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넷 novel(31~40)

상처 작성일 07.08.21 09: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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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31~40)★☆


-31- 즐거운 인생..

예진이의 등장으로 내 방에는 조금이나마 활력이 생겼다...

한사람이 같이 산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 될지는 꿈에도 몰랐었다....

지나의 메일로 축 처진.. 내 어깨도.. 상처받은 나의 마음도...

예진이의 방문으로 인해.. 조금은 사그라 들었다...

"우리 비디오 빌려다볼까?"

"음.. 뭐 볼래??"

"글세.. 아무거나 빌려서 보자...."

"이왕이면.. 무서운 거 보자!! 캬캬..."

"안돼!!! 나 무서운 거 보면.. 밤에 잠 못 자.."

"음... 알았어 그럼 내가 알아서 빌려올게.. 기다려~~"

예진이는 핫팬츠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갔다...

나도... 뒤질세라...

부랴부랴.. 맥주와 갖은 안주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헐레벌떡 예진이가 뛰어들어온다...

"헥헥..."

"왜 뛰어다녀~?? 먼지 나게..."

"와..여기 되게 무섭네... 여긴 가로등도 안 켜??"

"어라?? 그러고 보니.. 가로등도 하나도 안 켜졌네..."

"와.. 이거 보면 진짜 재미 나겠는데??"

"뭐 빌려왔는데?"

"주옹"

"커억....."

"재미 있을꺼 같아서.. 왜? 왜?? 못 봤지??"

"아니..."

"그럼 봤어?"

"안 봤지!! 미쳤냐!! 그걸 보게!!"

"에이.. 남자가..."

"남자라고!! 공포영화에 무서워하지 말라는 법 없어!!"

"헤헤.. 괜찮아 내가 있잖아..."

"흐음.."

베게를 세워두고.. 최대한 편한 자세로..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 영화 주옹은 시작이 되었고...

역시 굉장한 스릴이 넘쳤다...(땀)

더군다나.. 오늘따라 가로등이 안 켜진탓에....

공포는 배가 되어 나의 정신적 데미지에 큰 충격을 주었고...

"나 더 이상 못 보겠어!!"

"어어? 눈 가리면 ...흐흐.. 귀신 보이는데..."

"헉!!"

(주온 보신 분들은 아시겠죠...)

"와~~ 재밌는데...."

그러면서 예진이는 나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머리 뒤에 놨다...

한마디로 팔베개

내 품에 꼬옥.. 안기더니만....

"헤헤.. 눈 못 가리게 내가 도와줄게..."

(긁적)

예진이의 살결은 대게 부드러웠다....

머리 뒤로 향한 내 손은.. 예진이의 목선과...어깨에 닿아있었다...

"와아.. 너 피부가 대게 부드러워...(헤에)"

"무..무슨 생각하는 거야...(땀)"

"헤에...(반짝)"

"헉...!이상한 상상하지마~!!(불길)"

소리치며.. 나의 손을 머리에서 빼내려고 하지만.. 내 손이 예진이의 목을 놓아주지 않는다..

전세역전v

"아우 귀여워!!!"

"(땀)"

"여자살결은.. 진짜.. 부드럽다니까..."

"살려줘.."

예진이의 볼을 손으로 부비부비 해주자.. 예진이는.. 귀여운척하며 앙탈부린다..(긁적)

"하지마.."

"케케케... 싫어..."


이상한 짓(?)을 하는 동안 영화가 끝나버렸다...

"어..어라? 끝났네?(땀)"

"뭐야!!! 오빠 때문에 중요한 장면 못 봤잖아...!!"

"음... 잘됐네.. 캬캬.."

"쳇.. 맥주나 마시자..."

맥주를 꽤나 마신 나는... 생식기능이 발동하기 시작하면서..

화장실을 찾게됐다....

음... 여자와.. 동거를 하면서.. 참 이게 불편했다....

오래 걸리는 일이더라도.. 반드시 일찍 싸고 나와야한다..

오해를 받게 되니까.. 오해를 받으면... 참 민망하다...

또한 '쪼로로록' 작은 볼일이든.. '쓰으읍..퐁당' 큰 볼일이든..

물을 틀어놓고.. 타이밍 맞춰 떨궈야한다....

그래서!! 샤워할 때 몰아서 싸는.. 그런 테크닉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맥주로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를 때 쯤.. 나와 예진이는 잠자리에 들었다....

"하아.. 정말 너무 좋다...."

"그래??"

"응.. 오빠랑 있으면.. 마음이 너무 편해져..."

"후후..."

"나.. 일본 가지 말까??"

"뭐.. 그럼 나야 좋지...."

"일본 가기 싫다.. 괜히 신청했나봐..."

"(웃음)"

"에이.. 좀더 진작에 만났으면.. 신청도 안하고 좋았을걸..."

자꾸만 투정부리는..예진이..

그래... 지금 이순간.. 나는 지나.. 서연이 그 모두보다도.. 예진이 한명에게만 충실하고 있다..

그리고.. 상처투성이인 나에게.. 가장 편안한 휴식이 되어주는 예진이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가까이 있어주는.. 그런 사람...


예진이의 얼굴을 가슴에 안았다....

은은한 샴프 향기가 내 코에 전해져왔다....

"정말 안 갔으면 좋겠다... 계속 이렇게 살았으면 좋으련만..."

"........나도...."

생각보다 인생 이란게 즐겁다는 걸.. 오늘 처음 느꼈다....



