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넷 novel(21~30)

상처 작성일 07.08.21 09: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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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부터 올라오질 않길래..;;

 

 

☆★novel(21~30)★☆


-21- 사랑은 아픔을 남기고(1)

"하하.. 제대로 맞췄네.. 그게 나다... 왜.. 어쩔래"

"..........."

"어쩔껀데.. 왜.. 그 자식 맞은게 분해서.. 니 남자친구인 나한테.. 지금 따지는거냐??"

"실망이야...."

"실망 많이해라~ 하루 이틀이냐??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자..."

".........."

"너 나 좋아하긴 하냐?? "

"..........."

"그래.. 응 이라고 나오면.. 넌 사람도 아니지...."

"나쁜놈....넌 정말..나쁜놈이야..."

"그래그래.. 너 착한 놈 다해 먹어라.. 언제나 그랬잖아.. 3년 전에도 4년 전에도.."

"......."

"크크크큭.. 최지나.. 사람 보는 눈 많이~ 줄었네... 한때 잘나가더니만.. 너도 한물 갔구나..."

"장난하지마..."

"장난?? 너가 그런 쓰레기를 좋아하고 있는데.. 이게 장난이라고? 하하하하..."

"한번 더 그 오빠 욕하면..다시는 너한테 전화 안 해..."

"............"

"..........."

"정말.. 변했구나..너... 3년 전에...내가 알던... 최지나는.. 하하.... 지금 이렇게 된거야??.."

"그래.. 나 변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너도 사회에..나와보면..다.."

"사회?? 먼저.. 대학졸업해서 나갔다고 유세떨지마... 내가 니눈에 어려보여?? 철없이 보여?"

"......."

"내 눈엔.. 너가 더 철없이 보인다... 한심하긴... 너가 그렇게 변해야 될 만큼.. 돈이 중요해?? 명예가 중요해?? 부가 중요해?? 난 철이 덜 들었지만.. 넌 사람이 안됐어... 알아듣냐??"

"어떻게..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나한테??.. 너가 우리집 사정 모르는것도 아니잖아..."

"잘...알지.. 너무나 잘알지...너희 어머니가 나한테 했던말때문에.. 내가 이러는거 너 모르지?"

"우리엄마?..."

"니가 변한걸 나만 느끼는거 같진 않던데... 가정형편 핑계 대지마.. 우스워..."

"..........."

"그 경비원인지 경호원인지 그 나부랭이한테 전해라.. 한번 더 내 눈에 밟히면.. 이번엔.. 호락호락하지 않을 꺼라고..."

"..........."

"끊는다...."


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제 이거로..끝인가...."

너무 잔인한 헤어짐이다... 지나에게 너무 큰 상처를 남긴 것 같아.. 가슴이 미어졌다...

다시 전화해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빌고 싶었다.....

난.. 이렇게 어이없게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자식이라니......

아직.. 내 가슴에서는 지나를 생각하면.. 이렇게 따뜻해 지는데....

이렇게 헤어져야 한다는 걸.. 아직도 난 믿을 수가 없었다....

침대위에 누웠다....

너무 힘들었다... 이 조그마한 내 방안에서.. 너무나도 큰일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떠나고 싶었다... 아니 현정이 말대로.. 이제 그만.. 도망치고 싶었다...

이제 정말.. 사랑 따위는 두 번 다시 하고싶지 않았다...

두 번..다시는....



ZzZz.....

요란한.. 쿵쾅소리에..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이미 새벽 2시..... 아직 아무도 내가 서울로 올라 온지 아무도 모른다...

"누구세요??"

밖에는 언제부터인지 비가.. 추적추적..내리기 시작했고...

난 더럭.. 겁이났다...

"누..누구세요??"

"........"

밖은 고요했다...

"귀...귀신이면..물러가라...훠이..훠이..."

;;;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열었다.....

삐그덕.... 쿵..

"누..누구세요??"

"아......"

"어...어라?? 너가 왠일이야???"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눈물을 한 웅큼 담고.. 내 품으로 뛰어든다.....

"정말...정말.. 오빠란 사람은 왜그래요!! 정말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요....흑흑흑..."

"서..서연아..."

"으아아앙....."

일단은 서연이를 진정시키고.. 온통 비에 젖은 서연이를 안으로 데려왔다....

"어쩐 일이야??"

"........."

서연이 에게 뽀송뽀송한 마른 수건을 건내어 주었고...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막 물을 올리고... 머그컵 두 개를 꺼내려는데..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일주일동안 기다렸어요.. 오빠 집 앞 에서요...."

애써 못 들은척하며.. 계속 하던 일을 계속했다...

"언젠가는 오겠지...맘속으로.. 굳게 맘먹고.. 일주일 동안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지만.. 꾸욱 참았다....

"제 하루일과 들어 보실래요????"

"........"

"아침에 일어나선.. 항상 핸드폰을 확인하죠... 학교로 가는도중.. 그리고 수업시간.. 내내.. 핸드폰만 쳐다보죠.... 가끔 창 밖을 보기도 하고요.... 그러다 닮은 사람 지나가면.. 심장이 뛰기도 했어요... 달려가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아니면 실망할까봐.. 그냥 그렇게 지나쳤어요...그리고 항상 밤이면.. 이렇게 기다렸어요.... 오늘처럼... 이곳에 오는데.. 비가 오더라고요....
비 맞는거 참 싫어하는데... 헤헤.. 그래도... 한번 와봤어요....."

".........."

"오빠..."

"응..."

"이거 사랑 맞아요????....."

서연이의 말에.. 난 머그컵을 놓치고 말았다.....







-22- 사랑은 아픔을 남기고(2)

"글세....."

"사랑이 아닌가요??? 이것도 그냥 평범한 사람의 감정이에요??"

따지듯이.. 나에게 물었다...

"..........."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주섬주섬.. 머그컵을 다시 들어... 헹궈낸 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밀었다...

"마셔..."

".........."

창 밖의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린다....

"비... 참 많이온다..."

"........"

"나 비오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훗.."

"........."

"가끔 미친 척하고 우산없이 걸어 다니고 그래...그래서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싸이코라고 했어..(땀)"

".........."

도통 장난 식으로 말해도.. 서연이의 표정은 전혀 변하질 않는다...

"후우..."

한숨을 깊게 내쉬고... 서연이 옆에 걸터 앉았다....

서연이는... 아무말도 않은채...

스르륵 내 어깨에 기댔다....

"오빠... 나 정말로..오빠한테 커다란 거 안 바랄께요... 그러니까..."

"서연아..."

서연이의 눈에 금방이라도 빨려들어갈 것 같다....

"서연아.. 오빠 너무 힘들어... 사실 너 오기 전에.. 지나한테 전화 왔었거든..."

".........."

"음..."

"뭐래요?? 그 언니??"

"싸웠어.. 다시는 전화 안할 것 처럼...."

"......."

"차마 헤어지자는 말은 못했어... 우습지???"

"........"

"서연아.. 오빠 많이 힘들어... 한 두달 사이에..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어.. 너.. 예진이 모두다 오빠한테 잃기 싫을 정도로 아까운 사람이야...
그래 이제..나 지나 포기할꺼야.. 응.. 인정하긴 싫지만.. 이제 보내주려고....
하지만....보내주는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오빠..."

"그런 의미에서 조금만 기다려주지 않을래??.. 내생각 정리 될 때까지....."

"..........."

"그리 길지는 않을꺼야... 미안해.. 내가 너무 모질지 못해서.. 너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구나."

"아뇨... 난 괜찮아요..."

"좀더 사실대로 말하면...."

"........."

"난.. 서연이 니가좋아... 하지만.. 지나라는 내 보이지 않는 벽 때문에.. 인정할 수가 없었어"

".........."

"지나라는 벽을 쌓기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힘들었는데... 다시 허물자니...."

