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걸은 죽었다 -11-

alsls 작성일 05.05.17 05: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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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걸은 죽었다 - 11










-펀치게임-








공원안에 동그랗게 둘러 앉아 술을 마시는 그들..

성x 공고 3학년..박기철,박홍철외 패거리 세명..

안x 여상 3학년..박진미,사자머리 미선.

그리고 그 고등학생들 사이에 낑겨 있는 나..-_-




왠지 내가 끼지말아야 할 자리에 끼어있는 듯 싶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고삐리들과 마땅히 할만한 얘기도 없었을 뿐더러

가장 연장자 답게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는 꼴도 보여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술 자리가 점점 무르익자 기철이 녀석이 문득 입을 열었다.




"야이 자슥들아.니들 이 분이 누군지 아나?"




기철이 녀석은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고 있었다.

이,이녀석..또 무슨 헛소리를 할려고..?

그러자 술에 꽤 취한 듯 보이는 박홍철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연다.




"니 사촌행님이라매??아니가?"

"사촌 행님?푸하하...니들 잘 듣거라잉.
이 행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때 부산 지역을 주름잡던.."




난 순간 인상을 찌푸리고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기철의 이름을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이..박기철이.."

"예 행님?"

"술 취했냐?"

"아,아입니더."

"술 취한 거 같은데?^-^"

"아따 행님도 저를 어떻게 보고..박기철이 이정도로 끄떡 없십니데이."

"끄떡 없으면 조용히 술이나 마시지?;^^"

"그,그럴까예?"




기철이 녀석..과연 이번만큼은 상황파악을 한 것일까?




"행님.근데 하던 말만 하고 끝내면 안될까예?"

"-_-"




기철이 녀석이 그 덩치,그 주먹만큼이나 머리가 좋았다면..얼마나 좋았을까?

그러고 보면 역시 이 세상은 공평한 것 같다.




술자리는 계속 무르 익는데..이상하게 한방 터트려야 할 사람이 터트리지 않는다?

난 내 옆을 힐끔 쳐다보았다.




"뭘 야려봐?"




박진미가 두 눈을 부릅뜬채 그 한마디를 내뱉고 있었다.




"아,아니..니가 너무 조용해서.."




그러자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는 그녀였다.




"아저씨."

"응?"

"아저씬 내가 그렇게 무서워?"




난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전혀."

"그래?아닌 거 같은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지?"

"음.."




박진미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아저씨 처음 봤을때부터 느꼈던 건데..
아저씬 다른 사람 앞에선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랑 얘기할때만 고개를 숙이잖아."




내가 그랬었단 말인가?

예전에 우리 아버지와 항상 붙어다니던 백곰 아저씨가 그러셨다.




"니 고개 숙이는거 버릇이가?"

"예?"

"니 고개 숙이는 거 말이다."

"아...그냥 버릇인데요.."

"이 자슥이..뭘 배우기에 앞서 기본 자세가 안되어있구만.
잘 듣거라이.니가 앞으로 누구와 맞짱을 뜨던간에 절대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피하지 말그라.
고개를 숙인다는건 패배의 간접적인 표시고,상대방은 니 그런 모습에 자신감을 얻게 되는기라.
내 말 무슨말인지 알긋나?"




그 이후로 난 누구와 상대하던간에 단 한번도 눈을 피하거나 고개를 숙이는 일이 없었는데..

여자 앞에서 고개가 숙여지는 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난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나 보다.




"아저씨.대가리 좀 들어보래도!!"




내가 박진미의 그 말에 반응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기철이 갑작스레 흥분하며 소리친다.




"아 이 가시나가 저번부터 보자 보자 하니까.."




기철의 그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기철에게로 향하고

저번 편의점에 있었던 그 싸늘한 공포분위기가 다시 조성된다.




"야이 빌어먹을 기집애야.니 뭐 믿고 그렇게 설치노?뒤질래?"




기철의 험악한 인상은 내가 보기에도 두려울 정도였는데..

박진미는 그런 기철 앞에서도 전혀 쫄지 않는 듯 했다.




"내가 뭐?!!"




