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걸은 죽었다 - 10

_공유천사_ 작성일 05.07.26 00: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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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걸은 죽었다 - 10














-뜨겁지만 차가울 수 밖에 없는 꿈-














열쇠를 꺼내어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시계를 보아하니 어머니께선 식당일을 마치고 큰방에서 주무시고 계실터였다.

큰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방안을 들여다보니 어머니가 무섭게 노려보고 계신다..-_-




"들어온나.."

"네에;"




누워계시는 어머니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어머니는 평소와 달리 안색이 무척 안 좋았고 많이 지쳐보이시는 듯 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고 내 자신이 못 견디게 미워졌다.

만에하나 어머니가 식당일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당장 뭘 먹고 살아갈 것인가?

내가 편의점 일을 그만 두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지만,

사장이 그만두고 나가라 한다고 그렇게 쉽게 나가버리다니...

지금 내가 자존심을 가릴 처지였던가?

어머니가 돈을 벌고 있으니 나의 책임이 덜하다 라는 식의 생각..정말 버려야 했다.

지금까지 알면서도 부정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부터 난 이미 이 집안의 가장이라는 사실을.

아직 어머니가 살아있으니까.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하는 생각에

여지껏 철없이 싸움박질에,사고를 치고 다녔던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그 빌어먹을 고등학생들한테 당하고만 있는 이유도

지난 나의 행동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머니와의 약속은 내 자신과의 약속이나 다름없으니까.




"니 왜 이시간에 들어왔노?"

"그,그게..."

"또 사고친나?"

"아 그런거 아니예요!!엄마는 절 못 믿으세요?!"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그 부분에 예민한건 어머니도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새끼가 와 갑자기 소릴 지르노?뒤질라고.."

"........."

"그럼 설명해보그라.왜 이 시간에 방구석에 들어와있노?"

"아 그게.."

"그게?"

"편의점이 갑자기 무너져 내려서...망했.."

"종아리 걷어 올리라."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_-
관뒀습니다."




짧은 한숨을 내쉬는 어머니..난 그 한숨 소리가 더 이어지길 원치 않는다.




"하지만 사고치거나 일하기가 싫어서 나온건 아니예요.저 믿으시죠?"

"................."

"못 믿으시는 군요.;"

"아이다.내 자식새낄 와 못 믿겠노.그라믄 애미가 하나만 물어보자.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으면 도대체 니가 하고 싶은게 뭐고?아니 니 꿈이 있나?"

"................."




나의 꿈...?

어렸을때 부터 꿈꿔 왔던 것..하나 있긴 하다.

하지만 어머니가 너무 싫어 하실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하고 접었던 꿈...




"없제?"

"아뇨.하나 있긴 있어요."

"그게 뭐꼬?

"말씀드리면 어머니가 화내실 것 같은데.."

"괘안타 말해보그라."














주먹질 잘 한다고 꼭..건달이나 조폭이 되는 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도장을 차려서 태권도 사범이 될 수도 있는 일이고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본다면 좋은쪽으로 쓸 수 있는 방법도 무척이나 많다.

사실 그다지 많은 것 같진 않다..-_-;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그러니까 내가 아주 어렸을때였다.

한번은 아버지 친구분이 우리 집에 놀러오셨는데..난 그분의 모습을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아버지 밑에 있는 사내들처럼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메고 있었지만

서 있는 자세,웃는 모습,그리고 점잖은 말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매력은 분명 뭔가 달랐다.

그의 덩치는 아버지보다 훨씬 더 컸으며 주먹은 내 얼굴만 했다.

언뜻 보기에도 아버지 보단 훨씬 강할 것 같은 이미지를 주는 사람이였다.

그가 끼고 있는 이어폰,무전기 한대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는 아버지와 한참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아버지가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나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니가 최성식이 아들이가?"

"그런데요?"

"이자슥 와이리 기집애같이 생겼노?"