".........."

"마음이 아픈것도 사실이고..... 정말.. 내 마지막 사람일줄 알았거든....."

계속..내 얘기만 듣고 있던.. 서연이가... 내 목을 스르륵.. 감쌌다......

"나보고 천사 같다고 했지요?..."

"......응??"

"정말.. 내가 천사였으면 좋겠어요... 마음 안 아프고.. 이해할 수 있게..."

".........."

"왜... 가슴이 아픈거에요???...."

"휴우.. 정말 힘들다... 너나.. 나나.. 정말 힘들구나..."

"오빠... 저 불안해요... 오빠가.. 또 사라져 버릴까봐... 불안해 죽겠어요..."

"............."

"저 한번만 안아 주실수 있나요....?"


다시는 놓치지 않을 듯이... 꽈악 안았다... 숨이 터져버릴정도로.. 꽈악말이다...

그럴수록 서연이도.. 나의 목을 강하게 조였고...

서연이와 나의 입술은.. 그렇게 닿았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것처럼...



아침이 밝아 왔고...

나와 서연이는.. 전에 함께 있던 바닷가에서처럼.. 생긋 웃으며...

서로 마주보고 있다....

"잘 잤어??"

"후아아암.. 네.. "

"후훗.. 어제 집에 못 가서 어떡해?.. 괜찮아??"

"아우웅... 몰라요... 졸려..."

"쿠쿠.. 수업시간까지 시간좀 남았으니까.. 누워있어..."

"히유우...."

난..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아침을 먹기 위해.. 토스트를 구웠다...

커피포트의 신호음이 시끄럽게 울리자.. 서연이가 귀를 막는다....

귀엽다..(땀)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헤이즐넛 향에... 서연이가 눈을 번쩍 뜬다...

"향기 좋다.. "

"그래??.. 자~ 마셔... 그리고 여기 토스트..."

조그마한 상에.. 공주를 떠 받들 듯.. 침대까지..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커텐을 걷고... 환한 빛이 내방이 모든 어둠을 내 쫓아 버린다....

나도 서연이 옆에 앉았다...

토스트를 오물오물 베어먹던 서연이가.. 토스트를 내 쪽으로 내민다...

"아냐.. 됐어... 너 많이 먹어..."

오물오물 거리며..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알았어.. 그럼 한입만 먹는다..~"

입을 크게 벌려... 토스트를 한입 먹었다...



토스트를 지그시 응시하던 서연이가 울상을 짓는다...

"거..거봐.. 안 먹는 다니까..."

나를 흘겨보더니.. 아무 말없이.. 눈웃음을 지으며 남은 토스트를 다 먹어버린다...

그리고 커피잔을 손에 들고는.. 나를 살며시 바라본다...

"헤헤.. 이러니까.. 꼭 결혼한 거 같지 않아요??"

"응?? 그런가? 핫~~"

"헤헤.. 내 서방님...."

"(긁적긁적)"

"혼자 살면 심심하겠다..."

"응? 그냥.. 그래... 혼자 있는게 좋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그렇구나....."

"넌 기숙사라 좋겠다...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좋잖아..."

"꼭 그렇지도 않아요.. 통금시간이랑 그런거 때문에.. 조금은 구속받는 느낌이랄까?.."

"나도 1학년때 그랬지...크크큭.."

"나.. 여기서 살면 안되요??..."

"뭐...뭐???켁..켁.."

"다음학기부터... 나 여기서 살면 안되냐구요...."


정신이 혼미해졌다....





-23- 새로운 출발..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내내 무겁기만 하다...

오랜만에 후배들을 만나는데도.. 그리 즐겁지 않았다...

[저 여기서 살면 안되요???]

마음에..자꾸 걸리는 말이다....

가는 길에... 시간이 조금은 남아...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하나 물었다...

"하아.. 머리 아파...."

독서실 앞 벤치는.. 인문대랑 붙어 있기 때문에.. 공대까지 가려면.. 좀더 걸어야한다..

인문대쪽.. 주차장을 보았다....

여전히 잘만 싸 돌아다니는.. EF쏘나타....

'저 차에.. 지나도 탔었겠지?...그리고.. 예진이처럼....'

주먹이 나도 모르게 불끈 쥐어졌다....

하지만 전처럼 용기가 나진 않았다... 그 자식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상대란걸..

뼈저리게 느꼈으니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어??.. 이제.. 전화 받는거야??"

"어..그래.. 오랜만이다... 잘지냈어??"

"어디야!!!"

"어?? 그냥...."

"그냥 이라니.. 어디있어??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여기서 너 보인다 야..."

"뭐?? 장난치지마.. 지금 내가 장난칠 기분 같아??"

"정말 보이는데.... 두리번 두리번 대는 것도 다보여"

"(땀) 누구 죽는꼴 보고싶어??.. 빨리 나와.. 어디야!!"

"왜 화를 내고 그러냐... 와.. 오늘 옷 되게 이쁜데?? 샀어?"

"저..정말 나 보여??"

"어... 분홍색 나시 티에.. 하얀치마에.. 샌들.. 꼴에 왠.. 썬그라스냐..."

"헉..(땀)"

"놀래긴... 그만 두리번거려.. 목 빠지겠다... 키키키.."

"장난 치지말고..바보야.. 어디야?"

"잠깐만.. 놀래켜 줘야겠다.. 쿄쿄쿄쿄..(반짝)"

"(땀)"

난 나무 뒤쪽으로 살금살금 예진이의 뒤쪽으로 다가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어디지?? 여긴가..."

"거기 아냐 바보야...키키키.."

"10초안에 나와..안나오면.. 죽여 버릴꺼야!!"

"음.. 10초를 세던 100을 세던.. 맘대로 하세요...냐하하하..."


살금살금 다가가.. 예진이의 눈을 가렸다...

"누구게~~"

퍼억...

"너 죽었어!!! 잘 걸렸다...."

"으윽.. 10초 안지났는데...."

퍽퍼퍼퍽.. 퍼퍼퍼벅... 4hit combo

"잘못했어요...(땀)"

"너 정말 나 죽는거 보고 싶어서 그래?? 이게 정말!!"

"췟.. 그전에 내가 맞아죽겠다..+"

"우익!!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흐음.. 그래서 이렇게 나타났잖아.. 백마탄 왕자처럼.. 캬캬.."

"백마는 어쩌구?"

"백마?? 음... 어제 잊어버렸어...(긁적)"

"웃기냐? 웃겨?? 어?"

"안 웃겨?? 썰렁한 기지배.."

"어?? 그 반지는 뭐야..."

"아..이거?? 백마 팔아서 샀어..(긁적)"

"장난치지 말고.. 뭐야 그새 여자 생겼어??"

"응? 아냐.. 친구가 생겼어.. 고향에 내려갔었거든..."

"고향이 어딘데..."

"경기도야..캬캬캬... 갔다가.. 친구들도 만나고 조금 쉬다 왔어..."

"이쁘다.. 그 반지.. 나중에 오빠도 나랑.. 반지하나 하자..."

"(땀)"

역시 여자는.. 악세사리에 민감하다....(긁적긁적)

"걱정 많이했어?"

"당연하지"

"왜????"

"(부끄) 몰라서 묻냐!! 좋..좋아하니까 걱정되지..."

"흥.. 그런 기지배가 병문안도 한번도 안 오구...."

"그..그건.. 오빠 볼 면목이 없었어!! 쪽팔렸고... 그런 일 당하고 오빠를 어떻게 봐..."

"그래서.. 이젠.. 좀 괜찮아???"

"응.. 괜찮아.. 뭐.. 남자라면..이제 질색이긴 하지만.. 오빠만 예외 삼기로 했지.."

"호오..그래??"

"응.. 이제 내 주변에 남자만 나타나면 내가 막 피하자나.. 그게 본능이 되 버렸어.."