기철은 자신을 향해 대드는 박진미가 무척 어이 없다는 듯 폭소를 터트렸다.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간 박진미가 기철에게 맞아 뒤지는건 당연한 시나리오 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선뜻 나서서 말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이번에도 내가 나서야 한단 말인가?

뭐 결국 나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내가 수습해야겠지.




"그만들 좀 하지?오늘 술 자리..화해할려고 모인 거 아냐?"

"행님.이 가시네가 행님한테 그따구로 말하는데 열받지도 않아예?!!"

"그,그거야 물론..조금..-_-;"




그러자 날 향해 고함을 지르는 박진미..




"아저씨!!!"




-_-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아.그러니까 그만 좀 하자;"




내가 박진미의 편을 드니까 이번엔 기철이 녀석이 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와 행님 저번 부터 이상하다 했드만..지금 여자라고 봐주는 겁니까??"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구.새꺄..ㅠ.ㅠ

그때 있었던 상황들을 기철에게 설명해주지 않은 것이 화근이였다.

역시 기철이 녀석은 나 답지 않은 행동들에 상당히 충격을 먹었나 보다.

난 어서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야만 한다.

몇초간 머리를 굴렸을까..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야 박기철이."

"예 행님."

"너 가라."

"예?;;"

"니가 여기서 사라져야 분위기가 좋아질 듯 싶다.-_-"

"해,행님...?;"




슬기롭고 자시고..-_-;

사실 기철이에게 미안한 감도 없지않아 있지만 ..

지금 가장 최선의 방법은 기철이가 이 자리에서 사라져 주는 것이다;

그때 박진미도 옆에서 나의 말을 거든다.




"야 뭐해?이 아저씨가 너보고 가라잖아!"

"와..행님 저 가스나 말하는 거 안보입니까?근데 저 보고 가라고예?"

"응.가;;"

"................."




날 향한 기철의 존경심과 충성심이 아무리 높다기로서니...

지금 이 상황은 내가 말해놓고도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_-;

하지만 나로선 방법이 없었다.기철이 녀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내가 사라질 생각이였으니까.




"뭐 니가 가기 싫으면 내가 가고.."




그러자 깜짝 놀라는 기철이였다.




"아,아입니더.행님.제가 갈께예."

"그래.가라.."

"행님.."

"왜?"

"제 전화번호 알지예?이 새끼들이 싸가지 없이 굴거나 건방지게 나오면 퍼뜩 연락하이소."

"그럴일은 없을꺼야.."

"그,그럼 기철이 갈께예..ㅠ.ㅠ"




그렇게 결국 뒤 돌아서는 박기철..;

난 그런 기철을 보며 마음속으로나마 웃고야 만다.

다른 사람들에겐 친절해도 기철이 녀석에게는 항상 모질게,무섭게 대했었는데..

이젠 그만 풀어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철이 녀석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나자 길게 이어진 침묵을 박홍철이 깨트린다.




"아 시발..나 내일 학교에서 기철이 한테 또 맞는 건 아니가?;;"




그러자 박진미는 그런 박홍철이 못마땅했는지 홍철의 뒷통수를 소리나게 후려치며 소리친다.




"야 박홍철!너 내가 무서워?저새끼가 무서워?"

"....................."

"대답안해?!!!"

"니,니가 무섭다..;"




그러자 기철이 녀석이 마시던 종이컵을 땅바닥으로 집어던지는 박진미였다

기철이 녀석이 사라지면 분위기가 호전될꺼라는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순간이였다.

기철아 미안..너 안가도 될 걸 괜히 갔구나..;;;




진미는 분노에 가득찬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아 저 새끼..혜성이 시다바리 주제에 진짜 짜증나네.."




그러자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시고 있던 미선이 입을 열었다.




"혜성이?"

"왜 있잖아.전에 나랑 사귀다가 바람 핀 새끼..이혜성."

"아..맞다.걔가 그렇게 무섭대매?부산 전지역 대빵이래매?"

"나도 그렇게 들었어.저 기철인가 하는 새낀..혜성이 시다바리래."




기철이가 정말...그 보잘 것 없는 녀석의 시다바리란 말인가?