새벽 깊은 무렵....

난 잠에서 깨어났다...

가끔 이렇게 누군가가 옆에서 자면.. 깨는 버릇이 있곤 하다....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예진이를 보며....

머리를 한번쓰다듬어 주고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확인해보았다.....

"후우..."

어떤 답장이왔을까?... 아니면.. 아직 읽지도 않았을까?.. 아니면.. 읽고도 답장을...

쓰지 않았을까?....

긴장이 되면서.. 수신함을 열었다....

'도착한 메시지 0건..'

살짝 마음이 놓였다.....

그리곤.. 다시 침대위로 올라가... 예진이를 꼬옥 안고... 다시 깊은 잠을 청했다....




-32- 오해(1)

벌써 방학이 반이나 훌쩍 지나버렸다.... 예진이랑 같이 산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갔다...

그만큼 많은 추억거리도 생겼고....

이제 볼일 조절 할 줄 아는 특수 스킬도 배웠다....

함께 데이트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쇼핑도 했다...

어느 샌가 예진이랑 있는게 너무 익숙하고 편했다...

함께 하는 잠자리 또한.. 너무 친숙했다.....

영화도 같이 보고... 함께 수영장도 다녀왔다.....

역시.. 미끈한.. 예진이의 비키니는.. 예술이었다....홋홋..



그러던 하루는 예진이와 술을 마시던 중.. 예진이가 하는 말에 솔깃했다...

"나 일본 안갈래... 마음 굳혔어..."

"뭐?? 정말??"

"어.. 나 그냥 여기서 학교 다니다가 졸업하면.. 오빠한테 시집이나 가야겠다..."

"음...좋은 생각이야..."

"그치그치??"

"뭐.. 나야.. 나쁠게 없지... 울 예진이 이쁘지.. 착하지.. 애교 많지..."

"하아.. 너무 좋아.. 매일 매일이 이랬음 좋겠어..."

예진이와 함께 있으면...사는 것이 즐거웠고... 세상에 딱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원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는 법...

결국 일은 터지고 말았다...

"아우.. 더워..."

"흐흐.. 같이 샤워할까??"

"음...그럴래??"

"허억!!정말??"

"당연히 농담이지 짜샤!!"

"쳇.."

"헤헤.. 금방 하고 나올게.. 기다려~~"

"응~~"

과자를 야금야금 먹으면서... 티비를 보고있었다....

시간은.. 3시.. 한창 더워지고 있을 때였다...

쿵쿵...

"누구지?"

쿵쿵..

"누구세요???"

누굴까?... 미국으로 떠난 지나가 돌아왔을까??

아니면... 지나의 편지를 담은 우편배달부라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문을 열었다...

"누구세.."

"놀랬죠???"

"어...어라.. 너가 여긴 왠 일이야??"

"아.. 어제 친구한테 전화했다가.. 오빠 여기 있다는거 알고 찾아 와봤어요..."

"아..그..그랬구나..."

"잘 지냈죠?? 벌써 한달 이나 못 봤는데.."

"그..그럼 잘 지냈지... 하하.. 덥네..."

"뭐 하고 살았어요???? 연락도 없고..칫.."

"아.. 그냥.. 이것저것 하면서 살았지.. "

"연락은 왜 안했어요??.. 혼자 살면서.. 연락이라도 했으면.. 더 빨리 왔을텐데..."

"어???.. 아.. 그냥.. 좀 일이 있어서... 미안해.."

"그랬구나... 날이 좀 더운데.. 안에좀 들어가면 안될까요??(웃음)"

"어?? 아...아니.. 안에가 조금 지저분해서.. 치워야 돼...(당황)"

"괜찮아요..(웃음) "

"그..그러지말고.. 그냥 나가자... 나가서 시원한 음료수라도..(매우당황)"

"뭐.. 구지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웃음)"

"에이.. 괜찮아.. 가자...(간절)"

"그래요 그럼.."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게도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

"오빠 누구 왔어???"

순간.. 서연이의 표정은... 한순간에 굳어버렸다..... 나를 바라보다...

문 쪽으로...다가선다...

"스댕오빠.. 방금 여기서 무슨 소리 나지 않았나요??"

"글세... 난 못 들었는데...(헉!!)"

"내가 잘못 들었나???"

서연이가 등을 돌리는 순간.....

빌어먹을.....

내 방의 현관이 열리며.. 샤워하던 예진이는 젖은 머리칼을 움켜진 채로....

서연이의 눈과 마주쳤다....

난..그저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33- 오해(2)

서연이의 가녀린 어깨가... 들썩거린다....

순간.. 난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어? 서....서연이네.. 언제 왔어??"

당황해 하며 예진이가.. 어색하게 물었다..

"................"

서연이의 몸이 가볍게 떨리더니....

"아... 이래서 연락이 없었군요?.... 제가 방해.... 한거네요... 죄송해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나의 곁을 스쳐지나갔다...

난 마치 석고상처럼... 아무런 말도...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냥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빠.. 안 쫓아가 봐도 돼??"

예진이의 말에... 난 다시 정신이 들었다....

"아니... 이미 늦었는걸...."

알고 있다.. 지금 따라가서 무슨 말을 한들.. 서연이의 귀에 들어올까.....

차라리 서연이를 지금은 보내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에겐.. 서연이도 소중한 사람이지만...

나와 함께 있어준.. 예진이도 역시.. 소중한 사람이지 않는가....

