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넷 novel(41~50)

상처 작성일 07.08.21 09: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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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41~50)★☆


41- 인기스타


서연이의 변신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인기를 몰고 왔다....

'친위대' 라는 명목아래.. 뒤에서 스토커 짓들을 하는 애들은 물론....

우리 과 후배.. 선배 할 것 없이...

"원래 예뻤던 얼굴인데... 왜 그러지?? 갑자기..."

창현이가 혼잣말로 내뱉었다...

"글세...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나??"

현정이의 말이었다....

"..........."

"형이랑 뭔가가.. 연관돼 있을 거 같은데...(의심)"

"응?? 아..아냐.. 나랑 관계 없는데....(애써태연)"

"에이.. 거짓말.. 오빠한테 잘 보이려고 서연이가 화장한 거 같은데요?? 쿠쿠..."

"그...그럴리 없어... 내가 잘못한 게 얼마나 많은데..."

"..??"

"아..아냐!! 나 먼저 집에 갈게... 나중에 보자~~"

"어...? 형~~ "


서연이의 변신은.. 서연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모르던 사람이야.. 쟤가 화장을 하건 말건.. 별 신경도 안 쓰겠지만...말이다...

거기다가.. 저 짧은 치마는 대체 뭐란 말이냐...

멀리서.. 서연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발 머리를 집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내방...

지금의 나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듯... 방안은 고요하고.. 적막감이 맴돈다....

"후우...."

깊게 한숨을 내쉬곤.. 그 동안 못했던...

컴퓨터를 켰다....

그리곤.. 이 메일 검색을 해보았다.....



(별표)저기요...(별표) 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어라??? (별표)는 지나가 버릇처럼 쓰는건데..... '


하지만 지나는 아니었다.. 발신자 이 메일 주소가 지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팸메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내 손은 마우스로 클릭을 한 뒤였다....

모니터의 화면이 바뀌고...

이 메일의 내용이 모니터 안에 펼쳐졌다....



(별표)저기요...(별표)

혹시 생각 있으면... 저랑 메일 친구 하실 생각 없나요??

음.. 괜찮으시다면.. 답글 주세요...기다릴께요...




메일 친구란건 또 왠 말이냐.... 잠시.. 골똘히 생각을 해보았다....

난 아직 한번도 사진을 찍어.. 메일친구 구한다는 공개 방송따윈 하지 않았다...

물론 그리고.. 채팅 같은 것도 즐겨하는 편도 아니다....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글을 쓴 걸까...

혹시 지나가 이 메일을 새로 등록시키고.. 한 짓은 아닐까?? 아니면 예진이가??....

갖은 상상을 다해봤지만.. 일단은

호기심이 생겨.. 저 사람의 베일을 벗겨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회심의 미소와 함께.. 답 글을 썼다...



(별표)누구신지..(별표)

누구 신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제 주소를 아셨는지요....

아무래도 내부의 소행일 듯 한데...

누군지 딱 감이 옵니다.... 이번 한번은 봐 드릴테니...

앞으로 이런 장난은 삼가 주셨음 합니다....

그럼...



'전송하시겠습니까??'

예를 클릭하고.... 미소를 지었다....

후후.. 얼마나 완벽한 문장이냐... 전혀 알지 못하지만.. 누군지 감이 온다는 표현은..

분명 "움찔"하게 만드는 문장이 되리라....

그리고.. 내 주소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물음에.. 분명.. "그냥 어쩌다 알았는데요..."

라는 표현을 쓸 것이다.. 말이 되는가!! 그냥 어쩌다 안다는게..

분명 그 말은 내 주변 인물중에 하나라는 대답을 하게 되는것이다...후후...

고도의 심리전..v

메일을 보내고....

잠시 여운을 즐겼다... 게임도 하고.. 이것저것.. 인터넷 쇼핑도 하고...

나름대로 여유있는 하루를 즐겼다....

창 밖으로... 가을 이란걸 뽐내듯.. 울긋불긋한.. 단풍잎들이.. 즐비어 늘어서 있다...

"하아.. 정말.. 이젠 가을이구나...."

가을....

4계절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

남자의 계절 가을... 저 푸른 하늘은.. 내 가슴을 넓게 만들어주고....

책 읽는걸 나름대로 좋아하는 나로선.. 더없이 좋은 계절인 가을이었다....

아까 서연이의 모습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았다...

낯설었지만... 그래도.. 다행 인건....

상처받지 않고.... 꿋꿋하게.. 밝은 모습으로... 강의실로 들어온게 참 다행이었다...

비록.. 내가 피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서연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겠다고.. 다시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다....


입대한 현철이가 생각난다...

[100일휴가 나와서.. 안 사귀고 있으면.. 탈영 할꺼예요!!!]


미안하다... 현철아..... 약속을 못 지킬 것 같구나...

서연이는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꺼야....



-42-메일친구 만들기..(1)

요즈음엔.. 그 정체 모를 메일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수업이 끝나면.. 가장 먼저 이 메일을 확인하고.. 꼭 한 통씩 와있는...

그 메일을 보며.. 웃곤 한다...

정말 신기한 것은.. 내가 읽을 때 즈음에.. 편지가 수신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2시에 수업이 끝나.. 2시 30분쯤 읽으면.. 2시 25분쯤에 편지가 온다는 뜻이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알 수 없는 호기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오늘도 지금.. 수업 내내.... 그 생각에 잠겨있는 중이다...

'대체.. 누구지??... 어떻게 내 사생활을 그렇게 잘 알까...'

'흐음.. 수정인가?? 수정이가 장난 치는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해답이 나올 리 없었다... 어느덧 또다시 수업은 어김없이

끝났고.. 오늘은.. [고전음악과 해법강의] 과목의 첫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현정이도 창현이도 아무도 없이 혼자만 들어야 했기에...

지루한 수업이 될 줄 알았다....

책가방을 챙기고... 교양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강의실 앞에.. 서연이가 서있다....

애써 무시하면서... 지나쳐 가려는데.. 서연이의 눈이 나의 눈과 마주친다...

".........."

".........."

둘 사이엔.. 아무런 대화도 오고가지 않았다...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그저 외면한 채... 서로의 볼일을 보러 들어갔을 뿐이다....

내 앞 유리창에 비치는 서연이의 모습은...

고개를 돌려 내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알고 있다... 어떤 말을 해도....

어떤 욕을 해도.. 난.. 모두다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서연이는.. 나에게 욕조차.. 아니 한마디 말조차 건내지 않는다...

상대할 가치 조차 없다는 뜻인가??..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내가 강의실에 들어가서야.. 서연이도.. 뒤따라 자리에 앉는다...

교수가 들어왔고...