다시 들어도 믿기지 않는 얘기였다.

박진미와 오미선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만 있던 박홍철이 입을 열었다.




"너희들 그거 확실한기가?"




진미의 고개가 박홍철에게로 향한다.




"기철이가 혜성이새끼 시다바리라는 거 확실한 거냐고."




박진미는 그런 홍철을 쳐다보며 피식 비웃는다.




"맞든 아니든 니가 뭔 상관인데?"

"뭐 상관은 없는데..적어도 내가 알기론 기철이가 누구한테 지는거 못봤다."

"풋.박홍철.꼴에 너희 학교 짱이라고 감싸고 도냐?"

"아,아니 그게 아니라..."




난 멍하니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다가 종이컵에 담겨져 있는 술을 단번에

비워버리고는 새우깡에 손을 뻗쳤다.그때 들려오는 진미의 목소리.




"아저씨."




난 화들짝 놀라며 그녀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저씨도 기분 나빠?내가 아저씨 사촌동생 씹으니까?"

"아,아니 뭐.."

"근데 둘이 진짜 사촌이 맞긴 한거야?"

"...^^;"

"아 시바 웃지말고 대답해!!!!"

"마,맞어;-_-"




그러자 킥킥거리며 웃는 미선,박홍철과 그 패거리들..

그들은 내가 이렇게 당하고 있는 것이 무척 흥미있나 보다.

단지 10대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제한 받고 억눌려있던 그 모든 것들을..

나라는 인간을 통해서 폭발 시키는 것일까?

왜 하필이면 내가 그 타겟이 되버린 걸까?;;




"어이 아저씨.행님이 좋수?아저씨가 좋수?"




날 쳐다보던 박홍철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였다.

이새끼 도대체 뭔가?기철이가 있을땐 나보고 행님이니 뭐니 목숨을 바칠 듯 행동하더니...

기철이가 사라지니 또 원 상태로 돌아왔네...?;;




"왜 내가 또 반말하니 놀랬나보네?"




그러자 박홍철 패거리들이 웃음을 터트렸고..녀석은 계속 이어 말한다.




"난 아저씨가 동생한테 고자질이나 할 만큼 치사한 새끼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사실 우리가 아저씨한테 처음부터 반말지껄여 댔는데 갑자기 존댓말 쓸라고 하니..
존나 어색하기도 하고..내키지도 않고..좀 그렇다이가?"




지금 이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강한자의 보호아래에서 편하게 살아가는 것과 자기 자신이 강해지는 것의 차이를..




"그래도 아저씨가 기철이 사촌 행님이라카니..
내가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줄텡께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라."




박홍철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니 이건 웃지 않고는 들을 수 없는 얘기다.




"아저씨.내 말이 우습나?왜 웃노?"




박홍철은 나의 웃는 모습이 상당히 거슬렸나 보다.




"그냥 술 좀 먹어서 그런지 웃음이 나오네."

"햐..꼴에 자존심은 있...악;;"




박홍철이 말을 하고 있는데 또 다시 그의 뒷통수를 때리는 박진미...

박홍철이 원망스런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자

진미는 풀린 눈을 하고는 이런 대사를 중얼 거렸다.




"니 술 많이 뭇다이가?고마해라.."




-_-




그런 진미의 재치에 미선과 박홍철 패거리들이 거의 자지러지듯 웃어댔고..

박홍철은 날 쳐다보며 이빨만 뿌득 뿌득 갈고 있었다.




"너 그러다가 이빨 부숴진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왠지 안하는게 나을 것 같다-_-;




그렇게 30분간 술을 더 마시더니 그들은 슬슬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이녀석들..새벽에 편의점 찾아와서 술을 사가더니 항상 여기서 이렇게 마셔댔구나...

지금 공원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빈 소주병 해도 스무병은 되어보인다.




"자자.오늘도 한번 치러 가야제?"




박홍철이 기지개를 피며 그렇게 소리치자 미선이 비아냥거리며 말한다.




"너 500도 못 넘기잖아?"

"아 시바!그때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기고 오늘은 기필코 500넘긴다!"