난 말없이 방문을 열었다....

젖은 머리칼을 수건에 말리던.. 예진이가.. 옆으로 다가와 앉더니....

자신의 가슴에 내 얼굴을 묻는다...

"고마워 오빠..."

"......."

"난.. 따라갈 줄 알았는데...."

".........."

"정말 고마워..."

서연이의 눈물이.. 잊혀지질 않는다... 조용하고 소침한 서연이었지만...

한번도 눈물을 보인적은 없었는데....

마음에 걸린다... 비록.. 예진이를 위해 서라면.. 잘 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마음이 무거운건 어쩔수 없다...


'그래.. 예진이에게 충실하자.. 예진이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되지....그래..잘한걸꺼야...'


애써.. 마음을 다잡고..예진이의 가슴팍에서 머리를 들고...

예진이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예진이는 눈을 감았고... 나도 눈을 감았다....




잠에서 일어나 보니... 또다시 찾아온 새벽이다....

예진이는..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낮에 일이 떠오른다....

서연이... 집에 들어갔을까.....?

수화기를 들어.. 서연이 번호를 눌러보려다가... 손이 멈칫거린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합니다..."


역시.. 서연이에겐.. 충격이었을 것이다... 나의 거짓말이... 오히려.. 더 큰 오해를

불러 일으켰으리라....

'아.. 차라리 내가 솔직했으면... 예진이가 놀러왔다고....'

내심 후회가 되었다....

꼬여만가는 나의 사랑에.. 나 자신도 지쳐감을 눈치챘다....

'욕심을 버리자.. 현재 나의 가장 가까이 있는 예진이를 생각하자...'

하지만..

그럴수록.. 서연이와의 적지만.. 이뻤던 추억들이 제법 조금씩 떠올랐다....

엠티때.. 아침햇살을 맞으며..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

서연이의 따뜻했던 손길도....

그 따뜻한 마음씨...

비를 고스란히 맞고 나를 일주일 넘게나 기다려 주었던.. 서연이....

이제.. 서연이도 하나의 추억이 되어야 하는걸까?...

이제 다음 학기가 시작하려면.. 2주 정도밖에 남질 않았다....

학기가 시작되면.. 서연이와 다시 학교를 같이 다녀야 하는데....

이런 불편한 관계로 다닐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오해는 풀어야겠는데...

도무지 해결책이 나오질 않았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그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겠지....

솔직히 말하는 것이 상책이리라... 하지만.. 과연.. 그녀가... 받아줄까?....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가 버렸다....





-34- 교환학생(1)

이제 방학도 일주일밖에 남질 않았다...

길다면 긴 여름방학.. 이제 그 종지부를 찍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서연이가 왔던 뒤로는...

예진이도.. 조금 행동에 조심하기 시작했다...

또 누군가가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니까...



"여보세요??"

"아들.. 방학중에 한번도 집에 안오냐.."

"엄마.. 죄송해요... 그냥 여기 있다보니까 편해져서..."

"음.. 다음주부터 개강이지?"

"네.... 성적표는 나왔어요??"

"응.. 이번엔.. 2등이더라... 뭐.. 엄마는 그 정도로 만족한다.."

"아....그래요?? 죄송해요.. 다음엔 더 열심히 해 볼께요.."

"그래.. 너무 무리하진 말고... 뭐 특별한 일은 없지?"

"네.. 이제 수강 신청도 하구 그래야죠..."

"그래.. 방학중에 한번은 내려와...."

"네.. 시간 되면 한번 내려 갈께요.."

"오냐.. 또 전화하마~"

"네..."

이번 학기엔.. 2등이라... 아마도 서연이가 1등을 한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무슨 전화야?"

"엄마"

"그래??.. 하긴 나도 엄마 본지 오래됐네?"

"그치?? 그럼 우리 내일 집에 갔다가 다시 올까??"

"흐음.. 생각해 보고..."

"그래 그럼..."

오늘은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티비 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그냥 방바닥을 뒹굴기로 했다....

마침 또 전화벨이 울린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

"뭐하니~~"

"아아~ 수정이구나~"

"응!! 뭐해뭐해??"

"그냥.. 집에 있지 모.."

"어?? 방학 안 했어?? 왜 안 오는거야..."

"미안미안.. 뭐좀 하는 게 있어서..."

"우익!! 너무 하잖아.. 나 안보고 싶어??"

"보고싶지... 핫핫..."

예진이의 눈이 나를 흘긴다...

'죽고싶냐?? 어떤 기지배길래 실실 웃는거야??'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번에 영권이랑 너랑 같이 바닷가 가려고 했는데.."

"아...그랬어??"

"응.. 너 올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정말 너무하잖아..."

"아이고 미안해서 어떡하냐..."

"쳇.. 어쩔 수 없지... 겨울방학은 언제 해??"

"음.. 12월 초쯤에??"

"그럼 그때는 스키장 가쟈.."

"스키장?? 좋지~~~"

"좋았어~ 약속한 거다 너!!"

"그래그래.. 꼭 같이 가자.. 헤헤..."

"알았어~~ 그럼 나중에 또 전화할게... 손님왔어~"

"응.."

"사랑해~ 친구~ 쪽~"

"으..응"

예진이가 내 볼 살을 꼬집는다....

"우씨!! 뭐야!! 너무 다정스럽게 전화 하는거 아냐??"

"아..아냐.. 친구야 정말.."