교수의 아름다운 피아노연주가 시작이 된다... 출석도... 아무 것도 없었다...

마치 연주회를 온 냥.. 자신의 피아노 실력을 뽐내는 듯 하였다....

아무런 피아노에 대한 지식도.. 이 음악이 좋은 지도 모르는 나도....

교수님의 피아노 연주는.. 굉장하게 느껴졌다...

슬프면서도.. 자신감 있고... 서글프지만.. 극복해내는... 뭔가 알 수 없는 곡이다....

10분 가까이.. 피아노 치고 나서야.. 교수는.. 우리를 보고 싱긋 웃으셨다....


"난 출석을 부르지 않아요.. 혹시 내 수업이 듣기 싫은 사람은 가도 좋아요..."

몇몇 학생들이 가방을 싸고는 당당하게 걸어나간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음악이 좋아서 온 사람들이겠죠??"

하고 말하시고는 다시 한번 싱긋 웃어 보이셨다....

"음.. 이번 곡은.. 여러분들이... 참 좋아할 곡 같은데..."

자리에 앉으신 교수님은....

캐논을 연주하기 시작하셨다....

피아노의 연주가 계속될수록.. 강의실 안은.. 조용하고도 엄숙해졌다....

그냥 MP3로 듣는 것 과는 차원이 틀렸다...

마치.. 내가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 이라도 된 것처럼..

멍한 얼굴로.. 연주하는 교수님이 얼굴을 보았다...

지나의 얼굴이 순간 떠올랐지만...

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얼마 뒤... 교수님의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대 만족의 얼굴로... 박수를 보냈다....

물론 그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교수님은 몇 곡을 더 연주하시곤.. 수업을 마치셨다....




뛰어 들어온 내 방....

내 방에는 여지 없이... 메일하나가 도착해있다....

수업 잘 들었냐는둥.. 뭐..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 뿐 이지만..

이젠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나도 서둘러.. 이 메일을 보냈다...


(별표)오늘은...(별표)

놀랬어.. 전에 내가 말한.. 서연이란 아이와.. 같은 수업을 듣게 됐거든....

아까... 강의실 앞에서 만났는데.. 어색 하더라고..(땀) 하하...

그리고.. 나 음악수업을 하나듣는데...

와~~ 진짜.. 피아노 라는게 그렇게 대단해 보이긴 처음이었어..!!

교수님이 캐논을 연주해 주시는데.....

......

......


나의 메일은 마치 채팅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녀는 나의 메일을 받는 즉시.. 나에게 메일을 띄웠고.. 나 역시 그랬다.....

그러다...

한번은 그 애가 나에게 먼저 채팅을 하자고 제안했다....

솔직히.. 메일 쓰고 보내고 받고 하기 귀찮았던 지라.. 나도 그 제안에 동의했다...

우리는 한 채팅 싸이트에 접속을 하였고.....

그리고 몇 년만에 다시 채팅이란 것을 해보았다....


-43- 메일친구 만들기..(2)

"안녕하세요~(웃음)"

"응..안녕..(웃음)"

"수업은 잘 들으셨어요??"

"응.. 근데 참 신기해.. 넌 내 수업 있는걸 어떻게 알아??"

"헤헤.. 다 아는 수가 있답니다..."

"흐음... 왜 넌 너에 대해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는데??"

"글쎄요.. 알려드리면.. 너무 쉽게 제 정체가 탄로가 나거든요..."

"크.. 어쨌든.. 내 주변인물이라 이거지??"

"그럴 수 있죠..."

"그래도.. 참 기분 묘하다.. 이렇게 채팅 이란걸 몇 년만에 다시 하게 될 줄이야.."

"전..처음 해 보는 거예요..(긁적긁적)"

"그..그래??(땀) 꽤나 시대에 뒤떨어지게 살았었구나..."

"헤헤..."

"넌 나랑 같은 학교니??"

"다른 건 물어보지 않으셔도 되고요.. 딱 하나만 알려 드릴게요..."

"뭔데??"

"음...."

말하는데 상당히 뜸을 들였다... 난 컴퓨터 앞에 바싹 앉아.. 어떤 말이 나올까...

내심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채팅속 주인공은 쉽게 공개하지 않았다...

"오빠 후배라고만 알아두세요.."

"한 두명 이어야지..."

"(웃음)"

그 애와 거의 두 시간 가까이나 채팅을 했고... 정말 할 얘기도 없었지만...

하나둘 얘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참 재밌는 아이였다...

그때.. 마침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형..저 창현 인데요.."

"어..그래.. 왠 일이니?"

"바쁘세요?"

"아니..바쁜 건 없어.. 왜??"

"아뇨.. 오늘 형이랑 술 한잔 하고 싶어서요.. 나올 수 있나요??"

"그래??... 음.. 보자.. 지금 9시니까.. 헉..!! 벌써 9시네..."

"뭐 하셨는데요??"

"아니.. 그냥.. 그래.. 그럼 내가 나갈게.. 어디서 볼까?"

"알잖아요.. 포장마차로 오세요.. 저 지금 거기니까..."

"그래.. 곧 갈게..."

창현이의 전화를 끊고 난.. 채팅속의 그녀에게.. 말을 했다...

"음.. 미안한데.. 나 좀 나가봐야겠다..."

"아..어디가세요??"

"응.. 창현이란 후배가 있는데.. 같이 술 한잔하자고 하네..."

"그래요??.. 음.. 그럼 술 조금만 드시고.. 나중에 봐요..."

"응!! 나 12시쯤에 들어 올께...그때 더 얘기 할래??"

"..........."

"싫어??"

"그..그래요 그럼...12시에 봐요.."

"후훗.. 그래.."


난 컴퓨터를 잽싸게 끄고.. 지갑을 챙겨.. 창현이와 약속한 포장마차로 나갔다...

창현이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 날 만나자고 했을까?...

이미 꽤나 마신 목소리 같았는데...

가을이라 그런지.. 날씨는.. 조금씩 쌀쌀해진다...

저녁이라 .. 바람이 매우 차다...

예진이는 잘 있을까?.... 감기는 걸리지 않았을지.....



-44- 거짓말 그리고 사실

들어간 포장마차 안에는.. 이미 소주 3병을 비운.. 창현이가.. 혼자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창현아.. 뭘 벌써 그렇게 마셨냐??"

"어?? 형 왔네요... 후후.. 여기 앉아요..."

"그래..."

"아줌마.. 여기 소주 2병이랑.. 닭발 한 접시 더 주세요..."

"무슨 일 있니?? 왜 그래...?"

"............"

"말을 해야 형이 알지 임마..."

"오늘 예진이 한테 전화 왔었어요...."

"!!??"

"형한테는 연락 온거 말하지 말아달라고 하던데...."

