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추억만들기 Ⅱ
ㅡ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나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ㅡ
내게로 와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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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차가와!!"
"까르르르~"
실수였었다. -_-
동물원지역엔 놀이기구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마존익스프레스인지 뭔지 하는
둥그스름한 물보트가 있는지 미처 기억이 안났다.
"삼춘한테만 물이 다 튀네요. ㅎㅎ"
"-_-;;"
이거... 보트도 사람 차별대우하나.
뭐 그다지 무섭지 않을꺼라 생각하고 올라탄 물보트가
이렇게 날 괴롭힐지는 몰랐다.
"흐으음... 너 자꾸 그렇게 놀릴래?"
"사실이잖아효.ㅎㅎ"
오호라. 그렇다 이거지?
두고보자구. -_-
"에~ 삼춘 삐쳤구나?"
"흥!! -_-"
짐짓 화가 난 듯 토라진 표정을 짓자
영원이는 어느새
슬그머니 내 손을 잡는다.
"아휴~! 우리 삼춘 화나써?? 쭈쭈쭈쭈~~"
"........-_-;;;;"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나를 향해 장난치는 영원이를 보고
같은 보트에 탄 다른 연인과 부부들까지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아놔, 민망해라. ㅠㅠ
"야... 사람들이 보잖아.;;;"
"보면 어때효. ㅎ"
이젠, 한술 더떠서
내게 살짝 기대기까지 한다.
가슴이 콩딱거려 미치겠다.
날 심장마비 걸리게 하려고
작정을 했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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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삼춘!! 호랑이 좀 ??!! "
"ㅎㅎㅎ"
우린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내리고 나서
바로 옆에 위치한 사파리버스를 타러 갔다.
.
.
.
.
"영원아, 그러니까 삼촌 말 알았지?"
내가 무언가를 속닥속닥 거리자
영원이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니까, 버스를 타면 일단 운전기사 뒷쪽에 앉으라구요?"
"응 -_-"
"혹시 바로 뒤에 앉지 못하더라도 꼭 왼편좌석에 앉으란 말이죠?"
"응 -_-"
다시한번 나에게 확인하는 물어보는 영원이.
".........왜요? ;ㅂ;)a"
짜식, 궁금해하기는.
조금있으면 다 알게 될텐데. -_-
.
.
.
"와~!! 사자가 버스에 덤벼들어요!!"
"응. ㅎ"
"근데... 버스를 왜 먹으려고 하는거지? ;ㅂ;)a"
".......-_-;;"
영원이의 뇌구조는
아무래도 정상인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가 보다.;;
이봐. 아무리 맹수라도 버스는 못먹는다구. -_-
"창문유리창 뒤쪽 한번 봐봐"
"네?"
내가 가리킨 손끝 창문밖에는
조그마한 걸쇄비슷한 것이 있었고
그곳엔 하얀색 종이봉투가 살짝 걸쳐져 있었다.
"저 속에 닭고기가 들어있거든?"
".........?"
"사자나 호랑이가 저 고기를 먹으려고 그러는거야."
"아...!!"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숙달된 조교처럼 시범을 보이듯
집채만한 호랑이 한마리가 가까이 다가와
종이봉투를 입에 물고 사라졌다.
"아!! 삼춘!! 봤어요? 방금그거??! 'ㅁ' "
"내 말이 맞지? ㅎㅎ"
그럼 내가 거짓말하리. -_-
"근데 왜 닭고기에요?"
"왜냐면..... 값이 싸니까. -_-"
"우웩!! 말도 안돼!!"
......진짠데. -_-
"자자~~ 여러분 이번엔 오른편을 보세요~~~"
재미있는 멘트와 함께 버스를 운행하는
사파리 운전기사 아저씨.
사람들이 우루루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아저씨 곧이은 멘트를 날린다.
"그곳엔 찝차가 있습니다. 네네. (__)"
동물은 아무것도 없고
덩그러니 혼자 있는 얼룩덜룩한 코란도차량을 향해
버스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나와 영원이도 한참을 웃었다.
수십번을 타봤어도, 사파리투어는 언제나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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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지금부터 들어갈 곳은 곰들이 있는 지역입니다~"
털컹ㅡ 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고
버스는 이내 다른 지역으로 진입을 했다.
드디어 왔군. -_-
"자아~ 왼편에 있는 곰은 에버랜드 최고의 재주꾼입니다."
"와~~"
기사아저씨가 익숙한 손짓으로
건빵을 던지자
낼름 받아먹는 곰돌이 녀석.
"재주 보여줘야지?"
건빵을 받아먹던 그녀석,
갑자기 선채로 한바퀴를 핑그르르 돈다.
"자아~ 한번 더 돌고~"
"와아아아~~"
건빵을 하나 먹고 한바퀴 돌고
건빵 또 하나 먹고 한바퀴 돌고,
버스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곰의 재주를 보느라 시선을 떼지 못한채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쟤는 재주가 빙글빙글 도는 것밖에 없어서, 이름이 이사도라입니다~"
"까르르르르~"
여대생무리인듯한 네댓명이
기사아저씨의 멘트가 나오기만 하면 배를 잡고 구른다.