"후후.. 다 너가 이뻐서 그래.. 잊기 힘들겠지만.. 그래두.. 너가 잘 이겨낼거라 믿는다..."

"당연하지~ 헤헷~"

"근데 하나만 묻자... 왜 치마에 피묻었어??? 처음 아니었잖아...해봤다며..엠티때 (흘깃..)"

"으으으으... 야이~~~~~~~~~~~ 변태자식아~~~~죽었어... 그딴게 왜 궁금한건데!!! 대체..."



딱!! 죽을만큼 맞아따... 아주 뒤지게끔...


-24- 복수극(1)

여느때처럼... 하루하루가 지루하게 지나가고... 예진이와 서연이도.. 기말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예진이도.. 과에서 5등안에 드는 수재였기 때문에...

이때만큼은.. 서로가.. 기말고사에만 전념하게 됐다...

가장 대단 했던건.. 예진이다... 정말 성xx이라는.. 치욕적인 마음과 몸의 상처를 입고...

주변의 시선 또한 그리 곱지 만은 않았을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시험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을 봐선... 정말..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독서실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여보세요???"

"........."

"누구세요??"

"어.. 나 지난데..."

"뭐냐... 우리 끝난거 아니었냐?"

"................."

"왜.. 용건이나 말해.. 나 기말시험 준비하고 있다..."

"나.. 내일 학교갈꺼 같아... 얼굴좀 볼 수 있을까?"

"하..... 기막히는 한마디네..."

"아.. XX오빠 차 타고.. 잠깐 학교갈일 있는데.. 얼굴이라도 잠깐 보고싶어서..."

"너.. 나 열 받으라고 전화한거야??... 아니면 그 자식이 시켜서 전화한거냐??"

"아..아냐.. 그냥... 저번 일도 잘 생각해봤는데.. 내가 미안한거 같아서.. 사과도 할겸..."

"됐다.. 나 요즘 공부해야되니까.. 괜한 방해 하지마..."

"................"

"두고봐라.. 니가 철 없이만 보던 나란 놈이.. 얼마나 변하게되는지....."

"아..알고 있어.. 중간고사.. 니가 과에서 1등한거..."

"하긴.. 3년전에 내가 알던 최지나도.. 공부 꽤나 했지...큭큭"

"............."

"지금은 돈이라면 환장하지만..말야..."

"자꾸 비꼬는 식으로 말하지마...."

"흐음.. 시간이 얼마 없어서.. 한마디만 하고 끊어야겠다...."

"........."

"너 그 자식이랑 친하다고 그랬지???"

"그냥 친한 오빠동생이라니까..."

"아아.. 어쨌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

"조심해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뒤늦게 후회하지말고.."

"........."

"잘~가요~~ 내 소중한 사람~~~ 행복했어요~~~ 크크크... 끊는다..."

"자..잠깐만..."

"왜!!거참.. 시간 없다니까..."

"너... 그 말은 헤어지자는 소리야??..."

"꽤 오래 전부터 니가 바라던거 아니냐??? 새삼스레 왜그래??"

"지..진심이야??"

"아이 돈 노..(긁적)"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안돼... 나 내일 바쁘다... 공부해야 된다니까..."

"5분이라도 좋아.. 내일 갈게.. "

"몰라 니 맘대로 해... 난 안나간다..."


뚝..!!

끊었다.....

아... 정말 나란 놈은 알수가 없다...

진심이야? 라고 묻는말에... "응"이라고만 대답했어도.....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뒤늦게... 모질지 못한 나를.. 책망하고 있었다....

지나는 또 갑자기 왜 이러는거지??... 뒤늦게..이제야 나한테 할말이 뭐가 있다고....

다시 잘해보자고 말하면.. 난 뭐라고 해야하지???...

헤어지자고 먼져 말해버리면.. 난 어떤 표정을 지어야하지???

지나를 만난다면.. 나에게 무슨 득이 있을까?....

더 이상 달라질건 없는데...


독서실로 가봤지만.. 정신이 딴 데 가있으니.. 공부가 될 리가 없었다....

'내일 혹시 지나를 만나게 되면.. 그자식도 있겠네... 이번엔... 무슨 수를써서든 이겨야돼...'

'한번 뒤지게 터지고.. 또 터지면.. 나 이 학교 못 다닌다.. 쪽팔려서...(땀)

가방을 싸고... 집으로 향했다....

침대에 누웠다....

세상에 힘들고 지치는 일이 많아도.. 이렇게 침대 에 누워있음.. 참 편안하다...

그때.. 무심결에.. 책꽂이에 꼬여진 앨범이 눈에 띄었다....

"아..저게... 저기 있었나??..."

몸을 일으켜... 앨범을 꺼내 다시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아...."

조그만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지나가 내 전역선물로 준.. 셀프 사진들이었다....

첫 페이지는.. 내가 입대 하기전... 내 베스트 친구들이랑.. 함께..찍은 사진이다...

까까머리로 머리 깎고... 지나의 헤드락에 이끌려 엽기적인..포즈로.. v를

그리고 있었고.. 뒤쪽엔.. 내 친구들이 낄낄대고 웃는 .. 엽기사진...

이 사진은.. 지나가 나에게 보낸 첫 편지에..들어있었던 사진이다....


한 장 한 장 뒤로 넘길 때마다...

지나가 나를 기다리는 2년 3주동안 (군생활 줄어서..) 얼마나 그리워 했었는지를...

잘 알수 있었다...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위로 복받쳐 올라왔다...

목구녕 까지 올라왔지만.. 난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참아냈다....

"여기까지 와서.. 약해지면 안돼... 다른 아이들이 상처받아..... 참아야 돼...."

앨범을 덮었다....

자꾸만.. 무언가가 나의 몸을 달구고 있었다...

"참아야돼... 참아야돼....."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손은 앨범의 마지막 장을 펼쳤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지나가... 활짝 웃고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조그만..

글씨로.. 이렇게 써있었다.....



[빨리 전역해 바보야.. 나도 니 옆에서.. 이 옷 입어보고 싶단말야....보고싶다...스댕아...]


결국 참았던.. 나의 눈물은.. 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두 뺨위로 흘러 내렸다....

지나의 이름을 연이어 부르며 말이다.....

"젠장!!젠장!! 나보고...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지나야..... 지나야...... "

앨범을 껴안고.... 난... 그렇게 잠이 들었다....



-25- 복수극(2)

다시 한번 마음을 붙잡고... 학교로 향했다....

오늘은 지나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최대한 태연해야 한다...

반드시 퉁명스럽고 모질게 대해야한다... 절대... 약해져선 안된다....

그리고.. 오늘은 절대 그 자식한테..지지 않는다....

마음을 굳게 먹고......

학교로 가는 내 발걸음은.. 부담 그 자체였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의 내 행동은.. 이상했다....

오히려 내가... 이곳 저곳을 살펴보며.. 있는지 없는지.. 내가 확인을 했다....

애써 다시 태연 한 척하려 했지만.. 곁눈질로 살펴 보곤 하는 나를 수없이 질책도 했다..

그리고.. 지나가 다니던.. 인문대 앞에서... 몇번이고.. 주위를 기웃기웃 거렸다...

젠장........



[오빠.. 제 하루일과 들려드려요???]

[이거.. 사랑이죠?? 맞죠??]

서연이가 내게 물어봤던... 그런건가..... 그럼 내가 아직.. 지나를 좋아한다는 건가??....

머리를 여러번 가로로 져었다.... 아닐꺼야.. 아닐꺼야... 말도 안돼.....

머리를 땅바닥에 쳐 박고... 귀도 막았다...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발 밑에... 검은.. 구두가 보인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이야....전역하구 못 봤으니까.. 5달 만인가???"

검은.. 긴 생머리... 붉으스름한 입술... 그리고.. 커다란 링 귀걸이.....