"-_-"




난 기집애라는 말을 듣자마자 몹시 흥분해서는 그에게 달려가 죽통을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아버지 보다 강한 사람.건드려서 좋을게 없다는 생각에..예쁜척 귀여운척 미소만 짓고 있었더랬다.-_-;




"아이쿠.실수를 해뿐네..머스마처럼 생겼다고 해야 바른 말이가?"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저씨!!!저 남자거든요?!"

"큭..아이고 미안하대이.근데 니는 애비랑 와이리 틀리게 생겨뭇노?"

"사람들이 저보고 엄마 닮았다고 했어요."

"아 형수님?그래서 그런기가?하긴 형수님이 진짜 예쁘게 생겼제..
지금은 아줌만데 몸매도 죽여준다 아이가?"

"씨..저희 아버지한테 이를꺼예요.-_-"

"하하.일러봐라.짜슥아.내가 니 애비보다 더 쎄다."

"아저씨는 무슨 파 보슨데요?"

"뭐?보스?"




그는 터무니 없다는 듯 한참을 웃어제꼈다.

난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지만..사실 그의 웃음소리가 싫지는 않았다.




"니 이름이 뭐꼬?"

"아저씨 이름은 뭔데요?"

"이자슥이..버릇없네.아저씨가 먼저 물었다이가?"

"전 최준이예요."

"준이?주이?주이?하하하.."




무척이나 잘 웃는 사람이였다.그래서 약간 덜 떨어져 보이기도 하는 사람이였다.-_-;

하지만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엔 변함이 없었다.

그의 편하고 자연스런 모습이 더욱 더 강력하고 무섭게 느껴지는...그런 거 말이다.




"그래.주이.아저씨가 뭐하는 지 말해줄텡께 잘 듣거라이.
나 역시 너희 애비처럼 주먹을 쓰지만 난 떳떳하게 주먹을 쓴다이가.
너희 애비는 자기 구역을 지키는게 목적이지만 이 아저씨는 한 사람을 지키는게 목적인기라.
무슨 말인지 알것나?"

"................."

"이 아저씨는 한 사람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내 목숨 보다 그 사람의 목숨이 우선시 되어야 하고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면
그 사람을 위해 대신 죽을 수도 있어야 하는 용기가 있어야 되는기라.
즉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직업이지만 뽀대나는 직업이기도 하제."

"와....."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며 아버지가 나오시더니 그에게 욕설을 내뱉으신다.




"이새끼.또 애들한테 자랑질이가?니 우리 아들한테 내보다 쎄다고 구라쳤제?"




그의 얘기는 거기서 끝났지만...난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웃는 그의 모습을..그리고 그가 한 환상적인 얘기들을..

자신의 몸을 던져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

그게 자신의 모든 것이 되고,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나의 가슴 깊숙히 새겨져..하루 하루를 설레게 만들었다.

아마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훗날 내가 커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아니 남들보다 잘 할 수 있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건 누군가를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어머니 보디가드라는 영화 보셨어요?"

"뭐?보디카드?"

"-_-보디가드요.케빈코스트너랑 휘트니 휴스턴 나오는 영화요."

"이새끼가 미친나?뭐라고 씨부리노?




하긴..TV도 안보는 어머니신데..물어본 내가 한심하다;




"그게 남자의 직업이 유명 가수를 지켜주는 일인데요..즉,경호원이라고도 하죠."

"치아라."

"예?"

"니 내가 그런 쪽 일 싫어하는 거 알제?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말그라."

"아뇨.아버지가 하는 일이랑은 질적으로 틀린.."

"시끄럽다안카나!!!"




역시 말을 하는게 아니였다.

어머니는 지금 나와 자신이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전부 아버지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와 결혼 하게 된 것을 자신의 가장 큰 실수라고 말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에게 무슨 설명,무슨 말을 하겠는가?




"니 애비가 어떻게 뒤졌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가??"

"아 또 그 얘기 하시네.됐어요."