"그..그래?? 연락 좀 하지.. 예진이 녀석..."

"형.. 분명 무슨 일 있었죠???"

"............"


마침.. 소주가 나왔고.. 난 한잔 가득 따라... 들이켰다...

"캬.. 간만에 마셔서 그런지.. 잘 받는데...."

".........."

그렇게 난 5잔을 들이켰다.... 안주 없이...

"형.. 그만 마시고 얘기 좀 해봐요.. 거짓말 했다는거 다 알아요..."

"........."

"형.. 나한테 만이라도.. 제발 솔직해 주시면 안돼요??"

"그게.. 그렇게 궁금해??"

"........네...."

"하아....그래..."

나와 창현이는 한잔씩 더 마시고서.. 나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방학중 있었던 일 모두다 말이다....

예진이가 처음 찾아온 일.. 도중에 서연이가 찾아 왔던 일.. 그리고...

예진이의 어머니의 부탁까지도.... 빠짐없이....

".............."

".............."





"난.. 어쩔 수 없었어... 그게 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거든...."

"예진이.. 어머님이.. 그러셨다 구요??"

".........."

"하아... 정말 생각도 못 했네요... 예진이도.. 그 사실을 알면..."

"절대.. 얘기해선 안돼..."

"물론이죠...걱정 마세요..."

"예진이.. 잘 지낼거야... 거기서도..."

"......예진이.. 거기서 대학교 4학년까지 다니고서야 온데요...."

"........그래... 잘됐네... 예진이가 하고싶어 하던 건데..."

"형...형은 어쩌시려 고요..."

"나?? 나야 뭐.. 그냥.. 이렇게 살면 되지 모...후후..."

"그래서.. 서연이랑도 얘기도 안하고.. 서먹 서먹한 거였어요??"

"뭐.. 그렇지.. 서연이도... 나한테 실망 많이 했을 테니까.. 뒤통수 맞은거 잖아...하하.."

"............"

애써 웃으면서 말해봤지만.. 내 손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고....

애꿎은 담배와.. 술만 비워나갔다... 이미 둘이서 8병째....

"제가.. 서연이 오해 풀어볼게요... 얘기 잘하면.. 알아 들을거예요..."

"그러지 마라... 요즘 서연이.. 인기도 좋고.. 남자친구도 생길거 같던데..."

"남자친구요??.."

"뭐.. 흔히 그러잖아.. 여자가 변하면... 남자 생긴 거라고...흐흐.."

"하긴.. 요즘 서연이가 변하긴 했죠...."

"응.. 예쁘더라..."

".........."

"하아...."

"후회 안 하세요??"

"하고있어.. 후회..."

".........."

"근데.. 어떤 후회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네??"

"예진이를 보낸 것에 대해 후회를 하는 건지....."

"......."

"예진이를 선택한 것을 후회 하는건지...."

"..............."

"이런 우울한 얘기 해서 뭐하냐.. 이제 그만 하자... 나도 이제 혼자 편히 살아 보련다...."

"형... 서연이랑 오해 풀고.. 서연이랑 다시 잘 해볼 생각 없어요??"

"아니... 그럼 영락없이.. 바람둥이 소리 들을걸?... 예진이 간지 뭐 얼마나 됐다고..."

"원래.. 전부터 형이 좋아했던건.. 예진이가 아니라.. 서연이였잖아요...."

"............."

"서연이도.. 형 좋아했구요.. 그래서 현철이가 포기한거 아니었나요??"

"너가.. 그건 어떻게 알아??"

"현철이가.. 형 이랑도 친했지만.. 제 제일 친한 친구기도 했어요...."

"그렇구나.."

"서연이 오해는 제가 풀어 드릴게요..."

"아니 됐어.. 헛 수고하지 말고.. 너나 여자친구 만들어..."

"저요??.. 아 저는.. 괜찮아요... 이미 맘에 드는 사람 있는걸요..."

"후후..그래?? 누군데?? 에이 이놈 바람둥이네.. 예진이 말구 또있어?? .."

"조만간 아시게 될 거에요..."

"그래.. 나 때문에.. 신경 써 주는것도 고마운데.. 난 너희들이나 잘됐으면 한다...."

"......."



"너무 마셨다.. 일어나자 이제.... 너도 들어가 봐야지..벌써 12시다..."

"......."

뭔가 할말이 있는 듯 하는 창현이의 팔을 일으켜...

계산을 하고 나란히 밖으로 나왔다....

나보다 더 침울해 하는 창현이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임마.. 내가 죄를 졌으니까.. 죄 값을 받는거야.. 너가 괜히 왜 분위기 타고 그래..."

"형이 너무 안됐잖아요..."

"임마!! 내가 뭐가 어때서.. 흐흐.. 이렇게 멀쩡한데..."

".........."

"후훗..짜식... 고맙다.. 그래도.. 신경 써줘서..."

"........."

창현이와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그래도 이렇게 나를 챙겨주는 창현이.. 현정이... 너무 고맙다...

현정이???

아!! 혹시.. 채팅속의 그녀가 현정이가 아닐까?.. 늘 나한테.. 도움이 되는 현정이 였는데..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걸었다...

가을 밤의 날씨가 참 차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진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쌀쌀하진 않을텐데...'

예진이의 온기가 그립다... 예진이의 모습이.....

아직은... 아직은.. 예진이가 내 마음속에서 내가 힘들 때 곁에 있어주던 예진이가...

지나를 밀어 낸 채로.. 가슴속 한구석을 차지해버렸다




-45- 흔들림

창현이와 헤어지고 1시가 가까이 되서야.. 난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어질어질 해서.. 앞도 제대로 가누질 못하는 가운데...

제일 먼저 집에서 한일은...

컴퓨터를 키고.. 그 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일이다....

'아.. 한시간이나 지나버렸는데.. 기다리고 있을 리가 없지....'

채팅창을 켜려다..잠시 멈추고.... 음악을 켰다...

요즘은.. 옛날에 비해.. 슬픈 음악들을 찾게된다.. 몸도 정신도.. 약해 지다보니...

아무래도 슬픈음악으로써 내 마음을 달래는 것 같다...


'이런게 카타르시스라고 하는 건가??'

음악이 흘러나오고.. 난 샤워를 하기 위해 샤워장으로 들어가....

따뜻한 물에.. 몸을 녹였다....

따뜻한 물이.. 내 온몸을 감싸자.. 그 동안의 피로가.. 다 풀리면서....

술기운이 확~ 올라왔다....

"우욱.. 어지러워..."

머리를 잡고... 비틀 비틀대다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았다...

초췌한 얼굴만이.. 보일 뿐.. 깊이 새겨 들어오는.. 이 허전함...