그리고 깔끔하게 빼입은 정장... 미끈하게 잘빠진 다리....

역시... 누가 뭐래도... 지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미녀였다....


"어.. 그래... 잘지냈어?"

내 굳은 결심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고.. 나도 모르게 어색한 인사만이 흘렀다...

"응.. 옆에 앉아도 되지??"

"그래...."

내가 앉은 벤치 옆에.. 앉으려 했다...

"이거 깔고 앉어... 여기 더러워... 옷버린다.."

손수건을 꺼내.. 펴주었다....

"역시.. 매너하나는 니가 짱 먹어라.. 쿠쿠쿠..."

"........"

"시험공부는 잘 되가??"

"뭐.. 그럭저럭..."

"헷.. 이번에도 1등해야지~~"

"글세.. 별로 자신없어..."

"와아~ 스댕이 입에서.. 자신 없다는말 처음 들어보는데??"

마냥 웃고 있다... 저 생기발랄함... 외형적인 모습은 마니 변했지만....

역시.. 성격은 변하지 않았나 보다.....

웃는 얼굴에...침 못 뱉는다고... 웃음으로 나오니.. 차마 나도.. 말이 거칠지 못했다...

"하아.. 오랜만에 학교 와본다...."

"별로 달라진건 없어..."

"그래??.. 근데.. 넌 나 만난게 안반가워?? 별로 안 기뻐 하는데??"

"글세..."

"에이.. 좀 웃어봐...."

내 얼굴에... 손을 대려했지만.. 난 그 손을 막았다....

순간 지나의 표정이 변했다... 하지만.. 다시금.. 웃음을 머금고....

"반지 이쁘다..."

"........."

"다른 여자친구 생겼나보네??..."

"친구랑 맞춘거야...."

한심했다... 반지를 빌미로 끝낼 수 있었는데.... 구지 왜 애써 친구랑 맞췄다고....

사실을 얘기해야만 했을까....

"에이.. 친구랑 한 거치고는... 특별한 사이 같은데??"

".........그런거 아냐....."

내 눈은 지나의 왼쪽 4번째 손가락을 향해있었다.....

"넌.. 아직도 끼고 있네...우리 반지..."

"응?? 아.... "

"빼 버렸을 줄 알았는데....."

".............."

"왜 안뺐어???"

"4년동안 한번도 안 뺐어..... 단 한번도...."

"그래......."

"고마워...스댕아..."

"뭐가??"

"그냥.. 모든게..다... 그리고 미안해... 아무것도 너한테 해준게 없네..."

"......."

"나 정말 웃기는 애지??? 이제와서 이런 소리나 하고 말이야..."

"........"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내가 괜한 오해를 한건 아닐까?... 아직.. 지나도.. 나를 좋아하는 건가?...'



갑자기 지나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핀다....

나도 고개를 들고.. 지나의 행동을 조심스레 보고있었다....

저쪽에서.. 나와 지나 쪽으로 걸어오는 한 남자가 있었고.....

나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주먹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 자식은.. 재수없는 미소를 띄운채.. 태연하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몸은 괜찮으신지.."

"닥치고...꺼져..."

"하하하.. 이 사람.. 아직도 그때 일을 가지고.. 이제 잊어요..."

"닥치라고 했다...난 분명...."

지나는.. 마치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이.... 그 XX란 사람에게.. 말했다...

"오빠.. 3분이면돼.. 차에 가있어...."

그 자식은.. 등을 돌리고.. 씨익.. 웃으면서 걸어갔고....

난 그자식의 넓은 등뒤에 대고... 소리질렀다....

"난 못잊어.... 네놈.. 모가지 x 버릴때까지... 밤길 조심하는게 좋아... 언제 죽을지 모르거든.."

순간 멈춰선 그 자식은.. 얼굴한번 찌푸리더니... 다시 가던길을 간다....

지나가.. 애써 내 팔을 잡고... 씩씩거리는 나를 벤치에 앉힌다....

그리고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나.... 저 오빠랑.. 미국갈 꺼 같아...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데... 저 오빠랑.. 같이 다녀 올꺼야... "

"니가 지금 지껄인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어떤 건지 갈피가 안잡힌다...."

"......."

"하나.. 나 쟤랑 미국 가니까.. 참고 기다려달라.. 다녀와서 다시 만나자..."

"........."

"둘.. 나 저 자식이랑.. 미국 가니까!! 헤어지자.. 잘살아라~~"

"........스댕아....."

"어떤거냐?? 1번이냐 2번이냐?"

"스댕아.....내 말 끝까지 들어봐..."

"나 귀 안먹었어... 말해...."

"........."

"할말 없냐?? 2번으로 생각할테니까... 잘 살아라.. 저 자식이랑 미국을 가던..
세계일주를 하던.. 난 신경안써... 하지만 하나만 알려 줄게...."

"............"

"저자식.. 미국가기 전에... 그전에... 죽여버릴꺼야... 나도 가만히 당하진 않을꺼거든..."

"그러지마.. 제발..."

"잘가라.. 오랜만에서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

"마음 같아선.. 한번 안아주고.. 멋지게 헤어지고 싶지만.. 지금 내가 흥분상태라.. 그러진 못하겠다.."

"스댕아... 스댕아...."

예진이에 이어.. 지나까지... 더 이상 난 .. 내 흥분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 자식의 차를 무섭게 노려보며... 앞으로 걸어갔다...

뒤늦게 지나가 쫓아와 내 팔을 잡지만.. 뿌리쳐 버렸다....

성큼 성큼 다가오는 내가.. 그자식도 당황되는지....

대낮에 라이트를 켜고.. 위아래로 비춘다... 내 눈을 피하려는 의도였겠지....

차 앞에까지.. 다가서자.. 그제서야.. 그놈도... 차에서 내릴 기세다....

지나의 외침소리가 들렸고... 그 자식의 놀라는 표정은 오히려 나를 기쁘게 했다...

"스댕아!! 안돼...."

내 주먹은... 그 자식이 앉아있는... 운전석의 유리창을 꽤 뚫었고......

쨍그랑...........

내 손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지나는 입에 손을 얹고... 주저 앉아 울었고...

그 자식은.. 분해서..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피보니까 흥분대지?? 크크... 이건 경고다... 조만간 니 얼굴이 이렇게 박살날꺼야.."

"스댕아.........."

"이 자식.. 죽여버릴꺼야!!!"

피가 흐르는 손은 그 자식이 정장에 닿았고... 피가 묻자.. 그 자식은.. 내 팔을 쳐버린다...

"왜.. 예진이 피가 아니라.. 내 피라 더럽냐??? 하하하하....."

"스댕아.. 대체 무슨말하는거야.... 니가 왜이러는지 난 모르겠어..."

하지만 내 눈은.. 그 자식을 쏘아보며...흔들림이 없었다....

"자만하지마..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아... 조만간 두고보자.... "

등뒤로 돌아서는 나에게 그 자식은 아무말도 못했고....

지나 옆을 스쳐갔다....

"잘가라...."

지나에게 해준.. 마지막 말이었다.....

좀더 멋진 마지막이 될줄 알았는데.....




-26- 복수극(3)

철저하게 알아낸 끝에... 그 자식이 이틀뒤에 학교를 온다는 소식을 들을수 있었다...

나의 분노는.. 식을줄 몰랐다...

다만.. 한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내 오른팔이.. 망가진 상태라는 것이다...

기회는 이틀 뒤 한번..... 어떻게든.. 그자식을.. 죽여놔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젠장.. 옛날에 꾼 꿈이 떠올랐다....

차안에서.. 꾼 꿈 말이다.... 지나의 얼굴을 본건.. 이거 때문이었구나....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




오른손에.. 힘을 주어보았다..

"아.....아윽..."

