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소녀 - 02

발아콩두유 작성일 07.11.21 04: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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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소녀 02.







다음 날도 여전히 산책겸.. 놀이터로 나가게 되었다.

사실.. 산책이라는 명목적인 이유가 아니고..


혹시나 그녀가 있지 않을까..여서..

하지만..


그녀는 볼 수 없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 다음 날에도.




[학교]


"야 인혁아. 지금 몇시나 된겨~?"


나의 짝지 형운이.

난.. 불행하게도 남고다.. -_-

늘 시간을 물어보는 녀석.


이 녀석은 폰도 없어서 남들 보다 더 하다.. -_-


쉬는 시간을 맞이하여 매점에 들린 형운이와 나.

어느정도 먹다가 애들이 조금씩 빠져가고..

시간이 궁금했는지.. 녀석은 시간을 물어왔다.


난 손목을 뻗어 시계를 보며 그 녀석에게 대답해주었다.



"살포'시' 흥'분'"


나의 말에 발끈하며 욕설을 남발하는 녀석.


"이런 된장! 잼있냐!?"


"응."

"-_-"


"-.-.."

"아.. 제대로~ 몇시 몇분인데?"



"짜장면 '시'키신 '분'"

"-_-.."



나의 말장난에 넌저리가 난다며 날 흘겨보고서는

결국 내 손목을 부여잡고 직접 시간을 확인하는 녀석.


"어라? 너 시계샀네?"

"응. 맛이 가버려서.."


"오~ 디자인 죽이는데~?"

"오빠야가 이정도 센스는 있잖아."


"-_-..근데 어디서 산건데?"

"그냥 길거리에서 팬시점 앞에서 샀지.."


"어라?? 근데 시간 안가는데??"

"뭐야!? 우씨.. 이게 왜 이래~! 싼게 비지떡이라더니!!!"


나의 외침에 실소를 터트리는 녀석.


"풉.."

"우씨. 열 받어. 어제 산건데 벌써 고장나다니..."


뭐.. 그래도 디자인은 이쁘니까..

그냥 악세서리로 차고 다녀야 겠다고 생각했다.


산지 얼마 안되서..

벌써 바꾸기엔 좀 그러니까.


난 짜증을 내며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10시 05분이네."

"어라?.. 그럼 혹시 아까 친게.. 수업 종 소리냐?..."


그러고 보니..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애들이라고는...

개미색히 한마리도 없었다. -_-


"...!!"

"뛰어!"


형운이 녀석이 늦었다며.. 전력 질주로 교실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야! 어짜피 늦은건데! 지금 가서 혼나는거나..
천천히 걸어가서 혼나는 거나.. 마찬가지야."

"어?.. 그러네 그러고 보니까..
가끔 보면 넌 정말 똑똑하단 말이야."


라고 씨익 웃으며 나의 어깨에 팔을 올려 놓는 형운이.

나 역시 그말에 피식 웃어주었고..


우린 교실로 여유롭게.. 걸어 들어갔다.






"이 자식들 늦었으면 뛰어 올 생각 안하고!!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들어와??
아직 나의 무서움을 모르는구만!! 오늘 너희 죽고 나 살자!!"




이런 반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 했던 우리였다..

-_-;;



그날도 야.자가 있는 날이였지만..

그 딴건 필요 없었다.


선생님 한테 맞아서 삐진거 절대 아니다.. 믿어달라-_-

어짜피 한번 사는 인생.

내가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난.


내가 하고 싶은거 할 수 있다면..

그 일이 실패하여 길바닥에서 죽게되도..

절대 후회같은거 안한다.


실패가 끝은 아니니까..

내가 포기란걸 하지 않는 이상.

내 꿈은 끝나지 않으니까.



하고 싶은건 따로 있는데.. 먹고살기 바빠서..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나중에 후회 할 것 같았기에..

야.자는 나에게 무의미한 시간이였다.


뭐..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만..

살다 보면.. 이런 생각도 바낄지도.




[놀이터]

산책 겸..

담배도 사고.. 다시 들린 놀이터.


사실.. 매일 같이 들렀었다.


꽤나..강렬한 느낌의 만남이여서 그런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녀의 얼굴.

목소리.. 이름.


내 이름은 선희야. 이.선.희.

...

금방이라도 그녀가..



"인혁아."


라고 불러 줄 것만 같다.


엥??

뭐야? 누가 날 부른거 같은데?

난 날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그녀가 서 있었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천사같은 그녀가..


그때 들고 있던 큰 가방을 부여잡고..

그녀가 서 있었다.


여전히 천사 같은 아름다움을 뿜어대며..

신비하지만 슬퍼보이는 표정으로.




"..."

"..."


그날처럼 그네에 앉아 있는 우리.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은 것 만 같다.


"..오늘은 어쩐 일이야?"

"..."


"설..마 또 집 나온거야?"

"..응."


이런 바보 같은..

근데 왜.. 무한대 귀여움으로 느껴지는거냐!!


"이번엔 왜?"