"되긴 이새끼야.니 애비가 그렇게 죽지만 않았어도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노?
다른 자식들 전부 대학이니 대학원이니 얘기하는데..
니 고등학교도 겨우 졸업시킨 애미 마음은 오죽하겠나?!!
누군 이렇게 살고 싶어서..."




어머니는 고개를 떨구시며 뒷말을 흐리셨다.

내가 이래서...어머니와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는 거다..

난 그녀 앞에서 너무나 불효 자식이기 때문에..

적어도 어머니가 이 세상에 살아 계실때 만큼은 그녀가 원하는 것만 하고 그녀를 위해서만 살고 싶다.

그 까짓 자존심...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날 비웃을테면 비웃고 손가락질 할려면 해라.





그 다음날..일어나자 마자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고는 xx신문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입에선 담배연기와 함께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




초대졸 이상..

대졸 이상..

3년 이상 경력자 구함.

xx자격증 유지 하신분.




신문을 다 찢어버릴려는 그때...-_-




신입구함

학력 고졸 이상..




앗.어서 전화해봐야겠다...하지만 날 멈추게 하는 한 문장..




배 타실 끈기 있고 열정이 있는 분 모집합니다..




-_-




젠장..이 젊은 나이에 바다에서 시간을 보낼 순 없잖은가..;;

역시 현재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르바이트랑 노동직 말곤 없는 건가..

아니 노동직도 기술이 있어야 받아줄텐데..;;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는 담배가 다 타들어 갈 쯔음..옆에 있던 핸드폰이 울린다.

누구지??아침부터 전화할만한 사람이 없을텐데..

전화번호를 보니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목소리는 여자였다.여자한테서 전화 올 곳이 없는데...




"누구시죠?"

"최준씨 핸드폰 아닌가요?"

"네.제가 최준 입니다만.."

"오빠.저 혜진이요."

"혜진이가 누구십니까?;;"

"치.오빠 너무 한거 아니예요?저 편의점 오후 아르바이트.."

"아 아..그 혜진이?"

"도대체 오빠 핸드폰 속엔 혜진이가 몇명 있는 거예요??"

"뭐 그건 그렇다치고 왜??나 일 그만뒀는데..."

"왜 갑자기 그만 두셨어요.서운하잖아요."




뭐가 서운하다는 걸까..알게 된지 일주일도 안된 것 같은데..




"오빠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열심히 일하긴 무슨...나 놀면서 일했는데 뭐.."

"풋..그건 그래요.."




뭐,뭐냐;




"제가 전화를 드린건 다름이 아니라..제가 일전에 말씀드렸던 박진미 있죠?"




혜진의 입에서 박진미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심장이 내려 앉을만큼 놀라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아니 넌 도대체 무엇때문에 놀라는 거냐??

그깟 날라리 여고생한테 무슨 미련이라도 가지고 있었던 거냐?




"그래.그애가 왜?"

"오빠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헉.야 안돼.절대 안돼!!ㅡㅡ;"

"그게 막 협박해서 벌써 가르쳐 줬..."




이,이런...그렇게 시달렸는데..또??





"너 그런걸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오빠 죄송해요!!!"




덜컥..그렇게 전화는 끊겨버렸다.

망할 기집애..서운하긴 개뿔;;-_-;

혜진의 전화가 끊긴지 일분이 채 흘렀을까?

드르륵..드르륵..핸드폰의 진동소리가 다시 울리고 있었다.




019 - xxx - xxxx




이거 또 모르는 번호다.혹시 박진미 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의 온몸을 휘젓는다.

아니 박진미가 당연하다는 두려움이 나의 온몸을 휘젓는다 가 더 어울릴듯 하다.-_-

그렇다면 전화를 받지 않아야 하는게 당연할텐데..

난 왜 지금 핸드폰을 열고는 "여보세요?"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어이 아저씨!!"




순간 나의 감정은 착각을 일으킨 것일까?

왜 어이 아저씨!!!라는 그 말 한마디가 반갑게 들렸던 것일까..




"아저씨?!!!"




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뭐야 아저씨 아냐?"