피는 붕대를 흥건히 적셔놓고도.. 계속 흐른다....

"젠장... 이래선 안돼는데..."

달력을 살폈다... 이틀 뒤에.. 동그라미를 그려놨다.....

예진이의 잊을수 없는 아픔과.. 앞으로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지나의 미래....

막아야 한다... 지나만큼은 막아야한다.. 그게 내가 지나에게 줄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니까....



시간은 덧없이 흐르고...

이틀 뒤가 여지없이 찾아왔다....

전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매우 피곤하다... 하지만 난 가야했다...

오른손은 그리 나아진걸 모르겠다.. 그저.. 두툼하게.. 붕대로 감았을뿐...

초조하게.. 인문대 앞 벤치에서.. 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어쨌든.. 휴학을 하기 위해선 그자식 역시 학교로 와야하니까..

분명 그자식도 내가 나타날걸 알고.. 미리 준비 해올게 분명했다...

적어도 유명한 그룹의 경호원이니까.....그런 경험쯤은 있을것이 아닌가....

불안감이.. 나를 감싸고 있을 때였다....

등뒤의 살기에.. 난 몸을 피했다....

"아쭈~~ 제법인데~~"

"어??"

"하하하하.. 제대로 찾아왔네.. 전화라도 하고 올 걸 그랬나???"

"여..영권아~~~ 여긴 어쩐일이야...."

"얌마~ 친구 보고싶어서 왔지.. 어쩐일은... 수정이두 왔어..."

갑자기 등뒤에서.. 수정이가 나타났다...(이놈이 워낙 몸집이 커서 안보였다..)

"짜잔~~ 놀랬지?? 캬캬캬.. 내 친구~~ 스댕이 보고싶어서 내가 가자고 졸랐어..헤헤"

"수정아..."

"짜식... 감동먹기는..."

"좋아보인다 어째??? 후후.."

"어.. 나.. 너한테 고맙다는 말 전해 주려왔다..."

"무슨말??"

"너 가고.. 나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그런 생활은.. 내 앞날에.. 조금 문제가 될꺼같아서...거기서 나왔다..."

"아....그럼 앞으로 모하려고???"

"어.. 그냥 조그만 호프집이나 하나 열어보려고..."

"그래... 짜식.. 이제야 내 친구 답다~~!! 윤영권 잘생각했어..."

"고맙다.. 그리고.. 그렇게 있다가.. 내년에 수정이랑 결혼 할꺼야...."

수정이는 홍조를 띄우고.. 살며시 웃었고....

"훗.. 그래?? 아깝다.. 수정이가.. 수정아 나한테 시집오는게 어떠냐??"

"그럴까? 나도 스댕이가 더 좋아~~ 헤헤.."

맞을뻔했다...(긁적)

"스댕아.. 문제가 하나생겼다... 이건 너가 해결해줘야겠어..."

"뭔데??"

"수정이 저 기지배가.. 저 반지를 절대 안 빼자나... 좀 빼라고 해봐... 결혼 반지를 저거로 한다네...;"

"아아.. 이거말이지??? 안돼 임마.. 이건 나랑 수정이와의 영원한 사랑을 담은 반지야..헤헤.."

장난 투로 말하며...난 무심결에 내 손을 올려보았다....

갑자기.... 영권이의 인상이 변한다...

"너..또냐??? 그 자식??"

"아핫핫핫.. 신경꺼라..."

"........"

수정이도.. 표정이 일그러진다....

"됐어..영권아..수정아.. 그럴 필요 없어.. 내가 해결할게..."

"그 손으로??"

".........."

"경호하는 애라면서...."

"............."

"잘됐다.. 너한테 줄 선물 없어서.. 고민했는데.. 너한테 신세진 빚...이걸로 갚는다..."

"어어?? 임마..."

정말..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일까?....

마치 시간약속을 한 듯.. 언덕 너머로.. 올라오는 EF쏘나타....(운도없지..)

영권이는 씨익.. 웃는다....

188센티에 거구.. 체격에 걸맞지않는 날렵함... 정말.. 알아주는 놈이었다....영권이는...


"저 차냐??"

"응...."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아무런 동요도 없이....

쏘나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와 수정이는.. 손을 꼬옥 잡은채...영권이의 뒤를 따랐다....

"괜찮을거야.. 영권이... 쟨.. 내 친구니까...나도 가만있지 않을꺼고..."

"....."

차에서 내리던 그 자식은.. 나를 보더니..씨익 웃는다....

언제 봐도 재수 없는 웃음이다.....

"하하.. 오늘은 친구를 데리고 나타나셨네...."

"............"

"덕분에.. 유리값 50만원 날렸다.... 오늘 좀 받아야겠어...."

"..........."

"그 붕대는 뭐냐??하하.. 그래서 날 칠 수나 있겠어???"

그 자식은.. 상황파악이 안되는지.. 계속 나를 약올렸다....

영권이가 그 놈 앞에섰다...

"너냐??"

"?"

"너냐고..."

"넌 뭐야 xx놈아..."

"나?? 알아서 뭐하게..."

그 자식의 발음에.. 떨림이 있는걸 보아.. 조금은 겁을 먹은 듯 하다....

"스댕이가 말 했을꺼야... 경고한다고... 쟤 버릇이거든.. 꼭 한번씩.. 기회를 주지..저 녀석은.."

"..........."

"난.. 경고같은거 없어... 넌 오늘 여기서 죽어..."

엄청나게... 어눌한 목소리다.....

"뭐 임마???"

그 자식은.. 힘껏 주먹을 날렸고... 영권이는.. 대수롭지 않은 듯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피하면서... 안면을 발차기로.. 정확하게 맞혔다...

"커억..."

붉은 코피가... 새어 나왔다.... 단 일격에.....

그 자식은 비틀거리면서.. 반격을 했다....

하지만.. 영권이는 주먹을 잡았고.. 바로 비틀어버렸다.....

"아아악...."

뚜뚝 소리와 함께... 그 자식의 팔은 부러져 버렸다....

수정이는 무서운지... 귀를 막고 내 가슴팍 안으로 들어왔다....

사실 나도.. 겁이 났다... 나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건... 스댕이 오른손"

넘어져 있는.. 그 자식의 중심부(?)를 걷어찼다.....

"아욱...."

"이건.. 그 예진이란 아인가?? 그 애가 아파하는 곳...참 여긴 소중한 곳인데 말야...그치??"

그리고...

안면을 발로 걷어찼다.....

"이건.. 스댕이 경고 무시한 대가...."

쓰러져서 아무런 저항도 못하는 그 자식을 끌어올리더니.....

복부에 ... 피니쉬를 날렸다.....

"으으으윽..."

영권이를 붙잡고.. 쓰러지는.. 그놈...

"이건.. 스댕이의 마지막 경고다....사라지라는..."

그대로 쓰러졌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생각보다... 쉽게 끝이 났다.... 허탈감이 들 정도로....

돌아서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 영권이... 정말 듬직한 내 친구다...

"자.. 선물 잘 받았지?"

빙긋 웃어보인다... 사악한 자식.... 사람을 반 죽여놓고....

"그래 임마.. 잘 받았다... 고맙다..."

수정이가.. 옆에서 볼멘소리로 말했다...

"오빠!! 한번 더 싸우면.. 진짜!! 나 도망가 버린다...+"

"하하.. 알았어..알았어.. 오늘은 선물이었으니까.. 봐줘...흐흐.."

영권이도.. 수정이 한테는 맞고 사는구나...


화려한 내 복수극은.. 조금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등을 돌려 쓰러져있는 놈을 보았다...

그렇게 죽이고 싶었던 그 놈이었지만... 측은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

물론 그놈은.. 들리지 않았겠지만... 조그마한 목소리로... 쓸쓸히 말했다..