나의 물음에.. 구구절절 그녀는 깊은(?) 사연을 늘어 놓는 그녀.


"니가 준 담배가 문제였어.."

"야. 내가 언제 담배를 줬니? 니가 가져갔지."


"그..그거야 그렇지만."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는 그녀.


"입은 삐뚤어져 양아치가 될 지언정..
말은 말 잘하는 김제동이 되어라고 했어."

"누가?.."


그런 말이 있었냐는 듯 골돌히 생각하는 그녀.



"하여튼!"

"몰라. 엄마가 담배 피냐고 구박하잖아!
나도 그 가방 주머니에 담배가 들어 있을 줄은 몰랐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구어 낼 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는 그녀.

정말이지.. 굉장히 많은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얼씨구. 꼬시다.."

"이제 어떡하지?"


울먹이는 그녀를 보고있자니 피식 웃음이 났다.

생긴건 정말.. 똑똑하게 보이는데..


왜 이렇게 하는 짓이.. -_-

역시 사람은 생긴걸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걸

뼈져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집을 나와버리다니..

대책 없다.. 정말..


"잠은.. 어쩌려고?"

"그러게.. 어쩌지?"


대책 없다..


"돈은 있어?"

"아침에 밥 값 하라구 받은 3천원!
안먹구 돈 남겨 뒀지롱~"


헐.. 지금 이걸 말이라고 하는건가!


"절씨구 -_-.."

"이..이걸루 안돼?"


그녀의 천진난만한 대사에 난 할말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뭔가 말이라도 해줘야할 것 같았다.


"사실대로 말해. 친구꺼라고.. 아니 아는 오빠꺼라고."

"너 나보다 어리잖아. 어째서 오빠야?"


시시콜콜 하나하나 다 따져보는 그녀..


"18살인 내가 담배 핀다 그러면.. 어른들이 좋게 보실까?"

"음..아니!"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바로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걸 생각을 해봐야 아는 건가..


"그러니까.. 오빠라고 해야지."

"그럼 사실이 아니잖아."


"-_-..그..게 그런가... 그렇다면..
음.. 그냥. 호기심에 한번 펴 봤다고 해.
진짜 사실이잖아 그건.
어디에서나 진심은 통하는 법이거든."

"그럴까..?"

"그렇지.."


뾰로퉁한 그녀의 표정이 귀엽게만 느껴진다.

강아지 앞에서 먹을 것을 위로 들고..

줄 듯 말 듯..하면서.. 약올리다가..

잔뜩 약이 올라.. 이제는 아예 쳐다 *도 않는..

그런 표정이다.. -_-;


"인혁이라구 그랬던가.."

"어..? 어."


나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꽤 똑똑하네? 생긴거완 다르게?"

"-_-....그쪽도 생긴거완 달라."


방긋 미소지으며 물어보는 그녀.


"달라? 어떻게?"

"어리버리해!"


"컹"


인정 할 수 없다는 듯. 무섭게 노려보는 그녀.

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더 귀엽게만 느껴졌으니까.


"지금 몇시나 되었어?"


나에게 시간을 물어보는 그녀.

난 습관적으로 손목을 뻗어 시계를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살포'시' 흥'분'"

-_-


그게 뭐냐고 구박하는 그녀.

나도 모르게 그만..

거.. 참 습관이란게 무섭더군..



어라? 근데 시계가 다시 움직이네..?

분명히 고장 났었는데?..


이상하다...


"이거.. 시계가 고장났었는데.. 다시 되네..
덕분에 시간은 안 맞아."

"그렇구나..아.. 배고프다."


...

난 결국 소녀에게 또 초코파이와 흰 우유를 사주게 되었다.

-_-....


"아.. 맛있다. 이상하게 널 만나고 나서부터
초코파이가 어찌나 그리 생각이 나던지~"


난.. 네 생각이 났었는데...


어찌 되었든 난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녀가 행복해 하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이 순간 만큼은 어찌나 그리 황홀한지..


그냥.. 그녀가 자주 집을 나왔으면 싶었다..

-_-;


뭐.. 그렇게 되면 더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초코파이가 먹고 싶어서 집 나온거 아니야. 오해하지 말아줘!"

"누가 뭐래니?"


자신이 생각해도 뻘쭘한지.. 웃음 소리를 크게 내서 무마시키려는 듯..



"음하핫. 난 이제 들어가 볼께."

"어.."


가는 길에 살짝 돌아 나에게 인사를 하는 소녀.


"조언 고마워~"


그리고 총총 걸음으로 사라지는 소녀.

어느새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흠..

나도 이제 슬슬 들어가 볼까..

라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무심결에 시계를 바라보았다.


어라? 이놈 또 멈췄네!

역시 싼게 비지떡이라더니...

하지만.. 이놈의 시계야 어찌 되었든..

나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머릿 속이 맑아지는 듯한 이 느낌.


오늘도.. 천사와 만났다는.. 느낌.




천사가 좀 어리버리해서 탈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귀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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