"우씨!! 죽었어!!"

침대 위에 누워있던 나한테 달려든다.....

"어어.. 간지러워.. 하지마.. 캬하하하..."

"어때어때.."

"잘못했어... 캬하하.. 하지마 하지마..."

실컷 장난을 다 치고서야.. 예진이는.. 침대에 걸터 앉아 꽤나 진지한 말투로...

"안되겠어.. 나 내일 과 사무실 좀 다녀올게..."

"왜??"

"교환학생 취소하러..."

"정말로 취소 할꺼야??"

"응"

"하하핫.. 잘됐네... 뭐 그럼 나야 좋지~~"

"음.... 도저히 불안해서.. 안돼..."

"뭐가??"

"나 없는 사이에.. 분명 오빠한테 무슨일이 생길 것 같애..."

"내가 애냐?"

"음.. 그래야 겠어... 취소하러 내일 다녀올게..."

"(땀)"

예진이는 사뭇 진지하게 내 눈을 바라보더니.. 다시금 풀린 눈으로...

나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까르르륵.. 간지러~~ 하지좀 마..."

"죽었어!! 너...오늘 내가 덮쳐버려야지...묘홍홍홍.."

서로 장난치며 놀다가.. 체력이 바닥나버렸다...

"오빠.. 나 배고파...."

시계를 보았다..

"어 벌써.. 8시네.. 저녁도 안 먹었는데..."

"그래?? 그럼 오빠 비디오 빌려와라.. 그 동안 내가 라면 끓여놓을게..."

"라면이라니.. 밥해!!"

"나 밥할줄 모른단 말야..."

"흐음.. 그래 라면이나 해라... 너한테 뭘 바라냐..."

"칫..."

예진이를 가볍게 끌어안고는 이마에 뽀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후덥지근한 날씨가.. 조금 짜증났다....

비디오가게에 들어가.. 이런저런.. 비디오를 살펴보다가 하나를 빌려 나왔다....

막상.. 그냥 비디오만 덜렁 들어가기 뭐해서...

근처의 제과점에가.. 케잌을 하나 샀다...특별한 기념일은 아니지만...

그냥... 모처럼 분위기를 내볼까해서....

어둑어둑한 거리...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집 앞에 다가서는데...

낯 설은 차 한대가 서있었다....

'뭘까?...'

불길한 기운이 나를 감쌌다......예전이 악몽이 되살아나듯...






-35- 교환학생(2)

차 쪽으로 다가서자.. 에쿠스 안에서의 미동이 느껴진다... 사람이 내리려는 눈치다..

애써 지나쳐 들어가려 하자...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학생이 스댕군인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딱 보기에도.. 세련되어 보이는 듯한 인상의 한 아주머니....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신다..

"누구신지...."

"아.. 반가워요.. 전 예진이 엄마예요.."

"네???"

"예진이.. 지금 안에 있죠???"

"예?... 아..예..."

"애가 거짓말을 하고서는.. 이런 곳에 와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었네요..."

"아..죄송합니다.. 제가 누를 끼쳐드린 것 같아서..."

"아뇨.. 예진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군대 다녀 오셨다구요??"

"예.. 올해 전역하구.. 지금 2학기째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듣던대로 참.. 성실해 보여서.. 내심 마음이 놓이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무슨일로 왔는지는 아실런지??"

"아니요.. 잘 모르겠습니다..."

"네에.. 다른게 아니고...우리 애가.. 학생을 만나기 전에.. 참.. 일본을 가고 싶어 했어요..."

".........."

"마침.. 애 아빠도.. 일본에 갈 일이 있고 해서.. 우리 딸애랑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죠"

".........."

"교환학생을 신청하면.. 가서도 대학을 다닐 수 있길래.. 예진이도 기뻐했구요..."

"네..."

"그런데.. 언젠가 부터 학생의 이름이 예진이 입에서.. 꽤나 나올때부터..."

".........."

"예진이가 일본 가기 싫다고 때를 쓰네요...."

"..........."

"우리 예진이 책임질 수 있어요??"

".........."

아무말 하지 못했다... 아직은 불안정한 내 미래... 예진이를 책임질수 있다고 확답하기엔..

아직은 내가 자리를 잡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확신은 못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정말 솔직한 학생이네요... "

".........."

"그럼.. 예진이.. 일본으로 갈 수 있게 도와줘요... 예진이는..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

"무엇보다도.. 일본 가기를 원한 건 본인 이었으니까... 그 애의 꿈을 키워줘야죠..."

"........."

"우리 딸애 많이 좋아해요?? 보내기 섭섭할만큼??"

"예... 쉽게 보낼만큼.. 쉽게 생각해본적 없습니다..."

빙그레 웃으시던 예진이 어머니.. 정말.. 한참 아랫사람인 나에게도.. 꼬박꼬박

존칭을 써주시며.. 말에 기품이 넘치시는 분이시다....

"우리애.. 놔줘요... 좀더 공부도 하고.. 그때 가서 앞날생각 하는 것도 늦지 않아요..."

"............"

"많이 힘들 거란거 알아요.. 학생도.. 우리 애도..."

"그치만.. 지금만 생각하면 안되죠.... 앞으로도 생각해야할 일 이고요..."

"그렇겠죠...."

"도와줄 수 있겠어요??"

"..........."


좀처럼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일단 어머님 말대로..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면..

예진이의 생각이 가장중요한게 아닐까?...