"미안하다... 미국은... 지나 혼자만 보낸다.... 이제 내 여자는 아니지만... 미안하게됐다.."

조그만 내 속삭임에 불과했지만.... 찬 바람이.. 저녀석에게 전해줬을 것이다.....




-27- 현철이의 고민

오늘로써 기말고사도 끝이 났다.....

학교에 큰 화제 거리가 하나 걸렸다... 뭐... 당연한거겠지만....

인문대 유럽어학부에 재학중인.. 강XX군이... 죽도록 폭행 당한 사실이다...

주범인.. 영권이는 고향으로 내려갔기에..

내가 주범으로 몰리고 있었다....

그 덕에... 내 주변 100M에는.. 사람이 꼬이지 않아... 길 다니는데 편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기말고사를 홀가분하게 마치고.. 우리 과 아이들은.. 예전처럼.. 환한 미소를 띄며...

호프집으로 향했다....


여기저기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호프집은.. 실제로 나의 등장으로...

싸~~ 해졌다...

심지어..내가 앉은 테이블의 뒷 테이블은.. 자리를 옮기기까지...(땀)

창현이가 입을열었다..

"와.. 형.. 이러다 대형 스타되겠어요... 우리 학교에서 형 이름 모르는 사람이 없네.."

"자..자랑이냐??그게??"

서연이는..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입을 삐쭉이고 있다....

"서연아..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거야~~"

"정말 스댕오빠 너무 하잖아요!!! 왜 자꾸 싸워서.. 맨날 다쳐서오고.."

"아아.. 이거??"

"그렇게.. 다치지 좀 말라고 했건만..."

"하하.. 이제 더 이상 싸울 일도 없으니까... 걱정마세요~~ 공주마마..."

".........."

아까부터 현철이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야.. 현철아 무슨생각하냐???"

"네?? 아뇨... 그냥.. 하하.. 형은 진짜 대단해요.. "

"너까지 왜그러냐.."

"아뇨...그냥.."

다들 현철이의 반응에.. 놀랜 눈치다... 힘없이.. 술잔만 들이키는 현철이...

무슨 일이 있는걸까??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조금씩.. 술에 취해 갈쯔음에...

현철이는 서연이에게 귓속말을..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서연이는.. 술 한두잔 마시는 척 하더니....

화장실간다며.. 현철이가 나간쪽으로... 따라나갔다.....

애써.. 아무일 없겠지... 마음을 추스리고.. 술을 한잔따랐으나....

이미 몸은 일어나 있었다....

담벼락 사이로.. 서연이와 현철이의 모습이 보였다....

"후우... 그래도... 이말은 해야겠다..."

"뭔데?"

"서연아... 나... 군대간다..."

"??!!"

"이제 일주일 남았나???"

"왜..왜그렇게 빨리??"

"빨리는 무슨.. 친구들에 비해 늦었는데 벌써...."

"........"

"나도.. 군대가면 스댕이 형처럼.. 좀 멋있게 되서 나오겠지?...크크크"

"아냐.. 넌 지금도 충분히 멋있어.. 너도 알잖아.. 너 좋아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

현철이는 고개를 젓는다....

"그 애들이 나를 좋아하건 누굴 좋아하건 난 상관없어...난..."

"......."

"널 좋아하니까...."


서연이는 말을 잇지 못했고... 나도.. 깜짝놀라.. 술이 깨버렸다.....

"아무말도 안해도 돼.. 알아.. 너가 스댕형.. 많이 좋아한다는 거...."

"............"

"그래서.. 가기전에.. 이렇게 미련없이 고백하고 가는거야..."

"현철아..."

"아마도 형이 이사실을 알면 나 죽이려들걸?? 후후..."

"......."

"스댕형이랑 조금 친해서 난 그사람을 잘 아는데..."

"......."

"조금만 참아.. 스댕형은.. 절대 너 실망 시키는일 없을 사람이니까...."

"......."

"앞으로두..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자... 입대했다고 전화 안받아주면 안된다!!"

"후후.. 그래... 그럴게..."

"그래.. 먼져 들어가봐.. 사람들이 오해 하겠다..."

"어.. 너두.. 빨리 들어와....."

서연이는.. 등을 돌리고 호프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현철이가...



"거기 있는거 다 알아요.. 형..."

들켰다...

"어어.. 그래..하하.. 알고 있었냐? 짜식.. 민망하게..."

"형이 안 쫓아 나올 리가 없잖아요...."

"하하하...(긁적)"

"군대가요 저..."

"음... 그래서 그렇게 우울했던거냐???"

"네...."

"그게 우울할 일은 아니지... 오히려 기뻐해야 될 일 아니냐??"

"말은 쉽죠.. 형도 입대할 때.. 기뻐하면서 가진 않았을 것 아니에요...."

"물론 그렇긴 하지... 입대하면 또 생각이 틀려질걸?? 훗..."

"무슨말이에요??"

"생각보다 꽤 많은 걸 느끼고 올꺼야....."

"............"

"너에 대한 모든걸 정리 하러 간다고 생각해...."

"........."

"사랑.. 우정.. 미래.. 과거.. 모든걸 정리하고 와...."

"형....."

"너 엠티가서 못봤냐? 크크.. 사격도 열심히해서.. 배워두면 써 먹을때가 있잖아...흐흐.."

"후후...."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꼭 가는게 군대라니까... 너무 씁쓸해 하지마라..."

"네...."

"서연이더러 면회도 갔다 오라고 내가 잘 꼬드길 테니까.. 크크.. 걱정말고 임마..."

".........."

담배를 꺼내든 현철이는 불을 붙이고.. 깊은 한숨을 쉰다....

"어..? 너 담배 폈었냐???"

"끊었었죠...."

"그래... 하긴 심란하겠지... 나도 옛날 생각난다....하하하..."

"형..."

"응??"

"서연이.... 정말 부탁해요.... 제가.. 정말 좋아했던 애라구요... 꼭 잘 해주셔야 되요...."

".........."

"형이랑.. 서연이 잘되는거 보고 가고 싶었는데... 100일 휴간가?? 그때 나와서.."

"........."

"사귀고 있지 않으면.. 저 탈영할꺼에요...(웃음)"

"말이 쉽지 임마..."

"후후... 그래요... 가서 술이나 더 먹죠?? 저 오늘 죽어 볼랍니다...캬캬캬.."

"그래...같이 죽어줄게...후후"


난 현철이의 어깨를.. 툭 치며... 웃어보였고.. 현철이도.. 씨익 웃었다...

현철이의 용기...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을.. 보내줄 줄 아는 그 넓은 마음...

오히려 현철이란놈은 나는 상대도 되지않을 만큼.. 남자 중에 남자였다....






-28- S-Mail (Sad Mail)

"오빠~~~~~~~"

"왠 호들갑이냐...?"

"에헤헤헤.. 시험 잘 봤어??"

"음.. 그냥 그럭저럭.. 넌 잘 봤어??"

"나?? 응.. 이번엔 조금 자신 있어...."

"오오...제법인데.. 생긴거랑 다르게 공부 좀 한단말야..."

"생긴거랑 다르다니.."

"그럼 니가 공부 잘하게 생겼냐??!!"

"이게~~ 요즘 안 맞았더니.. 또 까불기 시작하네.. 죽어볼래??"

"싫다..."

"흐음.. 여름방학이다 드디어.. 뭐 할꺼야??"

"음.. 일단 방에가서 계획을 짜 봐야지..."

"아쉽다.. 현철이가 입대만 안 했어도 같이 바다 갈텐데..."

"아우.. 지겹지도 않냐? MT 갔다 온지 2달밖에 안됐는데.. 바다를 또 가??"

"왜~~ 좋잖아.. 오빤 싫어??"

"별로 안 내킨다..."

"으음.. 안돼 안돼.. 내 마지막 방학을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보낼 순 없어.."