그러자 진미가 박홍철의 뒷통수를 또 다시 후려친다.




"븅신..권투까지 했다는게..나가 죽어라.ㅋㅋ"

"아 왜 자꾸 때려!!?나 오늘은 진짜 500 넘는다니까!!!"

"그래?못 넘으면 어쩔래?전나 맞는거다.오케이?;"

"보,보고...;"




500?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잠시 후 내가 녀석들을 따라간 곳은 시내쪽에 있는 한 오락실이였다.

박홍철은 펀치기계에 동전을 넣더니 몸을 풀고 있었다.

아..500은 펀치 게임 점수를 말한 것이였구나..-_-;

박홍철이 몸을 풀자 박홍철 패거리들이 녀석의 몸을 여기저기 주무르기 시작한다.




"잘봐라잉?나 오늘 500점 꼭 넘긴다."




그런 박홍철을 여전히 못 미덥게 보는 박진미..




"또 지랄하네;"




박홍철은 그런 진미를 보며 피식 웃더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고

잠시후 녀석은 숨을 가다듬더니 땡고함을 지르면서 펀치기계로 달려들었다.

속도에 가속이 붙은 녀석의 주먹은 목표를 향해 정확히 명중시켰고...

1000점 만점인 점수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100..150..200..250..300..350..400..413..

-413-




"푸하하하.병신..ㅋㅋ"

"나 저럴 줄 알았다니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박홍철은 욕을 내뱉는다.




"아 시발.다른데서 치면 500은 우습게 넘기는데 이 기계는 진짜 점수 안주네."

"야 박홍철.나와봐."




박진미가 박홍철을 밀치더니 자신이 해보겠다고 난리다.

과연...?꽤 기대되었다.

그녀가 비록 여자라지만 박홍철이 박진미를 두려워 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박진미는 몸을 풀면서 날 향해 묻는다.




"아저씨.난 얼마 나올 것 같애?"

"음..10?"

"이제 농담까지 하네?좀 있다 봐?"

"하하.;"




박진미는 보라는듯 땅바닥을 향해 몸을 숙이더니 두 다리를 쫘아악 짼다.

헉.....이건 보통이 아니다..;




"자.다리째는 거 봤지?점수 얼마나오는지 잘 봐."




잠시 후..진미는 교복 치마를 걷어 올리기 시작하더니 펀치기계로 날라차기를 한다.

제,제대로 맞았다....




점수는 올라가기 시작한다.




100..150..200..238..

-238-




-_-;





"거봐!!이 기계가 이상한거라니까!!"라는 박홍철의 외침을 쌩까던 진미는..

날 가만히 쳐다보더니 말한다.




"마지막 한판 남았으니까 아저씨도 한번 해봐."

"나?"




그러자 박홍철과 미선이 미친듯이 웃어제낀다.




"푸하하.저 인간이 치면 100도 안나오겠다!!돈만 아까워!"

"그래도 군대까지 갔다왔다는데 200은 넘겠지.ㅋㅋ"

"야야.조용!!"




주위를 조용히 시키던 진미는 다시 날 향해 말한다.




"뭐해?어서 쳐봐."

"꼭 쳐야 돼?"

"기집애라는 소리 듣기 싫대매??그럼 증명해보이라고!!"

"..................."

"치기 싫어?그냥 평생 기집애 할래?"

"아니..그런게 아니라 저 위에 879은 최고 점수냐?"

"1000점 만점에 879점이 현재 최고점수기는 한데 아저씨랑은 전혀 상관 없는 얘기고..
보통 남자애들이 여기서 치면..300대에서 머물거든?
그러니까 아저씨가 점수 300만 넘기면 남자로 인정 해줄께."

"뭐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관 없다."




난 그렇게 말하고는 자세를 잡는다.




"뭐야.진짜 칠려고?미친 거 아냐?"라는 박홍철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재빨리 나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서는 주먹을 풀기 시작했다.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는 잽싸게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그리고는 가속력,허리의 힘까지 이용해 목표를 정확히 명중시켰다.




뻐억!!!!!




나의 주먹이 목표물에 부딪히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왔고..

