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소녀 - 04

발아콩두유 작성일 07.11.21 04: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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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소녀 04.







그 날도 초코파이와 우유를 들고 놀이터에 앉아서 선희를 기다렸다.

이제 선희와는 정말 많이 가까워 졌다고 할 수 있다.

뭐.. 여전히 알 수 없는 사이인건 분명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초코파이 정 같은.. 그런.. 사이? -_-

하지만 나에겐..

무슨 사이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확실한게 있었으니까.


그건..바로

선희에 대한 내 마음이..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번 고백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고 있는 중이였다..

바보처럼...




날씨가 별로 좋지 못 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약간 쌀쌀한 날씨를 느끼고..

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반지가.. 만져졌다.

아직.. 전해 주지 못 한 반지..


#후우..#

나의 한숨 썩인 숨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도 구슬프게 들렸다.

용기를 내어서 고백을 해야 할텐데..


저 멀리서 선희가 오는게 보인다.

오늘은 간편하게 츄리링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핑크색 체크무늬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아.. 나 눈물 흘릴것 같다

왜 이렇게 귀엽냐?..



집 앞이라서 간단하게 입고 나온 듯 했다.

물론 츄리링으로도 그녀의 외모를 가릴 순 없었다.

왜냐면..

그녀는 천사니까.


지금에야 와서 말하는 거지만..

그녀를 보고있는 모습은 순전히.. 완전!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다.


물론 그 개인은 날 뜻한다.


내 주관에서 그녀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남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내 알 필요 없지.

안 그런가..?

자기 눈에만 이쁘면 그만이지.



밝은 목소리로 손을 번쩍 들며 인사를 하는 그녀.


#오늘도 하이!#


나도 그녀의 제스처에 따라 손을 들고 인사를 받아 주었다.


#어. 선희야. 안녕?#


이젠 익숙하게 손 부터 내미는 츄리링을 입은 천사.

나도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

초코파이를 내밀었다.


오물오물.

조그마한 입술이 오물거리며 꼭꼭 씹는 천사.


난 들고 있던 우유를 열고, 가지고 있던 빨대를 꽂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내밀며..



#자, 내가 한 번 밖에 안 빨았어.#

#뭣이?#


어이 없는다는 듯 날 바라보더니 빨대를 뽑아서 꺼꾸로 다시 꼽았다.

그리고 우유를 살포시 쪼옥 빨아 먹는 그녀.


양 쪽 볼이 쏘옥 들어가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또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사실 안 빨았는데~ 안 빨았는데~#

#모야!?#


하며 날 노려보기 시작하는 그녀. -_-

우유를 빨아 먹고 있는 채로.

그래서 눈은 날 향해 부랴리고 있지만..

볼은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_-


#우유 속에 침 한번 밖에 안 넣었어.#

라고 말한


순간..


#푸웁!!!#


그녀의 입속에 있던 우유가 새 하얀 분수가 되어

그녀의 조그마한 붉은 입술에서 뿜어져 나왔다.



문제는..

내가 그녀를 바라보고있었다는 것이다.


즉,

나의 얼굴 정면에 직격해버린 새하얀 분수.

우유..

요즘 우유가 피부에 좋다고.. 해서 우유 목욕이 유행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입에도 들어간거 같다. -_-


어라? 가만... 그러고 보니... 그녀의 입속에 있던게.. 내 입에??


헐.. 나 변태인가! -_-

이런거에 즐거워 할때가 아니잖아!!



내가 이런 어이 없는 생각에 젖어 있을때..

그녀는 새침한 눈으로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얼굴에 묻어버린 우유에서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특유의 우유냄새.

하지만 오늘따라 그 우유 냄새가 달콤한 것 같다.


#진짜 침 뱉었어?#

#농담이지.. 그렇다고 이렇게 뱉어내다니..#


그제서야 미안한지..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이게 아니라고 느꼈는지..

다시 고개를 홱 돌리며 언성을 높이는 그녀.


#누가 농담하래~!#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정말 억울하다는 듯..

오만상의 인상을 쓰고 있자..그제서야 그녀는..

미안함을 느꼈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손수건을 꺼내어

나에게 건내 주었다.


예쁜 별 모양이 그려진 손수건..

겉엔 노란 실로 테두리가 있었고,

한쪽 구석엔 노란 실로 3개의 별이 수 놓아져 있었다.


난 대충 얼굴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무언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손에 쥐고 있던 우유를 불쑥 내밀었다.


#뭐?#

#먹어봐. 침 안넣었다면!#


#진짜 안 넣었는데..#

#조사하면 다 나와!#

-_-

라고해서 어쩔 수 없이 우유를 받아 들였다.


그녀가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노려보면 눈에서 레이져라도 나오냐~#

라고 말 했다가 레이져 맞을 뻔했다. -_-


난.. 아무 생각 없이..

빨대를 입에 물고 우유를 마시려고 했다.


그런데! 문득 내 뇌리속을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이 부분은..

그녀가 입에 물었던 부분..!


즉.. 내가 이 부분으로 먹게 된다면.

이건 간접 키스가 되는게 아닌가!!!

이런 심장 떨릴 때가!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만의 천사인 그녀는.. 빨리 먹으라며 보채기 시작 했다.


이..이건 내가 원해서 한게 아니야.

암, 그렇고 말고.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시킨 뒤..

우유를 살며시.. 조심스레 한 모금 마셨다.


#자. 나 먹었어! 침 안 넣었어.#

#음~#


팔짱을 끼며 아직 뭔가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피식 웃고서는 우유를 받아들었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다시 초코파이와 우유를 먹기 시작하는 그녀.



헙!..

방금 내가 입에 물었던 빨대를..

그.. 뒤집어 꼽아 놓은 뽀족한 부분의 빨대가..

지금 그녀의 조그맣고 붉은 입술 안에 있다


그리고.. 나의 식도를 타고 흘러내렸던..

그 우유가..

그녀의 식도를 타고 흘러 내린다.


목넘김 소리가 나의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 애간장을 녹이기 시작했다.



아.. 미치겠다.

이..이건 완벽한 간접키스다.


나도 모르게..

내 심장은.. 뜨겁게 뛰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처럼...


그녀를.. 향해..



벌렁벌렁벌렁벌렁벌렁벌렁벌렁벌렁..

-_-




그녀가 시식(?)을 마친 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날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 커서.. 혹시라도 그녀에게 들킬까..

신경쓰느라..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한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오늘은 일찍 들어가봐야 된다며..

들어가 버렸고.. 난 그녀가 가고 난 뒤 한참이나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심장이.. 식었다고 할까?..

미칠듯이 곤두박질치던 심장이.. 그녀가 사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뛰고 있었다.

그렇게.. 시끄럽던 녀석이..




이젠..

나도.. 나를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


정말..

그녀를 사랑해버릴 것 같다.

...


하긴..

저렇게 아름답고 착하기만한 천사를..

어찌.. 그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난.. 그녀가 놓아두고 간 우유각과 초코파이 봉지를 바라 보았다.

보통 자리에 놔두고 가면.. 내가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했었다.

오늘도 역시나...


난 그것들을 집어들고 쓰레기통에 넣으려다...

문득.. 빨대를 바라 보았다.


이.. 빨대가..

우리 첫키스의 매개체란 말이지?..

...


난 주위를 둘러본 뒤,

아무도 날 보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판단 되어

빨대를 챙겼다.




우리집 가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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