샤워를 마치고... 주방으로 들어가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2시다...

가스레인지에 물을 올리고...

홍차 한잔을 준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아까.. 접속하려던.. 채팅사이트에 접속했다....

술기운 때문에 그런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약 대신... 홍차를 마시고...

모니터 화면을 보았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요??"

라는 쪽지가 모니터 화면에 띄워져있다..... 아.. 이런.. 자고 있던게 아닌가???

"미안... 술이 조금 과해서.. 샤워 하고 왔어.. 없을 줄 알았는데..."

"약속도 안 지키고.. 너무해요..."

"아..미안..."

"얼마나 마셨는데요??"

"글세... 둘이서 11병인가???"

".......바보같이... 왜 이렇게 사람을 걱정시켜요..정말..."

"뭐??"

"아...아뇨.. 그냥 조금 걱정 했다고요.. 너무 늦게 들어오니까..."

".........."

"무슨 얘기했어요??"

"응?? 그냥.. 우리 과 라고 했으니까... 예진이랑 서연이란 아이 알지??"

"........네..."

"그 둘 얘기 하고 왔어..."

".............."

"그리고.. 나 너 누군지 알 것 같아...."

"맞춰보세요..."

"현정이지??.."

"................"

"아냐??"

"맞다고 생각하면.. 맞는거죠 뭐..."

"흐음.. 아닌가?? 맞는거 같은데...에이 몰라 그냥 현정이라고 생각하지 뭐...."

"..................."

"하아.. 현정아.. 오빠 정말 힘들긴 힘들다...."

"뭐가요??"

"전에 너가 한말 있잖아...."

"어떤 말이요??"

"내가 어중간하면.. 둘 다한테 상처 준 다는말..."

"............."

"그냥.. 요새 그런 생각이 들어... 차라리 혼자 있을걸... 괜히...."

"왜 그런 생각을 하는데요??"

"몰라... 그냥 지나나 바라보면서.. 그냥 그렇게 살걸..."

".........."

"시간을 돌리고 싶다....에효...."

"에이.. 그럼 오빠는.. 저 만난 것도 후회한단 소리예요??"

"후훗... 글쎄다... 그럼 너가 너무 기분 나쁘겠지??"

"힘내요.. 오빠...그리고.. 다 잘 될거예요...."



"예진이.. 일본 갔어...."

"네????"

"예진이 일본 갔다고.... 4학년까지 일본에서 다니다가 온단다...."

"..............."

"후~~"

"왜 보냈어요??"

"그게 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진짜..."

"............"

"그 얘기들을.. 오늘 창현이에게 했지... 후후..."

"아....이젠 그럼 어쩌실 거예요??"

"뭘??"

"뭐.. 누구 좋아한다거나.. 이제 그런 사람은 없는 거예요??"

"응.. 이제 다시는.. 아니지.. 대학을 졸업하구..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

"더 이상.. 이렇게 힘들기 싫다...."

"............"

"벌써.. 지나도 잃었고... 예진이도 잃었고.... 그리고.."

"그리고??"

"서연이 에게도 상처를 줬고.... 아마도 나한테 큰 실망을 했겠지..."

"흐음..."

"정말 이젠.. 혼자서 살래... 혼자서 여행도 하고.. 영화도 보고.. 후후.."

"........."

"히유~~ 오늘 이래저래 쌓아 뒀던 말들을 뱉으니.. 속이 시원하네... 헤헤..."

".....속은 괜찮아요??"

"아니... 속 쓰리다...아파..."

"푸훗.. 오빠..또 홍차 마시죠??"

"헉!! 어떻게 알았어??"

"제가 오빠 방에 몰카 설치해 뒀거든요...후후..."

"헉!!"

"두리번댄다고 제가 보이나요??? 후훗..."

"너 대단한 녀석인데??(땀)"

"그마만큼 오빠에 대한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음...이건.. 너무 지나친 거잖아!!"

"헤헷.."

"음.. 시간도 너무 늦었고..하니까.. 내일 보자...몸이 조금 피곤하네.."

"그래요 그럼.. 안녕히 주무시고... 꼭 제 꿈꾸세요....후훗.."

"니 꿈이라.. 아직 한번도 니 꿈은 못 꿔 봤는데... 노력해볼게..."

"(웃음)"

"잘자... 좋은 꿈꾸고...내일 연락할게.. 점심이나 같이 먹자..."

"네???아..아뇨..그러실 필요 없는데..저 내일 바빠요.."

"그래??.. 그럼 수업시간에 보자....시간 나면 연락해.. 밥 사줄게..."

"네...(웃음)"


접속을 끊고... 침대 위에 누웠다....

창현이와... 현정이... 그 둘에 오늘 정말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고민을 얘기하고.. 또.. 속 시원하게 말하고 나니...

한결 기분이 풀렸다.....

그리고 아까 현정이와 얘기 한 것처럼... 앞으로 혼자 살 것을.. 조금은.. 걱정해야겠지...

날씨가 이렇게 쌀쌀해 지고 있는데....


-46- 가슴앓이..(1)

그후로 몇 주가 지났다...

날이 지나가는 만큼.. 날씨도 꽤나 추워졌다...

이젠.. 어느 정도 두툼한 웃옷을 걸쳐야 밖을 나다닐 정도가 되었으니까....

교양 수업 가는 것이 두렵다... 아니.. 조금은.. 마음이 아프다...





어제... 서연이가 강의실 앞에서.. 한번도 본적 없던.. 웃음을 짓고 있었다...

손에는 꽃다발을 들었고... 그 앞에는..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서있었다...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남자는 서연이와..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이 걸었고... 그리고... 그 횟수도 점차적으로 늘어났다....

'한 두 번은..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러번 계속되다보니.. 조금은 마음도 아프고... 서연이에게.. 말 한번 못 붙여보는...

나로선...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었으리라....

그 뒤로 나는... 그 강의실의 후문으로 들어간다....

그리곤.. 구석에 앉아.. 음악감상만 하고.. 곧바로.. 후문으로 다시 나온다...

그렇게 하면.. 서연이랑 마주치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나와 모든 수업이 똑같은.. 서연이다 보니....

한 두 번씩 마주 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 이상 나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는 서연이가.. 내심 야속하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오해라고... 말을 해보고 싶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알다시피.. 서연이는 너무 변해있었다...

지나가 순식간에 변했던 것처럼.....

하지만 지나와 서연이를 비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나는 나의 여자였고... 서연이는 내가 바라보던 여자였으니까....

그럴수록 예진이가 더욱 그립다....

예진이도 나를 원망하고 있을까?... 자신을 보낸 것에 대해....

한번도 연락이 없다... 나의 거짓말이... 예진이는 궁금하지 않다는 건가??....

