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흑마다 18부 - 펌

싸도 작성일 07.01.03 09: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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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나비효과

장난으로 던져진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무심코 집어던진
작은 돌맹이 하나가

때론,
누군가에게
지울수 없는 절망이 된다.


==========================


나는 게임을 종료시키자마자

타계정으로 접속하여 호드캐릭을 하나 만들었다.

예전에 같은 주민번호를 누군가 도용할지 모르니

3개의 계정을 미리 만들어두란 충고를 듣고

그대로 해두길 잘했던 것 같다.


급하게 결재를 하고 타우렌으로 접속을 했다.

멀고어 넓은 초원화면이 로딩을 한다.

재빨리 esc버튼을 누른다.


한가하게 풍경을 감상할 시간따윈 없다.

지금 이시간에도 영원이는 괴로워하고 있으리라.


-/누구 xxx

급하게 키보드를 쳐봤다.

-xxx 도적 언데드 60 가시덤불골짜기


'있다.'


이제.. 그를 설득시켜야 한다.


=========


"누구시죠?"

"아.. 저는 얼라흑마 은빛나래라고 합니다."


다짜고짜 귓말을 보내서

저랩사제니까 제발 죽이지 말아 달라고 하자

조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참내"

"부탁드??"


여기서 말리지 못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랩사제에요. 죽이셔봤자 명예점수도 없잖아요...."

"........."

"부탁드립니다. 한번만 그냥 보내주세요...."


갑자기 잠시 아무말도 없던 언데도적이

흥분한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x, 그래서 얼라는 내가 저랩때 그렇게 학살을 했나?"

".......네?"


뭔가 심상찮은 말투다.


"랩 갓20 넘었을때부터.. 내가 샤쇼에서 죽은 횟수가 몇번인지 아슈?"

"........."


불안하다.

쉽게 영원이를 보내줄 것 같지가 않다.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썅, 내가 지금 당신 사과받자고 이러는 줄 알아!!!"


갑자기 분위기는 더 험악해져버렸다.


"하루에 무덤에서 50번씩 뛰었어. 씨x, 만랩씩이나 쳐먹은 x끼들이 매일 깽판치는 바람에..."

"........"

"30분동안 양변당하면서 다구리 맞아본 적 있어? 엉?"

"........"


갑자기 반말이 이어지기 시작한다.


"어떤 개x끼들은 장비다벗고 맨주먹으로 때리는데... 그때 비참한 심정 니까짓게 알아!!"

"우린 타렌밀 퀘는 다 포기해야돼. 시x, 왜냐면 너같은 개x끼들, 바로 얼라때문에!!!"

"개x끼들.... 얼라는 다 죽어야돼!!"


군을 제대한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제대 이후로 내 앞에서

이런 욕설을 내뱉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들어간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정 반대의 글이 올라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드릴말씀이 없어요."

"아썅!! 넌 죄송합니다 소리밖에 모르냐? 시x새꺄!!"

"........."


젠장...


"내가 가덤에 처음왔을때도... 샤쇼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어."

"........."

"한달을 내내 무덤에서 뛰기만했어. 썅!!"

"........."


잠시 사이가 흐른다.

영원이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너, 얼라캐 이름이 뭐라구?"

"...은빛나래."

"기지배냐?"

".........."


참는것도 한도가 있다.

주먹에 점점 힘이들어간다.


"킥. 휴먼오타쿠 새끼구먼. ㅋ"

".....그만하시죠."


점점 말이 더 험해진다.


"그만하긴 뭘 그만해. 쟤가 니 깔이냐? 응??"

"........"

"오.... 깔따구 맞는 모양이지?"


갑자기 속에서 욕지기가 올라온다.

개자식....


"내가 오늘은 특별히 더 잔인하게 밟아주지. 킥킥.."


계속되는 욕설을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다.

바로 로그아웃을 하고 본캐로 접속을 했다.


============


접속하자 마자 맵버튼을 눌러

영원이의 현위치를 파악해봤다.


