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소녀 02.
다음 날도 여전히 산책겸.. 놀이터로 나가게 되었다.
사실.. 산책이라는 명목적인 이유가 아니고..
혹시나 그녀가 있지 않을까..여서..
하지만..
그녀는 볼 수 없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 다음 날에도.
[학교]
"야 인혁아. 지금 몇시나 된겨~?"
나의 짝지 형운이.
난.. 불행하게도 남고다.. -_-
늘 시간을 물어보는 녀석.
이 녀석은 폰도 없어서 남들 보다 더 하다.. -_-
쉬는 시간을 맞이하여 매점에 들린 형운이와 나.
어느정도 먹다가 애들이 조금씩 빠져가고..
시간이 궁금했는지.. 녀석은 시간을 물어왔다.
난 손목을 뻗어 시계를 보며 그 녀석에게 대답해주었다.
"살포'시' 흥'분'"
나의 말에 발끈하며 욕설을 남발하는 녀석.
"이런 된장! 잼있냐!?"
"응."
"-_-"
"-.-.."
"아.. 제대로~ 몇시 몇분인데?"
"짜장면 '시'키신 '분'"
"-_-.."
나의 말장난에 넌저리가 난다며 날 흘겨보고서는
결국 내 손목을 부여잡고 직접 시간을 확인하는 녀석.
"어라? 너 시계샀네?"
"응. 맛이 가버려서.."
"오~ 디자인 죽이는데~?"
"오빠야가 이정도 센스는 있잖아."
"-_-..근데 어디서 산건데?"
"그냥 길거리에서 팬시점 앞에서 샀지.."
"어라?? 근데 시간 안가는데??"
"뭐야!? 우씨.. 이게 왜 이래~! 싼게 비지떡이라더니!!!"
나의 외침에 실소를 터트리는 녀석.
"풉.."
"우씨. 열 받어. 어제 산건데 벌써 고장나다니..."
뭐.. 그래도 디자인은 이쁘니까..
그냥 악세서리로 차고 다녀야 겠다고 생각했다.
산지 얼마 안되서..
벌써 바꾸기엔 좀 그러니까.
난 짜증을 내며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10시 05분이네."
"어라?.. 그럼 혹시 아까 친게.. 수업 종 소리냐?..."
그러고 보니..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애들이라고는...
개미색히 한마리도 없었다. -_-
"...!!"
"뛰어!"
형운이 녀석이 늦었다며.. 전력 질주로 교실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야! 어짜피 늦은건데! 지금 가서 혼나는거나..
천천히 걸어가서 혼나는 거나.. 마찬가지야."
"어?.. 그러네 그러고 보니까..
가끔 보면 넌 정말 똑똑하단 말이야."
라고 씨익 웃으며 나의 어깨에 팔을 올려 놓는 형운이.
나 역시 그말에 피식 웃어주었고..
우린 교실로 여유롭게.. 걸어 들어갔다.
"이 자식들 늦었으면 뛰어 올 생각 안하고!!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들어와??
아직 나의 무서움을 모르는구만!! 오늘 너희 죽고 나 살자!!"
이런 반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 했던 우리였다..
-_-;;
그날도 야.자가 있는 날이였지만..
그 딴건 필요 없었다.
선생님 한테 맞아서 삐진거 절대 아니다.. 믿어달라-_-
어짜피 한번 사는 인생.
내가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난.
내가 하고 싶은거 할 수 있다면..
그 일이 실패하여 길바닥에서 죽게되도..
절대 후회같은거 안한다.
실패가 끝은 아니니까..
내가 포기란걸 하지 않는 이상.
내 꿈은 끝나지 않으니까.
하고 싶은건 따로 있는데.. 먹고살기 바빠서..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나중에 후회 할 것 같았기에..
야.자는 나에게 무의미한 시간이였다.
뭐..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만..
살다 보면.. 이런 생각도 바낄지도.
[놀이터]
산책 겸..
담배도 사고.. 다시 들린 놀이터.
사실.. 매일 같이 들렀었다.
꽤나..강렬한 느낌의 만남이여서 그런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녀의 얼굴.
목소리.. 이름.
내 이름은 선희야. 이.선.희.
...
금방이라도 그녀가..
"인혁아."
라고 불러 줄 것만 같다.
엥??
뭐야? 누가 날 부른거 같은데?
난 날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그녀가 서 있었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천사같은 그녀가..
그때 들고 있던 큰 가방을 부여잡고..
그녀가 서 있었다.
여전히 천사 같은 아름다움을 뿜어대며..
신비하지만 슬퍼보이는 표정으로.
"..."
"..."
그날처럼 그네에 앉아 있는 우리.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은 것 만 같다.
"..오늘은 어쩐 일이야?"
"..."
"설..마 또 집 나온거야?"
"..응."
이런 바보 같은..
근데 왜.. 무한대 귀여움으로 느껴지는거냐!!
"이번엔 왜?"