아니면... 더 이상 알 필요가 없는 걸까?....

혼자 사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행복에 감춰진.. 외로움을 애써 알아채지 못한 것 일 것이다...

막상 행복이란 것이... 눈앞에서 사라지니까.. 다시 찾아드는 외로움은...

그걸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오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던 서연이가... 핸드폰문자를 받고....

밖으로 나간다... 나도.. 크게... 마음을 굳히고... 화장실 가는 척... 하면서....

서연이 곁을 지나갔다...

서연이는 문자에만 신경 쓰는 듯.. 나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고...

화장실에 들어가... 서연이의 통화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보세요??"

"어...왠일로 문자를 보냈어??"

"아.... 그래..."

"오늘?? 아니 시간 있는데??"

"정말이야??? 그때가 오빠 생일이라고??"

"그럼 선물이라도 하나 준비해야 되나??..."

"히유.. 글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지 뭐...."

"응... 그래.. 아무튼 고마워... 나중에 시간 나면 밥 사줄게..(웃음)"

"그래.. 내일 보자~~"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서연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생일... 그 사람의 생일일까?....

기운이 쭈욱 빠졌다..... 이제 서연이에 대한 미련마저도.. 포기해야 하는데....

창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창현아 수업 끝나면.. 내 가방 챙겨서 가져다 주라... 오늘 술 쏠게...]

그리곤.. 목적 없이 행방 없이... 그냥 걸었다...



-47-가슴앓이..(2)

집에서 한숨 푸욱 자고 있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소리에 놀라..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 뭐 하길래.. 전화 늦게 받아요??"

"어.. 미안 좀 잤다..."

"에효.. 술 산다면서요... 어디 에요??"

"어.. 집이다... 어떡할래? 내가 나갈까 아니면 니가 올래??"

"글쎄요.. 그때 거기 가서 마실래요?? 아니면..."

"그래.. 그럼 그리로 와... 포장 마차집.. 후후후...."



다시 찾은 포장마차...

부쩍.. 요즘은 술 마시는 횟수도 늘어나는 것 같다...

이제 이 주인집 아주머니도.. 우리를 알아보신다.. 가끔은 서비스도...크크..

"무슨 일이에요??"

"응?? 그냥.. 요즘 술이 땡겨서... 후후후후..."

"서연이 때문에 그러죠???"

"아..아냐!!임마..(당황)"

"분명 신경 쓰일 거예요... 수업이 다 같으니 신경이 안 써지겠어요?...흐흐흐..."

"음... 그..그래??"

"제가 도움이 되는 말 하나 해드리자면..."

"응??"

"그 녀석이랑 사귀는 관계는 아니에요... 친구래요 친구..."

"..........내가 어떻게 해야되냐???"

"글쎄요.. 일단 사실을 이야기 해야겠죠... 찾아 온건 예진이 였으니까...."

"그래도.. 난 예진이를 선택했는데??..."

"그래서...일단 중요한 건 오해를 푸는 거겠죠??"

"후우...."

"예진이가 일본간 건.. 정말 어쩔 수 없던 일이에요... 자책감 같은 것 같지 말아요..."

"에이 몰라~~~ 몰라 몰라 몰라..."

"(땀)"

"술이나 마시자... 에라~~"


오랜만에 나의 걱정보다는.. 창현이의 여자친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여자가 누군데? 흐흐.."

"현정이요...."

"켁.. 현정이였어??"

"네... 하는 짓이 너무 귀엽잖아요.. 잘 챙겨주고..."

"하긴.. 잘 챙겨주기는 한다만.. 귀여운 건....좀....아닌데.."

"흐흐.. 형이 몰라서 그래요..."

"뭐.. 아무튼 잘 해봐라... 그러고 보니.. 현정이랑 나 요즘 채팅 한다..."

"켁.. 무슨 채팅이요..."

"있어.. 그런게.. 흐흐.. 둘만의 비밀이지..."

"어라?? 나한테는 그런 말 없었는데.. 걔 메신져도 없고.. 이 메일도 안 쓰는 앤데.."

"뭐?? 이 메일도 안 쓴다고??"

"네... 안 그래도 저도 물어봤죠.. 메일 주소 좀 알려 달라고.."

"그랬더니?"

"자기는 메일 잘 안 쓴다고.. 그냥.. 전화 하래요.."

"헐...그럼 대체 누구지??"

"엥?? 무슨 말이에요??"

"몰라 언젠가 부터... 나랑 메일친구하자면서 먼저 메일을 보내더라고..."

"그래서요??"

"그때는 맨날 맨날 메일 쓰다가.. 요즘은 채팅으로 바꿨거든..."

"호오..대단한데... 형이 뭐 다른 싸이트나 그런데다가 글 같은거 남긴 건 없고요? 사진이나."

"내가!! 애냐?? 그런 짓이나 하게...그리고 자기가 자기 입으로 내 후배래..."

"현정이 아닐 거예요..."

"몰라..."

"대체 누구지???"

"몰라 임마~ 술이나 마셔~~"


창현이와 또다시 술을 진탕 먹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림길에서 여지없이.. 창현이와 헤어져야했고...

창현이는 가기 전에.. 맘속 한구석을 베어 버리는 듯 한.. 한마디를 던졌다...

"형.. 서연이 잡아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 다가오는데...."

"크..크리스마스...."

커플 최대의 명절... 크리스마스.... 아윽...

"그...그래... 알았다..."

살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사라지는 창현이 녀석...

'현정이를 좋아한단 말이지....'

나도 모르게 씨익 웃음이 나왔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서연이와의 관계는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갈수록 서연이는.. 그 아이와.. 만나는 횟수가 잦아졌고...

마치 나를 의식하는 듯.. 내가 있는 곳이라면.. 더욱 잘 웃는 것 같았다...

소극적인 서연이라.. 남자들하고.. 저렇게 웃으면서 대화를 잘못하던 아인데...

말 한마디 걸면.. 얼굴이 빨개지던.. 옛날의 서연이가 아니었다....

서연이도 서연이 지만.. 나도 이상하다...

그런 서연이를 볼 때마다.. 계속.. 누군가가.. 내 심장을 바늘로 쿡쿡..쑤시는 것처럼...

자주 따끔 따끔거린다...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계속될수록.. 아픈 횟수는 많아졌고...

그 강도도 점점 세졌다....

난 정말..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서연이도 사실을 알게되고...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전처럼 나를 좋아해 달라고는 바라지 않겠다...

그저 그냥.. 맨 처음 때처럼.. 말이라도 좀 하고 지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저 그거면 된다고....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그 정도에서 분명 끝나지는 않을 법...

나의... 불안과... 이 엇갈리는 운명은...