"왠 마지막 방학??"

"아.. 오빤 몰랐겠군.."

"뭔 소리야??"

"나.. 다음 학기부터.. 일본가잖아...."

"헉.. 왠 일본??"

"왜긴.. 교환 학생으로 뽑혔어.. 일본에 있는 대학이랑 우리 과 몇 명이랑.."

"너 일본어학과도 아니자나.. 유아교육이나 배우지.....일본은 왜가..."

"그냥.. 일본 가보고 싶어서... 신청했지..."

"언제??"

"오빠란 사람 알기 전에.."

"하긴.. 너랑 유아교육과랑 어울리진 않는다.. 잘 생각했어..."

"뭐야?"

"너가 애들 가리켜 봤자.. 성교육이나.. 풍기 문란밖에 더 가리키겠냐..색녀야!!"

"이 자식이~!! 오늘 여기서 니 두개골한번 파보자.."

"베에...(놀림)"

오늘따라 예진이가 더 밝다... 방학이라 그런가???....다음학기부터... 예진이가...

교환학생으로 일본으로 간다는 말은.. 내심 충격이었다....

근래 4개월동안... 나에게 있어선.. 너무나 잃은 것들이 많다....

제일 중요한 건 내.. 영원불멸의 사랑 지나를.. 잃었다는 것이 첫째요...

그리고.. 내 보물 예진이의 순결을 잃은 것이 둘째요...

떠나가는 예진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그 셋째다....

한마디로.. 여자가 사라진다는 것이.. 내 삶에 중요한 건가 보다...(땀)

하나둘씩..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가면서...

나의 외로움이 커져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아.. 정말.. 방학동안 뭐를 해야되지???"

뚫리지 않은 천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애들이랑.. 캐리비안 베이나 갈까???"

복잡한 머리를 쥐어 뜯고는.. 생각을 접었다...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야 하겠기에.. 간단히 짐을 꾸렸다.. 옷 몇 벌이랑..

기타 잡다한 것들을 말이다...

집밖으로 나와.. 문을 잠그는 찰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우르릉 쾅~~~

"참.. 가는 날이 장날 이라더니.."

때 이른 장마 시즌이라... 구지 비 맞으면서 집에 갈 필요는 없었다..

"그래그래.. 끝나고 가면되지..."

아무도 없는.. 텅 빈 학교...

지겨운 이놈에 비....

우울증 걸리기 딱 좋은 날씨다.....



몇 시간이나 잠들었던 것일까... 몸이 찌뿌둥하다....

새벽..3시.. 남들이야말로 잠을 자야 할 시간.. 나는... 일어나 있다....

오랜만에 컴퓨터를 켜보았다.. 꽤 오랜 기간동안 하지 않았던.. 컴퓨터...

녹이나 슬지 않았을는지..

컴퓨터가 부팅 되는동안.. 음악을 틀었다...

구슬프고도 서글픈 노래 하나가 흘러나왔다....

"내꺼에 이런 음악이 있었네.."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음악이.. 참 분위기에 맞게.. 구슬펐다....

오랜만에 메일을.. 확인 하려던 나는...

깜짝 놀랬다....

(별표)스댕아.....(별표) 라는 제목의 글을 보았다.....

(글쓰기전 (별표) 는 지나의 버릇이다.. 지금은 내가 옮았지만...동갑내기 길들이기 참고..흐흐)

보낸시간.. 어제 새벽 3시쯤이다... 딱 24시간 전.....

클릭했다.... 믿기지 못한 글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별표)사랑하는.. 스댕아..(별표)

손은 괜찮니??.... 걱정이 되는구나... 전화를 해줘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쉽게 니 번호가 눌러지지 않더라고....

그리고... 나 정말 너한테 감사해야 할 것 같아...

너가 그 오빠.. 왜 그렇게 싫어하고 미워했는지.. 이제 나도 잘 알게됐으니까....

나까지..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 됬던거지???...

옛날부터.. 넌 그랬잖아.. 천방지축이고.. 항상.. 조심성 없는 나한테...

여러번 막아주고.. 지켜주고.. 4년 동안이나...

힘들었겠다...

그래.. 너가 바라던 대로 .. 그 오빠는 미국 안 갈것 같아... 혼자서 가게됐어....

솔직히.. 겁도나.. 혼자 가려니까... 여행을 가던.. 어딘가를 갈 때면... 항상..

너가 옆에 있어줬는데...

내가 너무 사랑하는 너이지만... 그날엔.. 너에게 너무 많은 실망을 했었어...

너가 나에게 물었지??

"첫번째야.. 두 번째야..." 하고 말이야...


.........

둘다 아니야.. 내가 그 말을 한 이유는....

............

혹시.. 너가 가지 마라고 나를 붙잡아 줄까봐......

그말을 듣고 싶었거든.. 그래서 거기까지 찾아 갔던거고....

오랜만에 본 넌.. 정말.. 멋지게 변했더라....

이제 군인 티도 벗어나서.. 마니 멋있어졌어....정말로..

너 입대하던날 생각난다...

너희 부모님이랑 같이 갔었잖아....

그때 너 뒷모습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지?? 바보야...

여자가 울면 헤어진다고 다들 그래서...

절대 안 울어야지.. 생각했는데... 나도... 어쩔수 없더라고...

항상.. 너 몇 일 남았나 세보고 그랬는데... 헤헤...

그때가 좋았어.... 그때가....

지금은.. 너도 나도 마니 변한거 같구나....

너도 이제 내가 부담스럽겠지... 아무 것도 내가 해줄게 없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래서.. 나도 크게 결심을 했어...

너 보내주기로....

쉽지 않을 것 같아.. 솔직히... 지금도 이 글을 쓰는데도.. 이렇게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어떻게 내가 널 잊겠어....

그치만.. 너 힘든 건 헤어 지는것 보다.. 더 싫어....

나만 힘들면 되니까.....

사랑하는.. 스댕아... 비록.. 내가 밉고... 다시는 보기 싫은 사람이 되더라도....

우리가 정말.. 함께 했던 시간 만큼은.. 잊지 말아줄래?...

너가 그 기억 전부를 잃어버리면.. 나 너무 슬플 것 같애.....

그리고.. 나 가고 나서라도... 조금만 힘들어 해줄래???....

너 행복한 모습 보면... 나 가슴이 너무 아플것 같아.... 그러니까.. 나 잃은 대신에...

조금만이라도.. 힘들어 해줄래???.....

항상.. 너가 그랬잖아... 나한테 너가 많이 길들여져 있다고.....

너만 그런게 아니라고... 나도 모르게 내 생활엔.. 너의 습관들이 베어 있단말야...

스댕아... 보고싶어.. 정말...

다시 볼수 있을까?... 니 모든걸.. 마지막으로 느끼고 싶은데...

나 오늘 오후 4시 30분 비행기야.....

한번만.. 한번만... 나에게 기회를 줄래?.. 부탁이야.. 스댕아....

보고싶다고... 정말...정말.. 너가 보고싶어 죽을 지경이라고....

내 모든걸 포기해도 좋아....

늦어도 좋아....

비행기가 떠나기 직전까지만......

가지 마라고 한마디만 해줘.... 제발... 가지 마라는 한마디만.......

제발.......


'보고있던 페이지를 닫으시겠습니까???'

난.. '예'를 클릭했다....

4: 30분은..




이미.. 9시간 전이었다....



-29- 고뇌

이미 새벽 5시가 넘었다... 담배만.. 한 갑도 훨씬 넘게 피워대고 있다....

밖의 비는 전혀 그칠 생각을 안 한다....

지금쯤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다.. 지나는... 비행기와.. 하나가 되어...

저 빗속을 뚫고.. 하늘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버릇이 하나 더 생길 것 같다...

하늘을 쳐다보는 버릇...

오디오에선.. 빗속의 캐논이 흘러 나왔다....