음... 쟤네들은 점심을 잘못 먹었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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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하이파이브~~"
"우와와와~~"
어느덧 마지막 곰..
그 곰은 기사아저씨가 손을 내밀때마다
같이 손을 내밀어 하이화이브를 하기까지 한다.
저걸 보고 누가 미련 곰탱이가 할 것인가. -_-
"자~~ 건빵 던진다~~"
마치 말귀를 알아듣기라도 하는듯
운전기사 아저씨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곰.
"놓치지 말고 잘 받어~~"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대강 0.5초씩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날아가는
건빵 다섯개.
"텁.텁.텁.텁.텁."
"허걱;;; 저 곰봐봐;;"
하나도 놓치지않고 날아가는 건빵을
모두 한입에 넣은 녀석.
"우와~~~~~"
버스안은 이내 환호로 가득찼다.
언제봐도 저 기술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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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어?"
"네에~ >ㅂ<//"
어느덧 사파리투어가 끝나 버스를 내려
우리는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우앙~~~ 우린 하나도 제대로 못봤잖아~~~ ㅠㅠ"
"자기야. 나중에 다시 또 보자, 응??"
오른편 좌석에 앉았었던 한 커플.
안타깝게도 버스안에서
사람들에 가려 제대로 곰들을 못 본 모양이다.
우린 본전을 제대로 뽑았기 때문에
왠지 뿌듯한 기분. -ㅂ-
"우린 진짜 가까이서 봤는데. 그쵸, 삼춘?? ㅎㅎ"
"응. ㅎㅎ"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나를 보고 영원이가 묻는다.
"엇, 설마 삼춘 그것때문에 기사아저씨 뒤에 앉으랬던 거였어요?"
".........(--)(__)"
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영원이.
"삼춘. 도대체 정체가 뭐에요? -_-)+"
워ㅡ 정체랄 것 까지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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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간은 8시가 넘어
어스름이 깔려가고 있었다.
"삼춘.... 딱 한개만 더타효, 네? ;ㅂ;"
".......-_-"
집에 가자는 내말을 들은체만체
자꾸만 떼를 쓰는 영원이.
"우리 후룸라이드 한개만 더 타효, 네?? ;ㅁ;"
어라. 후룸라이드. -_-?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같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다.
"흠.... 그럼 딱 그것만 타는거다. 알았지?"
"네에!! 진짜효!! ;ㅁ;)/"
오케이. 너 맛 좀 봐라. -_-
.
.
.
대기하고 있던 줄이 짧아지고
어느덧 우리가 탈 차례.
나는 영원이를 맨 앞자리에 앉혔다.
"헥.... 삼춘, 여자가 앞에 앉으라구요?"
"네가 뒤에 타면 위로 올라갈때 나한테 깔릴텐데? 설마 그걸 원해? -_-"
잠시 고민하던 영원이.
"아니효. ;ㅂ;)"
"그럼 앉아. -_-"
후룸라이드는 4인승이다.
우리 뒷쪽의 커플도 우리가 승차하는 모습대로
여자를 앞에 앉혔다.
그리고... 슬슬 통나무 보트는 출발했다.
.
.
.
.
"까약~~ 삼춘~~~~ 난 몰라~~~~ ;ㅁ;"
오호. 고작 이것가지고 비명이라니. -_-
에버랜드에서 재밌는 놀이기구중 하나가
바로 이 후룸라이드이다.
코스가 길기도 하고, 마지막 최종 내?윱?길목의 스릴은
어느 놀이공원 후룸라이드보다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 놀이기구 만큼은 단련이 됐다.
모르긴 몰라도 백번은 탔을꺼다.
"흑흑... 삼춘, 이제 다 끝난거에효? ;ㅁ;"
"아닐껄. -_-"
갑자기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앞을 70도 가량 들고
보트는 수직상승(?)을 시작했다.
"꺄악~~~"
등을 내 가슴에 완전히 밀착시킨채로
다리만 바둥바둥 거리고 있는 영원이.
오케바리. -_-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걸?
서로 맞닿은 손을 통해서
영원이의 자그마한 떨림이 느껴져온다.
미안하다.
이 삼촌을 용서해주렴. -_-
.
.
.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이스 -_-
까마득한 절벽에서 번지점프를 하듯
보트는 땅을 향해 떨어지듯 내려갔고
영원이는 지금까지의 겁없던 모습과는 달리
잔뜩 질겁한 모습으로
눈을 꼭 감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음... 조금 미안한 걸.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_-
나는 보트의 무게중심을 살짝 더 앞으로 밀어
보트가 내려가는 각도가
조금 더 깊숙해지도록 힘을 주었다.
오케바리. -_-
"꺄아아아아아아악!!!!!!!"
"풍덩~~!!"
커다란 물보라가 우리를 덮쳤고
덩달아서 뒤에앉은 커플들도 물을 뒤집어 썼다.
미안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줄을 잘서야되요. -_-
어쨋거나 잠시 후,
영원이는 물에 흠뻑 젖은채로 고개를 들었다.
