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흑마다 14부 - 펌

싸도 작성일 07.01.02 10: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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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별Ⅱ

ㅡ 그리워 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因緣, -피천득

==========================


"삼춘!! 삼춘은 싫어하는게 모에요?"

"응? -_-)a"


뜬금없이 아라시고원 랩터고기(?)들 사이에서

엠탐을 하고 있는 나에게 질문이 날아온다.

이녀석... 요사이 부쩍 내 사생활에 대해

묻는게 많아졌다. -_-


"음.... 익힌 당근."

"에...? ;ㅂ;)a"


사실이다.

날 당근은 그럭저럭 먹을만 한데

카레라이스에 들어있는 당근은 이상하게 먹을 수가 없다.

한입 베어물면 '물컹'한 그 느낌... 아우, 싫어 ㅠㅠ


음식 골라낸다고 어렸을때 부터 부모님한테 혼도 많이 났지만

서른이 넘은 이나이에도 아직 싫은건 싫은거다.


"특히.... 카레라이스에 큼지막한 당근은 정말 싫어. -_-"

"푸하하!! 무슨 어른이 그래욧!! ;ㅂ;"

.
..
....
.......상처 받았어. 삐뚫어질테야. 흑 ㅠㅠ


지나가는 포즈루크가 보인다.

아라시고원 필드 네임드. 공주 다음가는 아라시고원 필드 최강몹.


괜히 심통이나서 지옥돌맹이를 불러내 머리위에 던져버렸다. -_-;;

그위로 불의비를 날리고 도트3종세트에

제물,점화,연소까지 날려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포즈루크는 허물어졌다.


미안하다....

그러길래 이 타이밍에 내 근처를 지나가지 말았어야지. -_-


"그럼 넌 뭐가 싫은데??"

"쑥이요. ㅠㅅㅠ"

"엥....?"

"난 쑥이 정말 싫어요. 세상에서 젤루 싫어..ㅠㅠ"


전혀 엉뚱한 답변이 나온다.

쑥...? 얘가 혹시 전생에 곰이었나?


"혹시..... 영원이, 너네집 쑥 농사짓니? -_-)a"

".........-_-)+"


당연히 농담이다.

부모님은 사업을 하고 계시고,

집도 서울 강남의 한복판.

나름대로 꽤 유복한 집안의 세째딸.


"삼춘!!! 지금 나 뭐라고 불렀어효...? -_-)+"


헉..... 이런,

내 농담이 썰렁해서 쳐다본게 아니었구나;

아직 '연희'라는 이름보다는 '영원'이라는 이름에 익숙해서

또 실수를 한 모양이다.


....슬그머니 귓속말로 메세지를 보낸다.


"미안해.... 삼촌 머릿속에도 지우개가 있나봐... ;ㅁ;)/"

"ㅋㅋㅋㅋ"


맨처음 인던을 돌때 영원이가 했었던 말.


우리는 그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말투도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
.
.
.
.
저녁 열시.

에버랜드의 영업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출구쪽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마치 세렌게티초원의 얼룩말떼 같다.


"띠리~~ 띠리리리~~"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멜로디.

영원이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 같다.


"어... 삼춘, 잠깐만요."

"그래. ^^ "


잠시 고개를 돌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영원이.

"응, 엄마. 나. ㅎㅎ"


부모님인가보다.

영원이가 편하게 통화할 수 있게 길 한편으로 비켜서서

담배한대를 물고

근처 공공재떨이 쪽으로 향했다.


무언가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아마도... 내 이야기겠지.

아놔. 쑥쓰러워라. *-_-*


그나저나 영원이의 휴대폰 벨소리,

분명 어디서 많이 듣던건데... 뭐더라;;;


"맞다.ㅋ"


오버 더 레인보우.

예전에 오즈의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가 불렀던 노래.

감미로운 음악때문에 여전히

많은 영화나 드라마, CF등에서 많이 쓰이는 음악.


흠.... 나는 '문리버'가 더 듣기 좋던데.


=========


"삼춘~~ 오래 기둘렸어효? ;ㅂ;"


어느새 통화를 끝내고 내곁으로와 팔짱을 끼는 영원이.

아... 흐뭇해라. ㅎ


"엄마? "

"응. ㅎㅎ"


다시 우리는 인파속으로 합류해서 출구쪽으로 향했다.


"근데... 삼춘. ㅠㅠ"

"응"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영원이가 말을 꺼낸다.


"엄마랑 아빠랑 나 델러 여기 오셨대효.ㅠㅅㅠ"

"응.....?"


이건 또 뭔소리지?


"음.... 그게.... 언니랑 이 근처 지나가다가 나 태우고 가려고 일부러 들리셨대효.ㅠㅠ"

"아....."


지금은 벌써 열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기엔 많이 늦은 시간이란 걸 미쳐 생각 못했다.