예진이는 내일 교환학생 취소시키려고 할 정도로.. 그리 가고 싶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만약.. 본인이 정말 싫다고 안 간다고 해도.. 보내실 겁니까?..."

".........."

순간 안색이 변했지만.. 그래도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제가 돕기는 돕되... 본인이 끝까지 가기 싫다고 하면..그때는 저도 어쩔 도리는 없습니다.."

내 말이 신경에 거슬렸는지.. 조금은.. 인상을 찌푸리셨다....

"아뇨.. 예진이는 일본에 가야해요...."

순간 나도 모르게...

"어째서.. 부모 마음대로.. 자식을 만드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예진이의 의사가.. 가기 싫다면 어머님도 이해해주셔야 하는게 아닙니까?...."

난 나름대로 나의 열변을 토해 봤으나... 어머님의 한마디에.. 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다른 이유도 아닌.. 남자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버린다면.. 학생이 부모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 들이실래요???"

"..............."


수정이의 말이 불현 듯 머리를 스쳤다...

[바보야... 세상엔 너보다 힘든 아이들이 많아..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데... 너처럼..

한가하게.. 여자타령이나 하구 있으니.. 어려보일 수밖에...]


난 예진이 어머님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순간 현기증까지 느꼈다....

'보내 줘야한다...'

나 때문에.. 예진이가 하고 싶어하는 꿈을 버려선 안 된다.....

예진이 어머님이 나의 등을 두드려 주셨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36- 이별(1)

예진이 어머니께선...

"그래요.. 일주일 동안 아직 시간이 있으니.. 못다한 얘기들 많이 나누고 나중에 다시올께요"

"..........."

말을 남기시고는 돌아가셨다....

한참을 멍하니.. 멀어지는 차를 보며... 서 있어야만 했다....

차가운 바람이.. 나의 머리칼을 스친다....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뭐야~~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무런 내막도 모른 채.. 예진이는.. 방긋방긋 웃는다....

이런 예진이가 더더욱 사랑스러워 보인다.. 눈시울이 나도 모르게 붉어진다...

"응.... 오다가 친구 좀 만났어..."

"그래?.. 근데 왜 그래... 울어??"

"아냐.. 눈에 뭐가 좀 들어 갔나봐...."

"어휴.. 바보야... 저기 가있어.. 내가 맛있는거 해줄게.."

"그래...."

침대에 걸터 앉았다... 온몸에 힘이 쭈욱 빠진다...

'왜 나는 항상 이럴까... 왜 나는 이런 사랑을 해야만 할까?...'

예진이가.. 상에.. 부침개를 해 가지고는 내 입에 먹여준다...

"헤헤.. 아~~ 해봐..."

"아냐.. 내가 먹을게..."

"아우!! 빨리 아~~해봐~~"

"아~~~"

덥썩...

"맛있지???"

이렇게 사랑스러운 예진이를.. 한달 동안이나.. 정이 붙어버린..예진이를... 보내야한다.....

고개를 끄덕이며....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어..어라.. 울 것 까지는 없잖아.. 그렇게 맛있어??"

난 아무말도 않은 채... 예진이를 꼬옥 안았다.....

익숙한 향기... 예진이의 모든 것... 이제야.. 이제야.. 예진이에게 정착하나 싶었는데...

"예진아.. 오빠 많이 좋아하니??.."

"왜 물어 그건.. 징그럽게..."

"그냥... 확실히 듣고 싶어서..."

"............"

"..........."

"좋아하지.. 정말 많이...."

"그래... 그렇구나..."

더욱 강하게 예진이를 끌어 안았다....

"왜그래 오빠?.. 무슨 일 있지?? 그치??"

"아니.. 없어.. 그냥..너무 행복해서 그래...."


예진이는 입에 미소를 가득 담고.. 내 얼굴에 손을 올렸다....

"이쁜 내 사랑... 헤헤.."

"아.. 내가 너 주려고.. 저거 사왔어.. 먹어.."

"뭔데??"

"케잌인데.. 그냥.. 별 뜻 없이.. 분위기 함 띄우자구..."

"와~.. 제법 분위기 좀 타는데???"

"그래??"

우리는.. 조그만 상에.. 케잌에 촛불까지 꽂아두고.. 샴페인 대신.. 맥주를 꺼냈다...

별 뜻 없이 한 나의 조그만 이벤트가...

예진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아.. 원샷이야..."

"그래..."

한순간 한없이 자신의 몸을 태워 불타오르는 저 촛불처럼...

나도 촛불처럼 사랑을 해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 일본안가면.. 다음학기엔.. 같이 수업 듣자.."

"..........."

"왜 대답이 없어??"

"그래... 그러자..."

예진이는 밝게 웃었고... 난 그저 씁쓸한 미소만 지었다



-37- 이별(2)

비디오를 보던 예진이는.. 이미 잠이 들어버렸다...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해 보이는 예진이의 얼굴... 좋은 꿈을 꾸고있는지....

연신 빙긋빙긋 웃는다....

그에 비해 난 좀처럼 잠이 오질 않는다....

[우리애를 놔줘요...]

[그러니까 어리다는 소릴 듣는거야...]

[오빠가 욕심이 커서 그래요....]


머릿속이 어지럽다.....

예진이가 온 뒤로 한번도 피지 않았던.. 담배를 물고....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아...."

난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까?....

내 욕심대로 예진이와 함께 있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까?....