"우훼엥... 삼춘... 나 다 젖었어효. ;ㅅ;"
"응 -_-"
미안하다.
일부러 그랬다. -_-
"힝.. 무서웠어효. ㅠㅠ"
".........."
어느새 내릴 때가 되어
조명이 우리가 타고있는 보트를 비추자
물기에 젖은 영원이의 머리, 그리고 뽀얀 얼굴.
워.... 이걸 노린건 아닌데.
.
.
.
예.. 쁘....다. -_-;;
============
"삼춘!!! 근데 삼춘은 어떻게 여길 그렇게 잘 알고 있어효? 'ㅁ')/"
회전목마뒤편에 위치한 로즈가든.
일명 장미원이라 일컫는 그곳에서
분수대 사이를 거닐다가 영원이가 무언가 묻기 시작한다.
흠..... 말해줄까 말까. -_-
"삼춘!!! 말해줘요~!! 네?? ;ㅂ;)a"
";;;;;;;;;;;;;;;"
오줌싸개 동상 옆 구석 작은 벤치.
연인들을 위해 놓여있는 것일까,
우린 잠시 그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예전에... 여기서 잠깐 일한 적이 있었어."
".........에?? ;ㅂ;)a"
사실이다.
97년도 imf가 터진 직 후,
원서값이 폭등해서 교재를 살 돈조차 부족하여
부득이 학교를 휴학하고
계약직으로 이곳에 와서
일년동안 일을 했던적이 있었다.
"삼춘은 무슨일 했는데요?"
".....바이킹 돌렸어. -_-"
"에에?? 근데 놀이기구를 글케 못타효? ;ㅂ;)a"
".........-_-;;"
바이킹 운행하는 거하고
놀이기구 잘 타는 거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건데...;;;;
.
.
.
"근데.... 삼춘."
"응?"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영원이.
"근데.... 배만드는 회사는 왜 그만둔거에요?"
"..........."
잠시 잊고 있었던 생각이 났다.
아니, 지우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글을 쓰고 싶었거든."
".........?"
나름대로 촉망받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2년동안 밤낮없이 일만 하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빈자리가 있었다.
'이렇게 일만하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늙어가는 거겠지.'
중학교 시절부터 신문배달을 시작으로
전단지 돌리기, 호프집, 레스토랑 서빙아르바이트,
막노동과 바텐더까지
나의 인생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같은 삶은 이어져왔고
군대에 있는 3년을 제외하고는
나는 항상 일을 해야만 학교를 다닐 수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해본 아르바이트가
대략 50여가지가 넘어갔었고
심지어 직장조차 대학 졸업직전에 들어갔으니
나는 참 피곤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내 인생의 쉼표를 찍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후에
그날부로 서울로 다시 올라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
.
.
"...그래서, 많이 썼어요?"
"음... 조금. ㅎ"
사실, 습작삼아 썼던 시나리오가
좋은 반응을 얻어서
영화를 만들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시절도 있었다.
"어....? 근데 왜 지금은 그냥 회사에 다니는 거에요?"
".........."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불을 붙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조그마한 변두리 지하 자취방에서
굶기를 밥먹듯이 하고 라면을 벗삼아
이것저것 습작들을 끄적거리던 시절,
우연히 인터넷의 한 게시판에서 알게되었던 한 사람
그리고 어느순간 나의 전부가 되었던 여자가 있었다.
ㅡ 오빠. 글쟁이는 미래가 없다고 부모님이 반대하셔.
ㅡ 오빠. 작가는 여자를 고생시킨다고 엄마가 자꾸 뭐라고 해.
ㅡ 오빠. 난 오빠가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것을 다 정리했고
구인광고만 보면 무조건 원서를 내기 시작한 결과
겨우, 지금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이 있었거든. 지금은 헤어졌지만..."
나는..... 펜을 꺾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여자는 나를 떠나 다른 사내에게로 갔다.
"....미. 미안해요, 삼춘. 내가 괜한 걸...ㅠㅠ"
".........."
한 여자를 위해 나의 꿈조차 버렸건만
아무것도 내게 남은 것은 없었다.
가슴속 깊은곳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솟아 오른다.
"삼춘... 울어요....?"
".........."
내 눈물은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떠나보낼때
그녀와 함께 모두 흘려버렸다.
더이상
나는 흘릴 눈물이 없다.
"울긴 누가........"
무언가 뜨거운 것이
내 볼을 스치고 흘러내린다.
이건... 뭘까.
"삼춘........"
희뿌연 나의 시아에
영원이의 작은 손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따뜻한 영원이의 손길이
내 볼과 내눈에 흐르는
그 무언가를 가만히 어루만진다.
"삼춘은..... 참 바보에효. "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오는 영원이의 입술.
나는 눈을 감았다.
회전목마 뒤편 포시즌스 가든에서
레이져쇼와 함께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었고
눈부신 불꽃 아래 장미가 만발한 그 곳에서
우린 수줍게 입술을 나눴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5월의 장미향보다
더 달콤한 향기가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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