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흑마다 17부 - 펌

싸도 작성일 07.01.03 09: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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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시련 Ⅱ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속에서
당신과 마주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내 삶은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내 삶에 있어서
가장 놀라운 기적은
당신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


영원이의 소식이 끊겼던 5월 이후로

매번 가위에 눌린채로 잠을 깨었고

나는 내내 밤잠을 설쳐야했다.


마치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그렇게 마구 방방이질쳐서

한번 깬 잠은 더이상 오질 않았다.


"후........"


시계를 본다.

새벽 두시...

억지로 눈을 붙인지 겨우 한 시간 남짓,


담배가 부쩍 늘었다.

한숨이 크게 늘었다.

그래도 가슴 한구석의 빈자리는 채워지지가 않는다.


더이상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잠시 옷을 챙겨입고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복도 창문을 열고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내 마음속의 답답함도

이 연기와 함께 흩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이라곤 하나 여전히 차가운 새벽공기사이로

나의 시름도 함께 흩어진다.


하지만,

내뱉고 또 내뱉어도

가슴속의 응어리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언제쯤이면

나는 다시 꿈을 꾸며 잠이 들 수 있을까....


=======


다시 내방으로 들어와 본다.

밤새 켜져있는 모니터 불빛때문에

방 한켠이 환하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어제 이후로 컴을 종료 할 수가 없었다.


무법항 은행, 바로 그 앞에서

어제 영원이에게 귓속말을 받았던 그곳에서

그대로 한발자욱도 움직이지 않은채

나의 흑마는 서있었다.



이렇게 망부석처럼 있다가

그대로 돌이 되어 굳어도 좋다.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아니,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행여 하늘이라도 감동하여

내게 단 한번의 기회라도 준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이자리에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의미를 가져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무도 비참했기에.


=====


또 하루가 지났다.


나 역시 컴앞에 앉은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하염없이 멍하게만 있었다.


밥도 먹을 수 없었고

물도 마실 수가 없었다.


오로지 섭취하는 것이라곤

담배연기뿐...


지금이 휴가 기간이란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못했다면 아마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고작 화요일.

아직도 휴가는 닷새가 남아있다.


.
.
.
.
.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나보다.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데다가

수면이 너무 부족했으니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르겠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본다.

'오후 3시라...'



눈앞이 뿌옇다.

그래도 습관처럼 모니터를 본다.

이러고 있으면 언젠간 영원이가

금새 '삼촌~!!' 하며 나타날 것만 같다.


"..........!!"


나는 어느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모니터 채팅창위에

거짓말처럼 영원이의 귓속말이 보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ㅁ;

나는 마우스를 잡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맞죠??!! 우리 은빛삼춘 맞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추운!!! ;ㅁ;ㅁ;ㅁ;ㅁ;;ㅁ;;ㅁ;ㅁ;ㅁ;;ㅁ;


.....

왔구나...

정말 와 주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어디에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회사는 왜 안나간거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 아무말도 안해요 삼춘!!! ;ㅁ;ㅁ;ㅁ;


목구멍까지 올라온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나는 3일만에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힘들게 한자한자 써내려갔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우리 영원이.... 왔구나.


잠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나는 그대로 있었다.



=======



만약 이게 꿈이라면

나는 신을 저주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지금 모니터의 건너편엔 영원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이 너무 늦게 왔지...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또 영원이라고 불렀네.;; 우리 연희 화났겠다...ㅎㅎ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 머릿속 지우개는 여전한가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ㅁ;ㅁ;ㅁ;ㅁ;ㅁ;ㅁ;ㅁ;



하고싶고, 묻고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이렇게 나타나 준 것만으로도

너무도 고맙고 감사했기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어디게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응....?


아... 영원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할 내가

여전히 무법항 은행앞에 있다니

이렇게 멍청 할 수가......


급하게 친구목록을 열어본다.

'영원의나라 - 그늘숲'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헉... 그늘숲?


나와 영원이의 귀환장소는 아이언포지 여관이다.

그런데...

그동안 접속도 못했던 아이가... 그늘숲이라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지금 삼춘한테 가고있어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엇그제 삼춘 기다리다가 가시덤불 골짜기가 어딘지 몰라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서 찾아가지두 못한게 너무 후회되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지금 열심히 뛰고 있어효. ;ㅂ;)/



맙소사...


아직 말도 타지 못하는 아이가

아이언 포지에서 이곳까지....


나를 만난 이후론 한번도 혼자 다녀본 적이 없는

겁많던 녀석이..

멀고먼 동부왕국의 최남단까지...


영원이는 그렇게 나를 찾아서 뛰고 있었다.