결국.. 아무 것도 해결하지도 못 한채... 그렇게 점점 크리스마스는 다가 오고있었다....




-48- 채팅속의 그녀

나의 아픔과 엇갈리는 이 상황을 유일하게 잊을수 있는 시간은..

바로 채팅속의 그녀와 대화할 때 뿐이었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서연이의 모습 예진이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아도 될...

그런 시간...

오늘 처럼 일요일 같은 경우는 특히 나에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지금도 여지없이.. 그녀와 채팅중이다...

"아하하하..그래서요??"

"뭘 그래서야... 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지...떠들지 말라고..."

"후훗.. 오빠도.. 질투 같은게 있나봐요...?"

"쳇.. 내색은 안 해도.. 남자들도 질투한다고!!"

"그렇구나..."

"하긴 그날 봤을 때 서연이가 예쁘게 하고 오긴 했더라..."

"그런가?? 저는 잘 모르겠던데..."

"흐음.. 그래?"

지금은.. 개강 하던날.. 서연이가 화장을 하고 온 사건에 대해.. 얘기하던 중이다...

나의 심정을 가장 솔직히 얘기할 수 있는 그녀...

그녀 또한 자기 얘기 보단 내 얘기를 잘 들어준다... 항상.. 음악 같은것도..

공유하여 같이 듣기도 하구... 영화도 공유해서 서로같이 봤다...


"저기.. 근데.. 아직도 니 이름이나.. 너에 대해 물어보면 안돼??"

"음..너무 곤란한 질문인데요??"

"하다못해.. 우리 과 라고 했으니.. 얼굴한번은 봤을 텐데.. 정말 현정이 아냐??"

"글쎄요?? 저는 오빠 자주 봐요.. 수업 때마다 꼭꼭 보는걸요??"

"흠...그래??.. 얼굴 없는.. 알 수 없는 소녀라...."

"하긴.. 오빠가 상상하는 사람은 절대 아닐거 라고 생각해요..."

"왜??"

"글쎄요.."

"대단하다.. 심리학을 배우는 학도로써.. 도저히 감이 안 잡혀..."

"후후..그래요??"

"심리학이 제법 힘들더라고..."

"(웃음)"

"에혀...다음주가 시험인데..어때?? 잘 볼 자신은 있어??"

"글쎄요... 오빠가 공부 잘하니까.. 또 1등하는거 아니에요??"

"몰라..저번에 서연이가 1등 했잖아...이번엔 안 질꺼야.."

"흐음....오빠는 어떤 대화를 하던.. 서연이란 이름이 꼭 나오네요..."

"아.. 그런가?? 기분 나빴다면 미안.."

"아뇨...그럴 필요까진......근데 왜.. 서연이란 사람에게 먼저 사과를 안 해요??"

"모르겠어.. 너무 거리감이 느껴져... 요즘엔.. 다른 사람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구..."

"................."

"뭐 마땅히.. 오해를 풀 방법도 없고..."

"오해요??"

"응.. 서연이가 좀 크게 오해를 하고 있는데.. 기회가 없으니까 뭐..."

"............"

"하아.. 너는 남자 친구 있어?? 이것도 물어보면 안되나??"

"아뇨.. 남자친구는 없는데요.. 관심 있는 사람은 있어요..."

"그래??.. 너도 힘든 사랑을 하는구나..후후..."

"그러게요.. 저도 자꾸 꼬이다보니까.. 화가 나기도 해요..."

"후훗.. 여자들이랑 남자들이랑 이런 면에선.. 조금 닮았네...그치?"

"네.."

"곧 있으면.. 크리스마슨데.. 너도 빨리 준비해야지.. 안 그래??"

"아아.. 크리스마스.. 올해도.. 혼자서 있어야 될 거 같은데..."

"그래도.. 일단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으니까.. 한번 고백이라도 해봐..."

"안돼요..."

"에이.. 밑져야 본전이잖아... 한번 잘 해봐.."

".............."

"나는.. 아마도 친구들이랑 스키장을 가지 않을까 생각 중이야..."

"아..이번에는 집에 가시나요??"

"무슨 말이야??"

"여름 방학 때는.. 여기 계셨잖아요..."

"그걸 어떻게 알아??"

"네?? 아.. 그게 그냥 어쩌다보니.. 선배님들에게 들었어요..."

"그래?? 음... 이번에는 여기 있어봤자... 뭐 소용도 없고.. 그때도..."

"네..."

"예진이네 부모님이 여행을 가셔서 .. 예진이가 우리 집으로..놀러 온 거거든.."

"........."

"그때 짐 다 싸고.. 집으로 도망갔어야 되는데....쳇"

"그럼..예진이란 사람이 먼저 온 거예요?? 오빠가 부른게 아니고요??"

"음.. 솔직히 말해서.. 예진이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안됐다 싶어서.. 허락해 줬지"

"........"

"예진이와 추억도 많이 생겨서 나쁜 선택한 것 같지는 않은데.. 서연이가 좀 걸린다..."

"............"

"예진이가.. 우리 집에 있으면서.. 나한테 참 잘해줬어..."

".........."

"나두 그 덕에... 예진이를 많이 좋아하게 됐고.... 그때 내가 힘들었을 때거든..."

"........"

"지나 때문에.. 참 많이 힘들었었는데.. 내 옆에 있어준 게.. 예진이라... 나도 모르게...

예진이한테 고맙고... 기댈 수가 있어서.. 많이 좋아하게 된 거 같아"


"저번에 채팅할 때 예진이 일본 갔다고 말한 날..그래서 힘들어하던 거였어요??"

"응??.. 아 그랬었지..."

"네..."

"어..예진이가 일본 가는 날.. 난 병원에 있었고... 예진이도.. 나의 거짓말에... 상처를 입고...

그렇게 일본으로 가버렸어... 난 현정이 말대로...."

"..........."

"예진이와 서연이.. 둘다한테 상처를 준거지...."

"............"

"그래서... 저번에도 말했지만.. 다시는 누구 좋아하게 될까봐 두려워진다...."

"또 이런 일이 반복될까봐요??"

"응...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도.. 친구들이랑 지내려고...."

"네...."

"전역한 친구들 몇몇 있으니까.. 같이 스키장가야지.. 헤헤..."

"그래도 다행이에요.. 그런 오빠 마음.. 서연이도 알게됐으면 좋겠어요...."

"아냐.. 오히려 알게되면.. 서연이가 혼란스러워 할거야.. 벌써 2~3달이나 지나버렸어..."

"그런가?... 아무튼.. 오빠 너무 안됐네요..."

"불쌍하긴.. 그래도 아직 나 인기 많아!! 왜이래~"

"푸훗.. 그래요??"

