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6

LYNL 작성일 07.11.12 10: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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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분이라도 요청을 하시면 올립니다. 너무 길다길래 하나씩 올립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올리는 거라 추천은 필요없습니다.

 

 

우연 #6

철이: 교양과목시간에 지각을 해버렸군요. 정말 강의실 한번 길군요.
      뒤에 앉으니 정말 앞이 캄캄합니다. 하하 이건 진짜 아닙니다.
      내가 꼭 그녀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도 지각을 하고선 내 옆에 앉았습니다.
      기분이 묘합니다. 도서관에서 내 옆에 앉았을 때하고 느낌이 또 다르군요.
      '나도 지각을 해서 여기에 앉은 겁니다.
      당신이 앞좌석에 없었기 때문에 뒤로 온 것은 절대 아닙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민이: 교양수업 시간에 지각을 했습니다. 당연히 앞문으로는 들어 갈 수 없었지요.
      내 친구 뒤에 그가 앉아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니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습니다.
      뒷문으로 들어가 빈자리가 있길래 얼른 앉았습니다.
      저 앞에 친구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어?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호호 그가 내 옆에 앉아 있군요. 난 그냥 앉았을 뿐입니다.
      '절대 당신이 여기 앉아 있어서 여기로 온 것이 아니라 단지 빈자리였기 때문에 앉았단       

      말이에요.' 라고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철이: 다음주가 시험이라는군요. 하하 뭐 상관없습니다.
      그녀 때문에 이 수업은 한번도 결석을 한 적이 없습니다.
      교양수업은 출석만 잘해도 시험은 무난히 치를 수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녀에게 고맙단 말을 해주어야겠군요. 오늘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민이: 다음 주가 시험입니다. 필기도 잘 했고 뭐 걱정은 없어요.
      공책을 넘겨보니 그를 생각하며 썼던 시가 보이는군요.
      바로 나의 옆에 있는 그가 이 시를 보면 무슨 느낌이 들까요?

 

철이: 오늘은 편지를 썼습니다.
      세번째이니 만큼 어느 정도 나를 밝혀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교양 과목명을 적고 '그 시간에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다음번 편지에는 저의 학과 이름도 적어볼까요?
      일요일날 아주 눈치를 보며 편지를 갖다 놓았습니다.
      혹시 저번처럼 그녀와 마주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

 

민이: 월요일 아침에 수업을 들어가다 혹시나 하고 봤는데 편지함에 나한테 온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군요. 무기명입니다. 누굴 까요?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이 사람도 그와 같이 금요일 교양수업을 듣는 다는군요.
      그 시간에 나를 지켜본다는데... 너무 그에게만 신경을 썼을까요?
      누군지 짐작이 되지를 않습니다. 혹시 그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확인을 해봐야 겠군요.

 

철이: 오늘은 공대앞에서 아주 낯선 사람처럼 그녀 앞을 지나쳐 갔습니다.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 내 모습이 반가와 쳐다봤지만 얼른 피해야 했지요.
      그녀는 아직 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지금 내 맘을 온통 가을색으로 물들어 놓았습니다.
      에이 씨. 그녀와 눈 마주치는걸 피하다가 공대 앞에서 족구하던 놈들의 공에 머리를
      맞았습니다.  또 그녀가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 앞에 떨어진 공을 족구하던 학생들 반대방향으로 있는 힘껏 차버리고
      또 열심히 뛰었습니다.
      헉헉 생각을 해보니 도로 돌아가야겠군요.
      전 공대에 수업이 있었습니다.

 

민이: 공대쪽으로 난 길에서 난 그를 보았습니다.
      그의 모습이 참 반가웠지만 그는 얼른 고개를 돌려버리는군요.
      그는 가을 바람처럼 내 마음의 나뭇잎들을 떨게 하고 있습니다.
      나한테 편지를 보내는 사람처럼 나도 그에게 편지나 써볼까요?
      이런 그가 공에 머리를 맞았군요. 호호 화가 났나봅니다.
      공을 반대방향으로 차버리고 또 힘껏 뜀박질을 하며 멀어져 가는군요.
      이젠 그의 뛰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철이: 교양시험을 열심히 보았습니다. 그녀가 내 뒤에 앉았군요.
      혹시 그녀가 문제가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을까요.
      내 답지를 보여주고 싶군요.
      그런데 그녀가 먼저 답지를 내버립니다. 문제가 쉬웠던 모양입니다.
      다시 가방을 가지러 이쪽으로 옵니다.
      답지를 작성하는 척 해야겠습니다.
      그녀가 가방을 챙기다 내 쪽으로 무언가 떨어뜨렸습니다.
      하하. 내가 보낸 편지군요.
      그녀가 내 편지를 받아서 읽어보고는 있나 봅니다.
      기분이 좋군요. 웃으며 태연하게 그걸 주어서 그녀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답지를 작성하는 척 했습니다.
      저도 답지를 이제 완성했습니다.
      저기 그녀가 강의실을 나가는군요.

 

민이: 문제가 참 쉽습니다. 결석을 하지 않은 탓이겠지요.
      답지를 제출했습니다.
      앞에 앉은 그는 아직 답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꽤 많이 썼군요.
      가방을 챙기다 가방 안에 있는 편지를 보았습니다.
      일부러 그가 앉은 쪽으로 떨구어 보았습니다.
      혹 그가 이 편지를 썼다면 표정의 변화가 있겠지요.
      그는 별 표정 없이 그 편지를 주워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가 쓴 편지는 아닌가 봅니다.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기대는 했었는데...

 

철이: 다음 주부터는 전공시험이 있습니다.
      오늘 집에 가자마자 그녀에게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다음주에는 편지를 못쓸거
      같으니 말입니다.
      편지에 전 전산과에 다니는 학생이라 적었습니다. 그리고 92학번이라고도 적었습니다.
      너무 편지 보낸 놈이 나란 걸 추측하기 쉬울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민이: 다섯번째 편지를 받았습니다. 역시 그는 아니군요.
      편지 보낸 사람은 전산과 학생이고 더군다나 92학번이라고 합니다.
      나의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 사람이 이젠 편지를 그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는 교양과목은 휴강을 한다고 했습니다. 시험기간입니다.
      도서관이나 다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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