나의 물음에.. 구구절절 그녀는 깊은(?) 사연을 늘어 놓는 그녀.
"니가 준 담배가 문제였어.."
"야. 내가 언제 담배를 줬니? 니가 가져갔지."
"그..그거야 그렇지만."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는 그녀.
"입은 삐뚤어져 양아치가 될 지언정..
말은 말 잘하는 김제동이 되어라고 했어."
"누가?.."
그런 말이 있었냐는 듯 골돌히 생각하는 그녀.
"하여튼!"
"몰라. 엄마가 담배 피냐고 구박하잖아!
나도 그 가방 주머니에 담배가 들어 있을 줄은 몰랐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구어 낼 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는 그녀.
정말이지.. 굉장히 많은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얼씨구. 꼬시다.."
"이제 어떡하지?"
울먹이는 그녀를 보고있자니 피식 웃음이 났다.
생긴건 정말.. 똑똑하게 보이는데..
왜 이렇게 하는 짓이.. -_-
역시 사람은 생긴걸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걸
뼈져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집을 나와버리다니..
대책 없다.. 정말..
"잠은.. 어쩌려고?"
"그러게.. 어쩌지?"
대책 없다..
"돈은 있어?"
"아침에 밥 값 하라구 받은 3천원!
안먹구 돈 남겨 뒀지롱~"
헐.. 지금 이걸 말이라고 하는건가!
"절씨구 -_-.."
"이..이걸루 안돼?"
그녀의 천진난만한 대사에 난 할말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뭔가 말이라도 해줘야할 것 같았다.
"사실대로 말해. 친구꺼라고.. 아니 아는 오빠꺼라고."
"너 나보다 어리잖아. 어째서 오빠야?"
시시콜콜 하나하나 다 따져보는 그녀..
"18살인 내가 담배 핀다 그러면.. 어른들이 좋게 보실까?"
"음..아니!"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바로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걸 생각을 해봐야 아는 건가..
"그러니까.. 오빠라고 해야지."
"그럼 사실이 아니잖아."
"-_-..그..게 그런가... 그렇다면..
음.. 그냥. 호기심에 한번 펴 봤다고 해.
진짜 사실이잖아 그건.
어디에서나 진심은 통하는 법이거든."
"그럴까..?"
"그렇지.."
뾰로퉁한 그녀의 표정이 귀엽게만 느껴진다.
강아지 앞에서 먹을 것을 위로 들고..
줄 듯 말 듯..하면서.. 약올리다가..
잔뜩 약이 올라.. 이제는 아예 쳐다 *도 않는..
그런 표정이다.. -_-;
"인혁이라구 그랬던가.."
"어..? 어."
나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꽤 똑똑하네? 생긴거완 다르게?"
"-_-....그쪽도 생긴거완 달라."
방긋 미소지으며 물어보는 그녀.
"달라? 어떻게?"
"어리버리해!"
"컹"
인정 할 수 없다는 듯. 무섭게 노려보는 그녀.
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더 귀엽게만 느껴졌으니까.
"지금 몇시나 되었어?"
나에게 시간을 물어보는 그녀.
난 습관적으로 손목을 뻗어 시계를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살포'시' 흥'분'"
-_-
그게 뭐냐고 구박하는 그녀.
나도 모르게 그만..
거.. 참 습관이란게 무섭더군..
어라? 근데 시계가 다시 움직이네..?
분명히 고장 났었는데?..
이상하다...
"이거.. 시계가 고장났었는데.. 다시 되네..
덕분에 시간은 안 맞아."
"그렇구나..아.. 배고프다."
...
난 결국 소녀에게 또 초코파이와 흰 우유를 사주게 되었다.
-_-....
"아.. 맛있다. 이상하게 널 만나고 나서부터
초코파이가 어찌나 그리 생각이 나던지~"
난.. 네 생각이 났었는데...
어찌 되었든 난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녀가 행복해 하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이 순간 만큼은 어찌나 그리 황홀한지..
그냥.. 그녀가 자주 집을 나왔으면 싶었다..
-_-;
뭐.. 그렇게 되면 더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초코파이가 먹고 싶어서 집 나온거 아니야. 오해하지 말아줘!"
"누가 뭐래니?"
자신이 생각해도 뻘쭘한지.. 웃음 소리를 크게 내서 무마시키려는 듯..
"음하핫. 난 이제 들어가 볼께."
"어.."
가는 길에 살짝 돌아 나에게 인사를 하는 소녀.
"조언 고마워~"
그리고 총총 걸음으로 사라지는 소녀.
어느새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흠..
나도 이제 슬슬 들어가 볼까..
라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무심결에 시계를 바라보았다.
어라? 이놈 또 멈췄네!
역시 싼게 비지떡이라더니...
하지만.. 이놈의 시계야 어찌 되었든..
나의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볍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머릿 속이 맑아지는 듯한 이 느낌.
오늘도.. 천사와 만났다는.. 느낌.
천사가 좀 어리버리해서 탈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귀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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