"응!! 아직 나 좋다는 애들 많아!!!"

"에이.. 거짓말.. 누구 있는데요??"

"음.. 현정이!!"

"창현이랑 사귄다던데..."

"어라...!! 그건 또 니가 어떻게 알아!!"

"친구니까요.."

"대체 너의 정체가 뭐냐!! 혹시 정말 현정이 아냐?? 미치겠네..."

"그럴지도..."

"예진이 일리는 절대 없고... 일본에 있으니까....."

"우리과 여자애들이 20명 가까이 되니까... 서연이, 현정이 제외하면.. 18명중 하나네!!"

"(웃음)"

"음.. 좋아.. 조만간 밝혀내겠어!! 그리고.. 악랄하게 처단해 버려야지...후후..."

"어?? 절대 못 알아 내실껄요??"

"솔직히 나도 자신은 없다...헤헤..."

"(웃음)"

"어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나 잠깐 나가봐야겠다..."

"슈퍼 가실 시간이라 구요?? 음.. 반찬 사러가나??"

"어..어떻게..."

" 잘 다녀오세요... 나중에 메일 남길께요...."

"그래...(긁적)"


채팅속의 그녀는 나에게 큰 활력을 주었고..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궁금해져갔다...

나에게 이런 큰 관심을 가져주고.. 나의 사생활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

항상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나의 고민 근심을 잊게 해주는 사람...

난 바로 이런 사람이 필요한데.....






-49- 겨울방학

시간은 물처럼 흐르고.. 기말고사도 어느덧 막바지를 달리고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난다면.. 마찬가지로.. 겨울방학이 다가온다는 소리...

마지막 시험은.. 교양 [고전음악의 청취와 그 해법]



젠장... 이 교수님은 피아노만 쳐댔지... 아무것도 이론 수업한 게 없는데...

대체 무슨 시험문제가 나올지... 벌써부터... 강의실 안은 북적대기 시작했다...

나도 선배들한테 받은... 예상시험지를 읽어보며...

하나둘 공부해 나가는 중... 교수가 등장했다...

"자아.. 여러분 오늘 시험 날이죠??"

"네.."

"1분이면 풀만한 문제들만 제출을 했으니까.. 잘 듣고 적어주시면 되요..."

교수님은 빈 시험지를 한 장씩 돌려주시더니...

음악을 하나 틀어주셨다...

아... 이 음악은 사계다... 4계절 중에서도 겨울테마...

지금이 겨울이라 그런지... 분위기는 더 엄숙했다...

"자아.. 이 곡을 잘 들어주시고.. 느낀 대로.. 적어주시면 되요...쉽죠??"

아주 간단한 시험이었다...

난 나의 느낌.. 그대로를 약간이 시적인 분위기로 표현하여...

순식간에 적어냈다.....

내가 일어남과 거의 동시에.. 서연이도 다 썼는지.. 내 뒤를 따르고 있다....

교수님께 내 답안지를 제출하자...

교수님은.. 빙그레 웃으시더니만.. 답안지와..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신다...

"뭐 잘못 됐나요???"

"아뇨...그냥.. 글을 잘 쓰는거 같아서 한번 봤어요..."

"아... 감사합니다..."

"학생.. 컴공과에요??"

"예...."

"음.. 그렇군요..."

질문한번 하시더니..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시곤.. 계속 웃고 계신다...


"대..대체 왜 그러시는지..."

"아뇨.. 수고했어요.. 방학 잘 쉬고.. 다음 개강때 봅시다...."

"예??아 예에..."


'다음 개강때 다시 보자는 소리는..또 들으라는 소린가???'

난 인사를 꾸벅하곤... 강의실 밖으로 나왔다....

아~~ 드디어.. 겨울방학이로구나.... 이젠... 3학년이 되고.... 하아....

어느덧 지나가 떠나간지도.. 거의 1년.... 예진이가 간지도 5개월 가까이...

그만큼.. 난 혼자에 다시 익숙해지고 있다....

겨울이지만.. 제법 따뜻한 날씨에...

난 담배를 하나 물었다....

"후우우웁... 후우...."

"저어...."

뜻밖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오빠.... 잘 지냈어요??"

"으..응?? 켁켁.. 어.. 그..그래..."

"너무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한 학기 내내 같은 수업 들으시면서..."

"(땀)"

"한번도.. 인사도 안하고.. 그냥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쳐 가시고..."

"응? 아.. 난... 너 남자친구랑 같이 있어서... 괜히 부담되고.. 방해 될까봐..."

"잠시 시간 있으시면.. 얘기 좀 할래요?? 마지막 날인데...."

"뭐?? 아.. 나 빨리 짐 싸서.. 집에 가야 하는데..."

"5분도 안되나요?..."

"아.. 뭐.. 그게... 꼭 해야 될 말이 아니면.. 그냥 갔음 하는데...."

"..........네..."

또.. 서연이의 얼굴은..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그..그래 5분이면.. 뭐... 가자..."

"정말요??....헷.."

1학기때 자주 가던...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았다....

인문대쪽 벤치 말이다....

공대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길이기도 하구.. 주위의 시선도 애써 피할 겸...

내가 다시 찾은 이유다....

"5개월 동안.. 정말.. 전부 다 같은 수업 받으면서... 말 한번 못해 봤네요 우리..."

"그러네.."


왠지 서연이 입에서 나온 [우리] 라는 말에.. 가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곤.. 벌써 이렇게 다시 겨울방학이 왔고요...."

"그러게..시간 참 빠르다..."

"뭐하고 지내셨어요??"

"그냥...뭐 예진이랑..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하고..."

항상..이렇다... 또 거짓말...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 낸다....

"예진이는 잘 안보이던데... 어디 갔어요??"

"응?? 아.. 예진이 뭐 시험도 안 끝났고.. 이번 학기엔.. 조금 바쁘더라고.."

"예진이랑 사귀시는 거예요???"

"어??...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서연이의 눈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선한 눈빛...

화장으로 멋을 낸 서연이는..

정말.. 다시 보고 또 다시 봐도.. 예뻤다...


"화장.. 예쁘게 잘한다..."

"네?? 아 고마워요...."

"근데 넌.. 화장 안하는게 더 예쁜데..."

"........"

"아니.. 뭐 내 입장에선 그렇다는 말이지..하하..."

"........"

"아니.. 신경 쓰지마.. 그냥.. 내가 헛소리 한 거야...."

"아뇨... 그냥..옛날 생각이 나서요..."

"응??"

"오빠는.. 저 안보고 싶었어요??"

"그..그게..."

"후우... 그때 그렇게 집에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요??..."

"........"

"저는.. 정말 오빠가 보고 싶어서 찾아간 거였는데...."