지금의 나의 상황과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이..

좋아한다는 그 곡.. 캐논...

'지나도 참 좋아했었는데.....'

지나는 공항에서.. 어떤 기분이었을까??...

내가 나오길 바랬을까?... 내가 나오지 않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을까?...

실망했을까?? 정말로 혼자 가게 된 걸까...?

수많은 질문들이 나의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던진 한마디....

'과연... 이게 올바른 선택일까??'

희뿌연 담배연기와... 구슬픈 음악선율... 그리고 차창 밖의 아름다운 빗소리....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이 분위기는.. 나의 눈물샘을 자극시키기엔 충분했다...

난.... 눈물을 훔치고...

황급히 컴퓨터의 앞으로 앉았다....

답장을 클릭하곤.. 나의 심정을 가득 담은... 이 메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지나야....★

너의 이메일 잘 받아 보았어... 너는 하늘을 날아가고 있겠지???...

지금 너가 제일 좋아하는.. 빗속의 캐논 듣고있어?? 너도 들리니???

.......

너무 다행이야... 너가 진실을 알게 되서...

그래.. 내가 사실대로 말할 수 있었지만.. 말하지 않은 건... 너도 잘 알겠지??...

내가 항상 말하던 거 있잖아...

사랑하는 사람끼리 믿음이 깨지면.. 그건...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고...

너가 나를 믿지 못한다면... 구지 그 사실을 말해도... 그건 사실이 아닌 변명에 불과하니까


지나야.. 그거 아니??

너가 학교 온다고 한날.. 겉으론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했지만...내 눈은 너를 찾고 있었어...

이상하더라고... 아무리 태연한 척 해보려 해도...

너를 찾아 방황하는 나를.. 나도 감당할 수가 없었어....

그렇게 만난 너에게...

난.. 또다시 내 마음을 속이고.. 거짓말을 해야했어...

너의 손길이 그리웠지만.. 난 그걸 허락하지 않았고....

너의 따뜻한 웃음이 보고싶었지만.. 결국 널 울리고 말았구나....

늘 그렇든.. 너에게 상처준건 나였으니까....

나 역시 널 그리 쉽게 잊지는 못 할꺼야....

너로 인해 아프지 않을 자신도 없어...

너에게 내 모든걸 주었고....

너에게 마지막 남은 내 자존심조차 이렇게 띄우고 있으니까...

언제 어디서든.. 너의 이름이 불려지는 순간..

난 고개를 돌리겠지??.. 그리고 너의 모습을 찾으려고 애를 쓸꺼야....

다시는 보지 못 할거라고 믿지 않아...

언젠가는 다시 만날 꺼야.. 난 그렇게 믿어....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꼭 그렇게 만날 거라고 난 믿는다....

............

더 이상 너의 전화는 받지를 않겠지??....

지금도 너의 목소리가 이렇게 그립구나...

너란 사람을.. 사랑했었고... 사랑하고... 앞으로도 마니 사랑하겠지만....

이제.. 조금씩 너란 사람을 머리 속에서 지워 갈꺼야....

그리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게 될꺼야...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진 말아줘....

머리 속에선 너를 지울 순 있겠지만....

내 가슴은 평생 너를 지우진 못 할테니까.....





나의 마음을 담은 편지는.. 분명... 하늘의 가장 가까운 곳에 닿아있는...

지나의 마음속에 전해졌을 것이다....

'이메일이 수신되었습니다...'

하고 말이다......



-30- 동거

벌써 이곳에서 지낸지 일주일이 지났다...

혼자만 지내는 이곳이 쓸쓸하기도 했고.. 영권이 소식.. 수정이 소식도 궁금했기에..

집으로 갈 채비를 했다...

하늘엔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이.. 환한 태양이 나의 방 전체에 빛을 뿌려준다....

시계를 바라봤다.... 벌써 12시가 넘어갔다...

때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아.. 오빠 일어났어??"

"응... 어쩐 일이야??"

"아.. 오빠 아직 집에 안 갔지??"

"어제 비가 와서.. 그냥 그치면 가려고... 왜???"

"음... 나 오빠한테.. 신세 좀 져야겠는데?"

"무..무슨소리냐.. 그 불길한 발언은?"

"음.. 나 지금 수원인데... 집에 와보니까.. 부모님이.. 다 외국을 가버리셔서.."

"켁.. 뭔 소리야.. 그럼 너 나보고.. 여기 있으란 소리냐??"

"아..안될까??"

"친구들 있잖아!!"

"........"

"어..어어..이봐??.."

"........"

"그 침묵시위는 뭐야...."

"......."

"크으으.... 안돼!!! 난 집에 가야돼!!"

"........"

"(땀 x 5)"

"........."

"알았다....젠장"

"헤헷.. 정말?? 그럼 나 지금 다시 학교로 간다~~"

"그럼.. 방학 내내.. 나랑 같이 살자는 소리냐??;"

"그렇지~~ 잘 알아들었네....헤에~"

"헉..."


[오빠.. 나 여기서 살면 안될까요???]

서연이에 이어.. 예진이 까지... 난 복받은 놈일까?.. 아님 억세게 재수 없는 놈일까?...

그래.. 복받았다고 하자...

전화를 끊고... 주섬주섬.. 집안 정리를 했다....

'다음 학기때는.. 서연이가 우리 집에서 살면...흐음.. 미리 연습 한다고 생각해야지...'

역시 변태인건 확실했다...

그리곤 어머니께 전화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머니.. 예 저 스댕인데요..."

"아들 왜?"

"저.. 이번 방학때는 여기에 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음.. 무슨일 있어??"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 좀 이쪽에 있으려고요..."

"그래??.. 기말고사는 어떻게 봤어??.."

"음.. 그럭저럭이요.. 성적표 아마 집으로 갈꺼예요..."

"그래??.. 알았어.. 필요한 거 있음 전화하고.. 일 있음 집으로 오고.."

"예~~ 그럼 쉬세요~"

"오냐~~ 아들!!"

"네.."

어머니께 거짓말을 해서 죄스럽긴 했지만... 내심.. 여자랑 같이 살아 본다는게..

음.. 제법 흥미롭긴 했다...

이것이야 말로.. 여름방학 최대이벤트가 아닌가....

콧노래를 부르고 이것 저것 준비도 했다... 방 청소는 물론이거니와.. 먹을 것까지...

전부다 말이다..


오후 6시쯤 되자... 벨이 울렸고...

"누구세요??"

"나~~"

"나가.. 누군데??"

"예진이..."

"그게 누군데???"

"죽기전에 열어..."

"음.. 싫다면??"

"아우!! 무겁단 말야.. 얼른 열어!!"

"응?? 뭐 길래 무거워??"

덜컹...

헉!!(땀)

"너.....이사왔냐??"

"얼른 받아줘.. 무거워"

(땀)

택시 아져씨로 보이는 아저씨 한분과.. 예진이가 들고온 것은....

29인치 TV와.. 비디오... 엄청 큰 가방2개...

"헤헤.. 올꺼면 확실히 와야지.. 거의 2달인데...."

"(땀)"

부랴부랴 짐을 옴기고.. 예진이의 옷가지들도 정리를 했다...

옷도... 되게 많다....

TV설치도 다 하고.. 비디오까지... 굉장한 기지배다...

"다 어디서 났어?? 집에 문 잠겼다면서..."

"음.. 오다가 하이마트 들려서.. 카드로 긁었어..."

"커억.."

"뭐 어때... 괜찮아.."

"너네 집 잘사냐??"

"아니.. 그냥 그래..."

"너네집도.. 무너질 징조가 보이는구나..."

"죽을라고..."

예진이와의 동거라... 기대가 되긴 하지만...

무언가 일은 꼭 이런 때 터지는 법.. 앞으로의 일은 내다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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