아니면.. 보내주는 게.. 더 좋은 선택일까....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선.. 보내줘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었고...

난 그걸 알면서도.. 그 감정을 애써 억누르려 하는 것이었다....

하늘의 별이 찬란히 빛을 뿜어낸다...

'그래.. 보내 줘야한다.. '

현철이도.. 서연이를 그렇게 좋아했지만.. 용기를 내어 보내줬듯이....

나도 이번엔.. 예진이를 보내주어야 할 차례다....

서연이를 두고 가는 현철이의 마음을.. 나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늘의 별빛도.. 새벽을 이겨 낼 수는 없는 모양이다...

조금씩.. 별빛이 사그라 들면서.. 서서히 주변이 밝아온다....

새벽이 밝아온 것이다....

이제 난.. 무언가 준비를 해야한다...

확실히 예진이를 설득시킬만한 일들을.. 난 꾸며 내야한다...

그게 비록 거짓말이라도.. 예진이가.. 엄청난 상처를 받게 되더라도...

난 해야한다...

예진이를 위해서... 예진이를 위해서 난 반드시 그렇게 해야한다...

수없이.. 반복 된 말들을 되 뇌이며... 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짐 정리가 어느 정도 진척될 즈음...

예진이가 눈을 비비며..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뭐해??"

".........."

"뭐 하는거야??"

"나... 내려 갈꺼야..."

"어딜??"

"일단 집에 갔다가... 갈곳이 있어..."

"무슨 소리야.. 어제 그런 말 없었잖아..."

".........."

"무슨 말이야... 갑자기 왜그래??"

"아무래도.. 나 서연이한테 가봐야겠다..."

"뭐??"

"........"

"좀 알아듣게 설명해봐.. 그게 무슨말이야.. 갑자기..."

"말 그대로야.. 서연이한테 가봐야겠다고...."

"그럼.. 나는?"

"너도 집에 가야지..."

"오늘 나 교환학생 취소하러간다고 했잖아...."

"..........."

"그거 오늘 못하면 기회 없단 말이야..."

"그건.. 너 사정이고.. 난 가야돼...."

"..........."

예진이는 할말을 잃은 듯.. 내 행동을 유심히 살핀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

"말을 해줘야.. 내가 알아 들을것 아니야.. 대답해봐... 무슨일 있었지...?"

"그래!! 어제 서연이 한테 전화왔어.."

"뭐??"

"서연이가 나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나봐.. 그래서 난 가보려고 하는거야...."

"..........."

".........."

"가지마...."

"안돼.. 가야돼..."

"가지 말란말이야!!!!!!!!!"

".............."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예진이... 순간 나의 행동이 멈칫 했지만..

신경 안쓴다는 듯.. 내 손놀림은 더욱 빨라진다....

"오빠.. 나 좋아하잖아... 서연이는 포기했잖아... 그런거 아니었어??"

"........."

"나랑 있어서.. 행복하다며... 오빠한테 시집오라면서.... 그거 다 거짓말이었어??"

"그래...."

"........."

"난.. 서연이가 너보다 소중 하다는걸 어제 알았어.. 그러니까.. 너도 집에갈 준비해..."

"뭐??"

"............."

결국.. 예진이의 눈에는 한아름 눈물이 가득하다.....

내 가슴은... 터져 버릴것만 같았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마음이 약해진다.. 지금이라도... 예진이를 껴안고 싶었다....

가지말라고.. 너만은 가지말라고... 그렇게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하지만....

내 마음과는 관계없이... 내 행동은 더 신속해 질뿐이었다.....




-38- 이별(3)

짜악.....

내 볼에.. 예진이의 손바닥 자국이 깊게 남았다....

"너가... 사람이야??"

"........."

"너도... 나 가지고 장난친거야??"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게 편하겠네..."

"그래... 그랬구나... 너도 다를거 없는 놈이였구나??.... 조금은 다른 사람인줄 알았는데..."

"........."

"적어도 나한테는.. 특별했는데........."

"..........."

"갈게...."

"............"

"가면 될꺼아냐!!!!!!!"

예진이는.. 결국.. 눈물을 한아름 가득 쏟아냈고....

아무런 준비 하나 없이 일방적인 이별은.. 예진이에게 커다란 상처만을 주고....

예진이는.. 내방을 급히 나가버렸다....

동시에.. 나의 온몸에서는... 힘이 쭈욱 빠져나가고.. 현기증마저 생겨...

그대로.. 침대위로 쓰러졌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잘 잘못도 전혀 생각나질 않는다...

그저 머릿속이 하얗다... 마치 백지장 처럼... 하얗다....

얼굴에 미소마져 감돈다..... 너무나도 하얀... 도화지 같은 세상.....

그 안에서... 비가 내린다.... 소나기처럼.. 비가 내리자..

나의 웃음이 사그라든다....

나의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흐른 눈물은.. 그대로...

예진이가 쓰던.. 베개로 떨어졌다.....

아주 천천히.. 한방울 한방울.. 떨어진다.....

예진이가 도화지 위에 그려진다.....

활짝 웃고있는 모습이.. 너무 선명하다...

난..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것처럼... 파스텔톤의 예진이를 보고 있다....

그렇게.. 감각이 무뎌지고... 세상이 흐릿해졌다... 점점..

.............

............

............

............

............


내가 눈을 떴을 때... 제일먼져 눈에 띈건....

지나도.. 서연이도.. 예진이도 아닌.. 엄마의 얼굴이었다...