=================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러지말구, 삼춘 귀환할께. 아포에서 보자.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ㅂ;)a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그냥 이렇게 삼춘한테 뛰어가면 안되효? ;ㅂ;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영원이의 말이 이어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동안 언제나 삼춘이 날 델러 여관으로 왔었지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은 내가 삼춘 마중가면 안되효.....? ;ㅂ;)a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도 너무너무 빨리 삼춘 보고 싶지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있는데까지 뛰어가서 만나고 싶어효.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허락.... 해줄꺼죠? ;ㅂ;)/


너란 아이는 정말...

날 얼마만큼 더 울리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내가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 삼춘이 파티해주면 위치 나오잖아효. ;ㅂ;


더이상 이아이를 말려서 무엇하겠는가.

파티에 초대하여 위치를 보니.. 어느새 가시덤불이다.

아마도 그늘숲까지는 그리핀을 타고 온 모양이다.

임시주둔지를 막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몹들 조심히 피해서 길만 따라서 쭉 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알았어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길 벗어나면.... 랩 높은 몹들이 우글거리니... 조심해!! ;ㅁ;



왠지 걱정이 된다.

이곳은 몹들랩이 워낙 높아서 애드가 되면

아무리 사제라도 금새 누워버릴텐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헉!!! ;ㅁ;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왜그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표범한테 누웠어효...ㅠㅠ


어느새 회색으로 나타나는 영원이의 모습.

아직 네싱워리 근처도 채 못왔기에

이렇게 하다간 평생가도 항구까지 못올것만 같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저기..... 연희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네!! 'ㅁ')/


조금... 망설이다가 이야기를 꺼내본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춘이.... 조금만 마중나가면 안될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_-)+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냥.... 조금만 나가서 마법으로 샤샤샥 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안돼욧!! ;ㅁ;ㅁ;ㅁ;ㅁ;


영원이의 말이 이어져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없이두 내가 혼자서 잘 갈 수 있다는 거 보여줄래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리구... 항상 나한테 삼춘이 뛰어왔잖아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한번쯤은 나도 찾아가구 싶었어요.


하지만...

네가 그렇게 눕게되면... 난 가슴이 너무 아픈데 어떡하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은 그거 모르죠?? 'ㅁ')/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어떤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렇게 누웠을때.... 시체찾으러 갈 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바로 그자리에서 부활하지 않구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저 만큼... 멀리 가서 부활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계속 조금씩 더 앞으로 갈 수 있어효!! 'ㅁ')/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몹들이 아무리 쎄두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가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언젠가는 삼춘한테 갈 수 있어효!! >ㅅ<


시체끌기를 알아내고서

마치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듯 의기양양해 하는 녀석.

그렇게 계속 죽으면 부활딜은 어쩌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삼춘은 그거 몰랐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헤... 그러니까 삼춘은 거기서 한발짝두 움직이지마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내가 금방 달려가서 뽀뽀해 줄께효. ;ㅂ;ㅂ;ㅂ;ㅂ;ㅂ;ㅂ;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자리에서 3일을 기다렸는데

고작 30분을 더 못기다리겠니.


삼촌 여기있을께.

이자리에 꼭 있을께.

어서 오렴...

네가 올때까지 삼촌도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을께.


=========


얼마간을 계속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던 영원이가

이상한 메세지를 내게 보낸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이상한 괴물이 자꾸 쫓아오면서 죽여효.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뭔가 예감이 이상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긴건 몹같은데 생겼는데... 꼭 사람같아효.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이번엔 막 날 못움직이게 하고 계속 웃어효..ㅠㅠ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름도 이상해. 꼭 사람이름 같아...



맙소사....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 앉힌채

영원이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빨간글씨로 뭐라고 써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혈투사 xxx'라고 써있어요. 길드란것도 있구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또 죽었다...ㅠㅠ



호드였다.

나는 왜 이곳이 가시덤블인 것을 잊고 있었을까.

서로 보이면 죽이고 죽는, 악명높은 가덤이란 것을


며칠전에도 공대로 필드쟁을 했었던 이곳을..

왜 생각지 못했을까.


======


영원이는 아직 호드를 만난적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썹이 무엇인지도

호드가 무엇하는 존재인지 조차 모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우리앞에 펼쳐진 현실이었다.


나는 무엇인가 해야만 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연희야, 삼촌말 잘 들어. 삼춘 금방 재접할테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절대 로그아웃하면 안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효....ㅠㅠ


잠시면 될꺼야.

금방 모든것이 잘 해결 될거야.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길게 이야기 할 시간은 없구.. 어쨋거나 금방 다시 올께.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ㅅ;



그때.... 내게 있어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방법이

돌이킬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올 줄 알았다면

나는 결코 그런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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