"이 세상에 아저씨가 한 두명이요?도대체 어떤 아저씨를 찾으시는지?"

"아 씨..이름이 뭐였더라..잠깐만!!"




잠깐은 개뿔..-_-

난 잽싸게 전화를 끊어버렸...는 걸로 아는데 어느새 핸드폰이 울리고 있다?-_-;;




"여보세요?"

"아 시발;왜 끊어?!!"




뭐 시,시발?;;이 빌어먹을 기집애가...

하지만 침착해야 한다.




"도대체 어떤 아저씨를 찾으시는지?"

"옆에서 그러는데 아저씨 이름이 최준이야?"

"아 전화 잘못 하셨습니다.제 이름은 최전입니다."

"...................."

"...................."

"아저씨..절라 재미없거든?"

"뭐 어쨋든..전화는 왜 했냐?난 너랑 전화통화할 이유가 없는데."

"참나..말하는 것 좀 봐라?아저씨 일 짤리고 한숨이나 쉬고 있을까봐 기껏 전화해줬더니?"




정말 그런 이유로 전화했을까?




"그게 아니겠지.내가 너희들 때문에 일 짤린걸 아니까 그 죄책감에 전화했겠지."

"와 아저씨 얼굴 안보인다고 진짜 막나간다?"




하긴 진미가 내 앞에 있었다면 이 따위로 말하진 못했을 것이다.인정;-_-;




"걱정되서 전화했다면..괜찮으니까 끊어라."

"그게 아니라 사실.."

"사실?"

"나 아저씨가 보고 싶어."




왜?왜?!!!도대체 왜....???

난 있는 힘껏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왜..에..?"




진미는 왜냐는 나의 질문에 바로 이어서 대답한다.




"괴롭힐 사람이 없어서..."

"끊어라.-_-"

"나 수준이 안 맞아서 애들이랑은 술 못 마시겠어.
그래서 아저씨 같은 어른이랑 술 마시고 싶단 말이야."




시발;내가 니 눈에 어른으로 보였다면 절대 그렇겐 못하지-_-;




"약속있다.다음에 보자."

"무슨 약속 있는데?"

"아 정말 끈질기네..너 혹시 나 좋아하냐?!"

"내가 미쳤어?애들 놔두고 군대까지 다녀온 아저씨를 좋아하게?"

"그럼 이제 그만하라고.장난도 장난일때 그만두는 거야.
내가 니 장난감이냐?이 나이 쳐먹고 너랑 놀아주니 우습게 보이냐?어?!!"




드디어 쌓여있던 것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했다간 옛날 성격과 욕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자제해야만 했다.




"가만히 있으니 사람이 만만하게 보이지?왜 조용히 사는 사람을 자꾸 건들어?!!
지금 내가 절라 참고 있거든?그러니까 장난 그만하고 어서 끊어라?"

"풋...."




이건 무슨 소린가?...혹시 웃음소리..?




"푸하하하하...아,아저씨...풉...아하하."




-_-




"너 왜 웃어?!!!!"

"와..아저씨 박수 쳐줄께.연기 진짜 잘 한다?!!
나 방금 아저씨 연기에 순간 쫄았어.인정할께..아하하."




하긴 자기 눈에 비친 바보는 계속 바보일뿐...;

바보가 암만 큰 소리를 치고 주먹을 휘둘러도 처음에 박힌 그 인상은 쉽게 떨어져 나가질 않는다.

12년이라는 학교 생활로 인해 이미 깨닫지 않았던가?

나약하고 기집애 같다는 인상을 깨기 위해선 항상 큰 사고를 치거나 일을 터트려야만 했다.

그만큼 사람의 첫인상은 오래 가는 것이다.




"편의점에 새로 들어 오는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괴롭히던지 알아서 하고
다신 나한테 전화 하지마."




그렇게 말하고는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는데..이상했다.

후련함과 동시에 왠지 모를 후회감까지 몰려들었다.