"아들.. 괜찮아??"

"어..엄마..."

"그래.. 이 녀석아.. 엄마가 걱정했잖아..."

"어떻게 된거에요??...."

"너 정신 잃은걸.. 이 학생이 알려줘서... 아빠랑 같이 갔지..."

"형.. 괜찮아요??"

"......."

"저.. 창현이에요.. 알아보시겠어요??"

"아.. 창현이구나.. 조금 흐릿하게 보여서.. 누군지 몰랐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었어요... 다행이네요.. 그래도.. 깨어나서..."

"아욱... 머리아파..."

"누워있어... 의사선생님이.. 너무 몸이 쇠약해져있데...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취해야 된단다.."

"그래요 형.. 그런데 어쩌자고.. 거기에 계신 거였어요??"

".........."

어머니께선.. 내게 꿀밤을 한 대 쥐어박으시고선.. 나랑 창현이의 대화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셨다....

"형.. 예진이 일본 가는거 알아요???"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어둑어둑해진.. 밤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선 가로등.. 오가는 차들을 바라보며...

유리창 사이로.. 비치는 창현이의 모습을 보았다...

"그래...."

"그럼.. 왜 붙잡지 않았어요????"

"............."

"형.. 예진이한테 거짓말 하신거 맞지요??..."

"..........."

"예진이한테 얘기 다 들었어요... "

"그래...."

"예진이 내일모래면 간데요...."

"..........."

"왜.. 거짓말 하신거에요??"

"그래... 잘된거야... 예진이가 일본 가는건 잘한거지..."

"형.. 예진이 좋아하잖아요... 근데 왜.. 거짓말 하고 보내시는거에요??..."

"..........."

차창 밖에 고정되어있는 나의 시선은 떨어질지 모른다....

"말좀 해주세요... 저한테도 비밀인가요??...."

"비밀??...."

"네...."

"아니.. 이건 비밀이 아니야... 나와 그 분과의 약속이지... 난 약속을 지켰을뿐이야...."

"그분이 누구죠??"

"그건 말할수 없어...."

"형...."

"............."

창현이는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건내지 않았고... 나역시.. 그저 외롭게 차창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내일 모래면.. 예진이가 출국을한다....

그래.. 예진이를 위해서.. 난 최선을 다했다.... 오히려... 이런 상처를 줬으니...

나란 놈을 좀더 쉽게 잊고.. 꿈을 이룰 수 있겠지....

그동안 나도.. 좀더 성숙해져서.. 내가 이루고 싶은 일들을 할 것이다...

이런 상처 투성이인 사랑따윈 더 이상 하기 싫다...

그래.. 모두를 보내고.. 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모두를 위한일이 내가 떠나는 일이라면.. 난 기꺼이 떠날 수 있다....

같이 있는동안 정말 행복했다.. 예진아... 잘 다녀와라....




-39- Ps. I Love You...

입원중인 나는 독방에 갇혀..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예진이도 떠나는 날이다... 그리고.. 개강하는 날 이기도하다...

나도 서둘러 퇴원수속을 밟았다...

이런 답답한 곳에 오랫동안 머무는 건 질색이다....

마지막으로 병원에서의 하루....잠을 이루려 했지만... 잠도 그리 쉽게 오질 않았다....

때늦은 밤... 더 이상.. 병실에 면회도 되지 않는.. 그런 시간...

어머니도 그 누구도.. 나 외엔 존재하지 않는 이 방안....

삐그덕...

문 열림에.. 흠칫 놀랬다....

눈을 감았다....

사람 하나가.. 내 방안으로 들어왔다....

'도..도둑인가'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그저.. 실눈을 뜬 채..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것 외엔....

내 쪽으로 살며시 다가온다...

혹시를 대비해.. 주먹을 움켜쥐고.. 계속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내 쪽으로 다가온 그림자는....

살며시...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

이.. 향기...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다....

"바보... 이렇게... 아플거면서...."

"..........."

"왜... 왜가라고 했어... 바보야...."

"..........."

"나.. 내일 간단 말야....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오빠 보고싶어서 왔어...."

"..........."

"나....생각.. 정말 많이 해봤거든....."

"하루 사이에 변한 오빠를 난 이해할 수가 없어..."

"분명.. 오빠는 무슨 일이 있던거야.... 그치??"

"거짓말 한 거지?? 오빤.. 그럴 사람 아니잖아..."

"............"

"아니.. 그게 정말 사실이더라도... 나 거짓말이라고 믿고 갈래...."

"난.. 정말 오빠를 믿는단 말야...."

"............"

"오빠랑 있던 시간들이.. 참 꿈만 같아...."

"............"

"오빠랑 했던 하나 하나가.. 다 추억으로 남을거야...."

"............"

"오빠가 거짓말을 한 이유...

"정말....궁금하다...왜 그랬는지....

".........."

"그건.. 다녀와서 들을게..."

"오빠가.. 그걸 바라는 거 같으니까...."

"..........."

"하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간호사 언니한테.. 부탁 부탁해서 온 거거든..."

"항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

내 머리를 어루만지던... 예진이의 손은.... 입술에서 멈췄다....

"훗....그리고... 사랑해...."

"........."

예진이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일어나..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

철컥...

문이 닫히는 순간.. 나의 감은 두 눈은 다시금 떠졌고....

일어나 창 밖으로... 다가갔다....

