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그가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타고난 것은 아니지만 어쨋거나 미소지으면 마치 여
자같아보인다. 그나마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아프넨이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요.”

서론,본론빼고 결론부터이다. 미리부터 겁을주어 조금미안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대화하기에는 한결
나아진듯했다.

“그래? 책이 좋아?”

일리오스는 처음의 목적과는 약간 다르게 말을 풀어나갔다. 꼬마의 부드러운 반응이 한몫했다고 볼
수 있었다.

“많이요. 책속에는 많은것들이 들어있어요. 이 모든일을 다 겪으려면 아마 평생이 다가도 모자랄만
큼 멋지고, 매력적인세계죠.”

“그런데 네손에 있는책은 정치쪽 같은데?”

“그,그런가요? 어쨌든 전 책이라면 다 좋아요.”

정치가 멋지고 매력적이다라.... 도대체 이녀석이 7살의 꼬마라는 생각이 자꾸만 희미해져가고 있었
다. 만약 녀석이 한뼘만 더 키가 컷다면 어른이라고 치부해버릴만큼 아프넨은 책을 좋아했다.

“나도 책을 좋아하는데 말이야....”

일리오스가 운을떼자 아프넨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피어오른다.

“어? 정말요? 어떤책을요?”

“난주로 역사책을 좋아하지....”

“역사책이요?”

“그래....”

그들의 대화를 가로막은 것은 ‘꼬르륵’하는 경쾌한 울림이었다. 당연히 밥을 먹지못한 아프넨의 배
에서 나온소리였고, 아프넨의 두볼이 약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배고파요....”

아침식사시간에 너무 조금만 먹은탓에 허기진것이다. 책읽느라 잊어버리고 있던 사실이다.

“그럴줄 알았다. 같이 외출준비나 할까?”

아프넨의 눈빛에 의아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왜요?”

일리오스의 입에는 인자한 미소가 둥실하고 떠올랐다.

“음.... 밥사먹으러 나가야되지 않겠니? 다른애들이 아까부터 기다렸는데 말이야.”

아프넨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저.... 저 때문에 그럼....”

일리오스는 아프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상관없어, 다들 이해하겠지? 자, 일단 세수부터하자.”




거실에는 각양각색으로 치장한 아이들이 있었다. 옷스타일도 색도 제각각 이었지만 그들의 공통점
이라면 하나. 밝음과 따스함 이었다. 평소 칙칙하기만 하던 아프넨까지 밝은 주황빛 옷을입었다. 오
를란느가 안고있던 키노는 일리오스의 품속에서 뒤척이고 있었다.

“인석아, 내가 네 아빠란 말이다. 좀 가만히 안겨라.”

“으아아앙....”

결국 울어버리는 갓 돌지난 아이. 그아이는 노란옷을 입어 마치 병아리 같았다.

“이리주세요. 제가 안고갈께요.”

오를란느가 일리오스에게서 키노를 받아든다.

“휴.... 이녀석이랑 친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군.”

“하는 사람 나름이겠죠?”

오를란느의 날카로운 말에 그만 멋쩍게 웃어버린다.

“훗, 어쨌든 출발!”

“와!”

잔뜩 들뜬 여덣아이들의 재잘거림과 함께 나서는 외출, 하나같이 밝고 명랑하기만한 아이들이다.
누가 이들을 고아였다 믿겠는가? 어떠한 사연이 있든. 어떤모습을 하고있든 중요한건.

그와 아이들이 ‘가족’이라는 사실에 있지 않을까?









아.... 결국은 같이 걷는데는 성공했습니다.

11시? 평소보다는 일찍 독서실 밖으로 불러내서....

같이 집에가면서....

공부이야기로 운을떼고는....

많은이야기를 나누는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 -_-;;

집앞까지 오는 그순간까지도 제 마음같은건 못이야기했네요...

괜히 공부하는거 방해하고 미안할따름이에요 ㅠ_ㅠ)

내일 기운내라고 맛나는거나 사줘야지 -_- 쳇...









요즘은 글쓰는게 잘 안되네요.... 성적표도 그렇고....

또 제 마음도 갈대고....

게다가 리플달아주시는분이 적어요 ㅠ_ㅠ)....

하루에 한분이면 감지덕지하지만...

그래도 조금더 많은 관심을 바라는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어요.

귀찮으시더라도 1분만 투자해주시면....

저를위해 딱 1분만 투자해주시면 저는 더할나위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럼.... 이만 줄이고 오늘도 독서실로 -_-;


삼류글장이 아티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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