"잘됐네. 안그래도 조금 걱정했는데. ㅎ"


솔직히 영원이를 집에 바래다 주질 못해서 아쉬움이 정말 컸지만

틀린말은 아니었다.

지금의 회사에 재입사 하기 전,

나는 그동안 모았던 모든 저축을 소진한 것은 물론

가지고 있던 나의 애마까지 정리를 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지금 옮긴 회사는 바로 지하철역 인근이라

차를 새로 구입해야할 필요성이 전혀 없었고

사실 그정도 자금의 여유도 부족한 나의 형편.

우리회사는 주차비만도 한달 30만원이 넘는다.


"삼춘이 태워다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는데... 정말 잘 됐네."

".........ㅠㅠ"


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정말이지 차가 없음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


우리는 출구쪽으로 나와서

영원이의 부모님이 차를 세워두신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늦은시간이라 에버랜드 정문 주차장은 여기저기 텅텅 비어있는 상태.


저 멀리, 비어있는 주차장 한편에 라이트를 켜고 있는 차가 한대 보였다.

"아... 저거다."


같이 가서 인사를 하기엔 솔직히 민망한 상황.

나이를 묻거나 하면 난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질 것이다.


"저기.... 영원아. "

"응, 삼춘"

"미안한데.... 삼춘은 여기서 갈께. ^^; "

"에.....? ;ㅂ;)a"


미안.....


"헤헤.... 왠지 쑥쓰러워서. ㅎ"

"......왜요.....ㅠㅠ"


집도 같은 서울방향.

인사를 하면 같이 타고가자고 하실지도 모르는데

그럴 경우의 민망함이 더 걱정이 된다.


"부모님이랑 같이 가니까 삼촌도 안심하고 집에 갈 수 있어서 좋다."

"삼춘........ㅠㅠ"

"빨리가. 부모님 기다리시잖아.ㅎㅎ"


울상을 짓는 영원이의 등을

떠밀다시피 하여 차가 있는 쪽으로 보냈다.


그리고 조금 먼발치에서

영원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였고

그리곤 유턴을 하여 서울방향으로 가는 국도변으로

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후우.... "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차가 없는 것이 오늘처럼 아프기는 처음이다.


뒤돌아서서 좌석버스가 있는 정류장쪽을향해

나는 터덜터덜 향해 걷고 있었다.


나이 서른 둘.

아직 차도 없는 뚜벅이 신세.

담배가 참 쓰게 느껴진다....


=========



"삼추우우우우우우운~~~~~!!!!!"


멀리서 바람결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환청일까.....


".........!!!!"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 본 나는

저 멀리 갓길에 세워진 차의 브레이크등 뒤쪽으로

나를 향해 뛰어오는 영원이를 볼 수가 있었다.


"맙소사....."


어린 여자애 혼자 달리기엔 조금 먼거리.

아까 분수대에서 물싸움을 할때

조금만 뛰고도 쉽게 지치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나는 담배를 땅에 내던지고 힘껏 달렸다.



"삼추우우운~!!! ;ㅁ;"

나를 보자마자 내게 달려들어 품에 안기는 작은 아이.

나도 모르게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느껴진다.


"삼춘이랑 같이 손 꼬옥 잡구 버스도 타보고.... 꼭 그러구 싶었는데....ㅠㅠ"

".........."

"삼춘 어깨에 기대서 잠도 자보고, 막막 그래보고 싶었는데....ㅠㅠ"

"뚝... 자꾸 울려구 하면 삼촌이 이놈한다!!"


왠지 가슴이 뭉클하다.

천천히 시작하자는 말은 자기가 꺼냈으면서

바보같이.... 하나도 지키지 못한다.


"우리 다음에 여기에 올땐, 꼭 같이 집에가효. 네? ㅠㅠ"

"응..."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있는 영원이에게

나는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잠시후 영원이는 다시 부모님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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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엥...? 이거 뭐야?"


잠시 딴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대화창에 온통 감정표현이 써져있는 것이 보인다.


"어라, 이런거 누가 가르쳐줬어?"

"우히힛!!"

묻는 말에 대답은 해주질 않고

쑥쓰러운 듯 계속 방방 쩜프만 해대는 녀석.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앞에서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앞에서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푸하하..ㅋㅋ"

"헤... ;ㅂ;)a"


와우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었다.

아니, 예전부터 우리에겐 게임이었던 적이 없었다.


전화였고,

메신저였고,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냈던 데이트 공간이었다.


"삼춘~!!! 'ㅁ')/"

"응. ㅎㅎ"

"나 잡아봐라~~~~ㅋㅋㅋ~~~"

"엇!! 먼저 뛰면 반칙인데!! ;ㅁ;ㅁ;ㅁ;"


저만치 넓은 초원사이를

앞서거니 하며 뛰는 영원이를 보며

나는 '천골마를 타고가볼까'하는 생각은 깨끗이 지워버린채

헥헥거리며 영원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와우에서의 마지막 영원이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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