검은 에쿠스 한 대가... 예진이를 반긴다... 예진이의 눈은.. 5층의 내 병실을 향한다...

난 급히 몸을 피했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창 쪽으로 다가설 때...

에쿠스는.. 다시는 오지 못할... 길을 따라... 떠나고 있었다.....

난 뒤늦게.. 차창 밖을... 어루만지며....달빛에 가려진.. 내 눈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조심히 다녀와.... 너 역시..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

이것이 예진이와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40- 개강

병원에서 퇴원수속을 밟았다... 어제의 일이.. 눈앞에 선하다...

지금쯤이면.. 예진이는.. 출발할 준비를 하고있겠지....

퇴원 하는 날.. 현정이가 찾아왔다....

"오빠... 미안해요.. 제가 좀 늦었죠...늦게 소식을 들어서요..."

"풋.. 미안하긴.. 나야말로... 고맙다.. 이렇게 와줘서..."

"몸은 괜찮아요??.. "

"내가 허약한 놈은 아닌데... 요즘 자꾸 병원 신세를 지네.."


병원에서 현정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때 쯔음...

"아뿔싸!!!!"

"왜요??"

"나!!! 수강신청 안 했어..."

"헉..."

"큰일났다.. 어쩌지??"

"벼..별수 있나요?? 오늘 해야지..."

"크윽... 깜빡했어... 젠장.."



부랴부랴.. 병원에서 나와.. 현정이와 함께.. 근처의 PC방으로 들어갔다....

"현정이 넌.. 뭐 신청했어??"

"저... 심리학의 이해랑.. 이것 저것..이요.."

"음... 일단 전공은 다 신청해두고.... 교양이 문젠데..."

"흐음.. 시간이 없는데.. 빨리 결정하세요..."

"심리학의 이해라...."

"어?? 3명 남았어요... 얼른 그냥 신청해요!!"

"에이.. 모르겠다...."

[심리학의 이해 수강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아싸!!"

난 방긋 웃으며.. 현정이를 돌아봤고.. 현정이도 씨익 웃었다..

"오빠.. 하나는 뭐 들을 거예요???"

"글쎄...."

"음.. 이거 어때요??"

"윽.. 난 음악은 좋아해도... 클래식 쪽은 아닌데.."

"어쩔 수 없어요... 수강인원이 남는 게 이거밖에 없는데..."

"에구.. 이번 학기는 망했네..."

"에이.. 오빠 공부 잘하잖아요.. 뭘 걱정해요.."

"잘하기는.. 일단 신청해둬야겠다...."


드디어.. 2학년의 절반도 지나가고... 남은 2학기가 시작이 되었다....

예진이가 없는 이 학교....

서연이와의 오해는.. 서로에게 말 한마디 건내지 못할 정도의 사이로 전락시켜버렸고...

1학기 초 처럼.. 난 맨 앞자리에... 앉았다...

입버릇 처럼.. 항상 새 학기가 시작되면.. 말하시는 교수님의.. 뻔한 스토리를...

가볍게 무시해버리곤...

난 주변을 살폈다..

'아직.. 서연이가 안 왔네....'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기 시작한다....

"김창현.."

"넵!"

"YY"

"네..."

"스댕"

"........"

"스댕??"

"예??아.. 예..."

"딴 생각 하면 죽는다...."

"네...(땀)"

............


...........


"이서연"

".........."

"이서연 안왔나??"

덜컹...

"와...왔어요...헥헥..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문 소리에 놀라.. 뒤쪽의 문을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헉!!


서연이가... 화장을 했다.....

그리곤.. 머리도... 잘랐다... 아주 길어서.. 허리까지 내려오던...

그 생 머리를 자르고... 어깨정도까지만.... 자르니까 더 세련되 보이고.. 훨씬 예뻤다...

무엇보다도.. 놀란 건...

정말.. 화장한번 한적 없던.. 서연이가... 마스카라.. 볼 터치... 등등.....;;

엄청난 대 변신을 이룩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과 전체 그리고 교수님까지.. 입을 벌리고.. 서연이를 바라봤고....

서연이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만 빨갛게 달아올랐다....

조심스레 창현이가... 입을 열었다...

"와.. 너.. 지..진짜 예쁘다..."

"어..?? 고.. 고마워..."

덩달아.. 이놈 저놈... 죄다 실실 웃으며.. 서연이를 바라봤다.....

강의실 안이 어수선해지자... 욱하는 마음에...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야!! 교수님 계신데... 뭐 하는 짓들이야!! 조용히 안 할래???"


아이들은 마지못해.. 시선을 돌렸고..

서연이의 눈이 나의 눈과 마주쳤다....

하지만 애써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술렁술렁 대던.. 분위기는.. 내 외침 한마디에.. 조용해졌다....

"고마워요.. 스댕군...후후.."

"......"

"이서연??"

"네..네?"

"왜 늦었지??"

"아.. 죄송해요.. 조금 늦게 일어났어요..."

"그래... 화장을 하느라 조금 늦었나보군..."

".....죄송합니다....."

"아뇨...예뻐서... 한번 놀려 본 거예요.....하하하하...."

교...교수님...

교수님의 웃음소리에... 다시 술렁대기 시작했고....

애써 나만.. 고개를 쳐 박고 관심 없는 척을 해봤지만....

변한 서연이의 모습이... 낯설기도 했지만.. 뛰는 가슴은

나도 어쩔수 없는...

남자라는 걸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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