"........."

"무슨 말 이라도.. 해봐요... 변명이라도.. 오해였다고 말해도.. 다 들어 줄테니..."

"........오해는 무슨.. 니가 본 그대로야...."

"........"

"난.. 예진이랑 잘 지내고 있고... 그리고.. 예진이 좋아하고...."

"진심인가요??"

"..........."

"오빠가.. 저한테 잘해 주시던 거... 다 연기였어요??"

"........."

"엠티 때서부터... 지금까지... 다... 거짓말이었던 거예요??"

"글세...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어... 너무 힘들다..."


나도 더 이상의 거짓말은 할 수가 없었다....

거짓말로 이미.. 너무 많은 죄를 져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의 거짓말을...

하면... 도저히 나조차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 버릴 것 같았기에...


"나도..모르겠어... 내 마음이 뭔지...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내가 뭘 원하는지.."

"............"

"내가 지금 변명을 해도.. 아무것도 달라질 것도 없잖아...."

"달라질게 왜 없어요...?"

"뭐가 달라지는데??.. 넌 다른 사람 좋아하고... 난 어차피 혼잔데...."

"............"

"그냥.. 나한테..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제발...나 혼란스럽게 하지마....."

"오빠...."

"너가 이미 다 아는 것 같은데.. 예진이.. 너... 둘 다한테 너무 많은 상처를 줬어..."

".........."

"내가 너무... 우유 부단하고.. 결단력이 없어서... 결국 아무도 잡질 못했어...."

"............"

"내 책임이니까.. 내가 저지른 일이니까.. 나 혼자만 너희들 세상에서 빠지면... 되는 거야..."

"............"

"그러니까... 나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줘....부탁이야...."

"..........."

난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싸늘한 바람이... 서연이와 나 사이에...

공기를 더더욱 차갑게 만들고... 머리칼은 흩날린다....

두 세 발자국 걸었을까...

앉아있던 서연이의 입에서 내 마음에 비수를 꽂는 한마디가 들렸다....

"이거 받아가세요...."

"........."

"오늘....생일이잖아요...."

"........."

"마음에 드실 지는 모르겠는데...."

조그만 선물상자를.. 조심스레 걸어와... 내 손에 올려놓고는...쓴웃음을 짓는다...

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어..어떻게 알았어??? 그리고..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을까?..."

"거절하진 말아주세요... 그냥... 그냥 부담 없이... 받아주셨음 좋겠어요.... 후배로써 라도..."

"..........."

꾸벅 인사를 하고... 쓸쓸한 표정으로.. 등을 돌리고 걸어간다.....

난 한참이나.. 서연이의 뒷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다....

[후배로써 라도....]

가슴이 터지도록..아팠다... 정말 듣기 싫은 말인데.....

멍하니... 한참이나... 지켜봐야만 했다...... 그저 멍하니...


-50- 선물의 의미..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참동안이나.. 서연이의 선물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고있었다...

'대체 이 선물은 왜 나한테 준걸까?....'

'그리고 나의 생일은 어떻게 알았을까....'

'대체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거지??'

'자신을 후배로 생각해달라는 말일까..??'

수많은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지고 있는 중이다... 5개월 동안.. 잘 지내던 서연이가..

갑자기 왜?? 나에게.. 선물을 줬으며....

먼저 말을 걸었던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행위였다..

생각은 그만 접고... 선물을 풀어보기로 했다..

선물상자 안에는.. 보기만 해도.. 꽤나 값이 있어 보이는.. 시계가 들어있었다....



괜시레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손목은.. 시계를 강렬히 요구하였고..

난 그런 손목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었다...(긁적긁적)


씨익 한번 웃고... 서연이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기로 했다...

왜냐하면 일단... 집으로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짐을 챙기고... 문도 잠궜다....

겨울인지라.. 시간이 6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다...

잠시 현관 앞에 서서..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쳐다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웠다....

저번 중간고사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아.. 어머니께 내심 죄송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말고사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고....

어머니 볼 면목이 생겼다..

이윽고 내 손에서... 담뱃재가 튕겨져 나가는 동시에.. 나의 발걸음도...

버스터미널로 향하고 있었다....



K대 정문...

K대의 유명하고도 넓은 호수를 지나쳐 가다보면.. 정문이 보인다....

옛날 지나와의 추억이 꽤나 많았던 장소인.. 호수....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다....

석양의 빛을 온몸에 감싸며... 마주 보고 있는 두 남녀를 발견하곤..

나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나.. 오래 전부터 생각했는데... 널.. 정말 좋아해.. 나랑 사귀어 줄래??"

수줍게 고백하는.. 남자의 마음을.. 과연 저 여자는 받아줄까?...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한두 발자국 걸어가며... 여자의 얼굴을 살폈다....

근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다.. 저 남자....

그리고.. 저 여자의 옷... 왠지 아까 본 서연이가 입고 온 옷과.. 비슷하다...

어...어라...

고개를 갸웃 내밀고... 여자의 얼굴을 살폈다....

젠장!!


서연이었다...

나무에 황급히 몸을 숨기고... 서연이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심장이 요동치고...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쉽게 서연이는 말을 하지 못했고... 그 남자만... 속이 타는지.. 연신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땅만 바라보던.. 서연이가 이윽고 머리를 들어올렸고...

난 나무 뒤에 숨어.... 서연이의 말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심장은.. 아까의 두 배로 뛰기 시작했고..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서연이가 나의 존재를 눈치챌까 두려웠고....

혹시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될까봐.. 눈도 질끈 감았다...

"이제.. 대답 해 주는 거야??"

남자의 보채는 듯한 말투가 들린다....

"응...."

"........."

"미안해...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면 안될까??"

"..................."

"친구사이를 깨버리기 싫어.... 미안해......"

"너...그 사람 때문에 그래??"

"..........."

"그 사람보다 내가 더 너한테 잘해줄 자신 있어... 나 믿어줘...."

"............."

"그래.. 너 말대로 너가 더 잘해줄지도 몰라... 하지만...."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야..... 변하지 않아....."

"...........서연아..."

"미안해.. "

"후회 할꺼야... 너 후회 할꺼라고!!"

"아니... 후회안해... "

".............."

서연이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 남자를 달래주었고.. 남자도.. 끝까지 서연이를 설득해

보려했지만.. 서연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난 태연한 척 걸으며... 서연이의 말을 되뇌어 보았다...

[후배로써..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야...]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가??.... 결국엔 나로부터 조금씩 더 멀어지려 하는 건가...

난....길에 멈춰서... 손목을 바라보았다....

"이걸 내게 준 의미가 뭐야?...."

난 조용히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게 물었고.... 쓰라리고 아픈 가슴을 이끌고....

집을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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