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소녀 - 01

발아콩두유 작성일 07.11.21 04: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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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소녀 01.







나는 운이 좋게도...

좀 빵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덕분에 어릴적부터 부족함을 모르고 자랐다.

모 은행장이신 아버지.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이신 어머니.


나름대로 지조있는 집안이라 꽤나 검소하게 자란 나.

맞벌이라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난 나가서 노는 대신.

집에서 책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멋 모르는 초등학교때야 애들따라 대통령이니, 과학자니, 의사, 판사를 한다고..

깝죽거렸지만..


철이 Fe라는걸 알게되고 대가리가 굵어지니까..

진짜.. 하고 싶은게 생겼다.




지구정복.

미안-_- 농담이다..


난 중 3때 부터..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서 책을 보던 나.

그런데 너무 책만 봐서 그런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바람도 쐴겸.. 이른 저녁시간에 집 앞 놀이터에 나오게 되었다.


평소에도 자주 나오던 곳.

애용하던 장소.


지방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별이 잘 보이는 곳이였다.

난 익숙하게 그네에 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책을 보게 되면서 피게 된 담배...

몸에 안 좋은건 알지만 담배를 물고 있을때면 답답했던 마음이..


담배 연기로나마 뿜어져 나가는 것 같아서..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어느덧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꼴초 수준은 아니고..

이렇게 혼자 있을때.. 한두대씩 피는게 고작이다.


고등학생이 담배핀다고 꼭 나쁘게만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그렇다-_-;

그래도 이해해 달라.


난 순간 시간이 궁금해져.. 손목에 차인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을 확인했고..


담배 두 모금 쯤.. 빨았을까?..


#나도 한 대만.#


고은 목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인기척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적으로 날 부르고 있다는 걸 느꼈지만,

이렇게 돌아 봐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자기 몸뚱아리 마냥 큰 가방을 껴안고 내 옆에 있는 그네에 앉고 있는 소녀.


#나..?#


확인할 필요도 없었지만 난 혹시나하고 의문사를 띄었다.

대답 대신 날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


처음 그녀를 보는 순간 무언가 신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슬퍼 보였다.


얼굴을 감싸고 있는 둥근 모양의 단발머리가 찰랑거렸다.

순간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엘라스틴했니?#

#뭐?#


어이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를 뒤로 한 채..

나 조차도 너무나 어이가 없는 말에 진땀을 흘리며


#아..아니-_-;;#

#담배 하나만 달라니까..#


그녀는 자신의 말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한번더 강조하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난 나도 모르게..


#아.. 응.. 여기.#


나의 어처구니 없는 개그를 이해하지 못한 소녀는

손을 삐쭉 내밀며 담배를 요구했고..

난 어이없게도 담배를 강탈당하고 말았다.


그것도..


갑채로..

당황한 나는 말했다.


#저..저기 나머지는 돌려주시지?#

#어린게.. 담배는 무슨.. 압수!#


이건.. 삥 뜯긴거나 다름 없다..

이 소녀는 뭐란 말인가..

깡패? -_-;;

동네 노는 누나??

그건 아닌거 같은데..

하여간.. 수상하기 그지 없다.



#헐~ 이 분이 개념을 어디다 팔아먹은겨~
그거 쌔삥 이란 말이야. 나도 이제 첫대 폈는데..#

#불은?#


그녀는 나의 말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난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여기-_-#


라고 말하며 나는 주머니속에 있던 라이타를 꺼내여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_-



익숙한 듯..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는 그녀의 모습.


칙..치익. 스으읍..


그렇게 잘 하는 듯 싶더니...



#콜록 콜록.#


엥?.. 뭐야..


#뭐야! 담배 못 피잖아!?#

#이제부터 배울꺼야.#


뭔가 굉장한걸 결심한 듯한 표정의 소녀.

여..역시.. 뭔가 수상하다-_-;


#몸에도 안 좋은걸 뭐하러 배워..?#

#넌 왜 피는데?#


그녀가 이렇게 말해버리니 난 마땅이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뭐.. 나야 골치 아픈 일이 많으니까...#

#나도 골치 아파.#


다시 콜록 거리며 담배를 빨아 보는 그녀.

쏙 들어가는 볼이 귀엽게 느껴졌다.


#왜?#

#수능 때문에..#


수능..이라 함은..

19살이란 말인가..?


#고3? 19살?#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녀.

그로인해 그녀의 머리칼이 또 다시 찰랑거렸다.

가로등 불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그녀의 머릿결..



엘라스틴?