펀치 기계 점수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100...150...200....300......400..........500.............................










-944-









최고 신기록을 갱신했다는 음악소리와 함께 뒤에 서 있던 박홍철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이게 뭐꼬?"




옆에 서 있던 진미 역시 상당히 놀란 표정이다.




"아저씨..이야...."

"아 주먹 절라 아프다..;;"




진미는 갑자기 나의 팔을 때리기 시작하더니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우와 아저씨!!!최고 신기록이래?!!"

"어.최고 신기록이네;"




박홍철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아이다.기계가 순각 오류가 났을끼다."

"그럴지도..."

"어라 보너스 한번 더 주네?아저씨 다시 쳐봐!!!"

"주먹 아프다니까..-_-"




그러자 옆에 있던 박진미까지 큰 소리로 협박한다.




"아저씨!!!어서 쳐봐!!!얼른!!!!!!"

"................."




난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온 힘을 펀치 목표물에 명중 시켰다.




뻐억...




100..150..200..240..........

-241-





-_-





젠장..삑사리................났다..





"푸하하하..거봐.내가 뭐랬어.오류라고 했지?!!!"

"하여튼 저 아저씨 사람 놀래키는데는 재주 있다니까.."

"난 첨에 900 넘은 거 보고 졸라 놀랬다가 이번에 200 나온거 보고 뒤집어졌다..."




녀석들의 놀란 표정은 다시 비웃음으로 돌아와버렸지만..

내 옆에 있는 진미의 표정은 예사롭지 않다.




"아저씨.삑사리지?"

"응?"

"그러니까 아저씨가 잘 못 친거지?"

"아닌데..온 힘을 다해서 쳤는데..;;"

"그래?"

"응."

"그럼 왜 이렇게 똥 폼을 잡어.이 인간아!!!!!!"







지금 이 고삐리 녀석들이랑 놀고 있으니 ...문득..예전 생각이 난다.

나도 고등학교 다닐땐 이렇게 재밌게,화끈하게 놀았었는데...

장형식,문석주,황두환,남인철...절대 잊을 수 없는 나의 동료,친구들..

너희들 넷과 함께 했을때 난 정말 어느 영화속의 대사처럼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었는데..

지금쯤이면 너희들 다 제대했을까?정말 보고 싶다.

너희들도 나처럼 아무 힘없는 아저씨로 변했을테지?

나처럼..이렇게 고등학생들한테 당하고 살테지?....

그렇다고 말해주라..-_-제발;






"야 너희들 먼저 가봐."

"어라?진미 너는 안 가?"

"난 이 아저씨랑 한잔 더 할려고.."





난 박진미의 그 말에 깊은 생각 속에서 잽싸게 빠져나온다.




"무슨 소리야?!나 이제 집에 가야돼."

"아저씨."

"응?"

"내가 말했지?오늘 한번 죽어보라고..이제 시작인데 어딜 간다는 거야?"

"...................."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정말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을 것이다..;;

난 왜 자꾸 그녀에게 휘말리는 것일까?

여자라서?아니 그건 절대 아니다.그럼 무엇 때문에?




앞장서서 걷고 있던 진미가 날 향해 몸을 돌린다.

날 쳐다보고 있는 진미는 정말 보기 드문 미소를 짓고 있다.




"아저씨.그거 알어?"

"뭘?"

"나 약한 남자 진짜 싫어하거든??"

"...................."

"근데 아저씨는 이상해.약한거 아는데도..쳐다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끌려."

"가,갑자기 그게.."

"난 아저씨의 그 당황하는 표정이 귀엽단 말야."




내가 그녀에게 말려들어가는 이유...얼핏 알것 같기도 하다.

아니 확실히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다만 인정하기 싫을뿐.




"근데 어디를 자꾸 가는 거야?"

"다 왔어."




그녀와 내가 서 있는 곳...xx빌라.

여기엔 누가 사는 것일까?




"여기는 왜?"

"누가 나한테 공짜로 빌려준 집인데..제법 괜찮을꺼야.."

"............"

"아참.집안에 아무도 없으니까 긴장해도 돼."




난 그저 들리지 않게 침만 삼키고 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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