아까.. 내가 접종을 했을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움직일 수가 없어효....ㅠㅠ


이젠 참을만큼 참았다.

영원이의 부탁이라 이자리에 있었지만

더 이상 기다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


무법항에서 뛰어나가며 영원이의 상태를 본다.

아직 무덤을 가지는 않은상태.

놈은 지금 영원이를 묶어놓기 위해서

무한 기절을 시키면서 놀리고 있는 모양이다.


도적을 키워본적이 없어서

어떤기술로 어떻게 메즈를 시키고 있는지모르겠지만

아마도.. 스턴기가 맞겠지.


'치사한 녀석....'


마음이 급해진다.


=========


무법항입구의 작은 동굴을 벗어나자마자

공포마를 소환했다.

영원이와 같이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거의 불러본적이 없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갈기를 보니

내 마음도 같이 흥분이 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얘가 나 못움직이게 하고 막 이상한짓 해효..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막 침흘리고... 킬킬거리고.... 입맛다시고...


개x식.... 그게 만랩이 할 짓이냐.

속에서 울분이 치솟는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얼굴도 가까이 대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너무 무서워효....ㅜㅜ


뛰어가는 내 마음은 조급했다.

하지만... 가시덤블은 너무도 넓었다.


==========


영원이가 시체상태로 변했다.

실컷 가지고 놀다가 죽인 모양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영원이가 무덤에서 뛰어오기 전까지..

반드시 놈을 끝장낼 것이다.


잠시만 참으렴... 삼촌 거의 다 왔어.

.
.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악!! 삼춘!!!


갑자기 외마디 비명이 이어진다.

그리고 채팅창에 메세지가 뜬다.

ㅡ영원의나라가 접속을 종료하였습니다.


"..........!!!"


시체상태이던 영원이가

갑작스럽게 접종을 했다.

무슨일일까. 왜?



"띠리리~~ 띠리리리~"

멍할새도 없이 핸드폰이 울린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번호를 본다.


'010-xxx-xxxx'


처음보는 번호다.


전화기를 막 집어던지려는 찰나,

뒷자리 번호가 영원이의 핸드폰과 같다는 생각이 났다.


"연희야!! 무슨일이야!!"

"사..... 삼춘......"


수화기너머 멀리서

영원이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나.... 너무 무서워요.... "


얼마만에 듣는 목소리인가...

내가 얼마나 그리워하던 음성이던가...


"괜찮아... 이제 삼춘이 있잖아. 괜찮아."

"나...... 너무 무서워서......"


얼마나 놀랬는지 말을 채 있지 못한다.


"나 누워서.... 암짓도 못하고 누워서 멍하니 있는데....."

"응... 그랬구나.. 잘했어..."


조금만... 조금만 빨리 도착했다면...


"그런데... 갑자기 그 괴물이... 내 시체를 막 난도질 했어요...."

"....!!!!!"


놈이 언데드였다는게

생각이 났다.

시체먹기가 있었구나..


"그러더니.... 나를 막 먹어...."

"여.. 연희야."

"내 시체를.... 막 뜯어먹어요...."

"............."


추한 용모의 호드지만 좋은점이 하나있다.

자신의 시체가 난도질 당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흐....흑흑.... 삼춘...... 내가.... 죽었어...."

"그냥 게임일 뿐이야. 괜찮아."


뭐라 달래줄 말이 없었다.


나역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시체먹기에 당했을때

그 가슴떨림은 얼마나 컸었던가.


"나... 죽기싫어요 삼춘... 나 죽기 싫어....."

"연희야...."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 처절함을...



"아아아아아아악~~~~~~~~~~"

"연희야!!!"


갑자기 외마디 비명소리가 난다.

그리고 누군가가 수화기를 뺏는다.


"저 연희 언닌데요,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께요"

"딸깍!!"


.
.
.
.
.

이미 내 모니터는 회색으로 변해있었고

나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낯선이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온다.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분노도 미움도 없었다.

오로지 영원이에 대한 걱정뿐..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갔다.

나만 여기에 남겨둔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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