-_-;;미안


#수능 그거 뭐라구..#

#넌 수능 쳤니?#


#내년에.#

#뭐야. 나보다 어리잖아. 누나라고 불러!#


눈을 크게 뜨며 날 노려보는 소녀.

풉.. 그렇게 노려보면 눈에서 레이져라도 나오니??

-_-

난 단호하게 대답했다.


#싫어.#

#어째서!#


솔직히.. 그녀를 보고 있자면..

전혀 누나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내가 그리 삭은 편도 아닌데..

같이 다니면 동생으로 볼게 뻔하다.


요즘 고등학생 쯤 되면 꽤나 머리를 길러서 다닐 수 있는데..

이 사람은.. 고3이라면서..

중학생 보다 더 짧은 단발을 하고 있다니..

머리도 머리지만..

워낙 얼굴이.. 동안이였다.

그리고..

보통 여자들이 머리를 짧게 하면..

약간 보이쉬한 매력이 돋보일 법도 한데..

그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때 묻지 않은 청순함이 베어있는 듯..



#별로 누나 같이 안생겼어. -_-. 몇 월생인데?#

#1월생..#


오호. 이것봐라?

그럼 나이는 동갑이잖아.

학년 그까이꺼.. 뭐 어른되면 한두살은 친구라던데.

그럼 누나라고 할 필요 없잖아.


사실 내가 누나라고 한다면 주위 사람들이

다들 이상하게 쳐다 볼께 분명하다!

-_-



#그럼 빠른 생일이잖아! 나이는 동갑이네!#

#학년은 다르잖아~!#


나의 말에 발끈하는 그녀.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대답했다.


#그래서~?#


나의 물음에 쥐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는 발로 비비적 대는 소녀.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졌다.


#근데 이 동네 살아? 처음 보는데..#

#얼마전에 이사왔어..#


아직까지 담배를 비벼대고 있다.

왠지 그 담배가 나라고 생각하는 듯..

오한이 느껴졌다. -_-


#그래? 그 짐은 뭔데?#

#이짐? 내 짐.#


그렇게 말하며 큰 가방을 꼬옥 껴안는 그녀.

업.. 이순간 그 가방이 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난 변태란 말인가? -_-;



#왜? 얼마전에 이사왔다면서 왜 이제서야 짐을..?#


나의 물음엔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대답하는 그녀.



#가출했어.#

라고

음.. 가출.. 엥? 뭐라고!?

난 살짝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그녀에게 물었다.


#뭐? 언제?#

#금방.#


처음엔 장난 일꺼라 생각했다.


그녀의 진지한 말투에..

어울리지 않는 대사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해서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가출은 왜 했어?#

#공부하기 싫어서..#


#집에서 공부 안하면 되잖아.#

#헐.. 그런 방법이!!#


#-_-....#

#근데.. 나 .. 배고파..#


#....#




결국 그녀에게 초코파이와 흰 우유를 사주고 말았다.

냠냠 쩝쩝.

괜히 맛있어 보인다-_-;


#고마워. 휴. 이제 살 것 같다.
내가 배고프면 쓰러지거든..#

#-_-;;; 그건 모든 사람들이.. 그런거 잖아?#


#그..그랬나?.. 암튼.. 난 이제 집에 가야겠어.#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겨들고 눈 웃음을 짓는 그녀.

허업.


그녀는 천사였단 말인가-0-!


그런데..

순간..

그녀의 눈빛이 슬퍼보인 다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듯..

당당해 보이지만..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는 듯 한..


그런데..

그런 모습이 이상하리 만큼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


#아 참!#


뭔가 생각 난게 있는 듯..

몸을 돌려 날 바라보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너 이름이 뭐니?#

#나..? 서인혁..이라고 해.#


#그래?.. 내 이름은 선희야. 이.선.희.#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서는 멀어져갔다.


점점 작아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혹시 날개가 있는건 아닐까 -_-.. 하고 찾아보았다.


나에게 비친 그녀의 모습은..

신의 실수로 하늘에 떨어진 천사와도 같았기 때문에.


불현듯 찾아와.. 스치듯 안녕..하듯이 사라졌다.

난.. 그게 그녀의 마지막 모습일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왠지 만나고 싶은 인연이랄까..


어라? 그러고 보니 몇시나 된거지..


난 꽤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계를 들여다 보았을 땐..


시계는 멈춰져 있었다.


약이 다 되었나? 음..

난 빠른 발걸음으로 걸음을 옴겨..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담배가 없다는걸 집에 와서야 눈치 챘다.



s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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