그리고는 더이상 울리지 않는 전화를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핸드폰이 다시 울린건 저녁 10시가 가까워질 무렵이였다.




"행님?"




기철이 녀석이였다.할말이 있다고 술 한잔 하잰다.

난 그러겠다고 했다.

어제 같았으면 녀석의 얼굴을 한대 쳐버려도 시원치 않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 순간의 감정만 잘 참고 넘기면 안정을 되 찾게 되어있다.

어머니도 그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항상 나에게 참으라고 말하는 걸지도..




집을 나와서는 우리집 근처에 있는 조그만 공원으로 향했다.

그곳은 예전에 기철이 녀석을 훈련시키던 장소로..녀석에게나 나에게나 참 추억이 깊은 곳이다.




"행님!!기철이 여기있심미더!"




공원에 도착하자 날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는 기철이였다.

난 그런 녀석을 무표정으로 슬쩍 쳐다보고는 녀석의 옆 자리에 앉았다.

녀석은 찬 바람에 저항하는 입김을 내뿜으면서 씨익 웃고 있었다.




"행님 여기 까지 오느라 대단히 고생 많으셨네예.날씨 많이 춥지예?"

"할말이 뭐냐?"

"행님..."
"제가 진짜 잘못했심미다.."

"니가 뭘?"

"제가 편의점에서 잘못한게 있으니까 행님 표정이 야시꾸리 한거 아입니꺼?"

"풋..."




내가 갑자기 웃자 기철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아마도 녀석의 눈엔 내가 너무 화가나 미쳐버린 줄로만 알 것이다.-_-;




"짜샤.장난이였어.내가 기집애냐?그깟 일을 마음에 담아두게?"

"와..행님.역시 진정한 사내십니더."

"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신경 꺼."

"으하하.아 맞다!근데 행님?"

"응?"

"금마들이랑은 무슨 관계인데예?"

"음.."




이걸 어찌 말해야 될지...




"그걸 꼭 설명을 해야..."

"그래서 행님이 불편한거 아니믄예.제가 금마들 이 자리에 불렀거든예?괜찮지예?"

"뭐 이 새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원 안으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고

난 설마 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설마는 나의 멱살을 잡고는 죽통을 갈기고 있었다.;




"와 아저씨..진짜 치사하네??아깐 약속있다매??"




하얀 털모자...박진미....




"그,그게.."




그리고 박진미 뒤에 서 있는 사자머리 미선도 날 향해 손을 흔든다.




"아저씨 안녕?"




미선에게 시선도 가기전에 이어서 들려오는 고함소리..




"행님 안녕하십니까?!!!그땐 저희들이 죄송했심미다!!!!"




박홍철 비롯 패거리들이 날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고는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 믿기지 않는 상황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난 기철을 향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기철은 입을 연다.




"임마들이 행님이랑 제가 사촌이라는거 몰랐다니까..행님이 넒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이소."




사촌...?이건 뭔 터무니 없는 소리란 말인가?




그렇게 검은 봉지에서 소주병을 꺼내며 큰 소리로 웃고 있던 기철은...

잠시 후 나의 귀에대고 속삭인다.




"행님 저 잘했지예?"

"그래 이 새끼야 너무 잘했으니까 나중에 나 좀 보자?"

"............"




난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기철을 쌩까고는 모두에게로 고개를 돌리고는 씨익 웃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난 정말 화가났다.

차라리 고등학생들한테 맞거나 당하고 말지.

아무 힘도 없어서 남의 힘을 빌려 이 더러운 상황을 벗어나는 비겁자가 된 기분..

기철이 새끼..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감히..기껏해야 남의 시다바리나 하는 새끼가 ....




그때였다.내 앞에 서 있던 진미가 기철을 밀치고는 내 옆 자리에 앉더니

날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난 아저씨가 기철이 사촌이든,삼촌이든..신경안써.
뭐가 어쩌고 어째?다신 전화하지 말라고??
아저씨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오늘 한번 죽어봐라."









Written by Love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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